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76화 (175/216)

176화. 공모전

간단한 저녁 식사였다면 딜런이 나에게 밥을 먹자고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딜런은 진짜 밥만 먹고 호텔로 돌아갔다.

“신기한 분이네.”

“그러게. 진짜 밥만 먹고 돌아갔네.”

밥을 먹으며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말할 줄 알았는데, 그냥 사소한 이야기나 하고 갔다.

사소한 이야기도 정말 별건 아니었고, 그냥 일상 이야기 정도였기에 더욱 의문을 붙였다.

그렇게 집으로 도착하고 보니 딜런이 SNS를 올렸다고 하여 확인해 보았다.

『Dylan Moore

【사진】

여러분! 제임스 작가님과 밥 먹었습니다!

Korea restaurant에서 먹었는데 제임스 작가님이 사주셨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앞으로 단골 될 것 같았어요!

부럽쥬? :-) :-) :-) :-) :-)』

“......”

이 양반 현실하고 SNS상하고 분위기가 다르구나.

-이 양반 자기 직책을 이용해서 사적으로 사용하네

-부럽당..... 제임스 작가님은 평소에 어떠세요? 행동 하나하나에 고뇌하시는 분이신가요? 아니면 일상적인 분이신가요?

-제임스 작가님하고 무슨 대화를 나누셨나요? 후기점

-그나저나 [블랙 & 월드]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요?

-오늘 미팅이라 들었는데 제임스 작가님하고의 대화는 어땠나요?

-사적인 장소에서 나도 제임스 작가님과 있고 싶당......

딜런이 올린 SNS에는 나와 같이 찍은 사진이 있었다 보니 사람들은 딜런의 말을 믿고 궁금한 사항을 물어봤다.

저 사진 참고로 그냥 만난 인연 삼아 사진으로 남기자고 했던 것이다.

그 사진이 저렇게 쓰일 줄은 몰랐는데.

“내일 또 미션 그룹 가야 하니까 일찍 자. 그나저나 나는 이제 일을 그만둬야 하나?”

“응? 왜?”

“아니 그냥..... 생각보다 네 매니저 역할 하는 게 돈이 더 되는 것 같기도 해서.”

“......”

“농담이야. 그런 표정 짓지 마.”

뭐. 직장인이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농담 삼아 듣는 사람들이 대체 어디 있을까 싶다.

아무튼 간에 누나와 나는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왔다.

“아. 운동해야 하는데.”

몸이 피로하네.

***

[드래곤 마스터] 면접은 다른 면접들과 다르게 오직 캐스팅 위주로 진행되었다.

이유야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역들 위주여야 하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려면 상당히 먼 거리로 와야 했고, 그 자리에서 떨어질 수도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드래곤 마스터]가 언제까지 연재될지 모르겠다 보니 장시간을 보고 아역들을 캐스팅해야 했다.

그렇기에 초반에 나와 의논을 한 뒤 미션 그룹 측, 그리고 실버 블루노아 측 스태프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어울리는 아이들을 찾았다.

그리고 오늘, 그 아역들과 면접이라고 할까, 상담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캐스팅된 사람들과 만나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소소한 파티를 하는 그런 날이었다.

“선물 사 가자.”

“선물?”

“응.”

나는 중간에 백화점에 들러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선물들을 구매했다.

장난감 위주가 아닌,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을 신중하게 골랐다.

“근데 누구누구 오는지는 알아?”

“어느 정도는 알려줬어.”

다만, 그리 익숙한 아역들은 아니었다.

인기가 많은 아역들 위주가 아닌, 그야말로 이 역할에 어울리는 아역들을 골라왔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서점과 백화점에서 아이들한테 좋은 선물들을 고르고 나는 차에 올라탔다.

“누나 잠시만 조용히 해줘.”

“응.”

누나가 차를 운전하는 사이 나는 에밀라한테 전화를 연결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에밀라가 전화를 받았다.

-아. 작가님. 오래간만이에요!

“안녕하세요. 아. 이번에 보내준 소설 어땠나요?”

-최고였어요! 읽자마자 소름이 돋았다니까요? 며칠 동안 책 생각이 날 정도로 머리가 멍했던 거 있죠? 단점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저희 직원들도 작가님 책 읽자마자 벙쪘다니까요?

“하하. 다행이네요. 슬슬 [리턴 패션 디자이너]도 연재를 시작해야 하니까요. 이번 소설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굉장히 고민했어요.”

-아. [리턴 패션 디자이너]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희 측에서 디자이너를 구하고 의뢰를 할까요?

“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안을 제가 아는 지인한테 의뢰를 맡겨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럼 저희가 만들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럼 오늘 저녁....은 무리겠고, 내일 오후까지 알려드릴게요.”

-넵!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블랙 & 월드 2부 : 악의 구슬] 출판할 날짜는 정해지면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에 아시죠?

“하하. 물론이죠. 저도 기대하고 있는걸요?”

-그럼 이번 주 토요일에 뵐게요.

“네에. 그럼 그때 봬요.”

이번 주 토요일에 있는 블루스타게이트가 주최하는 파티에는 빌에이든 미디어 측도 올 것이니 그때 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에밀라와의 전화 연결을 끊으려는 찰나, 갑자기 에밀라가 전화로 소리쳤다.

-아! 자, 잠깐만요 작가님!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 게 있어요!

“아. 네.”

나는 다시 핸드폰을 귓가로 가져갔다.

“말씀하세요.”

-이번에 빌에이든 미디어에 이벤트를 또 하나 개최할까 해요.

“이벤트라..... [일곱 개의 죄악]에 관련된 이벤트인가요?”

-아뇨. 그건 아직 미정이에요. 양장본으로 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이벤트 물건으로 내야 할지 정하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이벤트를 먼저 해볼까 해요.

“다른 이벤트라...... 뭐죠?”

-이번에 작가님의 소설로 문화 컨텐츠를 해볼까 해요.

“문화 컨텐츠?”

-네. 쉽게 말하면 팬픽이죠.

그 말에 아직 월리의 집에 있는 팬픽이 생각났다.

너무 야해서 가져간다 해놓고 아직까지 안 가져가고 있었다. 딱히 월리도 가져가라는 말도 안 하고 있으니 언제 가져가든 상관없겠지.

-이번에 작게 남아 이벤트를 해볼까 해요. 공모전이죠. 작가님이 허락만 한다면 SC라스틱과 협업해서 해볼까 해요.

“재밌겠는데요?”

농담이 아니라 재밌을 것 같았다.

지금도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내 작품으로 되어 있는 일러스트라든가, 팬픽들이 많았고 그걸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그건 저작권 문제로 출판사 측이 해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팬픽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느 정도는 허락하지만 그래도 팬픽이나 해적판으로 돈을 버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보니, 차라리 이런 공모전을 해서 그 욕구를 해소시켜 주는 게 좋으리라.

-총 5개를 준비해볼까 해요.

“말씀해주세요.”

-웹툰, 일러스트, 코스프레, 피규어, 해적판 소설을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우승 상금도 준비하고 있고요.

“음..... 차라리 그 우승 상금을 제가 내도 될까요?”

-네? 그냥 이건 저희가 해결하는 걸로......

“하하. 그냥 제가 개인적으로 내고 싶어서 그래요. 제 팬들이니까요.”

-음..... 그럼 대표님한테 말씀드려 볼게요. 근데 저희는 우승 상금으로 기껏해야 1만 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작가님은 어떻게 하시고 싶으세요?

“우선 우승한 사람한테만 주고 싶지는 않네요. 하하..... 금, 은, 동상까지 만들고 차례대로 1만, 5천, 1천 달러 정도가 적당할 것 같기는 하네요. 뭐..... 금액이 살짝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요.”

-일단 말씀드려 볼게요. 아마 긍정적으로 생각하시지는 않으실 것 같아요. 대표님이 기대하던 공모전이거든요.

“그럼 뭐 할 수 없죠. 일단 이야기라도 드려주세요.”

-네에. 알겠어요! 그럼 수고하세요!

뚝.

전화가 끊기고 옆에서 전화를 듣고 있던 누나가 눈을 빛냈다.

“공모전 재밌겠다. 그거 그냥 출판사에서 하지 말고 재단에서 진행하는 게 어때?”

“좋은 생각이긴 한데 아직 설립도 안 했잖아?”

“설립이야 금방 하지.”

“그건 나중에 말하고 일단 조용히 있어 봐. 한 곳 더 연락해야 하니까.”

나는 루시아한테 연락을 보냈다.

마찬가지로 연결음이 얼마 가지 않아 루시아가 전화를 받았다.

-네! 작가님!

“안녕하세요 루시아. 오래간만에 연락하네요.”

-헤헤 그러게요. 참! 소식은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공모전 이야기는 방금 들었어요.”

-그럼 이야기가 쉽겠네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네. 이번 공모전은 저희 대표님도 많이 기대하고 계시거든요. 이번 공모전을 토대로 웹툰의 산업화부터 시작해서 다음 주부터 해외 진출될 작가님 작품에 도움이 될 거라 보고 계세요.

“다음주..... 벌써 그렇게 됐네요.”

-그래서 대표님이 많이 기대하고 계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려주세요. 아. 그리고 이번 [사막의 제국 2부]와 [괴도 레이븐 2권]은 어땠나요?”

-최고였어요! 그 말밖에 안 떠오를 정도로 정말 재밌었어요! 내용 전개에 이상한 부분도 없어서 오타 수정만 하고 곧바로 출판해도 될 정도예요!

“하하. 다행이네요. 책 출판 날짜 정해지면 연락 주세요.”

-네! 아.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 아시죠?

“물론이죠.”

-넵! 그럼 수고하세요!

루시아와의 전화가 끊기고 누나는 피식 웃음 지었다.

“서로 동종업계에 있어서인지 기 싸움이 장난 아니네.”

“협력할 때도 있지만, 일단 같은 작가를 둔 출판사니까 그렇지.”

다른 작가라면 모를까 그게 미국 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작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 다 왔다.”

저 멀리 미션 컴퍼니가 보이기 시작했다.

***

12살 소년 카이는 영국에서 태어난 후, 가족의 문제로 인해 캘리포니아로 이사 오게 되었다.

영국에서부터 귀여운 외모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연예계에 들어갔고, 이후 여러 아동 장난감 광고와 자잘한 주연으로 얼굴을 알리려 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귀여운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연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연예계 생활에서 고작 그 두 가지만으로 살아남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또한, 중간에 영국에서 미국으로 오느라 카이의 인지도는 순식간에 떨어졌고, 미국에서 도전하는 연예계 생활은 더욱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카이의 인생을 뒤흔들 소식이 들려왔다.

“카이야. 오디션을 보는 게 어떻니?”

“.....또 떨어질 게 분명한데요, 뭘.”

그의 부모님은 자신감이 나락으로 떨어진 카이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학교로 들어가서도 자신감이 떨어져서인지 아이들하고도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카이를 보자 마음이 아파왔다.

“[드래곤 마스터] 로얀 역할 오디션이라고 하던데, 관심 없니?”

“......!”

엄마의 말에 카이의 눈동자가 터질 듯이 커졌다.

미국에 오게 된 후 접하게 된 자신의 최애 소설.

최근에 영화화에 들어간다고 아역들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문의가 왔다는 말에 카이의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다.

“갈래!”

그렇게 오디션에 합격하고 드디어 미션 컴퍼니에 온 순간 카이는 심장이 멎을 뻔했다.

“아. 네가 카이니?”

영상으로만 봐오던 제임스 작가가 눈앞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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