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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28/194)



〈 128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공선자의 그와 같은 반응을 눈치챈 프로아가 그렇게까지 힘든 일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말을 해준 뒤에야 공선자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우리들이 왜 너한테 파티를 제안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끝이야. 대부분의 챌린저들이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한 상황이어서 우리한테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으니깐 말이야.”

그러니 설령 환자라고 이야기해도 같은 챌린저인 이상 그들의 입장에서는 일단 제안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단 본격적으로 제의를 하기 전에 확인해보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는데 말이야. 최우선적으로 네 몸 상태에 대해서 알고 싶어. 정말로 따로 치료 같은 걸 받지 않아도 되겠어?”

그런 처지에 처해 있는 자신들의 사정은 전부 이야기를 끝마쳤다. 그러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공선자에게 파티 가입을 제안하려고 하는 것.

허나, 그전에 프로아는 마지막으로 공선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야 몇 시간 전에 여관 앞에서 쓰러지지 않았는가?

일단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다고 해도 의식을 잃은 것이었다. 의식을 잃었다는 것은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다는 이야기.

물리적인 상처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기절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본래라면 일단 치료 시설을 찾는 것이 정답이었다.

현대였다면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고 해도 의식을 잃는 사태가 발생하면 일단 병원에 가봤을 테니깐 말이다.

그러니 프로아는 공선자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는 것이었다. 정말로 이대로 이야기를 진행해도 괜찮겠냐는 의사를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어째서 기절한 것인지 그 원인을 잘 알고 있는 공선자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고 말이다.

“아, 네……, 제가 기절한 건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충격에 의해서였으니까요. 그러니 굳이 치료 시설을 찾아갈 필요는 없어요. ……아마도.”

자신의 몸인 주제에 마지막에 가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게 공선자답다면 다운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

허나,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니 걱정스러워하는 시선을 보내면서도 더 이상 그에 관해서는 묻지 않기로 결정하는 프로아.

여유가 있다면 뭐가 되었던지 우선은 공선자에게 치료 시설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을 것이다.

허나, 공선자의, 아니, 챌린저들에게 그 정도의 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챌린저들은 어제 막 이쪽 세계에 떨어졌기에 플라워 차원에는 어떤 종류의 치료 시설이 존재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현대처럼 병원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비슷하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치료 시설이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판타지 세계처럼 막 신전 같은 곳이 상처를 치료해주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것.

마법 같은 게 있다고 하니 신성력이니 하는 걸로 상처를 치료하는 시설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챌린저들은 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파악했다고 해도 그 시설에서 검사나 치료를 받을 돈은 있는가?

그런 이유로 프로아는 걱정이 된다고 해도 함부로 공선자에게 일단 검사부터 받고 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거기에 공선자가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이야기하면 프로아를 포함한 네 사람의 입장도 곤란해지고 말이다.

그야 그들은 공선자가 챌린저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를 영입하고자 이 자리에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공선자가 빠져버리면 여러 가지로 곤란한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공선자의 몸을 걱정하고는 있지만 그가 괜찮다고 하는 이상은 억지로 쉬거나 치료 시설을 찾으라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봐라. 거기에 네 녀석의 상태가 기록되어 있을 테니까 자기 몸 상태를 살피는 것 정도는 가능할 텐데?”

그때 밀리언이 자신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입에 담자 그제야 다른 이들이 그런 방법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는 것이었다.

공선자 역시 스테이터스 창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해준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기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밀리언의 말을 듣고 당황해서 황급히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띄우는 공선자. 그리고 눈을 굴리며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살펴보던 공선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해주는 것이었다.

“아, 네……. 딱히 큰 이상이 있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이대로 이 자리에 있어도 괜찮을 것 같네요.”

공선자 역시 일단 경험상으로는 자신의 상태가 문제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객관적인 사실로서 확인하게 되니 안심되는 것이었다.

문제가 있으면 스테이터스 창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을 터. 그런데 스테이터스 창에 아무런 정보도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아무 문제도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구나. 그러면 이대로 대화를 이어가도 되는 거지? 설마 대화 도중에 갑자기 막 쓰러져서 발작을 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

“쿠루미,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호러 영화를 보는 취미 없음. 문제 있을 것 같으면 냉큼 이탈.”

조심스럽게 묻는 프로아와 눈앞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을 보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심정을 담는 쿠루미의 발언에 공선자는 그저 고개를 도리질 칠뿐이었다.

걱정해주는 것은 고마웠지만 정말로 이상이 없다는 손사래를 치는 것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쿠루미의 경우에는 걱정해주는 건지 저주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됐고. 이대로 대화하는 게 문제가 없으면 냉큼 본론으로 들어가. 요컨대 바로 직전에 설명한 대로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하지 못한 나를 비롯한 이 자식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뭉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설마 너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한 상태냐?”

마치 그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라는 어조로 공선자에게 강요하는 것 같은 말투를 사용하는 고그.

마지막에 가서는 으르렁거리다시피 하는 그의 목소리에 공선자가 살짝 겁에 질린 표정을 하자 프로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아니, 너는 바보야? 뇌까지 근육인 거야?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했으면 방금 전까지 우리들이 했던 설명을 모르고 있었을 리가 없잖아? 거기에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한 사람들이 분명히 오늘 아침 일찍부터 활동을 하기는 했어도 그래 봤자 해가 뜬 직후부터야. 이 사람은 아침부터 활동을 한 게 아니라 아침에 활동을 끝내고 돌아온 사람이고!”

고정세의 섹션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고 그들의 활동 영역에서도 완전히 따로 놀고 있는 공선자가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정말로 뇌가 달려 있으면 스스로 생각이라는 걸 쫌 하라는 시선으로 고그를 바라보는 프로아.

그녀의 시선에 고그가 너무 막말했다는 자각은 있었는지 ‘아니, 난 뭐 첩자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던 거지!’ 라고 자신이 생각해도 되지도 않는 변명을 내뱉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가지. 저러니까 고정세한테도 터지고, 여자한테도 터지는 동네북이 되는 거다.”

“네놈은 진짜……! 내가 혼자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면 네놈은 기필코 묻어버리고 떠난다!”

혀를 쯧쯧 차며 중얼거리는 밀리언의 발언은 들은 것인지 고그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서 소리쳤지만 밀리언는 어깨를 으쓱이며 현실성 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취급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투닥거림에 만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익숙하다는 것처럼 한숨을 쉰 뒤 어깨를 늘어트린 프로아가 두 사람의 말을 끊으며 자신의 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일단 쫌 조용히 해! 우리가 블러드를 파티에 영입하려는 것도 사실이고, 또 사정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단순한 영입이 아니라 어쩌면 생업이 걸린 것일 수도 있는 절실한 영입이지만 일단은 당사자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잖아?!”

“네, 네?!”

설마 자신에게 파티에 가입하라는 권유을 하기 전에, 아니, 이미 권유는 했지만 어쨌든 이미 권유를 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정을 듣겠다는 프로아의 발언에 공선자가 당황해서 식겁을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공선자의 표정을 단순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어서 놀랐다는 표정으로 해석한 것인지 쿠루미가 입을 여는 것이었다.

“확실히, 쿠루미들은 상당히 몰려 있음. 기억이니 세계 멸망이니 운운하기 전에 당장 모험가로서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 그야 전원 전투 경험이 없는 건지, 아니면 기억상실로 소실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싸울 줄 모르는 아마추어.”

그런 상황에서 실력 부족을 메꾸어 줄 숫자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까놓고 말해서 공선자가 아직 고정세의 섹션에 가입하지 않은 챌린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절실하게 그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게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사자 의견을 무시할 생각은 없음. 앞으로 협력관계를 구축. 할 수 있다면 무난한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하는 만큼 쿠루미들은 블러드의 사정을 들어볼 생각.”

요컨대 그거였다. 거절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무슨 수를 써서든 파티에 가입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야 어쩌면 목숨이 걸린 일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모험가로서 의뢰를 수행할 때 5명이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는데 4명이 가서 전멸했다, 라는 일이 없다고는 확신을 할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더욱더 그들은 그에게, 정확히는 쿠루미와 프로아는 공선자에게 강요를 할 생각이 없는 것.

대신에는 거절할 것이라면 자신들의 납득할만한 공선자의 사정을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쿠루미와 프로아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설령 파티에 대한 건을 거절한다고 해도 일단 그 이유를 듣기만 하는 걸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지! 이왕이면 그냥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걸로 하자! 파티는 거절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정도 괜찮잖아?”

아, 물론 어디까지나 서로가 서로에게 공개해도 괜찮겠다고 판단한 정보만 공유해도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는 프로아였다.

굳이 상대의 사정을 꼬치꼬치 캐묻는 그런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서로 같은 처지에 같은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정보 공유를 제안하는 것.

“에, 에……. 그게…….”

그리고 프로아의 그와 같은 제안에 공선자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눈동자를 뱅글뱅글 회전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었다. 문제가 되는 건 파티 권유에 대한 부분이었다.

일단 프로아들의 사정에 대해서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어째서 공선자가 챌린저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곧바로 그에게 파티 권유를 한 것인지도 말이다.

허나, 지금의 공선자는 이것을 받아들여야 할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지 도저히 판단이 서질 않았다.

밤의 공선자라면 단호하게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거절이라고. 그리고 그들에게는 대충 지어낸 사정을 이야기해 에둘러서 거절을 했을 터.

그러나 아침의 공선자는 밤의 공선자처럼 요령이 좋지를 못했다. 아니, 요령 이전에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거절해야 할지조차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이성은 거절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최대한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서는 그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감정은, 감정은 그렇지 않았다. 오로지 한 명에게만 의지해오던 공선자였다. 그리고 그 한 명, 자신의 반신은 자신을 위해 희생하여 이 세계에서 소멸된 상태.

그렇기에 공선자는 더는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다.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그와 처지만큼은 비슷한 이들이 손을 내밀어 온 것이었다.

애초부터 반신에게 의지해오는 것 외에는 살아가는 방식을 모르던 공선자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삶을 경험해왔으니까.

그렇기에 반신이 사라진 뒤 어떻게든 자립하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장 밤에는 어렵지 않게 사냥하던 쌈닭을 보고 아침에는 꽁지 빠져라 도망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결의를 해도 그 결의를 관철할 의지가 부족했다. 그런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공선자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프로아들이 손을 내밀어 준 것이었다.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었다. 허나, 설령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그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이들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감정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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