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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44화 (143/216)

144화. 팬

종종 라이브 댓글에 자기 팬레터는 잘 받았냐는 댓글들이 올라와 팬레터가 온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출판사에서 검열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 어련히 알아서 주겠거니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만...

검열은 물론이거니와 그 수가 상상을 초월해서 주지 못한 것이었다.

“창고 전체......”

“예. 이 창고에만 검열이 끝난 팬들의 선물과 편지를 모아두었습니다. 너무 많은 양이기에 검열도 오래 걸리고 있고요.”

“와.... 많아도 너무 많네요.”

로건은 Live 방송과 몬태나주에 있는 집을 가본 적이 있었기에, 현재 우리 집에선 이 정도의 짐을 수용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으로 나를 직접 초대한 것이겠지.

-스윽.....

나는 열린 상자에서 분홍색 편지 봉투에 들어있는 편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곱게 접혀있는 편지 안에는 즐겁고, 재밌고,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장문의 편지가 적혀 있었다.

글쟁이로서 가장 뿌듯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말이었다.

그다음 검은색 편지지로 되어 있는 편지를 열었다.

빨리 연참해 달라는 장난스러운 말로 시작해서, 투병 때 내 책을 보며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 주어서 고맙고, 앞으로도 재밌는 글을 보여달라며 훗날 작가님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으면 변호사인 자신이 무엇이든 도와주겠다며 명함까지 보냈다.

그다음엔 무척이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편지 봉투를 열었다.

편지 내용은 출판사 측에서 확인하여야 했기에 이미 뜯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요즘엔 보기 힘든 밀랍 인장으로 편지가 정성스럽게 포장되어있던 듯했다.

내용을 확인하니 자신은 모 기업의 대표인데 책을 보고 업무로 쌓였던 스트레스와 우울했던 기분을 말끔히 씻어냈다고 적혀 있었다.

편지를 하나하나 확인할 때마다 가슴 속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비집고 흘러나오는 듯했다.

나는 옆에 일행이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정신없이 편지를 읽었다.

“저어.... 작가님?”

“......”

“작가님?”

“네? 아..... 네.”

로건이 부르고 나서야 그제야 편지에서 시선을 뗄 수 있었다.

“즐거우신 것 같네요.”

“하하..... Live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것도 상당히 재밌는데..... 팬들의 진심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행복이네요...... 정말 좋네요.”

내 진심 어린 말에 로건과 에밀라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작가로서 팬들을 생각하는 것, 그리고 팬으로서 작가를 사랑하는 것.

제임스는 그 두 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양이 너무 많네요..... 다 읽으려면 한참 걸릴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문제입니다. 거기에 편지 말고도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로건은 잠시 상자들을 살펴보더니 그 중 파란색 플라스틱 상자를 내 앞으로 가져왔다.

그곳에는 편지와 함께 동봉되어 있는 선물들이 있었다.

“음식물도 왔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전부 폐기처분 했습니다.”

음식물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이 폐기처분 해야 했다.

그 외에도 비교적 보관이 용이한 편지와는 다르게 부피가 있는 선물들은 보관이 힘들었다.

“저희 측에서 보관하려고 해도......”

“너무 많네요.”

“예. 그렇다고 팬들의 성의를 무시할 수도 없으니까요. 하하..... 그래서 작가님을 초대한 것입니다. 이것들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기 위해서 말이죠.”

“음......”

이건 확실히 문제였다.

팬들의 정성을 가볍게 여기는 건 당연히 안 될 말이었고, 그래도 이 어마어마한 것들을 계속 보관할 수도 없었다.

“근데 무슨 선물을 보낸 거죠?”

“확인해보시죠.”

선물들을 확인해 보니 보드게임처럼 간단한 것들도 있었지만, 목걸이나 반지처럼 값비싼 액세서리도 있었다.

자신이 쓰던 것을 보낸 사람들도 있었고, 그 외에도......

“차 키? 이거 차 키 맞죠?”

“네. 연락 주시면 그 차 키의 차를 준다고......”

말 그림이 그려져 있는 전자식 차 키부터 시작하여 값비싼 것들투성이였다.

상자를 확인한 누나는 질린다는 얼굴로 말했다.

“네 팬덤이 무섭긴 하다. 무슨 조공하는 것도 아니고...... 원래 이런가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확답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죠.”

어느 할리우드 영화배우는 팬한테 섬을 선물 받는 경우도 있으니 그리 놀라울 건 아니었다.

다만, 대대적으로 방송을 타는 작가도 아니고, 기껏해야 일주일마다 뮤튜브 Live 방송만 하는 1년도 채 되지 않은 작가가 이 정도 선물을 받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일단 비싼 금품이나 이런 차량 같은 건 전부 돌려보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SNS에 이런 선물은 그만 보내달라고 해야겠네요. 팬레터는 뭐...... 어떻게든 보관할 수 있을 것 같지만요.”

“저희 측에서도 공지를 내겠습니다. 다만..... 저희도 이 창고를 사용해야 하다 보니 일단 이 창고에 있는 선물들만이라도 얼른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나. 보통 이런 경우에 어떻게 처리해?”

“글쎄. 보통 이런 건 소속사 선에서 알아서 할 것 같은데? 보통 보관하고 있지 않을까?”

“흐음.....”

이렇게 많은 선물을 영원히 보관할 수가 없을 텐데.

무엇보다 전부 읽을 수도 없고.

“우선..... 몬태나에 있는 집으로 보내는 게 좋겠네요.”

“나도 그게 좋은 것 같아. 일단 몬태나에 있는 네 방에 보관하고 근처에 전용 창고를 하나 만들어 놓은 다음에 그곳에 보관해도 좋고.”

“하긴, 그게 더 좋긴 하겠다. 창고라면 구매해도 되니까.”

“그럼 저희가 몬태나주에 있는 집으로 배송하겠습니다.”

“네. 그래 주세요. 하지만 그 전에.....”

나는 누나한테 핸드폰을 내밀었다.

“사진부터 찍어야지.”

“아. 도와드리겠습니다.”

로건과 에밀라는 상자 몇 개를 전부 꺼낸 다음 내 주변에 펼쳐주었다.

***

『제임스 권(Dragon one)

【사진】

오랜만에 SNS로 근황을 올리는 제임스 권입니다.

여러분들의 넘치는 사랑에 어떻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선물과 편지들로 인해 현재 집필에 영향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니 이제 선물과 편지를 보내지 않아도 저는 이미 배부릅니다.

앞으로 열심히 글 쓰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주는 일요일 오후 1시에 뮤뷰트 Live 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팬들은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

-저 정도면 집필이 마비될 만한데?

-마비된다고 해서 오바 떤다고 생각했는데 사진 보니까 이해가 되네.

-이야..... 팬레터 저거 다 읽지도 못하겠다.

-빌에이든 미디어에 올라온 글 보니까 저거는 극히 일부분이라고 하더라고, 검열도 너무 오래 걸려서 한참을 고생했다고 하더라.

-저걸 다 읽으려면 며칠 아니 몇 달은 걸리겠다.

길게 늘어선 상자 사진을 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심정을 표현했다.

그러자 곧이어 또 하나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제임스 권(Dragon one)

【사진】

팬레터는 제가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읽어 볼 예정입니다!

너무 많은 관계로 일일이 답장은 어렵겠지만,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팬한테 선물을 받으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자 한다.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제임스는 SNS에 글을 올린 뒤, 집으로 가는 길에 쉴 새 없이 팬레터를 읽었다.

“그렇게 좋아?”

“응. 당연히 좋지.”

전부 다 몬태나에 있는 집으로 보낼까 하다가, 몇 박스는 집에다 놓고 동기부여를 얻을 요량으로 챙겨왔다.

어차피 집에 가려면 꽤 시간이 걸리다 보니 그 시간 동안 팬레터를 계속해서 읽었다.

“이건 약간 소름 돋는다.”

종이 전체에 ‘연참연참연참!’만을 가득히 적어놓은 편지를 보자 살짝 소름이 돋았다.

“밥 먹고 들어갈까?”

“나야 좋지. 어차피 집에 먹을 거 없거든.”

“저번에 다 사놨잖아? 다 먹었어?”

“응. 인스턴트밖에 없어.”

“밥 먹고 또 재료 사러 가야겠네. 그리고 팬레터는 좀 그만 봐 계속 보면 멀미 난다.”

“.....그래야지.”

나는 누나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넷마이너스에 관한 이야기, 연재에 관한 이야기, 신작에 관한 이야기 등 운전을 하면서 이야기할 게 많았다.

“신작 이름이 [괴도 레이븐]이라고?”

“응. 근데 제목 이름이 도둑을 미화하는 느낌이라 살짝 우려된다고 하더라고.”

“요즘 그런 거에 민감하긴 하지. 그래서?”

“그냥 하기로 했어, 딱히 틀린 것도 아니니까.”

“잘 생각했어. 아, 맞다 얼마 전에 한스 대표한테서 연락이 왔어.”

“블루스타 게이트에서?”

“응. 영화 제작이 거의 끝나간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넷마이너스 측에서 또 접근한 모양이야.”

“방영권을 노리는 건가?”

“그런가 봐. 아무래도 투자가 되지는 않았으니까. 시사회 때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하자고 하더라고.”

“그러고 보니 1월에 시사회도 있었지......”

저번에 누나가 알려주기론 시사회는 일주일 전에 하는 게 보편적이라 1월 5일 월요일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1월에 바쁘겠네.”

“일이 많아?”

“응. 해외 진출도 1월부터 시작되고, [사막의 전갈]도 1월 개봉이고, [리턴 패션 디자이너]도 1월 제작이고..... 거기에 가장 중요한 게 있거든.”

“가장 중요한 게 있다니?”

“에일리가 1월에 아이를 출산해.”

“.....!”

그 말에 메디슨이 경악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진짜?”

“응.”

“그 아이가?”

“그렇다니까?”

1월에 몬태나주에 간다면 아이를 안고 있는 에일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리턴 패션 디자이너] 2권 인터뷰에 적극 참여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니, 그때 가서 인터뷰를 해봐야지.

물론 아이 선물도 한 보따리 사가고.

“세상 살다 보니 놀랄 일이 참 많네..... 너하고 동갑인 에일리가 벌써 아이를 낳다니.....”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것참. 아무튼 1월에 몬태나로 가야 할 것 같아. 누나는 갈 수 있어?”

“갈 수는 있는데..... 그땐 안 가련다. 휴가를 1월부터 쓰면 나중에 골치 아파지니까. 신중하게 써야지.”

“잘 생각했어. 아무튼 그래서 1월은 진짜 바쁠 것 같아..... 하아. 그전까지 [블랙 & 월드] 2부를 적어놔야지.”

“신작 연재도 있다며? 그건 전자 계약서로 작성할게.”

“응. 부탁할게. 그나저나 오늘도 우리 집에서 자고 갈 거야?”

“어차피 내일 주말이니까 그래야지? 옷도 가지고 왔는데.”

“준비 철저하네.”

“집에 술 있어?”

“맥주 정도는 있는데..... 그냥 차라리 술이랑 재료 사서 집에서 삼겹살이나 구워 먹을까?”

“삼겹살엔 김치를 구워 먹어야지. 김치는 있어?”

“응.”

“콜! 그럼 그렇게 하자.”

누나는 식당으로 가는 길을 틀어 마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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