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34화 (34/216)

34화 반응

전화를 받자 조엘의 신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이! 제임스! 살아 있어?

“그럼 죽었겠어요?”

-하하하하! 농담이야! SNS활동을 전혀 안 해서 잠적한 줄 알았잖아!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낄 것 같아서 오늘 아침에 SNS에 게시물 올렸어요.”

-그래? 근데 내일 책 나온다며?

“네.”

-그래서 그런데, 선생님이 날짜 잡고 싶다고 하셔.

“아! 진짜요? 그럼 언제까지 가면 되나요?”

-[블랙 & 월드]까지 읽고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일주일 뒤 쯤이 좋을 것 같아.

“그거까지 읽으신다고요...?”

-응. 원래 내일로 잡으려고 했었는데, 얼마 전에 [블랙 & 월드] 발매 소식을 들으셨나봐. 그것도 마저 확인해보고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말이야..... 괜찮을까?

“물론 괜찮죠! 일주일 뒤면.. 아! 잠시만요.”

생각해보니 양장본 출판이 일주일 뒤였다.

‘출판이 되고 나서 사인하라고 날 부를 텐데..’

그럼 까딱하다간 겹칠 수도 있겠는데?

-왜? 무슨 일 있어?

“네. 양장본 때문에요.”

-아..... 그 천 개 나온다고 들었는데 그거?

“네. 그게 일주일 뒤에 출판을 시작하거든요.”

-그러네.... 양장본에 사인해서 준다고 했으니까, 그때쯤 출판사에 가있겠구나?

“그럴 것 같아요. 그래서 일주일 뒤는 조금 힘들 수도 있어요.”

-그럼 내가 다시 시간을 조율해볼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주세요.”

-에이. 이런 거 가지고 화 내실 분이 아니셔. 금방 전화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네. 중간에서 감사합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뚝.

전화가 끊기자 월리가 궁금한 듯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누구 만나러 가냐?”

“응.”

“누구?”

“......과거의 영광?”

월리는 미친놈 보듯 나를 바라봤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에드워드 선생님의 현재 별명이니까.

*****

조금 이따 전화 준다는 조엘은 결국 전화를 주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웹소설 구상을 시작했지만 끝끝내 완성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수정하고 끄적거리다 결국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끄응....”

잠에서 일어난 나는 평소대로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내려갔다.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늦나?’

어제도 새벽까지 구상을 하느라 결국에는 잠을 늦게 자버렸다.

아직 오전중임은 확실했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충 때울까?’

냉장고에서 식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집어 넣고, 익을 때까지 식탁에 앉아 기다렸다.

‘무언가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가 않아.’

어제 에일리와 만난 뒤로 무언가 떠오르긴 했지만 아직 명확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 아슬아슬한 간극을 잡고자 한참동안이나 생각했지만 결국 끝까지 글을 쓰진 못했다.

“하암~”

하품을 하며 습관적으로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다.

‘출판했을 텐데......’

몬태나 주까지 내 소설이 오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주요 도시에 있는 서점들이나 인터넷에서는 내 소설이 올라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우선 책 배송 앱에 들어가 [블랙 & 월드]를 입력해봤다.

“뭐.....? 품절?”

나는 그 외에 다른 사이트들을 전부 살펴보았다.

“싹다 품절이네. 책을 몇 부 안찍었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에밀라한테 전화를 걸어볼까 고민하려던 찰나,

-띠리리리리링!

에밀라의 이름이 한 발 먼저 액정에 떴다.

“여보세요?”

-작가님! 대박이에요!

전화를 받자마자 에밀라의 감격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네?”

-완판이에요! 출판했던 20만 부가 하루 만에 완판됐어요! 지금 종이책을 계속 찍어내고 있는 중이에요!

“2, 20만 부가 완판 됐다고요?”

20만 부를 한 번에 풀었다는 건 그 전에도 계속 공장을 돌렸다는 것이다.

만일 내 소설이 실패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출판사가 져야 해서 막대한 손실이 됐을 텐데...

나를 전적으로 믿은 빌에이든미디어는 20만 부를 출판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톡톡히 받고 있는 중이었다.

-네! 첫 시작이 좋아요! 아마 [사막의 전갈]에서 작가님이 독자들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으신 것 같아요! 지금 출판사 사이트에 예약 문의랑 항의 문의까지 쏟아져서 또 마비가 됐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나 때문에 빌에이든미디어 출판사가 마비가 되는 것 같아 괜히 미안했다.

-지금 대표님도 기뻐서 입꼬리가 귀에 걸리기 직전이세요! 대표님이 또다시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데 괜찮으실까요?

“네. 상관없어요. 3일 후에 와주시면 좋고요!”

-넵! 말씀드려 놓을게요! 아 참! 작가님 집으로 책 다섯 권 정도 보내놨어요! 아마 오늘 안에 도착할 거 같아요! 이런 건 미리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아뇨. 괜찮아요.”

-그럼 또 무슨 일 있으면 연락 드릴게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새벽이라도 전화주시면 재깍 받겠습니다!

“하하하하. 말이라도 감사하네요. 수고하세요.”

-네! 작가님도요!

전화가 끊기고 나는 토스트기에서 올라온 식빵을 접시에 올렸다.

“것참..... 이거 묘한 기분이네.”

연속으로 글이 인기 있으니 어딘가 고마우면서도 현실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긴장하자. 항상 초심을 유지해야지. 초심을 잃은 작가들이 무너져 내리는 건 한순간이야.’

나도 모르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잡아내리며 붕 뜬 기분에, 마음을 다시 잡으며 초심을 유지하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토스트에 잼을 발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우리 집 초인종을 마구 누르기 시작했다.

-띵동띵동띵동띵동!

-오빠! 집에 있지! 얼른 문 열어!

-얼른 열어!

문 밖에서 캐서린과 이사벨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토스트를 입에 문 상태로 집 문을 열어주니, 둘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나한테 책을 내밀었다.

“이 책 뭐야! 뭔데 이렇게 재밌어! 제길 어떻게 해야 이런 소설을 쓰는 거야!”

“오빠! 이런 책을 쓸 거면 군대 가기 전에 써야 될 거 아니야! 나 사인해줘! 사인!”

“......나 일어난지 얼마 안 됐으니까 좀 진정해 이것들아.”

아..... 골 울려.

얘넨 이걸 어디서 구한 거야?

*****

[몬스터의 세상은 왜곡되어 있다. 그 왜곡된 세상의 차별에 맞서 싸우는 ‘브레이셔(veracious)’의 영웅심에 가슴이 불타올랐다. 【쟈니 스미스(소설 평론가)】]

[귀여운 몬스터들은 내 상상력을 불태웠다. 하지만 즐거움 뒤에 거대한 잔혹함이 내 등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몬스터는 우리들의 감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들어준 책이다. 【카이저 톰슨(영화감독)】]

[원고를 받자마자 올해 최고의 장르소설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로건 에이든(빌에이든미디어 CEO)】

[읽는 순간 악마가 만들어낸 여운이라는 소용돌이 안에 사로잡힌 느낌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종족 정체성이 바뀐 느낌이었다. 나는 몬스터가 아닌 인간이라고 깨닫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캬나 가르시아(각본 감독)】]

[주의해라. 이 책은 너를 여운의 늪으로 빨아들일 것이다. 【제시 리(프로듀서)】]

[평소 드래곤 원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아직 신인작가라고 할 수 있지만, 그의 글은 마치 베테랑 작가처럼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흡입력이 있다.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사막의 전갈]처럼 읽은 뒤 여운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헤리 프레이드(장르소설 작가)】]

[얼른 2부 내놔! 【ABA 저널리스트】]

[잠깐 읽은 것 같은데 두 시간이 훌쩍 흘러 있었다. 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난 작가한테 소송을 걸 것이다. 얼른 2부를 내놓으라고. 【샘 팰런(코미디언)】]

[[블랙 & 월드] 안에는 몬스터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들의 세상은 왜곡되어 있지만 마치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 안에 차별도 존재하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동시에 존재한다. 왜곡된 세계에서 작가는 우리한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우리는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 걸까? 아니 어쩌면 이건 우리가 아닐까? 【알렉스 화이트(대학 교수)】]

제임스는 모르고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SNS에 [블랙 & 월드]에 관한 평론이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비평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평이 대부분이었다.

-아. 젠장! 회사에 가기 전에 서점에 갔는데 언놈이 10권이나 사 갔어!

ㄴ님도 그럼? 젠장! 나도 해뜨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갔는데 결국에 사지 못했다고!

ㄴ너희들 사정은 좋은 편임..... 우리 동네 서점에는 오지도 못함. 배송 주문했는데 일주일 뒤에 도착한다고 함.....:(

ㄴ나도.....:(

ㄴ실은 나도.....:(

-SNS에 실시간으로 후기가 올라오는데..... 드래곤 원 작가 대단하네,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운데 끝까지 게시글 하나 올리지 않다니

ㄴSNS 활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기는 해.

ㄴ그래도 그렇지. 책이 출판되는 날에도 SNS 활동을 안 할 줄은 몰랐어.

ㄴ약속은 지키겠지? [사막의 전갈] 2부와 [블랙 & 월드] 사인회!

ㄴ거기에 Live 방송까지!

ㄴ믿고 기다려 보자고.

-빌에이든미디어 들어가 보니 공지사항에 [블랙 & 월드] 출판을 위해 공장을 풀로 돌리고 있으니 곧 만날 수 있을 거라는데...... 일단 내일은 글렀어.

ㄴ거기도 20만부가 하루 만에 완판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겠지.

ㄴ윗 댓글 말에 공감해. 이 정도 속도면 일주일에 100만부는 달성하겠는데?

ㄴ솔직히 이건 공장 가동률이라 생각함. 100만부 자체는 가능할지 몰라도 공장이 그 속도에 따라갈 수 없다고 봄.

-뭐가 됐던 간에 얼른 보고 싶다. 아.... 동생이 태어날 때도 이렇게까지 기대되지 않았는데.

ㄴ선 넘네.

ㄴ동생이 태어나자마자 내 머리끄덩이를 잡은 이유가 있음 하하하하!

-그나저나 오늘 작가님 팬티 색은 뭐려나?

ㄴ아 미친놈 왜 이리 많냐.

ㄴ그래서 님 팬티색은?

ㄴ꺼져.

빌에이든미디어도 이 같은 상황은 처음이었다.

소설 역사상 이러한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대부분 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명장들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작품을 출간한 작가가 이 정도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빌에이든미디어가 소유하고 있는 작품들 중 유일한 베스트셀러가 [사막의 전갈]뿐이라 대처를 완벽히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래도 첫 출판에 20만부나 찍어낸 건 그들 입장에서도 큰 도박이기도 했다.

“작가님은 뭘 좋아하시려나?”

로건은 직원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이번 분기 인센은 두둑히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나는 다짜고짜 찾아온 캐서린과 이사벨의 책에 사인을 해주었다.

“너흰 이거 어디서 났냐? 지금 완판되고 난리도 아니라고 에밀라씨가 그러던데.”

“나는 예약했어. 혹시 몰라서 제일 먼저 예약했는데 신의 한 수였지.”

“나는 줄을 잘 섰다고 해야할까..? 빌에이든미디어에서 오빠 집하고 우리 집에 책을 보내주셨어. 아침에 받자마자 바로 읽었다고.”

“오.....”

“그나저나 오빠 사인 진짜 유치하다. 아직도 다른 사인 안 만들었어?”

나도 그러고 싶었다.

진심으로.

-삐리리리리!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처음 보는 전화번호인데?’

“여보세요.”

-나야 제임스.

“......에일리?”

-응. 지금 잠시 만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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