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60화 (59/216)

60화. Q&A (4)

[1) Q : opaenmu는 이제 묻지 않겠습니다. Live 방송 얼굴 드러내고 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A : 언젠가는 얼굴을 드러낼 생각이니 그 시기를 앞당겨도 상관없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생각 없습니다.]

첫 질문부터 이사벨과 대화했던 내용이 나왔다.

이사벨과 대화했을 때와는 달리, 시청자들의 질문엔 내 생각을 그대로 전달했다.

“앞당겨도 상관없다면서? 왜 안 하는 거야?”

“앞당긴다고 해도 내가 말하는 게 지금은 아니거든.”

시사회 전에 사인회가 있을 것이고, 그 사인회에서 어차피 얼굴이 밝혀질 것이다 보니 그때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인회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사회보다 빠르지 않겠는가.

“두 번째 질문 골라봐.”

“으음.... 이거 어때?”

이사벨이 채팅창을 가리키자 나는 그대로 답변을 적었다.

[2) Q :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책으로 출판할 생각이 없으신가요? 웹소설로 보니 답답한 구석이 있어서요.]

[A : 책으로 출판할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1권 분량이 완결되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웹소설의 장점 중 하나는 ‘미리 보기’도 있으니, 웹소설이 익숙지 않으신 분들은 책이 출판될 때까지 기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웹소설의 또 다른 장점이자 단점이 이것이다.

종이책으로 출판된 책을 봤는데 다음 내용이 알고 싶어진다면, 다음 책이 출판될 때까지 한 달 길면 몇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렇기에 다음 내용이라도 빨리 볼 수 있게, 하다못해 절단된 마지막 내용이라도 이어볼 수 있게 웹소설을 보는 것이다.

물론, 본다고 해도 다음 화를 향한 욕망은 끊기지 않을 테지만.

“다음은 이거.”

나는 이사벨이 골라주는 질문을 확인한 다음 키보드를 두들겼다.

[3) Q : 월드 미션 컴퍼니가 [블랙 & 월드]와 [드래곤 마스터]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미션 컴퍼니가 관심을 가져주니 고맙네요.]

[4) Q : 혹시 여자친구 있으신가요?]

“.....이사벨?”

“왜? 어차피 없잖아? 질문 내용 때우는 데 이런 게 최고라니까?”

나는 침울한 마음을 감추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A : 없습니다.]

여자친구가 없다는 말에 채팅창에 ‘동지’ ‘친구’ ‘우정’ 같은 말들이 치솟기 시작했다.

씁쓸하게 채팅창을 무시하며 다음 질문을 받았다.

[5) Q : 내일 양장본 추첨이 공개되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추첨 공개와 함께 각 주소로 배달을 시작한다고 들었다.

20일부터 추첨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2주 정도가 흘렀으니 양장본 당첨자를 발표할 시간이 되긴 되었다.

[A : 천 권, 아니 990권에 선택받으신 분들은 제 사인을 보고 기절하지 않길 바랄게요.]

이사벨은 내가 올린 답변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사인이 심하게 유치하긴 하지.”

“시끄러워.”

[6) Q : 올리비아 콜린스가 [블랙 & 월드]에 출연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현재 주인공 에나의 역할로 생각해둔 배우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작사와 협의하여 에나의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에게 기회를 줄 생각입니다. 저는 영화제작에 제 목소리가 많이 들어가질 않길 바랍니다.]

영화화가 성공하려면 영화를 성공시켰던 감독의 권한을 전적으로 밀어주어야 한다고 느꼈다.

내가 엘라를 [블랙 & 월드]에 염두에 두고 있긴 하지만, 아직 내가 모르는 배우들도 수두룩하고, 엘라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결정 지은 사안은 없었다.

물론 시나리오는 내 확인을 받아야겠지만.

[7) Q : 올리비아 콜린스가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작가님으로 뽑았는데 당대 최고의 미인에게 선택받은 기분이 어떠세요?]

[A :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실제로 보고 실망하시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다음 질문을 뭐로 할까 고민하던 중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다던 질문이 보였다.

[8) Q : 작가님은 애니화? 실사화?]

나는 나름 생각해뒀던 걸 글로 옮겨적었다.

[A : 개인적으로 실사화입니다. 제가 [드래곤 키우기] 영화를 좋아해서 애니화의 장점을 알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드래곤 마스터]는 어린 시절부터 [드래곤 블러드]라는 실사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기에 이 또한 실사화로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둘 다 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내가 쓴 글에 옆에 있던 이사벨이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애니화가 돼서 귀여운 드래곤들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그러니까 두 개 다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거잖아?”

“그래도 동시에 제작되진 않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두 개 다 영화로 제작돼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면 제작사한테 큰 타격이 갈 테니까.”

보통 실사화나 애니화 둘 중 하나를 먼저 제작한 뒤에 나머지 하나도 제작하지만, 실사화를 나중에 해서 성공한 작품들이 많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한국이 실사화는 또 상당히 잘하는데...’

만화와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에서도 실사화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대부분 욕만 먹기 일쑤였다.

특히 해외 팬들한테 큰 충격을 주는 경우도 많았는데, 가장 유명한 건 드래곤 볼 7개를 모으는 만화의 실사화였다.

배우진과 투자진도 탄탄했지만 결국 쫄딱 망했다.

그런데도 계속 실사화를 진행하는 건 자국 내 인프라가 가능한 것과, 탄탄한 팬층이 있기 때문이다.

‘애니나 만화로 한 번 받은 감동을 실사화로 살리는 건 굉장히 어려워. 그에 반면 소설은 비교적 쉬운 편이지.’

원작에 가장 비슷한 배우를 찾는 것도, 소설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소설은 등장인물의 외양을 오로지 독자들의 상상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아쉬운 소리 정도만 나오는 반면, 애니메이션은 이미 기준이 된 외모가 있어서 그에 조금만 벗어나도 감동을 파괴하기 쉬웠다.

‘그래도 작품의 실사화가 모두 망한 건 아니지.’

실사화를 해서 대박을 터트린 작품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최근 히트했던 히어로 영화였다.

예전부터 영화로 제작되긴 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 발전된 CG 덕분에 그 효과를 배로 받은 만화가 바로 히어로 만화였다.

오래전부터 쌓아온 탄탄한 팬층과 다양하고 신선한 스토리, 거기에 화려한 CG와 재치 있는 배우들의 애드립이 첨가된 영화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대박을 터트렸고, 이후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일본에서도 성공한 작품을 하나 꼽자면, ‘바람의 일검’과 ‘죽음의 책’ 정도가 생각난다.

[9) Q : 작가님 지금까지 수입을 알 수 있을까요?]

[A : 노코멘트]

‘이걸 왜 물어보는 거야?’

나도 돈이 없을 때 ‘저 배우는 얼마나 벌까?’ ‘저 작가는 얼마나 벌까?’ 같은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막상 질문을 받아보니 꽤나 당혹스러웠다.

[10) Q : SC라스틱이 공식적으로 작가님 사인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언제쯤 하고 싶으세요?]

[A : 첫 질문의 답과 이어서 적겠습니다. 본래 Live 방송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걸 [사막의 전갈] 시사회 이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조금 앞당겨서 사인회를 한 이후에 얼굴을 드러내고 방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인회에 대해선 저도 들은 게 많이 없어서 뭐라고 자세히 답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것으로 Q&A 방송은 종료하겠습니다.]

방송을 종료하고 컴퓨터를 끈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고작 Q&A 할 때도 이렇게 긴장되는데 얼굴 드러내고 방송되겠냐.”

“전에는 쉽다며?”

“그때는 그래도 순수한 질문이 많았으니까. 이제는 그런 단순한 질문보다 진지하게 물어오는 게 많아서 나도 답변할 때 더 신경 쓰게 되네.”

Q&A 답변은 고작 30분 정도 걸렸지만, 체감 시간은 3시간이 넘는 것 같았다.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아니, 무조건 먹을 거야. 속 좀 차갑게 만들어야겠어.”

“에엑? 나도 가야 해?”

“아니, 넌 가지 마.”

“진짜?”

“너보고 사오라고 할 거니까.”

“......”

“뭐?”

이사벨은 침울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

“다 했다! 만족! 만족! 끄으읕!”

다이애나는 의자에 앉은 상태로 기지개를 쭉 켰다.

그런 다이애나의 곁으로 옅은 갈색 머리카락에 주근깨가 있는 키가 작은 소녀가 다가왔다.

“만족해? 그럼 이게 끝이야?”

“응! 고마워 로지! 이 은혜 언젠간 갚을게!”

“괜찮다니까. 나도 너한테 도움받는 일이 많았으니까 당연히 도와준 것뿐이야. 거기에 가사도 재밌었고.”

“재밌었지? 그치?”

“응. 근데 감정 전달은 잘 안 되더라...... [블랙 & 월드]를 안 읽어봐서 그런가?”

“......뭐?”

그 말에 다이애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떻게 아직까지도 [블랙 & 월드]를 안 읽어봤단 말인가.

작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 동안 가사에서 느껴져야 하는 감정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딘가 이상하다 했더니만, 아직까지도 책을 읽지 않고 있었다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내가 책을 잘 안 읽는 것도 알잖아? 그래도 드래곤 원 작가님 소설은 좋아해. [사막의 전갈]도 네 추천대로 읽어봤긴 했는데 재밌는 소설이었어. 그런데 [블랙 & 월드]는 읽고 싶어도 서점에 가면 아직도 없기도 하고.”

“내가 줄게! 오늘 당장 집에 가서 읽어봐! 얼른!”

“얘는..... 드래곤 원 작가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리네.”

로지는 피식 웃으며 저장된 노래를 재생해봤다.

자기가 부르긴 했지만, 상당히 괜찮은 노래라고 느꼈다.

부모가 자식을 알지 못했다는 아련함, 자신을 지켜줄 거라 믿었던 자들의 배신, 위기의 순간 나타난 희망.

모든 것이 노래 가사 안에 담겨 있었다.

듣는 것만으로 가슴이 울컥해지며 심장 한 켠이 아려올 정도였다.

“그래서 바로 보낼 거야?”

“그, 그러고 싶은데.....”

다이애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나..... 제임스 선생님 메일 몰라.”

“전화번호 아니까 문자로 보내도 되잖아? 거기에 SNS 친구 추가도 해주셨다며? 메일 물어보든가.”

“으으......”

다이애나가 핸드폰을 들고 계속 망설이자, 답답했던 로지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다이애나의 핸드폰을 뺏어 들었다.

“꺄악! 뭐, 뭐 하는 거야!”

“답답해서 그렇지.”

로지는 다이애나의 핸드폰에 떠올라 있던 전송 버튼을 꾸욱 눌렀다.

옆에 있던 다이애나가 기겁했지만, 오히려 로지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고작 노래 한 곡 보내주는 건데 왜 이리 뜸을 들이는 거야?”

“그래두..... 부담스러워하실까 봐 그렇지.....”

“부담은 무슨 얼른 메시지나 더 보내.”

“마, 맞다!”

다이애나는 서둘러 추가 메시지를 서둘러 보냈다.

***

제임스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고 있다 갑자기 울린 핸드폰을 보며 고개를 비스듬히 틀었다.

“다이애나가 뭘 보낸 거지?”

메시지 함으로 들어가 보니 어떤 mp3 파일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저번에 선생님이 보내주신 가사가 아까워서요.

-노래로 한번 만들어 봤어요! 별로면 그대로 삭제하셔도 돼요!

“노래?”

잭슨가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분명 내가 적은 가사를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봤었지?

‘들어볼까?’

방에서 이어폰을 가지고 와 핸드폰에 연결하고 노래를 재생했다.

-♩♪~~♬~!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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