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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27/194)



〈 12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렇기에 공선자도 어젯밤 정신을 되찾자마자 모험가로서 활동하기 위해 움직였고 그 결과 쌈닭의 사냥을 시작한 것 아닌가?

그러니 플라워 차원에 떨어진 바로 그날 섹션을 만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고정세가 늦장을 부리는 게 더 이상한 이야기였다.

아마 그 섹션에 가입한 챌린저들과 우르르 몰려가서 모험가 길드에 모험대로서 단체를 신고한 뒤 열라게 의뢰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겠지.

그러니 눈앞의 네 사람이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했다면 여관의 로비에서 죽치고 있다가 공선자를 도와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들은 이 자리에 있는 것인가? 공선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자 프로아가 한숨을 내쉬었고 쿠루미가 그 이유를 대신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고정세, 그 꼰대가 만든 섹션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무술을 배운 기억이 남아있는 사람으로 한정’됐음. 챌린저들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고 이야기한 주제에 기초도 모르는 사람들은 방해가 될 뿐이라고 말함.”

……설마 공선자는 거기서 고정세가 자신이 만든 섹션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들에 조건을 걸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벙찐 표정을 짓는 공선자의 모습에 쿠루미뿐 아니라 밀리언과 프로아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토로하는 것이었다.

“아니, 챌린저들끼리 힘을 합쳐서 이 알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남고 멸망을 막아 기억을 되찾자고 실컷 떠들던 주제에 섹션을 가입시키는 것에 조건을 다는 게 말이 되냐고!”

“안 될 건 없겠지. 아니, 솔직히 나는 이해한다. 확실히 기초도 모르는 사람들은 방해가 될 수 있지.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거다. 애초에 챌린저들 50명 전원은 기억상실인 거다. 즉, 애초에 이쪽 세계에서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한지조차 구분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거지.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애초에 당장 우리한테는 그가 이야기한 ‘기초’라는 기준을 세울 정보조차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기본적인 무술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힘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섹션의 가입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모양.

파티나 섹션, 레기온과 같은 시스템 조직을 만들 때 조직의 리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권한이 다름 아닌 챌린저의 초대권과 강퇴권이었다.

즉, 시스템 조직의 리더가 원하는 대로 시스템 조직에 챌린저를 초대하거나 강퇴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이미 섹션을 만들고 10명 이상의 사람들을 가입시켜둔 고정세는 자신의 섹션에 가입하는 것에 조건을 걸 수 있었던 것.

자신이 건 조건에 충족하는 사람만 초대하여 섹션에 가입시키면 되었으니 말이다. 그 이야기에 공선자는 순간적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몇 시간 만에 프랜들리 시스템을 거기까지 파악하고 그걸 이용해서 챌린저들을 자신의 휘하에 끌어들였다는 거야? 행동 자체는 상당히 강압적이지만 판단력하고 행동력만큼은 대답한 사람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런 대단한 행동력과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 모든 챌린저들을 이끌려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도움이 될 법한 챌린저’만 이끌려고 행동했다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챌린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무술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조건을 내걸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난 그것보다 50명 중에 무려 40명 가까운 사람이 무술을 배운 적이 있었다는 게 더 황당했음.”

“……에? 그, 그 말은?”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은 채 10명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지. 그 결과 처음에는 고정세가 멋대로 가입 조건을 내거는 것에 불만을 표하던 사람들도 나중에 가서는 거의 대부분이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야 자신은 별문제 없이 섹션에 가입할 수 있었으니 딱히 불만을 표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니, 프로아의 말을 들어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는 모양.

“젠장! 고작해서 무술 좀 익힌 게 뭔 대수라고 그렇게 콧대가 높으신 건지! 기억은 안 나지만 무술은 몰라도 싸움 경험을 많은 것 같다고, 아마도!”

요컨대 무술을 배운 이들의 자부심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 때문에 고정세의 기준에 불만을 품기보다는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소수의 챌린저들을 비웃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 같았다.

“거기에 사실 무술이라고 해도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었어. 어떤 무기든 좋으니까 무기를 다루어본 기본적인 경험이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이야기였으니깐 말이야.”

하긴, 그러니까 무려 50명 중에서 40명 이상이 해당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달인 수준으로 무기를 다룰 무술을 지닌다는 것은 기준이 너무 빡샜을 테니까.

‘거기에 이 사람들은 모르지만 챌린저의 기준은 삶에 대한 강한 의지야.’

그리고 이것은 편견일지 모르지만 보통 무술을 익힌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적인 정신력이 강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위대한 존재라는 녀석의 눈에 들 정도의 강한 의지를 지닌 이들이 상당수 기본적인 무기를 다루는 것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당장 공선자만 해도 살아온 삶이 워낙 비정상적이다 보니까 단검술과 화기를 다루는 것에 일가견이 있었고 말이다. 이것도 무술이라면 무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불만을 표하던 이들도 별문제 없이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자 불만을 표하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기초도 모르는 우리들 같은 사람들에게 발목 잡힐 일이 없어졌다는 생각에서인지 고정세의 제안을 지지하기 시작했지.”

그 결과 40명이 넘는 챌린저들이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네 사람처럼 무술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이들은 떨거지라고 불리며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그, 이,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일단은 무술을 익히고 있다고 거짓말이라고 치고 가입을 했으면 되지 않았을까요?”

오히려 무기를 다루어본 경험이 없었기에 더욱더 섹션에 가입하는 것이 간절했을 수도 있었다.

그야 무기를 다룬 경험이 있다는 것은 적어도 싸우는 법을 안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것마저도 없다면 결국 말했던 것처럼 ‘숫자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싸우는 법을 알게 될 때까지의 경험이 쌓일 때까지 숫자의 힘으로 밀어 붙일 수밖에 없는 것.

모험가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럴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챌린저들에게 존재하는 에볼루션 시스템의 특징을 생각한다면 경험을 쌓게 되면 늦든 빠르든 성장할 수는 있을 터.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경험을 쌓을 수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 경험조차 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에볼루션 시스템이 있어도 결국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숫자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을 해서 섹션에 가입할 생각은 없었냐고 묻는 것이었는데…….

“언젠가 밝혀질 거짓말은 안 하는 주의다. 하지만 그쪽 녀석은 다른 것 같더군.”

“크윽!”

밀리언의 발언에 어째서인지 고그가 신음성을 토해 공선자가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쿠루미가 설명해주었다.

“고정세가 직접 시험해봄. 강압적인 성격답게 본인 스스로가 상당한 무술가인 것 같았음.”

무술은 경우에 따라서 확실히 살아남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다. 그러니 고정세가 챌린저가 되기 전에 무술가였고, 챌린저가 된 뒤에도 그 기억을 가지고 있어도 일단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가진 고정세는 자신의 섹션에 가입하려는 이들을 하나하나 직접 시험을 해봤다는 이야기.

“x발! 동굴에서 다짜고짜 사람을 땅에 처박던 녀석이야! 무술 좀 할 줄 안다고 아주 눈에 뵈는 게 없는 빌어먹을 자식이라고!”

“확실히 나도 그 강압적인 태도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럴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걸. 덕분에 속이는 건 무리였어. 덤으로 이야기하자면 그 남자는 자기가 무술을 배운 적이 없다는 걸 들키고 그런 거 안 배워도 잘만 싸운다면서 덤볐다가 그대로 다시 땅에 엎어치기를 당했고.”

“기, 기억에만 없고 사실은 무술을 배운 걸 수도 있었잖아?! 그래서 일단 덤비고 본 거라고!”

그리고 고그는 보기 좋게 고정세의 기술에 손도 못 써보고 당했다는 이야기. 스텟에 의해서 신체능력이 동일하다면 당연히 기술이 섬세한 쪽이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하기 마련이었다.

“더불어 그 남자가 멋대로 날뛰다가 쪽도 못 써보고 당한 덕분에 고정세의 기준을 통과한 사람들은 더 우리들을 개 무시하기 시작했음.”

그야 공개적으로 그들을 섹션에 가입시키지 않은 이유를 눈앞에서 증명해냈으니 말이다. 그 증명을 위한 도구로써 쓰인 이들이 함께해도 방해가 되는 짐 취급을 당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 터.

“……여자들은 몸을 팔고 남자들은 짐꾼으로서 일할 거라면 섹션에 가입시켜주겠다고 제안해보기도 했지만 그런 거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긍정적인 분위기를 두르고 있던 프로아가 돌연 침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림에 가까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공선자. 순간적으로 기억도 잃은 상태로 알 수도 없는 세계에 떨어진(물론 기억상실로 자신들이 플라워 차원에 대해 알지도 못한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겠지만) 상황에서 잘도 저런 저질스러운 제안을 했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듣기로는 네 사람을 제외한 몇몇 이들은 받아들였다는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그야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을 테니까.

말했다시피 숫자는 곧 힘이 될 수가 있는데 섹션에 40명이 넘는 숫자가 가입하는 순간 섹션에 가입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숫자라는 힘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남은 이들이 무술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이들이니 더욱더 몰릴 수밖에 없는 것. 무술, 정확히는 싸울 줄 모르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여도 우왕좌왕하다가 피해가 생길 확률이 컸다.

그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는 경험 있는 이들이 이끌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그 경험 있는 이들이 경험이 없는 이들을 내버리고 지들끼리 뭉친 것이었다.

그러니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몸을 더럽혀서라도 그들의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단지, 여기 있는 네 사람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뿐인 이야기였다. 공선자는 경험을 통해서 본능적으로 이들의 나이가 적은 것이 이유라고 판단했다.

나이가 어린 만큼 더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자존심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그런 이유로 고정세의 섹션에서 내민 제안을 거절한 것이겠지.

아, 아마 고그만은 다른 이유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앞에서 제물로 삼았으니 원한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애초에 짐꾼으로 일하라는 제안 자체를 안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

뭐가 되었던지 이 자리에 있는 네 사람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렇기에 같은 처지인 사람들끼리 어찌 되었던 힘을 모아보자고 함께 로비에 있었던 것.

“뭐, 그래도 그나마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네 명은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덕분에 혼자서 위험하게 모험가 활동을 하게 되지는 않았으니깐 말이야. 그런 이유로 일단 우리끼리 파티를 만드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 그렇기에 우리는 그 뒤에 파티를 짜서 어떤 식으로 활동할 건지를 결정하려고 의견을 나누고 있었어.”

침울했던 분위기를 집어던지고 다시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어조로 이야기하는 프로아. 정확히는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일단 서로가 같은 처지인 만큼 어제 약속했던 대로 아침에 로비에 모인 뒤 자신들에게 남은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수긍한 네 사람.

그 뒤 파티를 짜자고 이야기를 끝낸 뒤 일단 앞으로 같이 활동하게 되는 만큼 서로에 대해서 통성명을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각자의 이름만 일단 알아두고 있던 상황에서 블러드, 네가 갑자기 여관 문을 열고 들어온 뒤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절을 해버린 거지!”

“그걸 발견한 여관의 노인장을 때마침 로비에 있던 우리가 도와 널 그대로 내 방에 옮기게 되었다는 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저 녀석은 손끝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았고 말이지.”

“흥! 길드 회관에서 날 개 무시하던 녀석이 기절을 하든 말든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거기에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었다며? 그럴 걱정할 필요도 없었네!”

프로아의 말에 이어서 밀리언이 설명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고그를 째려보며 이야기하는데 그의 시선에도 고그는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것.

“그렇다고 해도 모르쇠하며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옮기는 것도 도와줬으면 좋았잖아? 그게 싫으면 적어도 방이라도 빌려 쓸 수 있게 해주던가! 아니, 됐어. 뭔 말을 하던 이제 와서겠지.”

마지막으로 휴우, 한숨을 내쉬는 프로아의 모습에 공선자가 자신이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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