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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45화 (144/216)

145화. 크리스마스 이벤트

운동과 글 그 두 가지로 하루하루가 반복되었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크리스마스이브인 목요일이 다가왔다.

오로지 글에만 집중했기 때문인지 시간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흐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자 다이애나가 전화를 걸었다.

-죄송해요..... 아무래도 못 갈 것 같아요.

“죄송하긴요. 괜찮으니까 가족분들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네에......

예상대로 다이애나는 오지 못했다.

마음은 예뻤으나, 추위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다이애나가 다니는 줄리어드 스쿨에서 크리스마스 때 캐롤을 연주한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못 오게 되었다고 한다.

전화를 끊은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글을 다시 쓰기 위해 모니터를 바라봤다.

‘[블랙 & 월드]는 절반 정도 집필했고,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어쩔 수 없이 휴재를 해야겠네.’

더 이상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았기에 인터뷰를 한 뒤에 집필을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 듯싶었다.

‘그래도 [괴도 레이븐]이 쓰기 편해서 좋긴 하네.’

페이지가 적고, 짧은 스토리만 쓰면 되다 보니 [리턴 패션 디자이너] 연재보단 훨씬 수월했다.

‘아리아나도 집으로 내려간다고 했으니 이틀 동안 운동은 쉴 수 있겠네..... 오늘 최대한 많이 적어 놓자.’

게다가 소설과 미디어에서 영감을 얻은 [블랙 & 월드 2부 : 악의 구슬] 역시 현실에서 영감을 얻은 [리턴 패션 디자이너]보다 쓰기 쉬웠다.

여러 가지 문헌을 조사하고, 자료를 조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하나 있었다.

“끄응..... 인터넷 조사만으로는 확실히 몬스터에 관한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적지는 못하겠네.”

1부에서는 에나와 케이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두었지만, 2부에서는 몬스터 고유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기에 아무래도 여러 몬스터의 이야기가 나와야 했다.

‘인터넷에도 정확하게 나오지가 않은데.... 하아.’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블로그나 위키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랐다.

두 개 다 맞는 내용일 수도 있었고, 두 개 다 틀린 내용일 수도 있었기에 몬스터 하나 넣을 때마다 많은 조사가 필요했다.

‘서점에 가볼까.’

크리스마스이브에 혼자 다닐 정도로 깡다구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슬슬 스토리에 필요한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끄응......”

나갈까 말까.

내 마음속에 있는 두 녀석이 서로 부딪쳤다.

오늘 나가면 좋은 점은 내일을 대비해서 글을 많이 쓸 수 있기에 크리스마스 분량을 최대한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나가서 안 좋은 점은 내 옆구리가 시려서 마음속으로 눈물을 집어삼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가자.”

어차피 홀로 보내는 것도 몇 년째인데..... 뭘 고민하고 앉아있냐 제임스...

이제 신경도 안 쓰인다.

“가자.”

나는 혹시 몰라 집에 있는 가장 큰 가방을 등에 메고 밖으로 나갔다.

***

크리스마스 이브는 미국에서도 휴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대통령이 이브도 휴일이라고 지정하면서 휴일에 속하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캐롤송 덕분에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않더라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캐롤을 흥얼거리며 평소에 자주 가는 서점으로 향했다.

서점 또한 건물 전체를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춰 꾸며놨다.

“자네는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올 곳이 이곳밖에 없나?”

“......”

“쯧쯧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겨가지고는 왜 그렇게 궁상맞아 보이나?”

“그건 아닌데..... 보통 손님이 오면 반갑다고 맞이해줘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니에요 할아버지?”

“자네 청춘이 답답해서 그러네 답답해서. 에잉.”

서점 할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한 말씀 하셨다.

당사자보다도 더 진심인 듯한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뭘 찾으러 왔나?”

“몬스터 사전 같은 거 있나요?”

“동양?”

“전부 다요. 웬만하면 설명이 세세하게 나온 편이면 더 좋고요.”

“그렇다면 한 권이 아닌 여러 권을 사는 게 더 좋을 걸세.”

“그렇게 해야죠.”

“무료로 줄 테니 [사막의 제국]에 사인 어떤가?”

“저야 좋죠.”

“따라오게.”

사장님이라 그런지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상세하게 알고 계셨다.

“아프리카, 동남아, 동유럽과 북유럽, 남미 전부 필요한가?”

“네. 동아시아도 부탁드릴게요.”

“많이도 필요하구만 [블랙 & 월드] 때문에 그런가?”

“그렇죠. 슬슬 필요하더라고요.”

“1부는 몬스터가 너무 유명한 것들만 나와서 심심하다고 느끼긴 했네.”

“네. 너무 급하게 쓰느라 자세히 적지 못했으니까요. 2부에서는 많이 나올 거예요.”

“기대하겠네.”

할아버지는 이곳저곳을 뒤지며 내가 들고 있는 바구니 안에 책을 가져다 놓았다.

“윽.....”

책이 10권 이상으로 넘어가자 더 이상 무거워서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가져가는 것도 힘들겠네요. 너무 무거워요.”

“그래도 필요한 것들일 걸세. 한 번 확인해보게.”

책 중에는 중고책들도 있었기에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한 권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하나의 몬스터라도 지역마다 생김새가 달랐고, 그에 따라 설명도 많았다.

“몬스터라는 건 같은 나라라도 지역마다 생김새나 설화가 다를 수 있으니 그런 것도 조심하게.”

“네.”

몬스터라는 건 어찌 보면 나라의 근본 같은 것이다.

신 혹은 악이라 불리다 보니 할아버지의 말대로 지역마다 생김새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몬스터라도...... 이것 참 어디서는 선이고 어디서는 악이니.....”

“일본 쪽 몬스터도 그런 느낌이 많네. 그곳은 몬스터를 모시는 신전 같은 것도 있으니까.”

“에휴..... 오늘은 집필 대신 이것들을 전부 읽어봐야겠네요. 아무래도 오늘 글쓰기는 무리겠네요.”

“잘 생각했네. 그래서 사인은?”

“지금 바로 해드릴게요.”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의자에 앉아있자 할아버지가 새 책과 함께 커피 한 잔을 가지고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대문짝만하게 사인해주게.”

[사막의 제국] 페이지에 꽉 찰 정도로 사인을 해주었다.

할아버지는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휴게실 밖으로 나갔다가 잠시 후에 다시 들어왔다.

“그나저나 제 사인은 전시 안 해주시면 안 돼요? 요즘 좀 창피한데......”

LA에서 내 사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곳은 이곳밖에 없다 보니, 그 때문에 사람들이 내 사인을 보러 서점에 많이 온다는 것 같았다.

“끌끌..... 자네 같으면 그러겠나?”

“.....그건 아니죠.”

서점 할아버지와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그냥 평범한 그런 대화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컵 안에 있던 커피가 전부 사라져 있었다.

“이제 슬슬 가볼게요. 해야 할 것도 있고.”

“조금 더 있다가지..... 글 쓰러 가는 건가?”

“뭐..... 오늘은 책도 읽어야 해서 글 쓰는 건 아니고요. 오랜만에 시나리오를 조금 적어볼까 해요.”

“시나리오?”

“하하 그런 게 있어요.”

나는 책을 전부 가방에 담았다. 큰 가방을 가지고 와서 다행이었다.

“글 열심히 쓰게. 손자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하하. 노력해볼게요.”

나는 가방 안에 책을 집어넣은 뒤 서점에서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

다음 날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고, 나는 올리비아가 보내준 주소를 확인하고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데 깔끔한 점장을 입는 것보다는, 그냥 작가답게 깔끔한 옷을 입었다.

‘산타클로스 복장은 안 입어도 되겠지?’

어차피 단순한 이벤트라고 해서 복장을 바꿔야 한다면 기꺼이 바꿀 생각이었다.

아무튼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운전하면 한 시간? 아니 두 시간 정도 걸리려나?’

크리스마스 당일이다 보니 차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여 조금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외출하나?”

1층으로 내려오니 한스 할아버지가 택배 상자를 정리하고 계셨다.

“네. 잠시 어디 좀 다녀오려고요...... 근데 택배 제 건 없죠?”

“없긴 왜 없나? 돌아오면 가지고 가게.”

“제게 있어요?”

“5개 정도 있네. 따로 분류해놨으니 가져가게나.”

“네. 잠시만 보관해주세요.”

“근데 늦게 오나?”

“글.....쎄요? 일단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아요.”

“가족들하고는..... 하긴 너무 늦었지.”

“하하. 그렇긴 하죠. 아무튼 저 갔다 올게요. 갔다 오면 술이나 한잔하자고요.”

“......에잉.”

할아버지는 혀를 차긴 했지만 거부하지는 않으셨다.

나는 씨익 웃으며 주차되어 있는 차에 올라탔다.

“가자.”

***

예상대로 도로에는 차가 한가득 있었지만, 일찍 출발했기 때문인지 시간에 맞게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병원 근처에 차를 주차한 뒤, 올리비아가 보내준 주소로 향했다.

그곳은 병원 근처에 있는 카페였는데, 그곳에서 나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올리비아를 볼 수 있었다.

‘무슨 여자가......’

겨울이라 꽤나 두꺼운 옷을 입고, 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을 가렸는데도 행동 하나하나에서 나오는 우아함을 숨길 수 없었다.

카페에 사람들은 많았지만, 한눈에 봐도 저 여자가 올리비아라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올리비아?”

“아. 작가님. 일찍 오셨네요?”

“일찍 출발했거든요.”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내가 올리비아 앞에 앉자 점원이 다가왔다.

나는 간단하게 코코아 한 잔을 주문한 뒤 올리비아를 바라봤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아뇨..... 그냥 오랜만에 뵙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게요? 저번에 브록스가 작가님 집으로 초대된 이후 처음이네요.”

“브록스......”

브록스란 이름이 나오자 우리 집에 놀러 왔었던 그 아이가 생각났다.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던 가련한 아이.

“그 아이는 잘 있나요?”

“......”

올리비아는 그저 미소를 유지한 채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 모습에 브록스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 가셔도 브록스는 만나기 힘드실 수 있어요.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니까요.....”

“......”

“오늘 브록스 말고도 많은 아이들이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소소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옷을 갈아입으셔야 할 것 같아요.”

“옷을 갈아입는다는 건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무슨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죠?”

“당연히 루돌프 옷이죠.”

“.....산타복이 아니라요?”

그러자 올리비아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 동심을 깨려고 그러세요? 그 아이들은 아직 산타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러니 산타 역할은 그곳 의사 선생님이 대신해주실 거예요. 그냥 옆에서 루돌프 옷을 입고 아이들하고 놀아주시면 돼요.”

“아..... 네.”

하긴 나는 아직 젊으니까.

“그보다 밥은 드셨나요?”

“아직이요.”

“그럼 밥 먹고 들어가도록 해요. 아이들하고 놀아주다 보면 금방 허기가 지거든요.”

올리비아의 말에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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