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 멸망을 굳이 막아야 하나요 (34)화 (34/90)

<제34화>

뭣보다 이하늘은 하지 말라는 걸 하고 싶어 하는 청개구리 성정도 아니어서, 착실히 구멍을 발견할 때마다 돌아갔다.

근데 몇 번 반복하니 지친다. 이러다가 사람들을 만나기도 전에 헌터가 와서 게이트를 닫을지도…….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네.”

이하늘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게이트에 휘말린 사람이 적나? 몇 명이 말려들었길래 머리카락도 안 보이는 거지?’

게다가 위험한 게이트치고 너무 고요했다.

이렇게 조용한 이유가 몬스터들이 다른 사람들한테 몰려서 그런 거라면?

혼자 있으니 생각이 산으로 가고 강으로 가고 여기저기로 흘러갔다.

끝내는 어디까지 닿았느냐.

바로 역에 들어가기 전에 헤어졌던 남동생에게 도착했다.

‘서얼마……. 서얼마 휘말린 건 아니겠지?’

게이트와 이활.

절대 붙으면 안 되는 두 단어에 이하늘의 손끝이 삽시간에 차가워졌다.

‘그래도 난 지하, 활이는 지상에 있었으니까…….’

빨려 들어오진 않았을 거야.

‘그런데 혹시……. 혹시나 휘말렸다면? 게이트가 너무 커서 이활까지 들어왔다면?’

설마 하는 생각에 불이 화르륵 붙었다.

그 불은 마음을 좀먹듯 점점 타올랐고 이하늘의 정신은 그럴수록 멍해졌다.

‘활이 또 그때처럼 없어지면 어떡하지?’

‘또 나 혼자 남게 되면…….’

정처 없이 폭주하던 생각 그 너머.

찰랑―

뒤쪽에서 작지만 선명한 금속음이 들렸다.

이하늘은 긴장감에 휩싸여 뒤를 돌았다.

검붉은 흙의 굴, 벽 중간마다 달린 횃불만이 전부였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점차 다가왔다.

이하늘은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아집 덩어리로 살아온 지 10년이다.

그렇기에 레바브의 말대로 그녀는 헌터 시대에 사는 인간치고 ‘아는 게 하낟도 업’었지만 눈치만큼은 빨랐다.

이 소리는 심상치 않다. 가까이하면 안 된다.

도망쳐야…….

‘어디로 도망치는데?’

그녀의 앞엔 뻥 뚫린 구멍만이 존재한다. 뛰어넘기에는 구멍이 너무 컸고 숨을 곳도 없다.

그럼 여기서 뭘 어떻게.

찰랑거리는 소음 속에서 다른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저벅저벅.

이건, 아무리 들어도 발소리.

‘혹시 사람인가?’

이하늘은 눈에 띄게 반색하며 발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발소리 주인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소리 없이 백스텝했다.

‘×발×발×발×발×발!’

속으로 굉장한 욕을 외친 이하늘은 역시 초반의 촉을 믿어야 했다며 자신의 섣부른 선택을 원망했다.

앞 코너 길 안쪽에 횃불로 생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건 어떻게 봐도 사람 그림자가 아니었다.

귀는 뾰족,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지 매끄러운 머리통. 비쩍 마른 몸에 아랫배만 불룩 튀어나온 그림자. 세 갈래로 갈라진 창이 손에 들려 있다.

‘소악마야. 백퍼 소악마야!’

이하늘은 뒤에 구멍이 존재하는 걸 잠시 까먹고 좀 더 뒷걸음쳤다가 바닥이 훅 꺼지는 기분에 히익, 하며 멈췄다.

후드득거리며 흙이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고.

키에에엑―

괴상한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동시에 코너에서 나타나는 흉측한 그것.

오늘도 걷는 소악마

등급―C급

설정―보기와 다르게 굉장히 난폭하고 잔인하던데? 만나면 분노해서 삼지창으로 널 찔러 죽일 거야.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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