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32화 (131/216)

132화. 초능력 세계 (2)

[초능력 세계]는 지금 당장 수정을 거치진 않았다.

수정 작업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 것도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용을 수정하기보다는 내용을 확인하는 걸 우선으로 했다.

2권 분량의 글이어도 작게 작게 스토리가 이어져 있다 보니 세계관만 가져가고 내용 전체를 아예 다시 써야 할 판이었다.

‘보통 이런 건 웹소설인데.......’

하나의 스토리를 끝까지 끌고 가는 소설책과는 달리, 몇 화 만에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해결하는 웹소설의 특성상, [초능력 세계]는 웹소설에 어울렸다.

“잠깐만? 웹소설?”

이마에 손을 올리고 곰곰이 고민해봤다.

아동문학의 웹소설화..... 과연 가능할까?

‘전자책으로는 있기는 한데......’

아동문학이 전자책으로는 있지만, 웹소설의 특성상 아이들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다고 해도 SC라스틱에서 웹소설 관리가 가능할까?’

빌에이든 미디어도 웹소설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삐걱거렸었다.

사전준비를 많이 했다고 해도 첫 도전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잘 운영되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게 하나의 사업체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SC라스틱는 아동문학이라는 신뢰를 쌓아서 성장한 기업이란 말이지..... 웹소설 전담 부서를 만든다고 해도 나 혼자만 담당하게 될 수도 있어.’

빌에이든 미디어처럼 적극적으로 웹소설에 뛰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문학 웹소설을 집필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이건은...... 일단 전화부터 해야겠는데?”

안된다고 하면 뭐..... 처음부터 수정을 시작해야지.

‘늦었으니까 일단 자고.’

내일 전화해보자.

***

SC라스틱은 현재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빌에이든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드래곤 마스터]과 [사막의 제국]의 성공 때문에 바쁜 것도 있지만, 사인회로 인해 또다시 불이 붙으면서 공장을 주말까지 포함해 24시간 내내 가동시키고 있음에도 판매량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좋았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특히나 제임스 작가가 Live 방송에서 한 [드래곤 마스터 2부] 원고가 SC라스틱에 있다는 소식에 하루하루 몰려드는 메일들을 관리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 때문에 새로운 직원을 뽑을 정도였고, 신입사원인 루시아도 어느새 누군가를 가르쳐야 할 입장이 되었을 정도였다.

아무튼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때 루시아는 갑작스럽게 온 전화를 받았다.

“네! 작가님!”

아무리 바쁘더라도 1순위인 제임스 작가의 전화는 놓쳐선 안 됐다.

-안녕하세요 루시아. 그때 사인회에서 정말 수고하셨어요.

“아니에요! 작가님이야말로 고생하셨는걸요? 손목은 이제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다행이에요! 아. 근데 휴식을 취하신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어쩐 일이신가요?”

-아. 제 신작에 대해서 말하려고요.

그 말에 루시아의 눈이 커졌다.

“서, 설마 [일곱 개의 죄악 : 【질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SC라스틱 측은 [일곱 개의 죄악]을 원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리 가망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유야 많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동문학이라는 회사 이미지 때문이었다.

제임스 작가가 직접 이번 소설은 극도로 잔인하다고 말했는데 SC라스틱이 그런 소설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겠는가.

그런 연유로 SC라스틱은 반쯤 포기하고 있는 상태였고, 제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거절할 입장이었다.

자신들한테 맡겨달라는 의미는 신뢰를 표시하는 응원의 메세지였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제의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 그건 아니에요.

“.....네에.”

들떴던 마음이 물거품처럼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루시아는 기운을 차리며 말했다.

“그럼 또 신작이 있으신가요?”

-네. 이번에 새로 하나 시작할까 해서요.

“이번에.....요? 괜찮으시겠어요?”

작품도 중요하지만, 작품보다는 제임스 작가의 몸이 더 중요했다.

많은 작품을 쓰고 있기에 건강이 안 좋아질 것을 우려했다.

-괜찮습니다. 하하. 어차피 습작 중 하나를 수정하는 거고, 그보다 이걸 신작으로 낼지 안 낼지 의논하기 위해서 전화를 한 거니까요.

“아. 혹시 내용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저희가 읽어보고 의논을 해서......”

-아뇨. 물론 그것도 맡길 생각이기는 한데, 그보다 중요한 게 있거든요.

‘중요한?’

루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보다 중요한 게 있다니?

-이번 소설을 웹소설로 해볼까 했거든요.

“아..... 웹소설이요?”

-네.

“그럼 그렇게 하세요!”

-......네?

핸드폰에서 제임스 작가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죠! 어차피 웹소설로 연재하셔도 책으로 출판하는 건 언제든지 가능하니까요! 작가님이 무얼 걱정하시는지 알고 있어요. 저희가 웹소설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신 거죠?”

-네.. 웹소설하고 종이책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헤헤. 물론 대표님한테 말은 해봐야겠지만 좋다고 하실 거예요! 웹소설 전담 부서를 굳이 만들지 않더라도 작가님 작품 하나 정도는 커버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가요?

“네. 근데 문제는 저희한테 연락하신 걸 보면 어린아이들을 위한 글이죠?”

-네. 맞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볼 수 있을까요? 웹소설이니까 부모님들이 찾아줘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것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길게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라 종이책으로 하면 힘들 것 같더라고요.

“음.....”

루시아는 제임스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다 이내 궁금증이 떠올렸다.

“장문 스토리가 아니라면... 스토리 하나하나가 그렇게 길지 않는다는 거네요?”

-네. 기껏해야 10만 글자? 정도네요.

“10만.....”

웹소설로 따지면 7~10화 정도의 분량이었다.

“이건 제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긴 한데...... 이러시는 건 어때요?”

-어떤 거요?

“그냥 종이책으로 내는 거예요. 다만, 스토리 별로 작고 얇은 책으로 내는 거죠.”

-... 동화책 같은 개념을 말하는 건가요?

“비슷하지만.... 아니, 동화책 같은 개념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냥 스토리마다 잘라서 책을 내는 거죠.”

-......흐음.

핸드폰에서 고민이 가득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네요. 구스버스처럼 적으라는 거죠?

“네! 맞아요!”

구스버스라는 호러, 모험, 액션, 코미디 아동 소설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동 소설이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작은 페이퍼백 기준으로 120페이지 내외에 불과하다.

하지만 구스버스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TV Show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아직까지도 연재하는 중이며 많은 아이들을 동심의 세계로 데려갔다.

SC라스틱이 담당하고 있는 일이라 루시아가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가 일단 스토리 몇 개를 보내드릴게요. 보고 판단해주세요.

“네! 수정 안 한 상태로 보내주셔도 괜찮아요! 읽어보고 대표님하고 상의한 다음 연락드릴게요!”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제임스하고 전화가 끝나자 루시아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새내기인 자신이 과연 이런 권유를 해도 되는 걸까?

뭔가 조금 나선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작가님과 편안히 대화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는 찰나, 루시아의 귓가에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 작가님이셔?”

“히익!”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토끼처럼 몸을 움츠린 루시아는 고개를 돌려 흥미로운 얼굴로 서 있는 스티븐을 바라봤다.

“무슨 일인데? 설마 [일곱 개의 죄악]을 우리한테 맡겨주신대?”

“그건 아니고요..... 저희한테 또 다른 신작을 맡기고 싶다고 연락하셨어요.”

그 말에 스티븐의 입꼬리가 흔들렸다.

“.....새로운 신작? 제임스 작가님은 무슨 괴물이야? 뭐 이리 신작을 많이 연재해?”

“그게 아니라. 어렸을 적에 적어놓은 습작이 있는데 이걸 연재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셔서요.”

그 말에 스티븐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드래곤 마스터]도 습작이라고 하셨지? 이번 작품의 이름이 뭐래?”

“그건 못 들었는데..... 아. 수정은 안 하셨지만 곧 보내주신다고 하셨어요!”

“그래?”

곧이어 루시아의 모니터에 메일이 왔다는 표시가 떴다.

“일단 읽어본 다음에 말해줘. 나는 대표님한테 말하고 올 테니까.”

“네!”

“내용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는데, 일단 오늘 해야 할 거 로니한테 넘기고 제임스 작가님 소설을 우선으로 해.”

“넵!”

일하지 않고 책을 읽어도 된다는 소리에 루시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야근을 해가면서까지 제임스의 소설을 몰입해 읽었던 과거가 생각나자 더욱 행복해졌다.

‘어디보자......’

루시아는 제임스가 보낸 파일을 열었다.

“.....이건.”

어반 판타지, 초능력 그리고 왕과 공주가 존재하는 세계.

무엇보다도 영웅의 이야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소설도 뜨리라는 걸.

***

루시아한테 메일을 보낸 제임스는 컴퓨터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던 자신과 다르게 루시아는 생각지 못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역시 의논해 보는 게 정답이었네.’

내가 생각해도 웹소설보다 그 방법이 더 좋았다.

작은 책자에 담겨있는 짧디짧은 영웅의 이야기.

정의를 위해 싸우는 괴도의 이야기는 웹소설보다는 부드러운 촉감을 주는 종이책이 더 어울렸다.

‘책 페이지가 적으니까 부담도 다른 소설들보다 덜하겠지.’

나는 핸드폰을 다시 들어 에밀라한테 전화를 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이왕 일을 진행했으니 남아있는 일도 진행할 생각이었다.

-뚜우..... 뚜우...... 툭.

통신음이 몇 번 흐르지 않아 에밀라가 전화를 받았다.

-네! 작가님!

“안녕하세요, 에밀라. 결심이 서서 연락 드렸어요.”

-네. 말씀하세요.

“넷마이너스에 [리턴 패션 디자이너]를 맡기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곧바로 전해드릴게요!

“이번 주는 만날 수 없으니 다음 주에 미팅을 가졌으면 해요. 관계자분들한테 잘 설명해주세요.”

-네! 그럴게요! 메디슨 변호사님도 같이 오시나요?

“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요.”

나는 에밀라와 [리턴 패션 디자이너]와 넷마이너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대화를 나눴다.

“맞다.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가 또 있어요.”

넷마이너스 건에 대한 논의가 끝나갈 때쯤 나는 전화했던 또 다른 이유를 꺼냈다.

“[일곱 개의 죄악 : 【질투】]를 빌에이든 미디어 측에서 맡아주셨으면 해요.”

-......정말이요?

“네. 아무래도 빌에이든 미디어하고 잘 어울리는 소설이라고 생각해서요. 부탁드릴게요.”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환호성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 고마워요 작가님! 저희 이번에도 정말 열심히 할게요!

“하하..... 잘 부탁드려요.”

에밀라의 신선한 반응에 처음 통화했을 때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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