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스스로 강해지는 것도 모험가로서 성장하며 돈을 벌고 플라워 차원에서 살아가 나아가 세계의 멸망을 막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었다.
그러나 장비나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강한 이들을 서포트 하고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활동하는 이들을 서포트하는 방법 역시 경우에 따라서는 의식주를 해결하고 공선자의 최우선 목표인 생존을 가능케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지 않을까?
아침의 공선자는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것. 물론 스스로도 이것이 몬스터와 싸우는 게 무서워서 떠올린 변명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선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단순히 도피를 위해서만이 아닌, 그 외의 이유를 품고서.
파티원들에게 도움이 되어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자신이 주력으로 사용하던 총을 만들어 보다 안전하게 싸우고 싶었다.
설령 총이 초능력자(권능사용자)들을 상대로 했을 때처럼 강력한 무기가 아닌 단순한 ‘무기’에 불과한 수준의, 구체적으로 검을 전문으로 다룰 줄 아는 이가 검을 드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수준의 성능밖에 낼 수 없다고 해도 공선자는 총으로 싸우고 싶었다.
총이라는 무기는 다름 아닌 공선자에게 있어서 가장 익숙하면서도 특기라고 자신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기도 했으니까.
잊고 싶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과거를 늘 함께 해온……, 어떤 의미로 지금은 사라지고만 자신의 ‘반신 인격’을 추억하게 해주는 물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거기에 검과 다를 게 없는 수준이라는 건 다르게 이야기하면 검처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제대로 무기로써 통하기도 한다는 의미잖아?’
결국 무기라는 것은 검이든 창이든, 활이든, 총이든 ‘사용자의 역량’ 따름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능력자의 영역에서는 총은 검보다 좋지 않은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예 못 쓸만한 무기는 아니었다.
그 증거로 공선자는 과거 총을 다루어 이능력자에 속하는 초능력자(권능사용자)들도 심심치 않게 죽여본 적이 있는 것.
……단지, 검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세계에서 굳이 검보다 넘사벽의 성능을 자랑하는 것도 아닌데 총을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했다시피 공선자에게 총이란 여러 의미가 담긴 물건인 것이었다.
……아니, 의미고 나발이고 당장 일정 수준 이하의 적은 원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겁쟁이인 아침의 공선자에게는 꼭 필요한 무기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앞으로 아침의 공선자인 상태에서 지금처럼 할 일이 없는 시간이 생기면 제작 계열 마스터리 스킬을 익혀서 총기 제작을 목표로 노력해보기로 결정하는 공선자.
“……그런데 뭐가 되었던지 결국 마스터리 스킬을 익히려면 직업을 습득해야 하니까 당장은 의미가 없는 결심 아닌가? 이거? ……난 정말 바보인 건가.”
그런데 일단 결심을 했는데 정작 제작 계열 마스터리 스킬들을 습득할 SP는 물론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상태인 것이었다.
그 사실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 의기양양한 상태였던 자신을 다시금 한심하게 느끼며 어깨를 축 늘어트리는 공선자.
이후 그는 일단 결심은 결심대로 내버려둔 뒤에 원래 목적으로 했던 쌈닭의 처리를 위해서 움직이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수레를 어디서 구하지……? 진짜로 만들어야 하나? 만들려고 하면 못 만들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 생각해보니까 못 만들 것 같았다. 수레라는 게 겉으로 보기에는 별거 없어 보여도 실제로 만들려면 이것저것 많이 필요한 물건이었으니 말이었다.
당장 수레로 만들 만한 나무판자를 준비해야 했고, 어정쩡한 바퀴가 아닌 튼튼한 바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지식도 요구되는 것.
거기에 나무판자를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못과 그 못을 박아 넣을 망치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필요한 형태로 판자를 잘라내기 위해서는 톱도 필요했고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이거 무리인 게 아닐까? 아니, 하지만 그렇다고 쌈닭의 시체를 질질 끌고 가는 것도 아니잖아? 피도 떨어질 텐데?’
그렇지만 방법이 없었다. 방법이. 수레를 만들려고 해도 못이나 망치를 사야 했고, 나무판자도 구해와야 하는데 그럴 자금이 공선자에게 어디 있겠는가?
생각 이상으로 챌린저로써 살아가는 것은 하드하기 그지없는 난이도였다. 초기 자금이라고는 단 1원도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나마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것에는 아예 양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마저도 일주일 한정.
새삼스럽게 그 의미를 절실하게 깨닫는 공선자였다. 만약 챌린저가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흥청망청 제한된 초기 기간인 일주일을 보내게 된다면 농담이 아니라 거지가 되어 길거리에 내앉을 수도 있는 것.
아무리 마법 덕분에 근대에 가까운 문명 수준이라고 해도 그거야 지구에서도 그랬듯이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인 것.
그런 의미에서 근본적인 과학 문명은 확실히 중세 시대에 가까운 만큼 이 소나타라는 도시에도 흔히 생각하는 그런 중세 시대의 빈민가라는 게 존재하는 상황.
마법에 의한 이능 문명까지 생각하면 문명 수준은 분명히 중세보다는 근대에 가까운 세계였다.
중세 시대의 과도기라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공선자가 총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였고 말이다.
총이라는 무기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등장한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능 문명이 중심이 아닌 과학 문명이 중심이었다면 플라워 차원에서도 이미 총이 개발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시기인 것.
그러나 아무리 문명이 총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를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돈이 없는 사람들은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빈민가는 딱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었다. 도저히 상당한 수준으로 문명이 발전한 도시에 존재하는 구역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았고 위생도 좋지 않았다.
아마 전염병이 발발하면 그야말로 떼로 죽어나가지 않을까? 하는 수준으로. 물론 공선자도 직접 가본 적은 없었다.
그저 그런 공간이 있다, 라는 정보만 얼핏 들었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챌린저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고 나태하게 보낸다면 그 빈민가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야말로 하드 난이도도 이런 하드 난이도가 없었다. 거기에 당장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머지않아 플라워라는 이름의 이쪽 세계가 멸망해버린다고까지 하니 챌린저들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
‘으으, 그런 일이 없도록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 할 수 있는 일도 한정되어 있다는 건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결국에는 돈이 문제였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다! 구체적으로 돈을 벌고 싶어도 초기 자금이 땡전 한 푼도 없으니 돈을 벌기 위한 작업조차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고로 지금 공선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돈! 돈! 돈! 적어도 수레를 만들거나 살 정도의 돈이 있어야지 이후 자연스럽게 인벤토리에 존재하는 쌈닭을 매각하여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으으! 생각하자……. 무슨 방법이 없나? 하다 못해서 어디서 톱이나 망치 같은 공구라도 구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한두 푼 하는 게 아닐 텐데…….’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고민만 하다가 2시간을 내리 보낼 것 같다는 예감에 공선자가 자신의 머리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을 때였다.
‘잠깐 기다려 봐. 지금 내가 아예 돈이 없는 건 아니잖아? ……현금은 땡전 한 푼 없지만 T라면 3T. 즉, 3만 원에 상당하는 돈은 가지고 있는데?’
3T. 솔직히 말해서 쓰고 싶지 않았다. T의 경우에는 가치가 높다고 해도 지금 공선자가 머물고 있는 세계에서는 구할 수 없는 고위 문명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구하게 만들어주는 화폐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일단 최대한 모아둔 뒤에 정말로 필요할 때나 이 물건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보다 고위 문명, 제3문명 이상의 상품을 살 때 사용하고 싶었던 것.
제2문명 수준에 해당하는 세계인만큼 웬만해서는 제3문명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은 구하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꼭 필요할 때가 아니라면 도대체 언제가 꼭 필요할 때라는 건데? 그래! 일단 수레를 하나 장만하면 그 뒤에는 20마리의 쌈닭을 전부 팔 때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하나 장만하자!’
고민을 거듭하던 공선자는 이내 결정했다. 3T 중 일부를 사용하는 것으로 일단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수레를 사기로 하는 것!
무엇보다 사두면 쌈닭의 사체를 운반하는 것 외에도 나중에 무엇인가를 대량으로 운반해야 할 때 써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에 결심을 끝마친 공선자는 마스터리 스킬을 확인 할 때 열었다가 닫았던 상점 시스템을 다시금 오픈하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제2문명의 상점 창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인 수레를 찾을만한 카테고리를 뒤적거리는 것이었다.
‘수레, 바퀴의 회전 운동을 이용하여 물리적인 물체를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든 수레 계열의 상품을 파는 카테고리. 동력에 따라서 세부 항목이 나누어지는 모양이네.’
제3문명의 수레 카테고리의 세부 항목에는 기계식 동력 수레라는 항목으로서 자동차는 물론 기차나 오토바이 같은 물건도 팔고 있었다.
심지어 컨베이어 벨트조차 기계식 동력 수레로 취급하여 팔고 있는 상황. 허나, 제3문명의 물건은 제2문명의 세계에서는 못해서 수십 배의 가치를 지닌다.
요컨대 자동차는 최소 수억T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컨베이어 벨트는 규모에 따라서 자동차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
그러니 제3문명의 물건은 애초에 관심도 갖지 않고 얌전히 제2문명의 항목의 수레 카테고리에서 인력 수레 항목을 찾아보는 공선자.
같은 인력 수레라고 해도 제2문명과 제3문명의 기술 발전도는 비교를 불허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겉보기에는 크게 다를 것 없는 상품이라고 해도 내구성과 같은 면은 월등히 제3문명의 인력 수레가 더 뛰어났겠지만 말했다시피 제3문명은 겉보기에는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해도 수십 배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
때문에 21세기 지구에서 살아오던 공선자는 어딘지 엉성해 보이는 수레를 사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톱이나 망치 같은 것을 구해서 직접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지만 지금의 공선자는 아직 제작 계열의 마스터리 스킬을 익히지 않은 상태.
이런 상태에서 과연 그가 상점 시스템에서 파는 물건보다 더 질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가?
총에 대한 지식은 있어도 수레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은 없었다. 거기에 나중에 어디 쓸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망치와 톱 같은 공구도 살펴봤지만…….
“비쌌지. 그것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비쌌어. 차라리 완성된 수레를 하나 사는 게 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필요한 공구를 전부 사고 난다면 수레를 사는 것보다 비쌀 수준.
물론 공구의 경우에는 한 번 장만해두면 계속해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아니, 앞으로 장비와 도구를 제작해볼 것을 결심한 공선자이니 늦든 빠르든 마련하기는 해야 했다.
하지만 공구를 사게 된다면 수레를 사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정작 수레를 만드는 것을 시도해봤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실패해버린다면?
결국 3T만 날아가는 것 아닌가? 그러니 공선자는 그냥 안전하게 완성된 수레를 하나 사기로 결정하는 것.
만약 제작 계열의 마스터리 스킬이라도 있었으면 공구를 사봤을 테지만 아직까지는 마스터리 스킬이 존재하지 않으니 안전책을 택하기로 한 것이었다.
‘일단 밖으로 나간 뒤에 사람이 없는 곳에서 구매할까?’
상점 시스템을 통해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였다. 그렇기에 어떤 식으로 상품이 지급될지가 알 수가 없는 것.
아마 높은 확률로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꺼낼 때처럼 허공에서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하는 공선자였는데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있는 방에서 수레를 사기에는 곤란했다.
자신이 사려는 수레의 크기는 가장 싼 수레이기에 가로가 2미터를 넘지 않았지만 공선자가 머무는 방의 문은 수레의 가로 길이보다 약간 더 짧은 수준.
요컨대 방에서 수레를 지급받으면 들고 나가기가 곤란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로 곤혹스럽게 된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차라리 밖에서, 그것도 허공에서 물건이 튀어나오는 광경을 볼 사람이 없는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수레를 사기로 결정한 공선자는 그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