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200화 (199/216)

200화. 만남

캐서린은 신중히 생각했다.

과연 내가 차기작을 쓸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생각은 길어졌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두 번째 차기작이 자신의 작가 인생을 가르리란 것이다.

처음 [사막의 전갈]을 보고 드래곤 원이라는 작가한테 반하게 되었던 날, 그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평소에 희망하던 진로를 바꿔버렸다.

물론 가족들은 전부 반대하였고, 특히 월리 오빠하고는 크게 싸웠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이후 제임스가 드래곤 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임스한테 글에 대한 것을 조금씩 배우며 글을 써갔다.

웹소설이지만 그 수익은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었고, 책을 출판하면서 광고로 이름이 더 알려졌는지 생각보다 많이 벌 수 있었다.

다만, 부족했다.

그냥 일을 해도 벌 수 있는 금액 정도만 벌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다못해 성공이라도 했다면 자신의 진로를 바꾼 것을 가족들이 어느 정도 이해라도 했을 테지만 그조차도 아니었다.

이번 영화 소식을 듣고 스스로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가온 현실은 그조차도 아니었다.

‘차기작. 그것이 아마 내 작가로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로일 거야.’

비록 처음에는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작가로서의 길을 걷는 걸 응원한 월리가 곧 떠난다.

그 무서운 엄마의 등쌀로부터 막아줄 든든한 방패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제 자신이 작가라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는 가족들만 남았기에, 마지막 차기작은 어떻게 해서든 성공해야만 했다.

성공을 해야 자신이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작가의 길을 간 것을 가족들이 이해해줄 테니까.

‘하지만......’

[장미 길들이기], 이제는 [너와 같은 그림자를 밟고 싶어]라 불리는 소설 또한 제임스가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SNS로 책을 추천해주고 거기에 초반 [장미 길들이기]의 내용부터 제목까지 전부 개편해 준 건 제임스 덕이었다.

너무 제임스한테 의존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어느 누가 그러지 않을까?

근처에 존경하는 작가, 그리고 그 작가는 미국 전역을 넘어 세계를 호령하게 되는 작가가 있는데, 그 작가로부터 조금이라도 조언을 듣지 않고 어떻게 배기겠는가.

‘시간이 너무 짧아.’

월요일이라면 이틀도 안 되는 시간이었고, 화요일이더라도 너무 짧았다.

거기에 제임스는 자신한테 그리 관심도 없었다.

차기작은 봐주겠지만 그 이상으로 도와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만의 특색 있는 글로 성공하고 싶어.’

캐서린의 첫 작품은 제임스의 특색이 강했다.

이후 천천히 캐서린이라는 특색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부족했고 이후 하락세가 그걸 증명했다.

‘그러기 위해선.....’

제임스의 멘토링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LA로 간다고 선언했지만.

“식비, 월세, 관리비 모두 포함한 돈을 네가 버틸 수 있겠어? 거기에 내 집은 SC라스틱 대표님 배려로 보증금 없이 관리비 정도만 내고 있지만 너는 아니잖아?”

그것도 빌에이든 미디어와 계약한 녀석이.

“뭐. 전원주택이 아닌 빌딩이니까 조금 싸게 들어갈 수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보증금 내고 이래저래 살면 네가 지금까지 벌었던 돈이 사라질걸?”

“아, 알바라도 하면서.....”

“차기작 준비한다면서? 동시에 진행하는 건 말리지 않지만 그래도 힘들지 않겠어? 뭐. 아니면 메디슨 누나가 사는 곳으로 가보든가.”

메디슨 누나는 계약 기간이 끝난다면 내가 살고 있는 빌딩으로 옮길지 진지하게 고민은 하고 있지만 아마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나가 있는 회사 자체가 너무 멀었기에 우리 집에 자주 오지도 못하였고, 그것도 회사 차원 배려 때문도 있었다.

그나마 누나가 있는 곳은 땅값이라도 저렴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오히려 할리우드 쪽과 가깝고 거기에 주택단지가 많은 곳이다 보니 아파트가 조금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래도 비싼 편이다.

“빌붙을 생각은 아니잖아?”

“그건.....”

“참고로 관리비만 $2,100 정도 나온다.”

“.....!”

그 말에 캐서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한화로 250만 원 정도 되는 돈을 월마다 내기에는 캐서린한테 무리였다.

“네가 알바 해도 관리비 못 내니까 그만 포기해. 정 힘들면 메일로 보내든가.”

원래 도와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LA까지 따라올 정도로 힘들어하는 것 같았기에 이 정도는 도와줄까 했다.

“그렇다면.....”

“뭐?”

“내가 요리하고 청소하고 다 할 테니까.....”

“기각. 빌붙지 말랬지?”

“히잉......”

“애초에 왜 나를 따라오려고 하는 건데? 네 글 정도면 충분히 먹고살 만하잖아?”

“성공을 못 했잖아.”

“처음부터 욕심 부리지 말고 차근차근해. 뉴비가 고인물 따라 하는 거 아니다.”

“으, 응? 그건 무슨 말이야?”

“처음 입사한 신입사원이 기업 회장을 집어삼킬 생각 하지 말라는 거야. 차근차근 시작해.”

캐서린은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러자 메디슨이 병맥주 두 개를 들고 오며 말했다.

“그래도 좀 심하지 않아?”

“재는 나를 너무 의존해. 최근에는 자기 특색이 있는 글을 찾아서 그런 경향이 조금 사라졌나 했는데 다시 나한테 의존하게 되면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어.”

“그래도 재능은 있나 봐? 때려치우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내가 그런 말을 상대한테 하는 거 봤어?”

“하긴 못 보긴 했지.”

“애초에 캐서린은 재능 있어. 웹소설 시장규모가 작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상위권을 유지하기도 했고, 영화에 잠깐이지만 등장시킬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도 스스럼없이 적을 강단도 있고.”

물론 웹소설 특성상 한 화 한 화 연재되다 보니, 그 순간에 질려 그만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캐서린은 중간에 중단을 하지도, 휴재를 하지도 않고 끝까지 힘내서 글을 적었다.

“그럼 LA에 살아보게 하는 것도 좋지 않아? 솔직히 헤리한테 부탁하면야 뭐..... 최소한의 관리비 정도만 받지 않을까?”

“그걸 포함한다고 해도 캐서린이 감당하기에는 많은 비용이지.”

“다른 집에서 살아도 되지 않아?”

“그건 제가 선택할 문제지. 뭐. 며칠 정도는 묵게 해줄 테지만 그 이상은 안 되지.”

그 말에 누나도 별말 하지 않고 맥주병을 내밀었다.

능숙하게 숟가락으로 병뚜껑을 따고 그대로 맥주를 들이켰다.

-벌컥벌컥벌컥.

생각해보면 요즘 생각이 많아져 술을 많이 하지 못했다.

아니 LA로 간 직후 술이라는 것을 생각보다 마시지 않게 되었기에, 정말 오래간만에 목에 따가운 탄산이 들어가자 기분이 고조되었다.

“크으..... 술은 이것만 마셔야지.”

“더 안 마셔?”

“많이 마셔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니까.”

예전에는 주구장창 마셨던 술이지만 이제는 조금 조심하게 되었다.

특히 티아가 있는 지금, 괜히 취하고 싶지 않았다.

“루이나 누나하고 제시카는 언제 온대?”

“오늘 저녁에 온다고 들었는데, 아마 오는 중일 거야.”

“그래?”

누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차량 한 대가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저번에도 누군가와 함께 대동해서 오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루이나 누나의 곁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왠지 익숙한 얼굴 외형을 한 여성이 있었고, 제시카의 옆에도 친구로 보이는 누군가가 있었다.

뭐. 나도 티아를 데려왔기에 딱히 누군가를 데려왔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야! 제임스!”

“.....하아.”

“네 팬이라고 해서 데려왔어!”

“.....하아.”

제시카의 말을 들을수록 입가에서 한탄만 나왔다.

“그보다 그 옆에 있는 꼬마는 누구야? 굉장히 귀엽게 생겼네?”

“어머나? 네가 제임스의 제자가 됐다는 애구나? 엄마한테 들었는데 정말 귀엽게 생겼네?”

고기를 입 안 가득 넣고 씹고 있던 티아는 갑작스러운 관심에 당황하며 서둘러 목구멍으로 넘기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우리한테는 굳이 그렇게 인사 안 해도 되니까 걱정하지 마. 그보다 제임스가 괴롭히지는 않니?”

루이나 누나의 친절한 목소리에 티아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치, 친절하게 가르쳐주세요. 숙제도 가끔만 내주시고요.”

“숙제?”

“일기장.....”

“일기장?”

“네. 그게 하루마다 자신의 인생을 기록하는 작가가 되면 좋다고 하셔서요. 그래서.....”

루이나 누나와 티아가 대화하자, 뒤쪽에 있던 친구분들은 두 눈을 멀뚱멀뚱 뜨며 나를 바라봤다.

‘루이나 누나하고 같이 온 사람...... 많이 봤던 얼굴인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어디선가 본 얼굴임은 확실했다.

“야야. 내일 낚시 갈 거야?”

“아니. 제발 내 인생에서 꺼져줘.”

“왜 그래? 누나 서운하게.”

“누나는 개뿔. 그보다 소개 안 해줄 거야? 처음 오시는 분인데 그냥 멀뚱히 세워두기만 할 수는 없잖아.”

그 말에 루이나 누나는 아차 싶었는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너 예전에 캐서린하고 약속한 거 있었다며?”

“응? 무슨 약속?”

내가 캐서린하고 약속한 게 있었다고?

딱히 캐서린하고 무슨 약속을 했는지 기억나지는 않았다. 애초에 내가 도움 준 편이 많았다 보니 무슨 약속이 있더라도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었다.

“소개팅 약속. 기억 안 나?”

“.....소개팅?”

캐서린이? 나한테?

그 캐서린이?

“응. 예전에 나한테 연락왔었어. 너도 이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안정적인 가정이고 뭐고 간에, 메디슨 누나도 결혼 생각 없고, 누나도 남친 없고, 제시카는 아직까지 대학 다니는 중인데 나한테 가정을 빨리 이루라는 건 어감이 조금 이상하지 않아?”

나보다 누나면서, 특히 메디슨 누나는 나하고 띠동갑 수준인데 결혼을 안 했으면서 나한테 가정을 이루라는 건 이상했다.

‘그보다 소개팅이라니?’

기억을 계속해서 더듬어보니 하나 떠오르는 게 있기는 있다.

‘언제였더라? 캐서린이 손으로 쓴 원고지를 품평해달라고 부탁할 때였나?’

그때 분명 자기는 아는 언니들이 많으니 소개팅 주선해 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냥 재미 삼아 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약속한 지도 상당히 오래되었기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는 언니......’

하긴, 루이나도 아는 언니기는 하지.

“......Really?”

“응. 내가 아는 연예계 배우들 쪽에서 네 팬들이 많더라고, 그중에 심사숙고해서 너하고 성격이 가장 맞을 것 같은 가수분을 데려왔어.”

“가.....수?”

그럼 지금 저기에 있는 사람이 가수라는 건가?

그러고 보니 얼굴을 어디서 많이 봤나 했는데 텔레비전에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나도 반신반의했는데 너랑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키라나하고 같이 작업한 적도 있으니까.”

“......설마.”

그 말에 옆에 있던 여성은 싱긋 웃으며 마스크를 벗었다.

“안녕하세요 제임스 작가님.”

푸른색 눈동자에 매력적인 기다란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글로리아 곤잘레스라고 해요.”

“......”

라틴팝의 여왕이 찾아왔다.

참고로 미혼모다.

거기에 나이도 50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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