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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9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179/194)



〈 179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일단 고그는 기각하도록 하지.”

“응, 동의.”

“아, 그거 나도 동감.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하지만 역시 고그는 영 믿음이 안 간다고 해야 할까……. 아, 그렇다고 딱히 수상하다거나, 범죄를 저지를 것 같다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몰래 한 푼 두 푼씩 쓰다가 어느새 돈을 거덜 낼 것 같다는 느낌?”

그러던 중 당장 누구를 고를지 결정할 수가 없다면 일단 소거법으로 이 사람만은 안 된다, 라는 사람은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인지 밀리언이 고그를 후보자에서 빼버리는 것.

쿠루미 역시 짧은 대답으로 거기에 찬성을 표하는 것이었다. 프로아마저도 두 사람과 같은 의견을 표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고작 하루도 안 되는 시간밖에 어울리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미 그들은 고그가 대충 어떤 인물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정보를 토대로 판단하건대 솔직하게 말해서 고그는 그다지 신뢰가 가는 인물은 아니었고 말이다.

“이, 이것들?! 진짜로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 같은 걸로 보이나?!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네놈들이 결코 나한테 맡기지 않을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걸 꼭 입 밖으로 내야겠냐?! 앙?!”

마치 몰매를 맞는 것 같은 기분에 프로아들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고그. 그러나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내심 자기 스스로도 공동자금을 관리하는 건에서 배제될 것이라 예상했던 모양.

문제는 자기도 대충 깨닫고 있는 사실을 굳이 입으로 언급하여 자신을 팩트로 후려쳤다는 점이었다.

팩트라는 이름의 묵직하기 그지없는 폭력에 덤으로 버서크라는 상태 이상까지 추가로 걸려 당장 날뛸 것 같은 분위기의 고그였지만 사람은 적응의 생물이라며 저러면서도 진짜로 폭력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고작 오늘 하루 동안의 어울림으로 깨달은 프로아들이었기에 그냥 상큼하게 무시하기로 하는 것이었다.

“그럼 만장일치로 고그는 제외하도록 하고…….”

“마, 만장일치인가요. 네……, 그런 거네요.”

“크아아아!! 이것들이 진짜! 엎어버린다?! 테이블 엎어버릴 거라고?! 감히 날 무시해?! 이 고그님을……?!!!”

자신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그냥 만장일치로 만들어버리는 밀리언의 발언에 공선자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고그는 자신이 무시당한다는 사실에 더욱 열불을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아무도 상대해주지를 않자 자기 분에 자기만 피곤해질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고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지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면서도 씩씩거리며 저녁 식사를 마저 끝내는 것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는 고그. 그야말로 분노의 식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물론 파티원들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것처럼 고그의 그런 행동을 깔끔하게 배경 취급으로 넘기며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나도 일단 후보자에서 제외하도록 할까. 딱히 남의 돈을 함부로 쓰는 타입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타입은 아니라는 자각은 있으니깐 말이지.”

고그를 후보자에서 제외하는 것에 이어서 자기 자신 역시 자금 관리자의 후보로 제외하는 밀리언의 목소리에 프로아와 쿠루미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녀들의 입장에서도 밀리언 역시 고그만큼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신뢰가 가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야 오늘 처음 만나 어쩔 수 없이 함께 행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가 가면 그건 그냥 호구인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설마 스스로 나서서 자신을 배제할 줄은 몰랐기에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인 것.

그러나 밀리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괜히 안 되는 것을 붙잡고 억지를 부리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설령 자금관리자를 맡게 된다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남의 돈을 관리한다는 건 상당히 스트레스가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귀찮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진 사퇴하도록 하지.

“아, 그럼 쿠루미도. 귀찮은 건 질색임.”

……본심을 꺼내며 자신이 사퇴한 이유를 꺼내 든 밀리언의 발언에 쿠루미가 그 이유에는 공감할 수 있다는 것처럼 즉시 사퇴하는 것이었다.

게으름뱅이인 쿠루미의 입장에서 남의 돈을 관리한다는 신경을 꾸준히 써야 하기에 귀찮은 일을 자진해서 할 이유가 없는 것.

오히려 역으로 남이 자신의 돈을 관리해주는 건 편할 것 같으니 그쪽이 좋다는 게 그녀의 입장인 것이었다.

“에엑? 그러면 결국 남는 사람은 나하고 블러드잖아? 그러면 우리 둘 중에서 좀 더 믿음이 가는 사람이라면…….”

결국 다섯 명 중 세 사람이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프로아와 공선자, 둘 중 한 명이었는데 그 사실에 신음을 흘리며 입을 여는 프로아의 목소리에 한 사람에게로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하는 것.

“으음, 신뢰라고 해도 어느 의미인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역시 배신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미에서는…….”

“응, 확실히 무해한 분위기의 소동물이라는 느낌임. 프로아는 믿음직하다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역시 저쪽이 압도적 우위인 듯함.”

“크크! 확실히 혹시라도 배신을 때리면 곧바로 제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서는 신뢰가 가기는 하네.”

밀리언과 쿠루미, 고그의 순서대로 이어진 발언에 그 발언이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 깨달은 공선자는 씹어 삼키고 있던 빵이 목에 걸리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쿨럭! 쿨럭! 켁! 켁……! 꿀꺽! 하아……, 하아……. 자, 잠깐만요?! 서, 설마 저한테 맡기시려는 건 아니죠?!”

설마하니 반쯤 자신하고는 크게 관계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복병이 숨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공선자.

그야 숙박비라고 해도 정작 공선자 자신은 그렇게 오래 숙박하는 공간에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

각성 스킬인 일야몽의 파생 스킬 덕분에 짧은 시간만 잠을 자도 되는 공선자인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활동 시간이 압도적으로 기니 자연스럽게 여관에서 지낼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그렇기에 일단 공통으로 사용할 숙박비는 지불할 생각이었지만 그 뒤에는 딱히 크게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어디에서 자든지 간에 짧은 수면을 안전하게만 보낼 수 있으면 정말로 최저한의 환경이어도 상관없었으니 말이다.

단지, 그 짧은 수면을 최대한 ‘안전’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꼭 필수 사항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는데 설마하니 그 공동 자금 관리에 관한 이야기가 자신에게까지 넘어올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우리들 중에서 이 짧은 시간 동안의 만남으로 가장 신뢰가 가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블러드, 네가 가장 유력하니 말이다. 아무래도 잘해봐야 오늘 만난 사이다. 그런 만큼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 믿을 수 없는가는 인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거지. 아무리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도 짧은 시간 만에 누군가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프로아와 밀리언의 이야기처럼 여기 있는 다섯 명 중 가장 신뢰가 가는 인상을 가진 사람은 다름 아닌 공선자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는 기본적으로 무해함의 화신과 같은 분위기를 두르고 있었기 때문. 그럴 것이 그래야 ‘손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었으니깐’ 말이다.

사람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그 무너진 경계의 빈틈을 찔러 그 사람의 목숨을 거두어가는 행위.

그것이 바로 암살. 과거 공선자가 에이전트로 활동할 때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업무의 비율.

그런 만큼 아무리 아침의 공선자가 소심한 성격이라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 ‘경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거의 사람이 걷는 것과 같을 수준으로 본능에 각인되어 있는 버릇이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의 기척을 죽인다.

다른 사람이 경계하지 않게 무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 사람의 ‘약점’을 관찰한다.

……이것은 이미 공선자의 일상에 녹아든 버릇이라고밖에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파티원들은 오늘 처음 본 공선자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

공선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은 무해하다는 인식을 연출하기 위해서 내보인 행동들이 파티원들의 무의식적인 신뢰를 사게 된 것이었다.

물론 어마어마한 수준은 아니었다. 오늘 막 만난 다른 파티원들보다 비교적 많은 신뢰를 보내는 수준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당장 공동자금 관리자를 맡기에는 그 정도 수준의 신뢰만으로도 충분한 상태.

그럴 것이 지금 필요한 신뢰는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에 의한 신뢰였으니 말이다. 단지, 당사자인 공선자로서는 전혀 노린 것이 아니었기에 곤란할 뿐이었지만.

“죄, 죄송해요……. 저, 저에게는 도저히 무리에요! 그런 부담스러운 역할……. 사,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바이트가…….”

아니, 곤란한 것을 넘어서 숨기는 것이 가득한 자신이 이 정도로 신뢰를 받는다는 것에 거부감마저 들 정도였다.

그렇기에 강력하게 거절하는 공선자의 대답에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강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던 파티원들이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 힘들 정도면 굳이 무리하게 시킬 생각은 없는데…….”

“흐음……, 네 녀석한테는 꽤 부담스러운 이야기였다는 건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뭐, 사람들마다 맞고 안 맞고 하는 건 있으니깐 말이지. 그러면 결국 프로아, 공동자금을 관리할 사람은 네 녀석밖에 남지 않는다만, 문제는 없겠군. 조금 얼이 나간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남의 돈을 가지고 도망칠 정도로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바보로는 안 보이니깐 말이야.”

프로아와 밀리언은 공선자가 싫다고 하는데 억지로 시킬 생각이 없었기에 그가 극심하게 거부하니 납득을 해주는 것이었다.

단지, 그렇게 되면 결국 소거법으로 결국 프로아가 공동자금을 관리하게 되어버리는데 그 사실에 프로아가 조금 자신 없다는 투로 밀리언에게 대꾸하는 것이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꼭 그렇게 정떨어지는 방식으로 이야기해야겠어? 그리고 꼭 나보고 하라고 한다면 일단 거절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괜찮겠어? 방금 전에 실수라고는 해도 조금 멋대로 굴은 나인데……?”

방금 전 파티원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공동자금을 만드는 것을 멋대로 기정사실화 했던 실수가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것인지 프로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쿠루미가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음. 애초에 대화의 흐름이 그런 쪽으로 흘러가던 것이 문제였음. 거기에 쿠루미는 돈 관리처럼 귀찮은 일 못하는 거임. 애초에 공동자금은 물론 개인 자금까지 전부 프로아에게 떠맡길 생각이었던 거임!”

“아니, 그건 아무리 봐도 문제가 있잖아?! 그거 어떻게 봐도 그냥 날 이용해먹으려는 거지?! 안 해! 안 할 거니까?! 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공동자금만 관리할 거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에는 내 돈까지 관리해줄 사람 좋은 프로아에게 쿠루미의 호감도가 급상승하게 됨!”

공동자금은 물론이요, 개인자금까지 죄다 떠맡길 생각이 만만인 쿠루미의 발언에 프로아가 경악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단호하게 거절을 표명했지만 쿠루미는 강적이었다.

그녀의 거절 따위 애초에 선택지 내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그녀가 자신의 돈을 관리하는 것은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처럼 말하는 그녀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프로아가 어처구니가 없어 하는 것.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네 돈을 무조건 관리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 내가 곤란한 사람을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게으름뱅이의 뒤치다꺼리를 해줄 정도로 호구는 아니거든?!”

“하지만 쿠루미가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막 쓰고 다니면 보다 못해서 도와줄 거잖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던 것이다! 충분히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던 것!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프로아는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아, 안 되겠어. 이 녀석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라고 쇼크에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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