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201화 (200/216)

201화. 만남 (2)

글로리아 곤잘레스

미국에 라틴팝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브라질계 미국인 여성이었다.

나이는 정확히 52살이지만, 그녀의 전적이 특이한 이유는 그녀가 아이를 입양했다는 것이다.

세계를 여행하며 보았던 불행한 아이들, 고아인 아이들을 13명이나 입양하여 홀로 키운 그녀는 가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미혼모라고 불렸다.

그 이후 자신의 모든 돈을 개발도상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한테 쏟아부었고, 이후로도 노래를 계속 작곡하여 가끔가다 빌보드에 이름을 보이는 굉장히 유명한 가수였다.

‘.....에이 설마.’

내 불안한 표정을 보자 글로리아는 후후 웃으며 말했다.

“루이나가 농담한 거예요.”

“하하..... 하, 하긴 그렇죠?”

아무리 콩가루에 미친 미국이라고 해도 될 게 있고 안 될 게 있지.

나는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글로리아를 쳐다봤지만, 글로리아는 고개를 돌려 차를 향해 소리쳤다.

“얼른 나와!”

가수라 그런지 발성이 장난 아니었다.

주위가 순간 조용해지며 차에서 이사벨과 비슷한 나이를 가진 소녀가 천천히 내렸다.

머리는 뒤로 질끈 묶고 있었고, 안경을 쓰고 있는 소녀의 품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는데 어두워서 책 제목은 보이지 않았다.

“소개팅하신다고 하셔서 제 딸을 소개해드리려고요.”

“앞뒤 4~5살 차이면 제가 이해라도 하는데 띠동갑은 조금.....”

“띠동갑?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소개팅이라는 게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걸 의미하잖아요?”

“.....그 말은 그냥 만나게 해주겠다고 데려왔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맞아요. 혹시 싫으신가요?”

“싫은 것 이전에..... 아닙니다.”

그냥 지금 다행이라고 속이 확 풀리는 느낌밖에 없었다.

하긴, 애초에 소개팅이라는 게 서로 모르는 남녀가 제삼자의 소개를 받아 만나는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여기에 사귄다는 전제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아무튼 글로리아 앞에서 그런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았다.

“따님이세요?”

“네. 맞아요. 참고로 입양한 딸이 아니라 제가 낳은 딸이에요.”

글로리아도 영원히 혼자 살 수는 없는 법.

몇십 년 전에 평범한 남자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다고 들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

남편 되는 사람은 갑작스럽게 아내가 세상을 떠나서 홀로 5명의 아이를 보살피던 남자로만 알려져 있었다.

당시에 글로리아는 13의 아이를 입양한 상태였는데 거기서 남편이 데려온 5명의 아이 또한 받아들여지며 총 18명의 아이를 기르게 되었고, 그 이후로 사랑의 결실인 딸을 낳았다고 한다.

총 18명의 아이 그것도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기르는 일이었지만 글로리아는 마다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신기한 건 18명의 아이와 1명의 아이를 출산하고 그녀의 얼굴에는 주름살만 조금 있을 뿐 예전하고 미모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가수다 보니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것도 있지만, 그녀가 화장품과 의료 사업을 하고 있기에 스타일에 신경 쓰는 것도 있었다.

아무튼 간에 글로리아 딸은 약간 쑥스러운 듯한 얼굴로 우리한테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신디라고 해요! 그, 그으..... [헬라베르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헬라베르스]? 그 로맨스 판타지?”

“네, 네! 맞아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소설작가들이 매 시간마다 튀어나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할 정도로 신인 작가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떠오르는 신인 작가가 한 명 있었는데 헬라베르스라는 필명을 가진 판타지 소설에 로맨스를 덧붙인 소설작가였다.

물론 끝마무리와 내용이 진부하여 금방 질린다는 평도 많이 붙은 작가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신인 작가로 유명했다.

“음..... 어. 이, 일단 알겠습니다. 잠시 뒤에 이야기해요.”

“네!”

신디하고 잠시 뒤에 이야기하자는 이유는 제시카 옆에 있던 여성하고도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글로리아만 보고 있었다 보니 아까부터 뻘쭘하게 서 있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안녕하세요. 제임스라고 해요.”

“네. 안녕하세요 작가님. 힐다라고 해요. [그레이트 맘]이라는 필명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어요.”

“......”

그레이트 맘이라는 필명을 처음 들어보는 건 아니었다.

[헬라베르스]와 [그레이트 맘]은 신인 작가 들 중에서도 나름 유명한 작가들이었기에, 그들의 책을 본 적이 있었다.

특히 그레이트 맘 같은 경우는 주 장르가 중세다 보니, 중세 역사소설이 흔치 않은 지금 나름 재밌게 읽었다.

‘무슨 일 있나?’

왜 갑자기 작가들이 찾아온 거지?

***

일단 글로리아가 돌아갔다.

진짜 딱 인사만 하고 돌아갔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단다.

애초부터 루이나와 합의하에 고모부 집으로 온 것이기도 했다 보니 나하고 상관없었다.

무엇보다 글로리아는 가수 겸 사업가이기도 하다 보니 신디가 안전하게 도착한 것만 확인하고 곧바로 출발하려고 했다는 것인데 내가 있어서 그냥 장난삼아 예전에 들었던 소개팅이라는 말을 붙였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내가 목적이 아니었었나 보네?’

나중에 듣고 보니 누나하고 제시카는 글로리아 전용기를 타고 왔다고 한다.

부럽네.

나도 산다면 못 사지는 않지만 그래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새하얘지기에 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무튼 간에 글로리아는 떠났지만 신디와 힐다는 남아 있었고, 같이 고기를 구워 먹었다.

‘월리 이 새끼가 내 카드 가져가서 거의 돼지 한 마리나 사왔네. 뭐.... 많이 먹으면 좋긴 하지. 그보다 저 둘은 왜 온 거지?’

힐다는 내 팬이라 왔다고 치고, 신디는 왜 온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루이나 누나랑 상당히 친해 보이기는 했지만, 글로리아가 남기고 떠난 걸 보면 내가 목적이 아닌 이 장소가 목적인 듯 보였다.

‘그냥 여행 온 것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궁금증만 남기고 우리는 BBQ장을 정리했고, 힐다와 신디는 고모부 집으로 돌아갔다.

“흐음......”

“뭐 보세요?”

소파에 누워서 두 권의 책을 들고 있는 나한테 돌구를 껴안고 있는 티아가 다가왔다.

“아까 그 두 작가의 소설?”

“아. 이게요?”

“응. 읽어본 적 없어?”

“저는 평소에 작가님 소설 아니면 읽지 않아요.”

“.....그래.”

뭔가 기분이 좋기는 한데 묘했다.

“두 개 다 재밌어요?”

“재미는 있지. 재미는 있는데 부족한 점이 많기도 하지.”

“헤에..... 그럼 두 분 다 작가님의 제자가 되고 싶어서 온 게 아닐까요?”

“응? 갑자기?”

“네.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메꾸기 위해서 온 게 아닐까요? 작가님 Live 방송을 보면 고향에 올 때마다 휴식을 취한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러니까, 내 고향에 와서 글에 대한 부족한 점을 채우려 했다는 거지? 겸사겸사 나한테 글에 대한 조언도 들을 겸?”

“그냥 제 생각일 뿐이지만요. 일리 있지 않아요?”

“흠..... 확실히 일리 있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티아한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티아는 돌구와 함께 끌어안고 있던 공책을 나한테 내밀었다.

시카고 갈 때는 확인을 못 했던 숙제인 일기장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잘 썼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다음 단계요?”

“응. 물론 일기장이 끝났다는 건 아니야, 글자 수를 늘려볼까 해. 그리고 슬슬 공모전에 쓸 소설도 가져오고.”

“.....봐주시게요?”

“응. 다만 내용만 봐줄 뿐이야 그 이후의 스토리는 네가 스스로 쥐어짜야 해.”

“네! 지금이라도 봐주실 수 있어요?”

“그래, 가져와 봐.”

이미 어느 정도 진행하고 있던 것인지 티아는 기쁜 얼굴로 공책 한 권을 가져왔다.

“웹소설로 진행된다고 하던데, 어머님이 도와주신다고 하셨지?”

“네. 아무래도 제가 키보드를 치는 게 너무 느려서요.”

“그래도 조금씩 습관을 들여봐. 손으로 글 쓰는 건 효율 문제 이전에 손이 많이 아프니까. 그렇다고 막는 건 아니야.”

“아빠한테 그런 말을 듣긴 했어요.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시대답게 살아야 한다고.”

티아는 9살 같지 않은 똘똘함이 있었기에 곧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어린아이다 보니 천천히 진행하는 게 좋겠지.

“제목은 없네?”

“네. 아직 정하질 못했어요......”

“장르는? 저번과 같은 공주물?”

“네!”

“흠.....”

공주물이 티아한테 가장 어울리기는 하지만, 반대로 웹소설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으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신디가 적는 로판도 공주물이기는 하지만, 티아와 적는 건 조금 다르긴 하지.’

로판은 말 그대로 판타지라는 왕국이 있는 세계관 속에서 로맨스라는 장르를 집어넣은 건데, 티아가 적는 소설은 너무 공주에만 치중되어 있었다.

‘이것도 마찬가지고.’

이번에 공모전에 내려는 소설 또한 그러한 내용이 너무 치중되어 있었다.

‘히로인이든, 히어로든 남성 주인공이 너무 적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인데.’

이번 내용은 [사막의 제국]을 모티브로 했는지, 사막에서 시작되는 내용이었다.

사막의 왕국에는 두 명의 공주가 있었는데, 언니는 물의 힘을, 동생은 모래의 힘을 사용한다고 한다.

여러 이유로 언니가 왕국을 떠나게 되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고 동생은 그런 언니를 찾으며 백성을 구원하는 이야기다.

“문제점이 굉장히 많네. 언니가 떠나게 된 계기부터 다시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네에......”

“사막이니까 중요한 물과 모래가 마법의 힘으로 사용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너무 힘의 균형이 안 맞는 것 같아.”

“균형이요?”

“[사막의 제국]에서도 물은 금과 같은 가치를 가졌는데, 그에 반해 모래는 사막에 흔하게 있는 거잖아? 언니 측 능력이 너무 국민들한테 치중되어 있다고 생각해. 능력을 바꾸든가 아니면 동생의 능력을 없애든가 해봐.”

“도, 동생의 능력을요?”

“응. 뭐. 언니가 저주에 걸렸다든가? 아니면 왕가 사람들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 동생이 저주에 걸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든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언니 측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도 조금이지만 알맞게 풀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네에......”

“너무 단순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 스토리는 길게 갈 수 없어. 이 부분은 잘 생각해봐.”

“스토리는 괜찮나요?”

“응. 스토리나 세계관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캐릭터를 조금 더 추가했으면 좋겠어. 남자 캐릭터가 없는 것도 문제인데, 너무 주연한테만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 조연과 엑스트라도 더 늘리는 게 좋을 거야.”

“네에......”

“하하. 복잡하지?”

“너무 하나만 생각한 것 같아요.”

“가장 큰 문제긴 하지. 너무 하나만 생각하면 스토리가 그리 길게 가지 못할 테니까. 공모전은 한 달 정도 되기도 하고, 한 작품을 몇 화까지 올려도 상관없다고 하니까 잘 해봐.”

“네에.....”

티아는 시무룩해졌지만 이내 다시 기운 차렸다.

“그러고 보니 내일 Live 방송이 있네.”

“아! 이번에 추천하실 책은 선택하셨어요?”

“응.”

“작가님이 추천해주시는 책은 전부 구하기가 어려워서 읽지 못했어요. 물론 그리 관심이 있지는 않지만요.”

“.....음.”

“근데 지금 집에 있으면 읽어봐도 될까요?”

“내 방에 있으니까 가져다줄게.”

아이가 읽기에는 조금 그러려나?

나는 방에서 [잃어버린 악의]를 가져와 티아한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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