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실사화 or 애니화
스티븐은 출근하자마자 대표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출근길을 서둘렀다.
대표실에 도착한 스티븐은 다짜고짜 헤리한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제가 살다 살다 120만 부가 적다는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네요.”
“......”
“어떻게 신인 작가가 이럴 수 있는지 원..... 스티븐 생각은 어떤가요?”
“뭐가.... 말입니까?”
“120만 부를 인쇄한 우리가 정말 실수한 것 같나요?”
너무 많이 인쇄한 것이 아닌, 너무 적게 인쇄한 게 아니냐는 대표의 말에 스티븐은 고개를 저었다.
“오픈빨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 많이 나가긴 할 테지만, 너무 많이 인쇄하면 재고가 남을 수 있습니다. 이는 출판사로서 당연한.....”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죠. 그래요.... 그게 당연한 건데.....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예.”
아무래도 한소리 하기 위해 부른 건 아닌 것 같았기에 스티븐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 앉았다.
아직 비서들이 출근하지 않은 시간이라 헤리가 직접 차를 타서 가져왔다.
“스티븐은 이 인기가 어느 정도 갈 것 같나요?”
“사실 번개 흉터 마법사는 전성기가 끝났음에도 테마파크나 여러 용품들이 아직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 걸 전부 포함해서 예상해야 한다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책을 총 어느 정도 인쇄해야 할 것 같나요?”
“그 또한 모르겠습니다. 아직 해외 진출은 하지 않았으니.... 북미 한정이라면 못해도 500만 부 이상은 인쇄해야겠지요.”
“500만 부라..... 허어. 지금 당장은 무리겠군요.”
공장을 계속 돌렸지만, 이 정도 수를 한 번에 인쇄하기는 무리였다.
며칠 동안은 [드래곤 마스터]만 내리 인쇄하긴 했지만, SC라스틱에 소속되어 있는 작가가 한 명도 아닌데 계속 공장 전체를 한 작품만 뽑아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공장을 늘릴 수도 없으니..... 아쉽긴 합니다.”
“어쩔 수 없죠. 공장 2개는 [드래곤 마스터]에 집중할 수밖에요. 아무튼 양장본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도감을 제작하는 데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2주 정도는 걸릴 듯합니다. 거기에 인쇄까지 있으니..... 한 달은 걸릴 겁니다.”
“한 달이라..... 흐음.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군요.”
“일만 권이라 이 정도입니다. 만일 십만 권이었다면 두 달은 넘게 걸렸을 겁니다.”
“아쉽지만 천천히 가야죠..... 그런데 제임스 작가님한테 드릴 선물은 생각해 봤나요?”
“빌 에이든 미디어가 이미 차를 선물했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더 큰 걸 준비해야겠다고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흐음... 그 부분은 계속 고민 좀 해주세요. 작가님과 계속해서 함께 가야 하는데, 빌 에이든 미디어에 밀릴 수 없죠. 명색이 SC라스틱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루시아 사원한테 이번 달 보너스는 기대하라고 전해주세요.”
“예.”
헤리는 차를 음미하며 책장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드래곤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
이사벨은 [드래곤 마스터] 책을 읽고 있었다.
물론 이사벨은 책을 구매하지 못했다.
빌 에이든 미디어와 다르게 120만 부나 인쇄했던 SC라스틱은 예약판매를 하지 않았기에 쉽사리 구할 수 없었다.
거기에 주요 도시에서만 일단 판매를 시작하고 몬태나주 같은 시골에는 나중에야 판매를 시작하기에 이사벨은 한참 전에 포기한 상태였다.....만.
그런 이사벨이 딱했는지 제임스는 캐서린이 가져간 책을 이사벨과 함께 보라고 말했다.
캐서린은 이미 한참 동안 완독했기에 이사벨한테 오늘 하루만 읽으라고 빌려줬고, 드디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우와......”
[드래곤 마스터]는 제임스의 수치작품 중 하나였다.
제일 어릴 때 썼던 작품이라, 가장 수치스러워하는 습작. 이사벨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어느 의미로 보면 운이 좋은 작품이었다.
‘내가 봤을 때랑 완전 달라.’
과거엔 오타도 많았고, 내용도 단순했고, 설명이나 개연성도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 내가 봤던 소설이 과연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소설의 퀄리티가 올라갔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오빠는 이걸 앞으로 어떻게 할까?”
팬카페에선 [드래곤 마스터]의 애니화 혹은 실사화를 놓고 앞다투어 주장하는 중이었다.
출판이 되기 전에도 의견충돌이 컸었는데, 출판이 된 지금 사람들의 반응이 더 궁금해졌다.
이사벨은 [나인 드래곤]에 접속했다.
‘최우수 회원님이 글을 올리셨네?’
우수회원 등급을 유지하려면 하루마다 책을 품평하는 게시글을 올려야 하며, 뿐만 아니라 글의 의미와 문단의 해석 등 다양한 덕질로 꾸준히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최우수회원은 다르다.
한 번 최우수 회원이 되면 굳이 게시글을 주마다 올릴 필요가 없었고, 가끔 논쟁이나 중요 사건이 있을 때만 글을 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최우수 회원이 되기 위해 아득바득 노력하는 중이었다.
「<제목 : 현재 [드래곤 마스터] 논란에 관해서.>
오늘 [드래곤 마스터]가 출판되었습니다.
출판 전에 리암(일러스트레이터)분과 우수회원이신 [드래곤 원 내 보스]님이 드래곤 원 작가님과 만나 실사화 or 애니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고, 그 이후로 계속 카페 내의 다툼이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출판되기 전이다 보니 각자 예상한 스토리로 주장한 것뿐이었고, 작품을 확인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지신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저는 실사화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니화가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음을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번개 흉터 마법사, 반지의 황제 등 많은 소설들이 실사화를 하고 충분히 성공했음을 모든 분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물론 무조건 실사화가 맞다는 건 아닙니다. 애니화도 애니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어차피 선택하는 건 드래곤 원 작가님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하나의 의문점이 듭니다.
현재 120만 부가 품절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양은 아닙니다.
[사막의 전갈] 누적 판매량 : 490만
[블랙 & 월드] 누적 판매량 : 155만
[드래곤 마스터] 누적 판매량 : 120만
모든 작품이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가 지지부진하기는커녕 판매량이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막의 전갈은 500만 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미국 회사들은 돈을 벌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제 예상일 뿐이지만 실사화든 애니화든 어차피 언젠간 둘 다 진행될 것 같습니다.
물론 첫 스타트를 무엇으로 끊을지는 작가님의 뜻이 있어야겠지만요.」
이 글의 요지는 은근슬쩍 실사화가 더 좋다는 냄새를 풍기고 있지만, 중요한 건 두 개 다 한다는 가능성을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실사화에 힘이 더 쏠리기는 하네.’
미국의 애니는 일본과는 다르게 3D애니가 많다 보니, 재미는 있지만 실사화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물론, 일본이나 한국같이 애니메이션 강국인 나라에 의뢰를 맡겨 2D로 제작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건 제임스 오빠가 싫어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블랙 & 월드] 영화화도 아직인데, [드래곤 마스터]는 너무 이른 거 아니야?”
***
이사벨의 말대로 미션 컴퍼니는 현재 계약의 진척이 없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제임스가 휴식을 취하느라 메디슨한테 계약에 관해 많이 듣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계속 전화가 와. 슬슬 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그래서 조건은 어때?”
-최고야. 다만, 성공했을 때 하에서만 말이야.
“흐음......”
-어떻게 할래?
“한번 만나볼 수 있을까?”
-당연히 말해볼 수 있지. 원래 널 만나고 싶어 했으니까. 마을로 같이 찾아갈게.
“그래 주면 나야 좋지.”
-아. 그리고 이건 조금 이른 말이긴 한데 [드래곤 마스터] 계약도 함께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어.
“뭐?”
나는 침대에 누운 상태로 메디슨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드래곤 마스터]가 솔직히 미션 컴퍼니랑 잘 어울리긴 하지. 애니화도 괜찮게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실사화가 답인 것 같아.”
-실사화로 결정한 거야?
“응. [사막의 제국]이 있으니까.”
물론 [드래곤 마스터]의 애니화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과거 내가 즐겨봤었던 [드래곤 키우기] 또한 애니였으니 말이다.
‘실제로도 애니화가 더 쏠리긴 했지.’
바로 드래곤의 형태 때문이다.
드래곤을 더욱 귀엽기 표현하려면 실사화보다는 애니화가 더 좋기는 했다.
요즘은 CG가 많이 발달되어 있으니 나름 귀엽게 표현할 수 있겠지만, 애니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드래곤 키우기]에서 나오는 드래곤들도 처음에는 무섭게 표현됐지만, 그들을 길들일 수 있게 된 이후부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귀여움을 노출시켰다.
잔디 같은 풀숲에서 노는 걸 좋아하며, 편식하는 물고기가 있고, 특유의 냄새를 좋아하며, 신체의 어느 부분을 긁어주면 좋아하기도 한다.
그걸 더욱 세세하게 표현해주려면 확실히 애니화가 더 좋기는 했다.
‘[사막의 제국]으로 충분해.’
나중이라면 모를까 일단 [드래곤 마스터]의 애니화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드래곤 블러드]라는 영화를 모티브로 만들었기에, 실제 인물과 드래곤을 상상하고 집필했던 작품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애니화가 언급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CG작업은 미션 컴퍼니를 따라갈 곳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
“응. CG 히어로 영화 판권을 아예 인수해 버렸으니까. 아무튼 알겠어. 언제쯤 올 것 같아?”
-빠르면 내일. 늦어도 3일 안에는 갈 거야. 오늘 아침에도 전화가 왔거든.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메디슨 누나와의 전화를 마치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바빠지겠구나.”
***
언제나 책을 출판하면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SNS로 Q&A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약속은 언제 지킬 거야?”
“무슨 약속?”
“Live 얼굴 드러내고 방송하는 거.”
“.....그거 꼭 해야 해?”
“약속했잖아?”
“굳이 따지고 보면 약속한 시기도 아니지.”
[사막의 전갈] 시사회 이후 반응을 보고 Live에 얼굴 까냐 안 까냐를 정하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이사벨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냥 시원하게 까면 안 돼?”
“응. 안 돼.”
“아니 왜? 동양인이라고 차별받는 것도 아니잖아?”
“그게 아니라, Live 방송하면 집에 찾아올 것 같아서 그렇지.”
“누가?”
“팬들이.”
뉴스에도 가끔 나오지 않는가.
개인방송에서 위치가 나오면 구글맵에서 검색해서 팬들이 찾아가는 거.
나는 이 조용한 마을에서 난리를 피울 생각이 없었다.
“그 건은 Q&A 뒤에 따로 이야기하자.”
“그래서 이번에는 몇 개나 질문받을 거야?”
“똑같이 10개지. 뭘 더 해? 그보다 나한테 이제 질문할 게 있나 모르겠네.”
나는 SNS에 들어가 스토리를 올렸다.
[Q&A Live 방송을 p.m 3시 30분에 시작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