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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멸망을 굳이 막아야 하나요 (58)화 (58/90)

<제58화>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내쫓기나?

아마 그럴 거야. 이가을은 우릴 가족이라 생각 안 하잖아.

그날부터 이하늘은 이가을의 눈치를 심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변화를 쌍둥이들도 기민하게 알아차렸을 즈음.

‘하늘아.’

그녀의 생일이었다. 12월 31일. 초하룻날이 되기 전날.

이가을의 부름에 이하늘이 눈에 띄게 굳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흘러나오는 말은 고저가 없었지만 부드러웠다.

‘부모님이 없어도 우린 가족이야.’

무관심했으면서 자신이 뭘 불안해하고 있었는지 다 안다는 것처럼 구는 오빠.

오빠라고 부르기도 눈치 보여 ‘저기’라는 호칭을 뗄 수 없었던 이하늘은 그 한마디에 안도했다.

그런데 왜.

왜, 왜. 왜 갑자기.

당장이라도 이가을을 밀치고 나가려고 했던 이하늘은 이젠 역으로 그를 붙들었다.

“가지 마. 가면 언제 올 건데?”

하루? 일주일? 아니면 한 달?

이가을은 대답하지 않았다. 말하기 힘든 사실이어서.

“……안 돌아올 거야, 설마?”

“하늘아.”

“오빠. 혹시, 혹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람들을 구하는 거, 좋다. 그런데 왜 애들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해야 하는 거지. 왜 나 혼자 두고…….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만 돌아다녔다.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한 달 전에 말한 거 거짓말이었구나.”

“…….”

“오빠는 나를, 우리를 가족이라 생각 안 하는 거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는, 데.”

이가을이 덜덜 떠는 이하늘의 손을 밀었다. 그의 옷자락을 쥐고 있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돌아올게.”

이렇게 나를 놓고, 돌아온다고?

아니. 돌아온다는 말은 필요 없어. 오빠가 지금 나가면 내가 혼자라는 게…….

이하늘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오빠. 꼭 가야 해?”

“금방 돌아올 거야.”

“왜, 왜 오빠가 가야 해?”

마지막의 마지막 질문에 이가을은 또 대답하지 않았다.

역시…….

“역시 날 가족이라 생각 안 하는 거잖아!”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찾아온 슬픔이 가셨을 때 남은 건 공포였다. 내쫓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다행히 이하늘은 집에서 쫓겨나지 않았다.

버려졌을 뿐이다.

나를 버리고, 우리를 버리고. 다른 선택을…….

그 사실을 선연하게 깨달은 이하늘이 다시 이가을을 잡으려고 할 때였다.

이가을이 입을 열었다.

“하늘아. 난 너를 단 한 번도…….”

파직―

지지직, 촤자자자자자―

갑자기 시공간이 일그러진다. 테이프를 빨리 감기라도 한 것처럼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과거가 기록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페이지 모서리에 새겨진 숫자가 올라간다.

【되잖은 게 감히 누굴.】

【나의 주인공을 괴롭히면 쓰나.】

【그만 돌아와. 그만 얽매이고.】

아득한 목소리, 반면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결.

이하늘이 눈을 떴다.

º º º

교통사고가 나자마자 이공은 자신의 모습을 숨겨야 한다는 것도 잊고 이하늘에게 뛰쳐나가려 했다.

그러다가 우뚝 멈춰 섰다.

시초야에게 혹시라도 위치를 들킬까 벌렸던 거리를 조금 좁히는 순간.

뒷덜미를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뒤틀린 감각에 저도 모르게 멈췄다.

마력이었다. 그것도 꽤 수준급 헌터의.

몇 발자국 뒤에선 전혀 못 느꼈던 이 흐름을 이제야 느끼는 건, 이 마력의 주인이 일부러 절제했다는 뜻.

그것도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사람부터 못 느끼게 말이다.

아예 절제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런 성가신 방법으로 마력을 컨트롤하는 거지.

‘내게 들키지 않으려고?’

아니면…….

시초야만 느끼게 하려고?

이공은 시초야가 자꾸만 이곳을 한 시간 가까이 맴돌았던 것을 떠올렸다.

더불어.

쌤 : 아 아니라고!!! 누가 먹고 싶어서 근처에 한 시간 가까이 싸돌아다닌 사람인 줄 아나 님 말 똑디 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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