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만나지 못했던 귀염뽀짝한 동생을 보자마자 알았다. 아, 얘가 여주구나. 반짝반짝한 내 동생은 누구나 사랑하는 여주인공이었고, 난 우연히 생긴 덤이었다. 여주는 남주를 사랑하고, 남주 역시 여주를 사랑할 것이다. 그런데 동생이 아니라 자꾸 내가 남주와 얽혔다. 만남들은 최악이었다. 문제는 어느새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 여동생을 사랑하고, 모든 이야기는 원작대로 흘러갈 것인데도 바보같이. “이제 그만하자. 다 내려놓고 사라지자.” 그가 내 여동생과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말하는 클라이막스에서 난 도망쳤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엑스트라가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짐을 싸고 열심히 도망쳤는데……. 이 남자가 왜 여기에 있지? 날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광기가 보였다. “내가 그렇게 싫었습니까?” “네?” “내 청혼을 그렇게 짓밟고 기껏 도망간 곳이 여기입니까.” 핏발 선 눈에 보이는 것은, 눈물? 설마 울어? “잠깐만요. 청혼이요? 지금 무슨 소리를…….” “또 도망가도 소용없습니다.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이 낯설었다. “나만 보게 할 겁니다.” 지금 뭐라고요? “내가 당신 없인 숨 쉴 수 없듯 그렇게 만들 거야.” “그거…… 지금 저한테 하는 소리세요?” “그날. 당신은 답하지 않았습니다.” 아하. 알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동생에게 이혼이라도 당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날 혐오하던 남주가 나한테……. “결혼합시다.” 청혼할 리 없잖아? #책빙의 #쌍방착각계 #엑스트라빙의 #집착남주 #주변팔불출 #주변착각계 #쌍방짝사랑 #여주앓이 #대형견남주 #여주한정댕댕남주 #조신남주 표지 일러스트 : 하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