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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화 〉제국의 수도(6) (51/107)



〈 51화 〉제국의 수도(6)

마치 광선처럼 빠르게 뻗어 나가는  브레스는 정확히 여자를 향해 날아갔고 여자는 다급히 방어를 시도한다.

“끄아앗!?”

금방 세라의 브레스에 대항하듯이 검은 막이 앞을 가로막았고, 이대로 공격이 멈추느냐 방어가 깨지느냐의 대결로 이어진다.
처음에야 비등비등한 것으로 보였지만, 알에서 부화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리제의 방대한 마나를 나눠 받고 자란 세라의 공격은 무지막지했다.

“여, 여기서 더 강해졋....!? 꺄아악!?”

쨍그랑 소리가 나면서 검은 막이 깨지고 브레스는 여자에게 직격한다.
그리고 브레스가 지나간 공간은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브레스가 멈췄다.

“뀨!”

“하아...”

어쩐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세라를 보고 주변을 둘러본 엘리나는 깜짝 놀라 굳었던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 상황 자체가 놀라운 일이긴 했지만, 세라가 저런 힘을 가지고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리제가 적극 세라와 붙어 있게 한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대로 세라의 브레스를 맞고 날아갔는지 아니면 생각하기는 싫었지만 소멸하였는지, 어느 쪽이든 엘리나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었다.

“뀨?”

“아, 세라야.  언니를 쓰러트린 거 같으니까 이제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해. 너무 늦게 가면 모두가 걱정...앗! 세라야!”

“뀨우!?”

이 다음을 걱정하는 엘리나에게 다가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세라는 갑작스럽게 어둠 속에서 쑥 튀어나온 손에 붙잡혔다.
깜짝 놀라 세라가 발버둥을 치는 사이 서서히 손만이 아니고 몸 전체가 나타난다.
그것은 이리저리 그을리고 찢어진 옷차림의 여자였다.

리제와 똑같이 보이기 위해 한껏치장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이 망할 해츨링...!! 너 누가 브레스 쏘랬어? 나 아니었으면 이곳 황궁이 반 정도는 날아갔을 거라고!”

“뀨웃!?”

여자는 확실히 대미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아주 팔팔했다.
잡은 세라를 양손으로 붙잡고는 탈탈탈 털듯이 흔들어댔다.
그런 작은 세라에게는 정말로 효과적인 공격(?)에 금방  늘어졌다.

“세, 세라야...!”

“뀨우우......”

“후우. 이걸로  얌전해지겠지. 아, 진짜 싫다...이게 뭐야. 머리도 다 탔어...”

축 늘어진 세라를 한 손에 들고 자신의 옷매무새를 점검한다.
옷차림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하지만, 자신의 검은 머리가 손상된 것에는 굉장히 충격이 컸는지 굉장히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엘리나는 그런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자신은 아무것도  수 없었기 때문에.

“.......”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보호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린 세라도 저렇게 힘냈는데 그보다 언니인 자신이 아무것도  하다니.

굉장히 분했다.
이런 기분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기분을 느낀다고 해도 자신이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후우...진짜. 이 녀석은 대체 뭐야? 해츨링인 것은 확실한데 그렇다고 드래곤 종류는 아닌 것 같고. 아니 하지만 그 브레스의 위력은 분명히 해츨링의 영역을 뛰어넘었는데...야, 너 진짜 정체가 뭐야?”

“뀨우...”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리도 없고 세라는 그저 힘없이 울었다.
한껏 대화라도 나누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게 가능한 것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었다.

“뭐, 됐다. 데리고 가면 그 녀석을 통해서 뭐  알 수 있겠지.”

“도대체...!”

“응?”

여자가 그리 결론을 내리고 있을 때 엘리나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자신 때문에 세라가 휘말려야 하는지.
 자신은 아무런 힘도 없는지.

“도대체 저는  노리시는 건가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노려질 이유를 모르겠다.
황녀라고는 하지만 인질로서의 가치는 매우 낮았고 황궁 내의 정치에도 크게 상관이 없다.
물론 시집을 가는 곳에 사정에 따라 그건 좀 바뀔지도 모르지만, 아직 꽤 나중의 일이다.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겠다.

엘리나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뭐, 뭐야.왜 갑자기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여자는 그런 엘리나의 기세에 눌렸는지 당황하며 몸을 움찔 떨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악당’이라는 카테고리에는 무엇보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인가.

“대답해주세요!”

“이, 이유야 아까 말했잖아. 오빠를 위해서라고...”

“그러니까 정확한 이유를...!”

“나도 몰라! 그냥 오빠가 널 필요로 하니까 데리고 가야 한다고!”

“!”

그것은 처음으로 보이는 격한 감정이었다.
마음속 깊이 있는 그녀의 어둠이 엿보이는 감정.
망설임. 두려움. 후회. 슬픔 등등.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뒤섞여 있다.

“그, 그런...당신의 의지는 없는 건가요?”

“오빠의 의지가 내 의지야...오빠는 내 전부이니까...”

“흣...!?”

그리고 마지막에 그 말을 하며 보이는 그 눈동자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고 인형과도 같은 그 모습에 엘리나는 숨을 들이켰다.

분위기가 일변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두렵지는 않았던 그녀의 분위기가 이제는 피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분위기가 되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그녀의 단검에 목이 베일 것만 같다.

“나는 그렇게 살아야만 해. 그게  속죄니까...”

“으으...”

저벅. 저벅. 다가오는 여자에게서 피하려엘리나는 주저앉은 채로 열심히 뒤로 피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까.
분명히 자신은 죽게 되리라.
그것은 이상한 확신이었다.
이대로 끌려간다고 해도 반드시 죽는다는 근거 따위는 없는데도 엘리나는 그런 확신이 들었다.

“얌전히 따라와...”

그도 그럴게, 본래는 상냥한 사람을 ‘이런 식’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간다면 정신적으로 죽든 육체적으로 죽든 선택당하게 될 것이다.

‘어, 어떻게...’

그렇게 이대로 끌려간다는 선택지밖에 보이지 않고 있던  순간.

“뀨우우우!!!!”

“뭐, 뭐야!?”

엘리나의 위기를 느끼고 퍼뜩 정신을 차린 세라의 몸이 빛을 발한다.

지금의 정말로 작은 몸으로는 여자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렇다면 몸이 크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냥 큰다고 해서 도움이 될까?
그렇다면 최대한 강한 존재로 변해야 그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세라 나름의 생각을 하며 결론을 내리고 무의식적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자신의 육체를 변화, 아니 거의 새로 만든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고등 마법. 폴리모프.

세라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인간과 같은 몸과 팔다리가 생기고 머리가 생긴다.
그것은 아주 순식간.

“이 녀석 도대체...!?”

“뀨웃!”

“꿱!?”

깜짝 놀라 여자가 굳은 사이 작은 인영이 긴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뛰어오르고 그 조그마한 두 발이 여자의 얼굴에 직격한다.
일명 드롭킥이라 불리는 그 공격을 맞은 여자는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날아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위력도 없어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실제로 느끼는 그 충격은 엄청나게 컸다.

“뀨우!”

“세, 세라야?”

“뀨!”

놀라서 자신을 부르는 엘리나의 목소리에 아주 조그마한 여자아이로 변한 세라는 방긋 웃어 보인다.
인간 형태로 변하기는 했지만, 말은 하지 못하고 그대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영락없는 세라였다.

“...리제 님이 아기였으면 이랬을 것 같은데.”

“뀨?”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라를 보며 그렇게 생각하는 엘리나.
긴 검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의 아기라고 봐도 좋을 모습을  세라는 리제를 축소하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머리 위에 나 있는 앙증맞은 뿔과 등에 나 있는 작은 귀여운 날개, 작게 씰룩거리는 꼬리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것은 드래곤이 처음 폴리모프를 사용할  자신의 다른 모습을 상상한 모습이며, 변하고 나면 곧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다.
원리는 잘 모르지만, 한 번 변하고 나면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
그러니 이제부터는 이 모습이 세라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뀨...!? 뀨...!”

“앗...왜 그래?”

“뀨...”

엘리나에게 다가가려던 세라가 중심을 잃고 휘청댄다.
아무래도 이족보행에 익숙하지 않은 세라이기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본래는 날아다니거나 사족보행을 하고 다녔으니 당연하였다.

인간의 아기도 기어 다니다가 점점 걸음을 배우는 것 같이 세라도 완벽하게 걷기 시작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그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돌아가면 걷기 연습부터 많이 해야겠다.”

“뀨...”

엘리나가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휘청거리는 세라를 잡아 준다.
어째서 이런 모습으로 변한 것인지 어떻게 변한 것인지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다.

“에이! 진짜!”

지금은 세라의 강력한 공격에도 멀쩡히 일어나는 존재를 어떻게 해야만 한다.
얼굴에 선명하게 세라의 작은 발자국  개가 난 여자는 머리를 흔들면서 일어났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까까지 느꼈던 위험한 분위기는  사라져 있었지만, 이대로는 끌려가는 것은 확정이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는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게 벌써 폴리모프까지 써? 진짜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해츨링이야!? 솔직히 말해! 너 해츨링 아니지!”

“뀨! 뀻뀨우!!”

“에이 씨! 폴리모프는 하는데 말은 또 못 한다고? 거기다 인간으로 변했는데 무슨 드롭킥의 위력이 이렇게 센 거야...아우...”

맞은 부위를 만지면서 점점 다가간다.
그리고는 이제는 진짜 결심한 듯이 말한다.

“이제는 진짜, 진짜로 한다.아까까지는 방심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너무 상식 밖에 일이 일어나서 그랬을 뿐이니까!”

누구에게 하는지 모르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여자가 이번에는 재빠르게 움직인다.
누가 봐도 이제는 시간을들이지 않겠다는 행동.

둘이 어떻게 해야 하나 긴장하며 그렇게 있으면,

“세라아아!!!”

“꾸엑!?”

쨍그랑...이 아니고 퍼엉! 하고 마치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한 인영이 날아와 그대로 날아 차기로 여자를 날려버린다.
공교롭게도 세라가 찼던 그 자리에 똑같이.
아까보다도  심한 소리를 내면서 이번에는 진짜  그대로의 의미로 날아갔다.

“리제 님!”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타난 존재는 바로 리제였다.
굉장히 다급한 모습의 리제는 엘리나의 부름에 그쪽을 바라보았고 곧 안도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실제로 안도했다. 엘리나가 멀쩡한 모습으로 있었고, 또 세라가 끊겼던 연결이 이 이상한 공간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원래대로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

“엘리나...! 그리고...어?”

“...”

리제는 굉장히 당황했다.
엘리나와 함께 있는 어떤 작은 아이가 자신을 울먹거리며 보고 있었으니까.

...아니, 리제는 알고 있다.
저 작은 존재가 누구인지.
가슴이, 마음이 말하고 있다.

“세...라...?”

“뀨우!”

자신의 이름이 리제에게서 불리자 감정이 복 받쳐 오르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가간다.
아장아장하고 굉장히 불안한 발걸음이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넘어지지 않으며.
리제는 리제 대로 그 모습을 불안하게 보며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이며 달려간다.

이윽고 둘은 만난다.

그리고 세라는 아마 자신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인상 깊으며 이 자리에서 무엇보다도 정확한 말을 한다.

“엄...마...!”

“에...?”

“엄..마..!”

세라로서는 처음으로 하는 인간의 말.
약간 어눌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그 말.
아기를 키우는 엄마로서는 가장 먼저 듣고 싶은 그 말!

“엄마...라고...?”

리제는 세라를 품에 안으며  말을 곱씹는다.

엄마.  말이 어째서 이리도 가슴에 와 닿는 것인가.
그저 보호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보다는 그것이  잘 와 닿는다.

“엄..마!”

“...”

사랑스럽게 웃으며 점점 정확하게 변해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엄마...’

리제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에서 ‘모성’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맹렬한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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