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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77/194)



〈 177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심지어 대답을 입에 담은 프로아 자신조차도 상당히 얼이 나간 대답이었다는 자각은 있는 것인지 눈을 점으로 만들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명확한 금액에 대해서는 애초에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반응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까?

뭐가 되었던지 여태까지 파티원들을 이끌고 대화를 잘 주도해 나아가던 도중에 그 분위기를 완전히 깨먹는 대답이 돌아온 것만은 명확했다.

그로 인하여 파티원들은 공선자를 제외한 전원이 가자미눈으로 프로아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공선자의 경우에는 그냥 이게 뭔 상황인지 이해가 자체가 따가라지 못하여 그냥 눈앞에 있는 음식에나 집중하자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고 말이다.

“으으! 그렇게 바라보지 마! 어쩔 수 없잖아?! 나도 너희들이란 똑같이 어제 막 이 도시에 도착한 상황이라고! 그런 상황에서 도시의 물가 같은 걸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공선자를 제외한 다른 파티원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한 프로아가 변명을 하듯이 소리친 발언에 일단 설득력은 있었기에 파티원들은 납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긴, 오히려 프로아가 소나타의 물가를 술술 읊으면서 1달 동안 생활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금액이 필요한지 책정했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이상할 것 같기는 했다.

“틀린 말은 아니군. 이건 우리가 그녀한테 너무 무리한 기대를 했다는 거다. 그러니 너무 그녀한테 뭐라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겠군.”

“칫, 정작 중요한 부분을 모른다고 딱 잡아 때다니, 완전히 김빠지잖아. 그럼 정작 그 중요한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한다는 부분은 이제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거냐?”

프로아의 말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기에 더 이상 시선으로 그녀를 추궁하는 것을 그만두는 파티원들.

그 뒤 밀리언의 말에 이어서 그럼 고그가 어쩔 거냐는 어조로 물어오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한 태도였던 프로아가 한 번의 실수 아닌 실수로 조금 주눅이 들어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뭐, 그래야 하지 않을까? 당장 6일 뒤에 이 여관에서 나가야 하는 만큼 그 후에 머물 적당한 여관을 고르기 위해서라도 한 달 치 방값을 알아봐야 하고…….”

그 외에도 한 달 동안 먹을 식사를 생각한다면 식비도 알아봐야 했다. 또한, 그 외에 입을 옷의 가격도 알아봐야 했다.

여기에 의식주뿐만 아니라 챌린저들은 모험가 활동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 역시 존재하는 것.

장비는 어떻게든 초기 장비로 해결을 본다고 해도 이 장비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유지보수비.

여기에 프로아가 사용하는 활의 경우에는 화살과 같은 소모품이 필요한 것. 다른 파티원들도 모험가 활동을 하다 보면 소모품을 사용하게 될 수 있으니 그 소모품들의 가격도 알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즉, 앞으로 먹고살든 모험가 활동을 하든지 일단 소나타의 물가를 알아보는 것이 급선무다, 라는 이야기를 프로아들이 나누고 있을 때 깨작깨작 음식을 먹으며 눈치를 보던 공선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모험가로서 활동하기 위한 소모품에 대한 물가 확인을 그렇다 쳐도 의식주는 딱히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어?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블러드? 설마 블러드는 소나타의 물가에 대해서 뭐 아는 거라도 있어?”

설마하니 공선자가 그쪽 분야를 알고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는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프로아에게 공선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었다.

“그, 그럴 리가요. 저도 어제 도착했는데……. 단지, 어느 정도 물가를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 저희한테 있어서…….”

조심스러운 공선자의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인지 프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쿠루미가 무엇인가를 떠올린 것인지 갑작스럽게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었다.

“단위 및 환전의 개념을 포함한 번역 시스템에 의한 화폐의 가치의 자동 환전 기능. 그걸 말하는 것 같음.”

쿠루미가 끼어들어 언급한 기능에 밀리언과 프로아가 그제야 과연! 하고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그의 경우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기만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어색한 연기 톤으로 ‘그, 그게 있었지!’ 라고 중얼거렸다.

……오히려 그 모습이 조금 안쓰럽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말이다. 여하튼 쿠루미의 언급 덕분에 공선자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던 세 사람.

“블러드의 이야기대로 에볼루션 시스템에 의해서 우리는 자동적으로 소나타, 정확히는 이 소나타라는 도시가 소속된 나라의 화폐의 단위를 자동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의 화폐 단위’로 환전하여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때 화폐의 단위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 즉…….”

“우리가 알고 있는 ‘화폐 가치’에 맞춰서 이 소나타라는 도시에서 사용되는 ‘화폐 가치’ 역시 환전되어 인식된다는 이야기네?! 그렇다면…….”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1만 원’이라는 가치는 말 그대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1만 원’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거임.”

순서대로 밀리언, 프로아, 쿠루미가 자신들이 깨달은 사실을 이어서 이야기했다. 문제는 그런 세 사람의 설명에도 고그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참으로 안쓰러웠다. 그렇기에 그 모습을 보다 못한 공선자가 나서서 알기 쉽게 예를 들어주는 것이었다.

“저기, 고그씨가 생각하는 1만 원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대충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정도잖아? 그런 당연한 사실을 왜 묻는 거냐? 너 지금 날 무시하는 거냐?! 앙?!”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러나 무식한 고그는 공선자가 자신이 이해하기 쉽도록 첨언을 해주려고 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무식(?)했다.

그 사실에 밀리언이 어처구니없다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며 공선자가 해주려고 했던 설명을 대신해주려는 것.

“하아……, 블러드가 해주려고 했던 것은 이런 이야기다. 네가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이쪽 소나타에서도 ‘1만 원’이라는 가치의 화폐로 ‘한 끼 식사를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

“……어, 그러니까 그게?”

“여기까지 이야기했으면 이해 좀. 즉, 굳이 물가를 알아볼 필요 없이 이쪽 물가에 맞춰서 우리들의 인식이 알아서 환전을 해준다는 이야기임. 한 끼를 배부르게 먹는 데 필요한 금액은 ‘1만 원’임! 이라는 식으로 말임.”

현재 공선자를 비롯한 쿠루미와 밀리언, 그리고 프로아와 고그는 각자 ‘다른 단위의 화폐’를 입에 담고 있었다.

그것을 에볼루션 시스템의 번역 시스템이 자동으로 번역을 해주었는데 여기에 덤으로 그들이 말하는 화폐 단위를 각자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화폐 단위로 ‘환전’까지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

좀 더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어디까지나 예로 소나타에서 한 끼 식사를 하는데 3 후라는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이것이 공선자에게는 자동적으로 ‘1만 원’으로 번역되어 들린다. 그리고 공선자의 인식에는 ‘1만 원’은 적당한 식당에서 ‘무난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수준’의 화폐라는 인식이 있는 것.

즉, 3 후=1만 원=한 끼 식사, 라는 공식이 공선자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적으로 성립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건 다른 챌린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 공선자처럼 원이 아니라 달러라는 화폐 단위를 주된 화폐 단위로 인식하고 있는 챌린저가 있다고 하자.

이 챌린저에게는 1만 원이 대충 10달러로 자동 환전이 포함된 번역이 되어서 들린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이 사람에게는 3 후=10 달러=한 끼 식사, 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또한 공선자가 1만 원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것 역시 자동 환전 번역이 되어 10달러라는 가치로 들릴 것이라는 이야기.

물론 물가는 늘 요동치기에 정확하게 1만 원, 10달러라는 식으로 나누어져서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챌린저들은 이 번역 시스템을 통해서 적어도 대충 일반적인 물품의 물가를 예측할 수는 있게 되는 것.

그럴 것이 보통 사람들이 ‘한 끼 식사’에 대한 물가를 확인하려던 3 후라는 정보를 입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공선자의 경우에는 3 후라는 화폐 단위가 자동적으로 1만 원으로 번역되어 들리니 굳이 3 후가 ‘한 끼 식사’에 해당하는 가치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없는 것.

3 후=한 끼 식사=1만 원,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만큼 한 끼 식사에 1만 원이라는 가치가 필요하다는 것만 알아도 충분했다.

이것만으로도 하루 3끼에 대충 3만 원. 그러면 한 달에 대충 90만 원의 식비가 들어간다, 라고 계산을 끝낼 수 있지 않은가? 1만 원이 3 후(진짜로 3 후라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예를 위해 대충 가정한 가격)라고 한다면 한 달에 270 후의 식비가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오기는 하는데…….

어차피 공선자에게는 270 후가 90만 원으로 번역되어 들리니 딱히 270 후가 1달 식비라는 정보를 얻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거기에 챌린저들에게는 각각 차이가 있다고 해도 일단 ‘상식’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사실에는 챌린저마다 다르지만 나름대로 ‘물가’에 대한 상식이 있는 것.

당장 공선자만 해도 ‘1만 원은 한 끼 식사가 가능한 수준의 가치를 지닌 화폐’라는 상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번역 시스템은 이에 맞춰서 3 후라는 가치를 환전해서 공선자에게 인식시켜주는 것이었다.

즉, 다시 말해서 공선자는 굳이 한 끼 식사가 ‘몇 후나 되는지’ 조사할 필요 없이 그냥 한 끼 식사는 1만 원이다, 라는 인식 그대로 계산을 하면 된다는 이야기.

물론 이게 전부 통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었다. 그야 당장 1만 원과 10 달러가 같은 가치는 지녔다고 가정해도 한국에서는 비싼 물건이 미국에서는 싼 경우도 더러 존재하지 않았는가?

한국에서는 1만 원도 안 되는 물 한 병이 사막에서는 몇십 만 원이 될 수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

그렇기에 에볼루션 시스템의 환전 기능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챌린저가 머물고 있는 ‘지역’의 물가를 기준으로 환전을 해주는 것.

즉, 경우에 따라서는 ‘한 끼 식사는 1만 원’이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리. 말했던 것처럼 식량을 구하기 힘든 오지에서는 식량의 가격이 높아지는 게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적어도 평범한 도시에서만큼은 공선자가 인식하고 있는 ‘한 끼 식사’에 대한 기준이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터였다.

요컨대 챌린저들이 가진 ‘상식’이 ‘상식’으로서 통하는 한은, 즉, 챌린저들이 개별적으로 알고 있는 물가가 어느 정도 공통으로 통하는 장소에서는 번역 시스템의 환전 기능을 이용해 어느 정도 물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챌린저들이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자신들 나름의 ‘상식’은 기억하고 있다. 즉, 우리들이 지금 있는 나라의 물가는 알지 못하지만 자신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화폐를 쓰던 나라의 물가만큼은 기억하고 있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번역 시스템은 그 기억에 있는 물가에 맞춰서 이쪽 나라의 물가도 알아서 번역을 해준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물가를 알아가러 갈 필요는 없다는 소리야.”

밀리언과 프로아가 거기까지 설명해주자 고그는 그제야 어렴풋이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내가 알고 있는 대로의 물가를 생각해도 별 상관없다, 이런 이야기잖아? 그 간단한 걸 뭘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하는 거야?”

“문제는 어째서 챌린저들이 알고 있는 물가를 그대로 적용시켜도 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임. ……뭐, 이제 됐음. 더 이상은 설명하기도 귀찮은 그냥 그렇게 알고 있으셈.”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일단 고그는 공선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는 아니어도 대충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상은 이해시키려고 해도 더 이상은 설명하기가 힘들었던 것. 번역 시스템의 폐해라고 해야 할까? 알아서 다 해주니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이상은 차이점을 실감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뭐……, 이 소나타라는 도시의 물가가 저희들의 생각과 다르게 훨씬 비싸다, 라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어요. 시, 시간이 있을 때 슬쩍 식당 아주머니께 물어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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