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74화 (173/216)

174화. 재단

제임스의 이번 소설은 그 어느 소설과는 달랐다.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퍼지고 있는 [심연의 악마]가 쓴 글이라는 별명답게, 제임스의 글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에드월은 글을 전부 읽었을 때 오는 쾌락과 환희였다면, 제임스는 불만과 재앙이었다.

읽었음에도 또 읽고 싶고, 만족할 수가 없는 글이 제임스의 글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제임스가 쓰는 글은 어쩌면 에드월 홈즈가 썼던 글과 유사할 것이다.

성장한 정신과 마음으로 새롭게 쓰는 글.

이건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한 책’에 ‘한 사람의 인생’을 담는 일을 도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부터 삐끗하기 시작했다.

“어려워......”

어렸을 적부터 적었던 습작에서도 이러한 글은 없었다.

이건 장르로 생각하면 ‘일상’인데, 그 일상에 무슨 장르를 더 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상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힐링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있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계에서 즐길 수 있는 힐링물은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다만, 힐링물이라도 단점이 존재한다.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기도 하지.’

또한 힐링물은 스토리에 따라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예를 들면 고양이를 키우는 힐링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시골로 내려가서 도시 삶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스토리마다 호불호도 강하기에 인기 많은 힐링물을 볼 때마다 항상 부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내가 쓸 건 힐링물이 아니지.....’

일상물에서 가장 많은 것이 힐링물이라는 것이, 그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일상 성장물이지.’

일상의 이름이 들어간 스토리는 상당히 많았다.

어쩌면 힐링의 한 종류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간에 사람의 인생을 담은 책을 사람들이 재밌게 봐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른 종류도 아니고 그냥 사람 한 명이 어릴 때부터 묵묵히 성장해 오는 과정이니 말이다.

물론 성장할 때 많은 고난이 있을 테지만..... 그게 과연 재밌을까?

“흠..... 필명을 바꿔볼까?”

이미 한 번 바꿔본 적이 있기에 딱히 상관은 없었다.

특히, 이번 소설은 새로운 시도니까 말이다.

“이름은 그대로 가지고 가더라도..... 이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남의 책을 읽어서 그걸 교본 삼아 책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하면 내가 글을 쓰는 의미가 사라질 것 같았다.

“일단 천천히라도 적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글을 적었다.

***

메디슨은 글을 적는 제임스를 슬쩍 바라본 뒤 베란다로 나왔다.

제임스의 게시글에 올라오고 있는 기부 동참 댓글들을 봤기 때문이다.

제임스도 모니터에 집중할 겸 밖으로 나온 메디슨은 댓글들을 살폈다.

댓글뿐만 아니라 각 기업마다 제임스 작가의 팬을 자처하며 기부하겠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이게 좋은 의미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냥 제임스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걸 수도 있었지만, 이유야 어쨌든 이건 좋은 징조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제임스는 모르고 있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움직였다.

‘재단을 설립하는 게 가장 좋을 거야.’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이 정도 돈이라면 재단을 설립하는 편이 더 좋았다.

유명 기부단체에 기부해봤자, 돈이 언제 어떻게 기부되고 있는지 모르기에 그냥 이 정도 돈을 효율 좋게 사용하려면 재단을 설립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제임스한테 허락을 받는 게 좋긴 하겠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겠지.’

병원에서 퇴원할 때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으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음..... 그럼 재단의 의미를 소아암 아이들을 위한 기부로 하는 것보다..... 교육적 목적이 좋기는 한데.”

그래야 재단의 의미가 오래 갈 테니 말이다.

“이건 제임스하고 상의를 해봐야겠네. 그나저나 이건 일단 넘어가고..... 이걸 어떻게 하지?”

메디슨한테 현재 두 개의 연락이 와있었다.

하나는 SC라스틱에서 온 것으로 뉴베리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을 제임스 작가님한테 대신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줄리어드 스쿨에서 왔는데......

“이건 내일 저녁에나 말하자. 근데 할 수 있으려나?”

강연 제의가 왔다.

***

다음 날이 오고 나는 침대에서 꿍한 얼굴로 일어났다.

브록스가 죽은 지 이틀째 되는 날이 무색하게도 시간은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갔다.

“후우.....”

어제 책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결국 백지가 된 상태로 잠이 들었다.

처음 시도하는 장르다 보니 벽을 느낀 것이었다.

무언가 변화를 꾀하려 하였지만, 결국에는 내 뜻대로 막장 소설이 되어가다 보니 쉽지가 않았다.

처음 도전하는 장르라 어려운 것이라 생각하며 컴퓨터를 종료하고 잠이 들었지만, 그래도 복잡한 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일어났어? 얼른 씻어.”

누나는 아침부터 뜨거운 물로 목욕을 했는지 머리가 축축이 젖어있었다.

“벌써 가게?”

“지금쯤 가야 도착하지.”

“하암......”

마지막으로 하품을 한 번 한 뒤에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누나처럼 일단 목욕을 한 다음에 밖으로 나오니, 누나가 옷을 전부 준비해놨다.

정장을 입은 다음에 하얀색 코트를 입는 식이었다.

“못 보던 옷인데?”

“사 왔어. 너 옷이 너무 없으니까. 있어도 그런 곳에 가기에는 민망한 것들뿐이기도 하고.”

하긴 우리 집이 옷이 없기는 하지.

누나가 준비해준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를 입에 꾸역꾸역 넣었다.

요즘 누나가 다이어트 한다고 샌드위치 안에는 닭가슴살과 오이 정도였고 안에 들어간 드레싱이라고 해봤자 후추하고 소금 정도였다.

살기 위해 먹는 느낌이었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혼자 하지.....’

맛없게시리.

아니 그럼 얼마 전에 냉면을 왜 먹은 거야.

누나가 해준 음식을 먹은 다음엔 재롱이에게 밥을 주었다. 그러는 사이 누나는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가자.”

“그래.”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

미션 컴퍼니에 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웅장하다’도 있지만 무언가 자유롭다는 느낌을 들었다.

탁 트이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마당에 있는 미션 그룹을 상징하는 캐릭터 동상이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올 때마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미션 컴퍼니에 도착하자마자 노아 회장과의 면담을 가졌다.

“하하. 오래간만입니다 작가님.”

“오래간만에 뵙네요. 어째 저번보다.....”

담배 냄새가 더 심해지셨네.

“예?”

“얼굴색이 더 좋아 보이시네요. 하하.”

“아. 요즘 좋은 일만 있어서 그런지 입맛이 좋더군요. 하하.”

아무리 일찍 나왔다고 해도 집에서 미션 컴퍼니까지의 거리가 있다 보니 이미 회의는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차피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회의기에 그리 오래 걸릴 거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참. 이번에 좋지 않은 일을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뭐.”

“저희 미션 그룹도 그 아이를 위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할까 합니다만...... 혹시 재단을 설립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옆에 서 있던 메디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안 그래도 제안하려 했던 것을 노아 회장이 먼저 말했기 때문이다.

“재단..... 말씀이세요?”

“예. 작가님은 아직 모르시는 모양이지만, 현재 작가님의 뜻을 따라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너무 많은 돈이 모였고 작가님의 뜻을 펼치기에는 재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재단.....”

솔직히 난 재단에 대해 뭔지도 모른다.

만든다고 하면 기부 재단일 테지만, 솔직히 뭘 하려는 것도 모른다.

다만, 노아가 이렇게 추천하는 거라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흐음......”

“재단을 설립하면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난한 아이들부터 불운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한테까지 꿈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꿈.....”

그 말에 나는 고민이 되었다.

잠시 생각해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어차피 제 돈도 아니고, 좋은 일에 투명하게 쓴다면 저야 환영이죠.”

딱히 거부할 조건도 아니었다.

애초에 내 돈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마음대로 다룰 돈도 아니었다.

기부한 사람들도 만족스럽게 하려면 그 방법이 가장 좋겠지.

“재단을 만든다면 거기에 제 뜻을 조금 추가하고 싶습니다. 미션 컴퍼니 측이 아닌 제 개인적인 뜻입니다. 물론 작가님이 싫다고 하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말씀하세요.”

“혹시,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나 교실을 만들어 보실 생각 있으십니까?”

“.....흐음?”

이건 또 신박한 소리네.

***

이 세상에는 불운한 아이들이 많다.

스스로의 꿈이 있지만 여러 환경과 조건 속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다 보니 그 꿈을 응원하며 후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다만, 후원을 받더라도 그 아이들이 이겨내야 할 시련은 무척이나 많았기에, 노아 회장은 그 역할을 나보고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본 것이다.

“제가 알려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텐데요.”

글 쓰는 방법도 어떻게 알려주는지 모르다 보니 그냥 뮤튜브에서 문단 보는 법이나 알려주고 있었다.

“하하. 제 말은 제자를 들여보는 게 어떻냐고 권유하는 겁니다.”

“제자라.....함은?”

노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글을 적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죠. 재단에서 후원하는 아이들 중 오성이 뛰어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시는 겁니다.”

“......”

“가르치기 싫으시면 노하우 정도만 알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에드워드 선생님은 여러 사람들을 가르친다.

교사라는 직책을 가지기 전에, 그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나 학생이 있으면 조금 더 가르쳐서 제자라는 말을 듣게 하였다.

이 외에도 작품을 하는 사람들 중 제자를 들여 자신의 지식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많았다.

“제자를 들인 뒤에 글의 세계가 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재단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해 힘을 써주시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라도 한 번 글에 변화를 주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흐음..... 솔직히 너무 갑작스럽네요.”

“하지만 작가님은 이미 어느 정도 하고 있으신 걸로 아는데요?”

“......예?”

“하하. 잘 생각해보시죠.”

노아의 말에 나는 곰곰이 고민해봤다.

나로 인해 작가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내가 굳이 글 쓰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은 없었다.

굳이 있다면 캐서린 정도?

조언 정도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한테 해줬다. 그중에는 뮤튜브도 있으니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내 귓가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재단을 설립한 다음에 오성이 뛰어난 아이들은 너와 잠시 만남을 가지는 정도.....로 하는 건 어때? 네가 글 쓸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도움이라......”

도움 때문에 재단을 설립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노아 회장도 나한테 무슨 변화가 일어났음을 감지했으니 권유해본 것이겠지.

“까짓거 해보지 뭐. 혹시 알아? 재단에서 후원한 아이들 중에 노벨 문학상 받는 사람이 나올지?”

“아. 문학상 얘기 나온 김에 미리 말해주는데 너 도서 협회에서 연락 왔어.”

“......응?”

“뉴베리상 후보에 네 책이 올라갔다네?”

......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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