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 멸망을 굳이 막아야 하나요 (18)화 (18/90)

<제18화>

“아, 안녕하……세요?”

이하늘은 저도 모르게 인사부터 했다.

〖정말 인사성도 참 밝지.〗

근데 왜 이 성신이 여기에…….

이하늘의 생각은 깊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시야에 또 무언가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검은 패딩에 회색 후드 모자를 뒤집어쓴 사람. 그 사람이 인자한 성신 옆에 서 있었다.

설마.

이하늘은 입속으로 말을 굴리며 상대를 멍하니 보았다. 그제야 상대가 모자를 훌러덩 벗었다.

헝클어진 모래 색깔의 머리카락과 짙은 다크서클. 이하늘은 그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시선을 끄는 게 있었으니, 바로 상대의 눈가에 붙은 모노클이다.

“시스템 운영자……세요?”

“보면 몰라요?”

싸가지 없는 말투.

그걸 듣는 순간, 이하늘은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에 ‘앗!’ 하고 외쳤다.

“지하철에서 본 그 싸……!”

가지.

하마터면 실언할 뻔한 이하늘이 가까스로 입을 다물었다.

별개로 놀라운 건 놀라운 거였다.

지하철에서 만났던 그 싸가지가 알고 보니 시스템 운영자라니!

이하늘이 다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늘 낮엔 감사했습니다.”

그녀도 눈치가 없는 건 아니었기에 저 하얀 성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미약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머리로 장난치는 자’의 언약자가 최가영 헌터인 것처럼, 저 하얀 성신의 언약자는 유성우 헌터인 게 아닐까?

여전히 채널 접속의 개념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최가영 헌터를 따라 이 게이트에 들어온 것처럼 저 싸가지도 유성우 헌터를 따라 들어온 걸 것이다.

‘그럼 저 하얀 성신은 남, 남쪽, 남쪽 태양 어쩌고인가…….’

유성우의 프로필을 기억해 낸 이하늘이 갸웃거릴 때, 이름 모를 시스템 운영자가 나직하게 말을 뱉었다.

“초짜면서 다짜고짜 채널 접속한 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에요?”

“……네? 저한테 하는 말씀이세요?”

“그럼 그쪽 말고 누가 있는데요. 지금 채널에 입장한 사람 그쪽이랑 나밖에 없어요.”

이하늘이 놀라 눈을 깜박였다.

“레바브가 교육 중이라고 광고를 때렸던데. 교육받았으면서 다짜고짜 접속해요?”

“아니, 저기.”

“대표한테 맡기든가. 아니면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든가. 초짜면서 뭘 어떻게 감당하겠다고…….”

이하늘은 조금 억울했다. 이게 다 저 망할 성신이 접속하라고 닦달해서 벌어진 일 아닌가.

억울한 상황인 걸 알긴 아는지, ‘머리로 장난치는 자’가 몇 마디 했다.

【이 내가 명했노라. 저 운영자는 그저 내 명에…….〗

“다무세요, 머장 님. 머장 님이 한 거라고 하면, 내가 뭐 그냥 넘어갈 것 같아요?”

【이 싸가지 없는! 얻다 대고 언성을 높이느냐!〗

안타깝게도 목소리를 높이는 건 남자가 아니라 성신이었다.

어쨌든 해명을 해야 하긴 했다. 그러나 이하늘이 뭔가를 말하기 전.

거대한 메시지 창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축하합니다! 서든 게이트, ‘낙원의 끝자락(E급)’의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공헌도에 따라 완료 보상을 증여합니다.〕

〔공략 공헌도 순위―1위, 엄친아……77.7% / 2위, 최강……22.3%〕

〔사망자―0명 / 부상자―0명〕

〔코어 파괴를 선택하여 지금부터 30초 후, 게이트는 폐쇄됩니다.〕

“내 공헌도 무슨 일이야. 말이 돼? 고생은 내가 더 했는데 왜 이 새끼가 다 가져가.”

“하하. 보스를 제가 쓰러뜨려 그런가 보네요. 죄송합니다. 과장님. 오늘도 제가 이렇게 다 뺏어가서.”

“아무리 그래도 반의반도 안 주는 게 말이 되냐? 이 뭔 거지 같은.”

사실 고생한 건 시스템 운영자인 이하늘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헌터인 두 사람의 공이 더 크긴 했다. 두 사람이 아니었으면 이 게이트에 휘말린 31명의 일반인들이 전부 죽었을 테니까.

‘하지만 너무 열심히 일해 주신 덕분에 결국 야근 확정이고…….’

그래. 주간 조 시스템 운영자는 게이트가 닫히면 무려 14일 동안 보호 센터에 있어야 했다.

덕분에 이하늘은 지금도 고생했는데 앞으로 또 고생해야 한다.

마르고 닳도록 야근하는 것.

그게 운명이었다.

이하늘은 허공에 뜬 창을 보며 헛웃음을 뱉었다.

십 초 후, 게이트가 닫혔다.

끝내 싸가지에게 해명도 하지 못했다.

º º º

시솝 커뮤니티(SYSOP Community)

> 서버 | 대한민국

> 그룹 | 시솝전체방(11명)

[ 4 ] 박하사탕(야) : 아니 ♡♡ 자다 일어났더니 이게 무슨 상황?

[ 4 ] 박하사탕(야) : 님들 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7 ] 내가왜(주) : ^^

[ 4 ] 박하사탕(야) : 미치셨냐고요 왜 넷 다 게이트에 휘말리시냐고요

[ 4 ] 박하사탕(야) : 14일 동안 넷이나 없으면 우리 어떡하라고 ♡♡

[ 4 ] 박하사탕(야) : 나 게임해야 한다고!

[ 2 ] 소문만복래(주) : 미안하다아아아아악!!!!

[ 2 ] 소문만복래(주) : 하원아 미안하다아아아악!!!!!!!!

[ 7 ] 내가왜(주) : 내가 게임 대신 해줄까? ㅋㅎ

[ 4 ] 박하사탕(야) : 아 진짜 농담이라고 말해 ♡♡

[ 9 ] 돈많은백수가꿈(주) : 미안해요ㅠㅠ….. 야간 조님들 미안해요….

[ 5 ] 거꾸로해도(야) : 머임? 먼 소리임?

[ 5 ] 거꾸로해도(야) : 나 지금 인남;

[ 4 ] 박하사탕(야) : ♡♡ 누나

[ 4 ] 박하사탕(야) : 주간 조들 게이트에 휘말렸다가 관리국한테 다 잡혔대ㅡㅡ

[ 5 ] 거꾸로해도(야) : 에바;

[ 3 ] 닉넴결정귀찮(주) : 야 백하원 ㅡㅡ 룰 안 지켜? 작작 탓해라 지도 한 달 내내 격리당한 적 있으면서

[ 3 ] 닉넴결정귀찮(주) : 지희 너도 사과 그만해 이런 일 일어나면 탓도 사과도 안 하기로 했잖아

[ 4 ] 박하사탕(야) : 아니 그래도 네 명 동시에 잡히는 건 좀 심했잖아아악!!!

[ 8 ] 민달팽(야) : 어쩔 수 업지 머.

[ 8 ] 민달팽(야) : 이왕 이케 된 거 푹 쉬고 와. ^^

[ 4 ] 박하사탕(야) : 임여명만 신났겠네 ♡♡

[ 6 ] 파릇파릇(야) : 아무리,, 여명이라도,,

[ 6 ] 파릇파릇(야) : 14일을 내내,, 철야 근무하는 걸,, 좋아하것어,,,?

[ 6 ] 파릇파릇(야) : 걔도 사람이야,,,

[ 4 ] 박하사탕(야) : 그래 돈에 환장한 사람이지

[ 8 ] 민달팽(야) :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 ^^

[ N.R ] 밝또 : 오 야간 조들 다 일어났구나

[ N.R ] 밝또 : 안 좋은 소식이 있어요

[ N.R ] 밝또 : 다들 이미 알겠지만 오늘부터 2주일 동안 주간 조가 없어서 야간 조 여러분은 죽음의 철야를 해야 합니다 ^.^

[ 4 ] 박하사탕(야) : ? 죽음의 철야? 죽으라는 거야 뭐야

[ 6 ] 파릇파릇(야) : 외람된,,, 말이오나,,

[ 6 ] 파릇파릇(야) : 야간 조 전부,, 안 일어났습니다,,,, 여명이가 아까부터,, 말이 없네요,,

[ N.R ] 밝또 : 아 여명이 센터에 있어요 지금 일하는 중이라 채팅 못 보는 거예요^.^

[ 4 ] 박하사탕(야) : 징글징글한 ♡♡… 집에 무슨 한 달에 한 번 가

[ 7 ] 내가왜(주) : 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 7 ] 내가왜(주) : 신입은요? 오늘부터 입사하는 거 아녔나?

[ 2 ] 소문만복래(주) : 나 신입분 만났다^^!!!!

[ 7 ] 내가왜(주) : ㅇㅉ

[ 3 ] 닉넴결정귀찮(주) : 나도 만남 애기더라 근데 채접했던데 괜찮은가 몰라

[ 4 ] 박하사탕(야) : 엥? 신입 씨가?

[ 8 ] 민달팽(야) : 우와. 대단한걸. ^^ 첫날인데도. 난 채접 처음 한 날 피 토하고 장난 아니었는데.

[ 2 ] 소문만복래(주) : 심지어 3D로 입장하셨더라

[ 4 ] 박하사탕(야) : 쓰리디? ㅁㅊ 기절하는 거 아냐?

[ 4 ] 박하사탕(야) : 됐고 임여명 백퍼 신입 씨에게 개♡♡ 떤다에 내 월급 건다ㅋㅋㅋㅋㅋㅋ

[ 7 ] 내가왜(주) : 이미 했을지도ㅋㅋㅋㅋㅋ

[ 5 ] 거꾸로해도(야) : 어떤 사람일지 궁금

[ 5 ] 거꾸로해도(야) : 몇 살인지 아는 사람?

[ N.R ] 밝또 : 막내예요 24살

[ 8 ] 민달팽(야) : 오. 여명이 친구 생겼네. ^^ 추카추카.

[ 3 ] 닉넴결정귀찮(주) : 우리 네 명이니까 신입은 우리 조에 들어오는 거죠?

[ N.R ] 밝또 : 그럼요 여명이 자리에 등록도 마쳤어요

[ 9 ] 돈많은백수가꿈(주) : 우아ㅠㅠ 드디어 우리도 다섯 명이..

[ 4 ] 박하사탕(야) : 초대하면 안 돼? 부르자!

[ 4 ] 박하사탕(야) : 닉네임이 가을하늘공활한데인가? 왜케 익숙하지

[ 3 ] 닉넴결정귀찮(주) : 애국가 3절이잖아ㅡㅡ 븅

[ 4 ] 박하사탕(야) : 내가 그걸 모르겠냐?ㅡㅡ


/시스템 운영자, 박하사탕 님이 시스템 운영자, 가을하늘공활한데 님을 초대했습니다./

/아직 조건을 완수하지 않아 초대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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