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리턴 패션 디자이너
[1) Q : 이번 [블랙 & 월드]의 영화화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너무 이르지 않나?”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영화화 문의는 너무 빠르다고 생각한다.
[A :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발매된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너무 성급한 것 같습니다.]
[2) Q : 오늘 팬티 색은?]
[A : 이제 이 질문이 올라오면 무시하겠습니다.]
[3) Q : 현재 기분이 어떠신가요?]
[A : 정말 좋습니다. 제 글을 재밌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아이는 없지만, 마치 제 아이가 칭찬받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4) Q :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블랙 & 월드]의 주인공 배역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
당시 심사위원들만 있었기 때문에 내용이 함구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나보다.
물론 그들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드래곤 원 작가가 염두에 두고 있는 배우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게 퍼진 듯싶었다.
넓은 것 같으면서도 비밀이란 없는 좁은 업계였다.
[A : 음..... 그 여성분을 보자마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 아직 결정된 건 없습니다. 물론 영화화도 아직 진행 중이지 않으며, 영화화가 되더라도 제작사와 협의 하에 오디션을 볼지 아니면 그 여성분을 캐스팅할지 공정하게 논의해보겠습니다.]
[5) Q : 에드워드 선생님이 SNS에 올리신 글을 봤나요?]
[A :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 SNS 활동 자체를 잘 안하는 편이여서요. 다만, 에드워드님하고 개인적인 약속이 있는데 Q&A가 끝나면 확인해보겠습니다.
[6) Q : 작중 등장하는 몬스터에 관한 도감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A : 대부분 인터넷과 책에서 조사한 몬스터들이라 딱히 도감을 만들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아직 1부 연재만 끝난 시점에 도감을 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참고로 양장본에는 몬스터에 대한 설명이 외전으로 적혀 있습니다.]
[7) Q : 양장본 추첨은 끝났나요?]
[A : 아직입니다. 8월 20일 이후에 시작할 거라고 들었습니다.]
[8) Q : 양장본만의 특별함이 있나요?]
[A : 출판이 아직 전부 되지 않아서 저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일러스트라던가 외전이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보내준 일러스트를 확인해 봤을 때 정말 예상보다도 더 잘 그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9) Q : 500만 부 달성 시 사인회 약속은 유효한가요?]
[A : 물론입니다. 출판사가 책을 빠른 속도로 찍어내줄 수만 있다면요.]
‘근데 나 기한은 말해놨나?’
그냥 라울하고 약속한대로 5개월 안에 달성하면 사인회 한 번 하지 뭐.
[10) Q : 할리우드 배우 올리비아 콜린스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는 사람으로 드래곤 원님을 꼽았는데 이에 대한 심정은 어떤가요?]
[A : 혹시라도 제 얼굴을 보고 실망하시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근데 이 말 진짠가?”
할리우드 대표 미녀라고 불리는 올리비아 콜린스가 나를 좋아한다는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물론 내가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으니 내 소설을 좋아한다는 뜻이겠지.
“내 주제에 연예인은 무슨..... 글이나 쓰자.”
그래도 할리우드 대표 배우한테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흐음..... 처음을 어떻게 써야하나?’
패션 디자이너의 회귀록이다.
Live 방송을 종료한 나는 곧장 파일을 열었다.
제목은 대충 [리턴 패션 디자이너]로 지은 다음 손가락을 풀었다.
-뚜두둑!
“일이 너무 커진 건가? 지금 담당하고 있는 작품들도 많은데..... 아니, 이건 그냥 취미삼아 쓰는 거니까 괜찮겠지.”
쓴다고 해도 사이트에 올릴 생각은 아직 없으니까.
‘서장을 써야하는데..... 웹소설은 서장이 중요하다고 했지?’
책의 첫 인상은 3개로 분류된다.
제목, 줄거리 그리고 서장.
제목만으로 인기를 끄는 소설도 있었고, 책을 구매하는 입장에서 줄거리가 자신이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으면 읽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무엇보다 서장은 캐서린이 웹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으며, 이 서장에서 독자의 흥미를 어떻게 최대치로 끄느냐에 따라 이 작품의 성공여부가 반 정도는 결정된다고 했다.
“서장의 시작은 고등학교 시절의 벤자민이 아닌 미래 벤자민이 좌절하는 시점부터 쓰자.”
*****
서른 살이 된 벤자민의 아침은 항상 바쁘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아이 옷을 다리고, 아침을 준비한다.
보통 엄마와 나눠서 해야 할 일을 벤자민은 이른 아침부터 홀로 책임지고 있었다.
‘휴우..... 힘들다.’
벤자민이 아침을 준비하자, 2층에서 눈을 비비며 초등학생 정도 되는 여자 아이가 내려왔다.
‘아빠..... 후아암~! 안녕히 주무셨어요.’
‘칼리아! 얼른 아침 먹고 학교 갈 준비하자! 늦었어!’
‘네에.... 하암~’
식탁에 앉은 칼리아라는 아이는 토스트를 입에 아앙하고 베어 불었다.
뒤에서 벤자민은 서둘러 까치집이 된 칼리아의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머리끈으로 단정하게 묶어주었다.
‘얼른 학교 가자. 얼른.’
‘알았어요...’
벤자민은 스쿨버스 올 시간이 다가오자 칼리아를 재촉했다.
아직 잠이 다 깨지 않은 칼리아는 졸린 눈을 손으로 비비며 현관문을 나갔다.
‘칼리아!’
‘아빠!’
‘오늘도 파이팅!’
‘네! 아빠도 오늘 하루 힘내세요! 사랑해요!’
엄마가 없을 뿐 여느 가족들처럼 활기찬 아침을 보낸 부녀.
벤자민은 칼리아가 스쿨버스에 오르는 것을 보고 나서야 집안으로 들어갔다.
‘바쁘다 바빠!’
벤자민은 근처 마트에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가서 저녁에나 오는 고된 업무였지만 그래도 칼리아가 있으니 힘을 낼 수 있었다.
서둘러 마트에 도착하자 매장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베, 벤자민! 큰일 났어!’
‘무슨 일인데? 점주가 죽기라도 했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헐레벌떡 달려오자 벤자민은 의아하게 물었다.
‘테, 테러가 일어났어! 아이빌 초등학교에 테러가 일어났다고!’
‘......뭐?’
칼리아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이름이 아이빌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아이빌이라 적혀있던 스쿨버스에 칼리아를 태우지 않았던가.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왜 학교에 테러가 일어나!’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어! 얼른 학교에 가봐! 지금 이럴 때가 아니...’
벤자민은 동료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얼른 학교로 뛰어갔다.
‘제발..... 제발 무사히 있어줘. 아니, 무사히 있지 않아도 돼! 제발 살아만 있어줘! 제발!’
신이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악마와 계약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영혼을 바쳐도 좋으니 제발 칼리아가 살아있기를 빌었다.
-삐익! 삐익! 삐익!
터질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도착한 초등학교는 건물 전체가 불타오르고 있었고, 자욱한 연기가 하늘 위로 치솟고 있었다.
차라리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 지옥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지옥이라면 현실을 인지할 수 없을 텐데.
‘아아.....’
벤자민은 미친 듯이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소방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지만, 벤자민은 어떻게 해서든 몸을 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더 이상 들어가시면 위험합니다! 여기서 물러나세요!’
‘저 안에 제 아이가 있어요! 제발 들어가게 해주세요! 죽어도 좋아요! 제발..... 제발.....!’
‘안 됩니다! 얼른 물러나세요!’
벤자민은 어떻게든 들어가기 위해 소방관의 몸을 밀었다.
하지만 왜소한 몸으로 소방관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런 벤자민의 시야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분홍색 패치.
벤자민은 소방관의 틈을 비집고 기어가 서둘러 바닥에 떨어져 있는 패치를 주어들었다.
‘자, 잠깐만요! 들어가면 안 된.....’
소방관은 벤자민이 소중하게 쥐고 있는 물건을 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칼....리아.....’
이런 디자인의 패치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때 디자이너를 꿈꿔오며 공부한 것들을 쓸 곳이 없었다.
일을 마치고 밤새도록 칼리아의 옷을 만들어주는 게 벤자민이 살아가면서 유일하게 활력을 느낄 때였다.
자신이 디자인한 원피스에 붙여줬던 패치 조각을 바라보자, 아침에 자신을 향해 밝게 인사해준 칼리아의 얼굴이 시야에 아른거렸다.
패치를 꼭 쥐고 있는 주먹 위로 벤자민의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털썩.
결국 그는 정신을 잃었다.
*****
“자잘한 부분이나 오타는 일단 내버려 두자. 하루에 1~2화만 적는 거니까 5~6화 정도 됐을 때 한 번에 수정하는 게 좋겠지.”
하루에 1~2화만 적다보니 다음 날이 되면 내용을 까먹거나 아니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적어 놓을 수 있는 만큼 적어 놓은 뒤에 앞뒤 내용을 맞추며 수정하는 게 좋으리라 생각했다.
“끄응..... 취미로 적어보려 했는데 또 새벽이네.”
창문을 바라보니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과 별들이 보였다.
“일단 자자.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라 취미로 쓰는 건데 급하게 쓸 필요는 없잖아?”
나는 그대로 컴퓨터를 종료하고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
제임스가 피곤하다며 침대에 누운 시점, 또 다른 누군가도 켜진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기에 그녀는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좋아했다.
“만세에에에! 드디어 끝났다!”
오늘 아침부터 팀장이 새벽부터 나가서 구매했다던 [블랙 & 월드]의 자랑질과, 첫 부분만 읽게 하고 뺏어간 염장질에 화가 난 루시아였다.
마치 똥 싸다 끊긴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직 짬이 없는 루시아는 거기에 대해 뭐라 대꾸하지 못하고, 거기까지만 읽어봐야 했다.
루시아는 오늘 어떻게 해서든 [사막의 제국]을 마무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블랙 & 월드]를 읽은 사람들의 반응과 드래곤 원 작가님의 필력을 보자 마음 속에 불씨가 붙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수정한 소설이 얼른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
타오른 불씨는 결국 사그라들지 않았고, 남들이 전부 퇴근한 시간에도 루시아는 퇴근하지 않고 새벽까지 야근을 자초하며 남아있었다.
“얼른 메일 보내야지!”
루시아는 수정이 완료된 [사막의 제국]을 서둘러 제임스한테 보냈다.
전송버튼을 누르자마자 지금까지 버텨왔던 체력이 완전히 방전돼버린 게 느껴졌다.
“휴우.....”
털썩.
의자에 다시 주저앉은 루시아는 시계를 확인했다.
“히익! 벌써 새벽이야?”
아직까지 자차가 없는 루시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지금 이 시간이면 버스나 지하철이 끊겼을 시간이었다.
“히잉..... 회사에서 자고 가야하나?”
직원들을 위한 숙직실이 있긴 했지만, 그곳에서 자는 직원들은 아무도 아직 보지 못했다.
“보너스..... 꼭 타야지.”
루시아는 금융치료로 보상받을 생각을 하며 굳건하게 숙직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