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70/194)



〈 170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그럴 것이 아직 갈아입을 옷이 없다 보니 챌린저 특유의 복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허나, 다행히도 사무원은 공선자가 챌린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그가 알고 싶어 하던 내용을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아마도 챌린저들은 일주일 동안 그 간판 아가씨가 담당하는 것이 되었기에 다른 사무원들은 챌린저들의 특징을 모르고 있었던 모양.

챌린저라는 길드장이 직접 스카우트한 신인 모험가들이 있다, 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잘 모른다는 느낌.

그렇기에 공선자는 운이 좋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수상한 시선을 받지 않으면서도 쌈닭의 시체를 매각할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3만 원. 이거면 최대한 싼 옷이라면 하의랑 상의에 속옷까지 해서 셋트로 1벌 정도는 살 수 있으려나. 옷감의 질감은 오히려 지금 입고 있는 옷보다 나쁠지 모르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겠지.’

그 덕분에 공선자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쌈닭의 사체 1개는 3만 원이라는 돈으로 매각하는 것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길드는 채집형 의뢰로써 쌈닭의 사체도 직접 수거했는데 길드 회관에서 받아주는 것이 아닌 길드 회관의 뒤쪽에 준비된 공간에서 매각하는 사체를 받아주는 것이었다.

즉, 수레에 쌈닭의 시체를 올려두고 길드 회관 내부로 들어갔으면 다른 모험가들의 시선을 어쩔 수 없게 끌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운이 나쁘면 그로 인하여 파티원인 프로아들이 공선자가 혼자서 쌈닭을 사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지도 몰랐다.

정확히는 아침의 공선자가 아니라 밤의 공선자가 가능한 것이지만 어쨌든 둘 다 결국에는 공선자이니 괜히 혼자서도 쌈닭을 사냥할 실력이 있으면서 자신들을 속였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이야기.

아니, 정확하게는 오해가 아니기는 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파티원들에게 자신에 대해서 알리고 싶지 않았던 공선자이기에 모험가 길드에서 모험가들과 사무원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어쩐지 몬스터나 마수의 사체 일부나 사체 그 자체를 채집해오는 채집 의뢰를 수행하는 모험가들도 많을 텐데 토벌 증표라면 모를까 몬스터나 마수의 사체를 들고 길드 회관 내부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싶었다.

채집 의뢰를 맡은 사람들은 길드 회관 뒤쪽에 준비되어 있는 매각 건물이라는 이름의 건물에서 자신들이 채집해온 사체를 처리했던 것.

채집형 귀속 의뢰를 맡을 경우 사무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주기에 어지간히 바보가 아니거나 공선자처럼 사전 정보 없이 채집형 자유 의뢰를 수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매각 건물이 아니라 길드 회관 쪽으로 사체를 가져오는 경우는 없는 것이었다.

여하튼 운이 좋게 길드 회관에 사체를 가져가는 관종 짓을 하지 않을 수 있던 공선자는 별 문제 없이 쌈닭의 사체를 1마리 처리하고 3만 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고작 3만 원이 어딜 봐서 거금이냐? 하고 말할 수 있었지만 1원도 없는 공선자에게는 거금인 것이었다.

……뭐, 3만 원이라고 해도 공선자가 알고 있는 한국의 지폐와는 전혀 다른 화폐였지만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쌈닭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사무원에게 조금 곤란한 질문을 받았다는 것 정도?

길드의 사무원은 모험가가 어떤 의뢰를 수주받은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인지 공선자가 프로아들과 귀속 의뢰를 수주받은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귀속 의뢰로 쌈닭을 토벌하는 의뢰를 받았으면서 어째서 쌈닭의 사체를 3만 원에 파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

정확히는 쌈닭의 사체를 2만 원에 매각하는 것은 이해를 해주었다. 단지, 귀속 의뢰를 수행 중이기에 토벌 증표로 1만 원이 아닌 1만 3천 원을 벌 수 있으면서 굳이 토벌 증표 역시 자유 의뢰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매각하려던 것을 영문 몰라 했던 것.

다행히도 모험가 길드의 규칙상 귀속 의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귀속 의뢰를 수주받는 것은 불가능해도 자유 의뢰를 달성하는 것은 가능했다.

때문에 왜 굳이 귀속 의뢰가 아닌 자유 의뢰로 쌈닭의 사체와 토벌 증표를 매각하려는 것인지 의문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심각하게 따지고 들지 않았다.

그 덕분에 어떻게든 파티원들과 파티를 하기 전에 자신이 혼자서 잡은 쌈닭이기에 그런 것이다! 라는 진실로 포장된 변명으로 속여 넘길 수 있었던 것.

경우에 따라서는 파티원들과 함께 사냥한 쌈닭을 혼자서 독식하기 위해서 귀속 의뢰가 아닌 자유 의뢰로 매각하려는 것이다! 라고 착각 당하는 것 아닐까 겁을 먹었었지만 말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사무원은 설마 공선자가 고작 3만 원에 눈이 멀어 얼마 가지도 않아 들켜버릴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

그야 귀속 의뢰를 해결하려면 쌈닭의 토벌 증표가 필요한데 그걸 자유 의뢰로 매각해버리면 아무리 그래도 파티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아닌가?

그러니 공선자가 만약 쌈닭을 빼돌린다면 빠르게 들켜버릴 것이라 생각했고 이제 막 모험가 활동을 시작한 새내기에게 모험단의 멤버들과의 신뢰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사무원은 공선자가 그런 자멸할 것이 뻔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

실제로 딱히 공선자는 파티원들과의 성과물을 빼돌리거나 한 것은 아니기도 했으니 말이다.

여하튼 그 덕분에 문제가 있을 뻔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이 쌈닭의 사체를 처분하는 것에 성공했다.

가지고 있는 20마리 중 고작 1마리밖에 처분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드디어 땡전 한 푼도 없다는 신세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덤으로 쌈닭을 토벌하는 토벌형 자유 의뢰 한 건과 쌈닭의 사체를 채집하는 채집형 자유 의뢰 1건을 달성하여 공선자의 모험가로서의 성과에 정립되기도 했던 것.

이 덕분에 설령 프로아들과 함께 받았던 귀속 의뢰가 실패한다고 해도 공선자는 따로 마이너스 경력을 해결하기 위해서 잡일을 하러 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덕분에 이쪽 세계에 떨어진 뒤로 처음으로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옷을 사기 위해서 시장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소나타는 거대한 도시인만큼 존재하는 시장도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어떤 장소는 시장이라고 말하기에는 초라한, 간신히 입에 풀칠하는 가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어떤 곳을 그야말로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시장들이 존재했다.

또 어떤 장소는 시장이라는 이름보다는 상점가라는 이름이 더 정확한, 건물을 가지고 있는 가게들이 중심이 된 장소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는 가격을 지닌 물건들을 취급하는 가게들도 있는 것.

당연히 공선자는 이런 쪽의 가게들이 몰려 있는 상점가에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애초에 저런 상점가에는 공선자가 말을 들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

이 도시에서도 상류층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고용된 높은 등급의 용병들은 물론 도시의 치안수호대가 상당한 숫자로 배치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공선자 같이 딱 봐도 그 상점가와는 어울리지 않은 차림의 사람이 접근해봤자 힘으로 돌려보내질 뿐이라는 이야기.

그런 이유로 억 소리 나는 상점가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평범한 상점가 역시 지금의 공선자에게는 상당히 물가가 비싼 장소였기에 그는 그쪽으로는 향하지 않았다.

대신 공선자는 길을 걸으며 슬쩍슬쩍 인상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을 위주로 자신이 옷을 살만한 가게에 대해서 물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앞서 언급했던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할 정도의 노점상들이 모여 있는 작은 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거기에서 검은색 일색의 괜찮은 옷을 속옷을 포함해서 한 벌, 2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옷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질감은 지금 공선자가 입고 있는 옷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쁜 수준.

솔직히 이런 수준이라면 21세기 현대에서는 도저히 입을 만한 옷은 아닌 수준이었지만 플라워 차원에서는 입고 다니기에는 문제없는 수준의 옷에 해당하는 것.

오히려 4만 원이나 5만 원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옷이었는데 2만 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이상함을 느낄 정도.

물론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옷 자체가 중고였던 것. 무슨 형이나 언니가 입던 옷을 물러 입는 것도 아니고 설마 다른 세계까지 와서 남이 입던 옷을 입게 될 줄은 몰랐던 공선자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사정을 생각하면 중고라고는 해도 내구성 자체는 문제없어 보이는 옷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를 표해야 할 정도.

거기에 옷도 공선자가 좋아하는 검은색 색감의 옷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이 옷이면 피가 튀어도 그렇게 눈에 띄지 않고 어둠 속에 더 잘 녹아들어 보다 확실하게 암습을 성공시킬 수 있을 거다! 라는 생각을 떠올린 공선자는 결국에는 그 검은색 일색의 옷 한 세트를 구입한 것.

스스로도 검은색을 좋아하는 이유가 에이전트로서 활동했던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드디어 갈아입을 옷이 생겼다는 사실에 조금 기쁜 느낌에 옅은 미소를 짓던 공선자.

아, 그래도 속옷까지 검은색이었던 것은 조금 너무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같은 옷감으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에 그냥 납득했던 공선자라고 한다.

‘일단 이 옷은 인벤토리에 넣어둔 뒤에 여관에 도착하면 샤워실에서 빨아야지. 일단 빨아서 팔고 있다고는 했지만 중고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냥 입기에는 찝찝하지.’

특히 속옷은 무조건 서너 번을 빤 뒤에 입겠다고 생각하는 공선자였다. 괜히 전에 사용하던 사람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 남아있어 전염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속옷은 중고가 아니라 새것으로 사고 싶었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으니 최대한 옷감이 상하지 않는 수준에서 빡빡 빨아서 사용할 수밖에.

‘지구에서 입던 속옷과 비교하면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입지 않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공선자는 마지막으로 남은 3만 원 중 2만 원을 쓰고 남은 1만 원이라는 자신의 전 재산을 확인한 뒤 주변에서 누가 보고 있지 않나 경계한 뒤에 슬그머니 인벤토리에 화폐를 보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떻게든 당장 갈아입을 옷을 구할 수 있었던 공선자는 파티원들과 약속한 대로 그들과 향후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여관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쌈닭의 사체를 팔고 최대한 싸면서도 괜찮은 품질의 옷을 찾기 위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낸 덕분에 어느새 약속 시각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시간을 확인한 것도 있었지만 과거 권능으로써 시안을 소유했고, 지금도 각성 스킬로 시안을 가지고 있는 공선자의 시간 감각은 객관적으로도 매주 정확했다.

그렇기에 굳이 시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약속 시각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 파악할 수 있었기에 지체하지 않고 여관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2T를 소모하여 수레 하나를 구매한 뒤 쌈닭을 처리하여 1만 원과 속옷을 포함한 옷 한 세트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공선자는 최대한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가며 여관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눈을 피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였지만 이것은 거의 버릇 같은 것이었기에 본인조차 그러려니 하는 느낌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며 여관으로 돌아온 공선자는 슬쩍 여관의 로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저기……, 먹고 사는 게 원래 이렇게 힘들었던 거냐? 내가 비록 기억은 없지만 적어도 온몸이 외치고 있다고. 이렇게까지 힘든 건 뭐가 이상하다고 말이야! 애초에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부터가 이상하잖아?! 모순이잖아?!”

“기억이 없는 건 매한가지인데 그런 걸 나한테 따진다고 해도 알 턱이 있냐? 그리고 그런 불평불만 늘어놓을 틈이 있으면 밥이나 든든히 먹어. 이후에는 우리 파티가 로테이션이 돌아올 차례인 것 같으니깐 말이야. 고작 하루밖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섹션장이 무지하게 깐깐한 건 나도 알 것 같으니깐 말이지.”

“케엑! 그건 깐깐한 게 아니라 사람을 엄청나게 험하게 굴리는 거라고! 거기에 태도도 무지하게 고압적이고…….”

“그래서 카리스마는 있잖아?”

“그러니까 그건 카리스마가 아니라 폭력에 가까운 무엇인가라니까? 일단 상황을 주도해가는 능력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진심으로 따르고 싶어지는 타입은 아니라고 해야 하나…….”

로비에는 공선자와 마찬가지로 오늘부터 모험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챌린저들이 꽤 존재하고 있었다.

전에 확인했을 때에는 부상자들이 상당했는데 그 부상자들은 각자의 방에서 쉬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제 막 저녁 식사를 들 시간 때가 되어서 그런 것인지 비교적 멀쩡한 모습을 한 챌린저들의 숫자도 꽤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