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사실은 식당 아주머니가 아니라 아까 전에 옷 한 벌을 살 때 확인해본 사항이었지만 말이다.
중고라고는 해도 꽤 말끔했던 옷을 속옷까지 포함해서 고작 2만 원에 팔아줬다는 것을 생각하면 공선자가 생각하는 ‘한 끼 식사는 1만 원’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잡고 있는 물가와 비교해도 그렇게까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기도 했으니 말이다.
요컨대 사람이 사는 세계는 전부 엇비슷하다는 이야기. 기술력에 차이에 따라서 물가의 차이가 나기도 했다.
허나, 설령 기술력이 발전한다고 해도 특정 개념에 적용되는 물가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는 드문 건.
그러니까 기술력의 차이에 따라서 ‘한 끼 식사’라는 개념의 ‘품질’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한 끼 식사’라는 개념의 물가 자체는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과거 중세 시대에 한 끼 식사가 고작 스프에 불과했고 현대에 와서는 한 끼 식사가 더 풍족해졌다고 해도 그로 인한 품질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물가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만약 ‘한 끼 식사’라는 개념의 물가가 그렇게까지 크게 변했다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뭐, 지역에 따라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변동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게 어지간히 심하지 않은 이상은 한 끼 식사라는 개념의 물가는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공선자가 생각하는 한 끼 식사의 물가와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물가를 가진 소나타라는 도시는 적어도 ‘생필품’이라는 개념에 한정해서는 공선자가 생각하는 물가와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물론 문명의 차이에 의한 기술력의 차이에 세세한 품질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말이야.
예를 들어서 매끼마다 고기를 먹는 건 사치라든가, 매번 반찬을 다르게 해서 먹는 건 사치라던가, 부드러운 질감의 면 옷을 바라는 것은 사치라든가 말이다.
“헤에……. 블러드는 상당히 꼼꼼한 성격이구나?”
“흥, 원래 저런 찌질해 보이는 녀석들이 이것저것 세심하게 따지기 마련이니깐 말이지. 뭐, 덕분에 바깥에 싸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나쁘지 않아.”
프로아는 순수하게 감탄을 했고, 뒤이어 칭찬을 하는 것인지 욕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고그의 발언이 끝난 직후 밀리언을 말을 이어받았다.
“그러면 일단 첫 번째 소목표로서 최저한의 1달 생활비는 대충 한 명당 하루 식비를 2만 원 상당으로 계산해서 60만 원 상당으로 잡고……. 여기에 옷이나 숙박비를 계산해서 깔끔하게 100만 원 수준이면 될 것 같나?”
“으으……. 여자로서는 옷에 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부분이지만 그런 말 할 처지가 아니지. 최대한 아껴 입으면 한 달에 5만 원에서 10만 원 수준이면……, 으음. 어떻게든 될까?”
밀리언이 대충 머릿속에서 주판을 튕겨보며 내놓은 금액에 프로아가 고심 끝에 그 정도면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한 수준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 그러면 숙박비로 한 달에 30만 원이라는 건데……, 그걸로 충분할까요?”
공선자가 아무리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안전’만큼은 확보된 숙박시설에서 지내려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언급을 입에 담자 쿠루미가 말하는 것.
“문제없음. 남자 한 방, 여자 한 방에서 지내면 숙박비가 반값. 즉, 남자는 90만 원을, 여자는 60만 원을 숙박비로 쓸 수 있음.”
쿠루미의 그와 같은 설명에 순간적으로 공선자는 그럴 경우를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표정으로 당황하는 것이었다.
그럴 것이 현재 여관은 각자 개인에게 1개의 방이 주어진 상태. 그렇기에 당연히 이 이후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함께 파티를 하고 지니게 된다면 돈을 아끼기 위해서 같은 방에서 지내게 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곤란했다. 상당히 곤란했다. 그럴 것이 공선자는 아침에는 파티원들과 함께 행동할지언정 밤에는 완전히 별개의 인물이나 다름없는 정신 상태로 따로 자신의 생존만을 우선시하며 행동할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그런 만큼 자신의 부제를 쉽게 눈치챌 수 있을만한 상황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었다.
“어, 어……. 그, 그러네요!”
그러나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공선자는 차마 ‘난 오로지 혼자서 방을 쓰겠다!’ 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그럴 필요가 있음을 주장할 적당한 논리가 떠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지금은 일단 수긍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괜히 반발했다가는 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곤란한 것은 사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어떻게든 머리를 굴러서 혼자서 방을 쓸 방법이 없는지, 그게 안 된다면 어떻게든 자신의 부제를 눈치채지 못하게 밤에 활동할 방법이 없을지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물론 해결방안이 그렇게 금방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거기에 공선자가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프로아들은 점점 이야기를 진행시켜 가고 있었고 말이다.
“으음……, 쿠루미의 말대로 방을 같이 쓸 거라면 숙박비를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한 달의 60만 원에서 90만 원이나 되는 돈을 오로지 숙박에만 소모하는 건 조금 낭비라는 느낌인데?”
“하긴, 당장 잡일 의뢰로 얼마나 벌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꽤 여유롭게 금액을 책정했다는 느낌이 있기는 했다. 그러면 일단 식비도 줄이는 쪽으로 해서…….”
“아니, 그래도 그렇지 너무 막 줄이지는 말라고?! 제대로 된 휴식은 중요하니까?!”
프로아와 밀리언이 자신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멋대로 파티원들의 한 달 생활비를 결정하려고 하자 고그가 기겁을 하며 나서는 것이었다.
고그의 입장에서는 한참 부족한 금액을 가지고 한 달간 의식주를 해결하며 버티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곤란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소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동반하지 않을 정도의 의식주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통해서 어떻게든 생활비 인상을 노리는 것.
고그의 주장 역시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프로아와 밀리언 역시 무작정 생활비를 줄이는 것은 그만두기로 하는 것이었다.
괜히 의욕만 앞서서 무리하게 소목표의 금액을 실제로 필요한 기준 이하의 금액으로 책정했다가는 목표로 했던 모험가로서의 성장을 제대로 실천하기도 전에 갖은 고생을 다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으으음……. 그러면 80만 원이면 어때? 그러면 총합 400만 원. 여기서 개인당 20만 원씩 모아서 100만 원을 한 달 숙박비로 잡고, 나머지 300만 원 중 150만 원을 식비로 계산하고……, 나머지 150만 원을 옷을 사거나 그 외에 모험가 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것에 사용하는 거지!”
“5명이서 한 달 식비 150만 원이라……. 최대한 외식을 줄이고 우리들이 직접 요리해 먹으면 크게 무리가 되는 금액은 아니기는 하군. 대충 하루에 5만 원, 한 명당 하루에 1만씩 정도 쓰는 거니깐 말이지.”
“으으……, 그러면 군것질도 제대로 못 하는 거임?”
“아니,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군것질 이전에 앞으로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프로아와 일단 대략적인 돈의 쓰임 처를 이야기하자 쿠루미가 시무룩한 분위기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쿠루미를 바라보는 밀리언. 그의 이야기대로 당장 무일푼으로 플라워 차원에 떨어진 챌린저들은 당장 6일 뒤부터의 식사를 걱정할 처지지 군것질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 저, 저기……, 그런데 그 돈은 공동으로 계산하는 게 전제인 건가요?”
그러던 중 식사에 집중하며 밤에 어떻게 움직여야 최대한 자신의 행적이 드러나지 않을까 고민하던 공선자는 문득 들려온 프로아의 목소리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또다시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공선자의 그 질문에 프로아도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되었다. 고그와 밀리언 역시 자연스럽게 넘기고 있었지만 확실히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사항에 대해서 눈치챘고 말이다.
“아……. 그, 그러고 보니까 먼저 파티원들의 의견을 묻고 자산을 어떤 식으로 관리할 것인지부터 확실하게 정했어야 했어. ……미안해. 기분 나빴을까? 남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남의 돈을 파티의 돈처럼 이야기해서.”
프로아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공선자뿐 아니라 파티원들 전원에게 자신의 실수를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었다.
일부로는 아니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의견은 무시하고 무조건 파티를 위해서 자신이 번 돈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프로아는 자신이 실수를 인지하고 눈에 띄게 침울해하는 표정을 짓는 것. 큰 실수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돈이 관련된 만큼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실수로 다른 사람의 기분이 뒤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프로아는 조금 주눅이 든 것이었다.
“쿠루미는 프로아가 사과할 거 없다고 생각함. 애초에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음. 오히려 블러드가 너무 세세하게 따지는 거라고 생각함!”
“네? 네……?!”
그러나 씻겨준 것에 의해서 프로아 쪽의 호감도가 더 높았던 것인지 쿠루미가 프로아의 편을 들기 위해서 마치 공선자가 나쁘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해와 공선자는 기겁을 하며 안색을 창백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니, 블러드의 잘못은 아니다. 그런 세세한 걸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서 쌓이는 게 나중에 큰 불화를 만들 수 있으니 말이지. 일단 쿠루미의 의견대로 금방 깨달았기에 큰일로는 번지지 않았으니 심각하게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블러드에게 뭐라고 하는 것 역시 잘못되었지.”
그러나 다행히도 밀리언이 공선자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었다. 물론 편을 가르고 싸우자! 라는 식의 편들기가 아닌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공선자의 측으로 좀 더 기울어졌다는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또한 프로아 역시 쿠루미의 이야기에도 자신이 잘못한 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편을 들어준 쿠루미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다시 한 번 제대로 파티원들에게 사과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그로 인하여 조금 부루퉁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납득을 표하는 쿠루미. 그리고 프로아의 사과에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그가 말하는 것이었다.
“아, 사과 같은 건 됐고, 그것보다는 빨리빨리 이야기나 진행시키자고. 언제까지 같은 화제를 가지고 떠들 생각이야? 그래서 결국 어떤 식으로 자금을 관리할 생각인데? 아, 미리 말해두겠지만 난 내가 번 돈을 죄다 상납하거나 할 생각은 없거든? 내가 무슨 물주 같은 것도 아니고 말이지.”
“상납이라니……, 딱히 돈을 거둬서 마음대로 쓰거나 할 생각은 없는데 말이야. 어디까지나 파티가 공동으로 소비하는 분야에서만 쓸 생각이었다고.”
아무리 그래도 말이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프로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따지고 들 만한 것은 아니었기에 일단 넘어가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밀리언이 의견을 제시하여 깊게 따질 기회가 없었던 것이었지만 말이다.
“흐음, 그러면 일단 파티가 공동으로 소모할 금액을 결정한 뒤 그 금액만큼만 한 사람에게 맡겨두고 나머지 금액은 개인이 지닌 상태로 사용하는 방식이 가장 무난하겠군.”
밀리언의 의견에 프로아를 비롯한 다른 파티원들도 딱히 반론을 꺼내지 않았다.
자신의 돈을 남에게 맡겨야 한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고그가 순간적으로 인상을 구겼지만 그래도 파티원들과 함께 모험가 활동을 하려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 것인지 어떻게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것.
공선자 역시 정해진 금액만 지불하고 나면 나머지 돈은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였기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면 두 가지 문제가 있음. 일단 첫 번째로 얼마만큼의 금액을 공동 재산으로 결정할 것인가임. 이건 뭐, 일단 의식주 쪽만 정해두면 될 것 같음. 모험가 활동은 아직 모르는 게 많으니 필요한 게 생기면 그때 가서 결정하는 게 나을 것 같음.”
멍하니 있던 주제에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있었던 것인지 쿠루미가 자신의 생각을 꺼내자 파티원들의 그녀의 말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두 번째임. 공동재산을 ‘누가’ 관리할 것인가. 이건 신뢰의 문제에 해당하니까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한테 맡겨야 함.”
뭐라고 해도 돈이니 말이다. 챌린저의 사정을 생각하면 먹고 나른다, ……라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자기 멋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마치 세금을 통해서 비자금을 만드는 정치인처럼. 그런 이유로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공동재산을 맡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문제를 제시한 쿠루미의 발언에 슬쩍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는 파티원들. 이 다섯 명 중 과연 누구에게 맡겨야 공동재산이 가장 안전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