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26화 (26/216)

26화 웹소설

월드 미션 스튜디오의 모든 음악을 담당하는 미션 뮤직 그룹.

이 미션 뮤직 그룹은 특유의 재치와 센세이션함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호평을 받았었다.

과거 월드 미션 컴퍼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에드워드 잭슨이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에 나는 한참동안이나 말없이 조엘을 바라봤다.

“하하하. 내가 한때 에드워드 선생님 밑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 그래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데, 선생님이 [사막의 전갈]을 읽으신 적이 있으신가봐.”

“그, 그래서요?”

“자문을 구하려고 전화했는데, 제임스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한 번 뵈러 가볼래?”

“물론이죠! 에드워드 선생님이 만나자고 하면 없던 시간이라도 만들어서 가야죠!”

“그럼 나한테 번호 좀 알려줄래? 내가 시간 확인해보고 연락줄게.”

“네. 아. 근데 만나자고 하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에드워드 선생님을 오라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었다.

“뉴욕. 줄리어드 스쿨의 교수로 겸직하고 계시니까.”

“뉴욕..... 뉴욕이라.....”

“너무 멀어?”

“아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긴 했지만,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뉴욕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아! 그리고 선생님이 Korea spa를 좋아하시거든? 간 김에 같이 가봐.”

“.....찜질방을 좋아하신다고요?”

“응. 의외지?”

“네. 엄청.”

“줄리어드에서 만난 한국인 교수가 있는데 같이 spa에 가보시고 푹 빠지셨나봐.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가신다고 하더라고.”

“하하.....”

“아무튼 연락줄게.”

조엘은 왠지 모를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회의실에서 나갔다.

“나도 나가야겠다.”

캐서린이 웬만한 짐들은 전부 챙겨서 나갔기에, 나는 대충 주변만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

나는 약속대로 캐서린을 데리고 저번에 갔었던 뷔페에 갔다.

늦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음식점은 오히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 저녁이면 이벤트를 하는구나? 처음 알았네.”

“와본 곳 아니야?”

“마그누스 감독님하고 왔을 때는 점심이었으니까.”

이벤트라고 해서 별건 아니고, 그냥 돈을 조금 더 추가하면 굴하고 화이트 와인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는 정도였다.

“와인은 별로.”

“오빠는 보드카지.”

“.....네 머릿속에 있는 나는 러시아 사람이냐?”

“보드카를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 오빠가 이상한 게 아닐까?”

“아니, 취하기는 하는데, 취한 척을 안 할 뿐이야.”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뭐래, 술도 못 마시는 꼬맹이가. 그나저나 나도 술은 못 마시겠네.”

“아. 그러고 보니 캘리포니아는 어른하고 있어도 술이 금지지?”

“어, 21세부터 대마초는 허용되는데 이런 부분은 참 이상하단 말이지. 그런데 어차피 12시가 되면 판매도 금지되니까 굳이 마시고 싶지도 않다.”

“나 굴은 먹고 싶어!”

“나도. 굴은 무한으로 주문시키자.”

우리는 굴만 먹을 수 있는 이벤트에 참여한 뒤, 음식들을 접시에 덜어 자리에 앉았다.

“으음! 맛있어!”

“많이 먹어.”

해산물을 좋아하는 캐서린은 그간의 한을 푸는지 굴과 가리비 등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나저나 글은 어때? 반응 괜찮아?”

가리비 하나를 통째로 입으로 집어넣던 캐서린은 그대로 경직됐다.

“반응이 안 좋냐?”

“그게..... 일단 인터넷 소설 사이트에 올리고 있거든? 근데 댓글이 좋지 않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고? 근데 댓글이 좋지 않다니?”

“말 그대로야 혹평이 있어서.....”

“몇 화 정도 연재했는데?”

“15화 정도..... 기존에 쓰고 있던 원고를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조금 변형시켜서 옮기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어.”

“댓글에 혹평이 많아?”“응.....”

‘막힌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던 나 역시도 리뷰에서 혹평이 보이면 그날 기분이 우울해진다.

인터넷 소설은 화마다 바로 댓글이 올라오다보니 그 기분이 더 우울하리라.

‘이건 나도 뭐라 해줄 말이 없는데.’

블로그나 SNS에 글을 올릴 줄 알았는데, 설마하니 인터넷 소설 사이트에 올릴 줄은 몰랐다.

사이트를 이용해본 적이 없는 나로선 캐서린한테 딱히 유용한 조언을 해주기 어려웠다.

“캐서린.”

“왜?”

“그냥 댓글 읽지 말고 밀고 나가. 뭐가 걱정인데? 네가 지금 연재하는 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잖아? 어차피 욕하는 녀석들은 책으로 출판되면 돈 내고 안볼걸?”

“진짜?”

“나도 자세힌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지.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는 데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소설이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굳이 돈 내고 볼 것 같지는 않아.”

“그것도 그런가?”

“그보다 그냥 블로그에 올리라고 말해줬던 것 같은데 왜 인터넷 소설 사이트에 올린 거야?”

“블로그나 SNS 팔로우한 친구도 많지가 않아서..... 인터넷 소설 사이트라면 사람들이 더 많이 봐주지 않을까 하고 거기에 올린 거야.”

“잘 생각했네. 아무튼 열심히 써봐. 열심히 쓰다보면 출판사에서 계약하자고 연락올 수도 있어.”

“이미 왔어.”

“......응? 왔다고?”

“응. 12화 정도였나? 그때 계약하자고 연락이 오긴 왔었어. 현재 보류 중이고.”

“잘 생각했어. 한 곳에서 계약하자고 왔다는 건 다른 곳에서도 계약하자고 올 수도 있다는 거야.”

“응. 대머리가 그렇게 말하더라고.”

“월리가? 부모님이 아니고?”

“어. 애초에 부모님한테는 글에 관해서 이야기도 잘 안 해. 내용이 그러니까.”

“......하긴, 부모님이 보셨다가는 충격 받으실 만 하지.”

미국의 웹소설 시장은 그렇게 크지 않다.

전자책 시장이 최근에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종이책 소설이 우세하기는 하다.

미국의 작품 시장은 전자책과 종이책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웹소설 시장은 최근 웹툰 때문에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리 크진 않았다.

인터넷 소설에서 유료화를 진행하는 것보단 책으로 출판하는 게 미국 소설 시장에선 이득이라는 말이다.

“월리 말처럼 조금 더 기다려봐. 대형 출판사가 연락줄지 모르잖아.”

“그래 봐야지. 혹시 알아? 빌에이든미디어에서 연락올지?”

캐서린이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실력은 역시 있나보네.’

12화 분량이면 아마 저번에 내가 봤었던 원고지보다도 많이 적은 건 아닐 것이다.

‘댓글 때문에 글이 막힌 건지, 아니면 더이상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건지 모르겠지만 알아서 하겠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겠지만 내가 선뜻 나서서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복잡한 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밥이나 먹자.”

“응!”

****

호텔로 돌아온 나는 곧장 노트북을 열었다.

무척이나 긴 하루를 보내긴 했지만, 감독님들과 얘기하며 다양한 영감을 얻었고 잊기 전에 기록하고 싶었다.

“조금만 수정하고 자자.”

화면에는 [드래곤 마스터]가 떠올라 있었다.

‘오타는 최대한 잡으면서..... 허술한 부분은 내용을 더 추가하자.’

우선 [드래곤 마스터] 1부에 관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다시 훑어보았다.

‘역시 조잡해.’

세계관 자체는 재미있으나, 내가 볼 땐 딱히 뭐가 특출난 것도 아니었다.

‘우선 주인공이 드래곤에게 선택받을 때의 상황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키자.’

*****

마을에 있을 때부터 소년은 드래곤을 좋아했다.

하지만 소년은 드래곤을 보면 몸이 굳어져 평소에 하던 연습마저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년은 드래곤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소년은 결국 파트너를 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카데미에 가지도 못할 것이다.’

아버지의 말에 소년은 더욱 부담감을 느꼈다.

작고 왜소한 자신과 달리, 덩치가 큰 아버지는 최상위 드래곤 종족에게 선택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넌 내 아들이니까.’

이 세계에서 사람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드래곤에게 선택받은 사람과 드래곤에게 선택받지 못한 사람.

자신의 아버지는 항상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하루 두 번씩 그 말을 하곤 했다.

‘넌 내 아들이니까 드래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넌 내 아들이니까]

그 말은 왜소한 소년의 어깨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다.

****

“부모의 기대는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이런 말을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에 딱히 그런 부담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들이 오히려..... 더 힘드셨지.’

머나먼 이국땅에 와서 동갑내기들과 말도 통하지 않았고, 거기에 이민자라며 따돌림까지 받았었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들이 오히려 더 힘드셨을 것이다.

자신들 때문에 내가 고생한다고 생각하셨는지,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돈을 벌겠다고 했는데도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다.

부모님들은 그저 내가 이 현실을 어떻게 해서든 이겨내셨으면 했던 거다.

“음.....”

여기서 전에 적었던 대로라면 소년이 지나가다가 부모한테 버림받은 돌연변이 드래곤한테 밥을 주면서 서로가 파트너가 된다.

“진부해.”

좋게 말하면 안정감 있는 스토리지만, 다르게 말하면 너무 뻔한 스토리였다.

“은혜를 준다. 그리고 드래곤은 은혜를 갚기 위해 파트너가 된다. 이런 스토리는 너무 많지..... 흐음. 다른 걸 참고해볼까?”

[드래곤 키우기], [에르곤], [빅터와 드래곤] 등 드래곤을 파트너 삼아 성장해가는 스토리를 담은 영화들은 꽤 있었다.

‘[드래곤 키우기]는 드래곤을 죽여야 하는 시대에, 자신이 상처 입힌 드래곤을 살려주면서 벌어지는 성장 스토리지..... 내 소설과 비슷해.’

그에 반면 [에르곤]은 조금 다르다.

‘소설은 보지 않았지만.... 드래곤 알을 사냥하던 숲에서 찾던 걸로 시작했던가?’

과거에는 드래곤 나이트들이 많았지만, 어느 한 국가가 드래곤들을 몰살시키기 시작했고, 하나 남은 드래곤 알을 주인공이 찾으면서 세상과 대적했던 스토리로 기억한다.

“드래곤을 줍는다..... 드래곤과 함께 상처를 치유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개 다 ‘상하관계’가 아닌 ‘동료 혹은 친구’라는 것이다.

“방식을 이런 식으로 바꿔볼까?”

*****

드래곤한테 선택받지 못하고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

아카데미에 입학할 나이가 된 드래곤한테 선택받은 아이들은 하나둘 씩 마을을 떠나고 있었다.

‘로얀.’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불렀다.

아버지가 부르는 곳으로 향하니 그곳에는 붉은색 불이 피어오르는 알 하나가 식탁에 놓여있었다.

‘이, 이건......’

‘최상위 드래곤인 ’하클라스 드래곤‘의 알이다.’

‘......!’

자신이 인정한 사람에게만 고개를 숙인다는 하클라스 드래곤.

‘이걸 대체 어떻게......’

‘그건 알 거 없다.’

‘네?’

‘네가 드래곤에 선택받지 못하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직전 이 드래곤을 부화시키고 새끼 때부터 교육시켜라.’

아버지 말에 따르면 이 알은 곧 부화할 테니, 부화하자마자 드래곤을 교육시켜 강제로 파트너가 되라는 것이었다.

‘그, 그건.....’

‘또 나한테 실망을 주진 않겠지?’

아버지의 매서운 눈빛에 나는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야생의 드래곤 알을 강제로 가져오는 짓은 ‘불법’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자. 아버지 또한 그걸 알지만 로얀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훔쳐온 거야.”

아이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성장하는 주인공이 아니지.”

자신의 알이 사라진 어미 드래곤은 곧 날뛸 것이고, 많은 자연을 파괴할 것이다.

“주인공은 선택해야해.”

아버지를 실망시킬 것인지, 아니면 어미 드래곤한테 알을 갖다 줄 것인지.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내일 배우들하고 미팅이 있으니까.”

나는 노트북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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