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29화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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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다윤은 구석진 곳에서 눈을 떴다. 시야는 붉게 물들고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어려웠다.
"포... 포션을.."
김윤이 챙겨준 상급 포션을 마구 들이켰다. 상처들이 조금 수복되고 기력이 조금씩 돌아온다.
[ 상급 회복 포션을 사용합니다. ]
[ 과도한 사용으로 효과가 절감됩니다. ]
[ 현재 적용률 18% ]
"....어지러워."
상태가 조금 호전되긴 했으나 여전히 안 좋은 건 마찬가지다. 다윤은 주변을 살폈다. 분명 윤씨를 제외하고 다 튕겨져 나갔는데...
"크룩.."
"크루루루!"
"...!"
나무 뒤편 사이로 트롤 마법사들이 나타났다.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마력과 기세가 상당했다. 다윤은 손에 들린 검을 꽉 쥐었다.
...이길 수 있을까.
"후우..."
마법이 날라온다.
오른쪽은 붉게 물들은 냉기 마법.
리진이 건네준 하급 불마법 스크롤로 상쇄하고 나무 뒤편에 트롤에게 달려간다.
뒤쪽은 땅에서 치고 올라오는 가시 마법.
구름을 타고 대지에서 벗어난다.
하늘은..
"크룩!.. 커.."
"하늘은 너무 뻔해."
위쪽에서 육체 강화된 체, 전사처럼 내려오는 트롤 마법사를 그대로 꿰뚫었다. 이윽고 물 흐르듯이 검을 휘둘러 나무 뒤편에 숨어있던 다른 트롤들도 갈라냈다.
"윽..."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 피가 흘러나오는 곳에는 젓가락만 한 붉은 가시가 꽂혀있었다.
'가시를 전부 피하지 못했어.'
다윤은 가시를 뽑아 그대로 땅에 내던졌다. 그러고는 산 정상을 바라봤다.
쿠르릉!
콰가가가가가!!
쩌적!
붉은 날개를 띈 어린아이가 하늘에 떠, 마구잡이로 마법을 난사하고 있다. 보이진 않지만 김윤이 싸우고 있을 것이다.
"....윤 씨가 싸우고 있어. 도와드려야 해."
하지만 어떻게?
지금 이 상태로 가봤자 얼마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밤이라도 된다면...'
스르륵...
"!"
시야가 어두워지더니 밤이 찾아온다. 붉게 물든 보름달. 다윤이 좋아하는 색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런 취향을 따질 때가 아니다.
"크룩!"
"크루루루룰!"
"크르루!"
다윤의 주위로 20마리 트롤이 몰려든다. 달이 떠올라 더 강해졌는지 방금 처리한 3마리보다 강해 보였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싸움.
하지만 다윤은 웃었다.
"비켜."
다윤의 주위로 4개의 무형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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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르 산 일대를 강타하는 노란빛의 섬광.
"역시 월광 검사야. 성능 확실하구만."
괜히 레전드리 히든 직업이 아니다. 완전히 각성만 된다면 한 국가와도 싸워 이길 수 있으니깐.
디베르 산이 잠시 노란빛으로 물들더니 구름을 타고 다윤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고생했어요. 이제 같이 상대해요."
"나는 왜 두고가!"
급하게 그림자로 따라온 베린도 내 곁으로 다가왔다. 하늘에서 두 날개가 잘린 체 서있던 아이는 큭큭 웃었다.
"아, 고작 그 정도로 전세가 역전됐다고 생각 하나?"
"야, 미안한데 오글거리니깐. 빨리 끝내자."
"...다중 마진(多重 魔振)."
"...!"
다중 마진(多重 魔振).
하나의 마법으로 50개 이상의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마법. 하나하나가 대마법사의 마력의 3할에 버금갈 정도의 위력이다.
하늘은 셀 수 없이 많은 마법진으로 뒤덮인다.
콰가가가가가!!!
대지가 붕괴하고 수많은 마법으로 뒤섞인다. 불, 냉기, 어둠, 대지, 바람... 속성과 세기가 하나하나가 천차만별이라 상쇄는 불가능하다.
[ 파티 전용 방어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
[ 방어 횟수 20회. ]
[ 파티원끼리 방어 횟수를 공유합니다. ]
보스 레이드 도중에만 사용할 수 있는 '파티 전용 방어 스크롤.'
말 그대로 일정 수준 이하의 모든 공격을 횟수로 막는다. 가격대도 1억을 넘고, 150렙 이상 몬스터에게는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쓸만한 아이템이다.
[ 방어 횟수 17/20. ]
[ 방어 횟수 16/20. ]
[ 방어 횟수 15/20. ]
[ 방어...]
1억짜리가 금세 공중분해된다. 하지만 이런 걸 사용 안 하면 바로 죽겠지.
나와 다윤은 구름을 통해 빠르게 하늘로 치솟았다. 베린또한 구름의 그림자로 이동했다.
타앗-
[ 방어 횟수 4/20. ]
구름에서 도약한 다윤이 하늘로 높이 뜨더니 마치 유성처럼 녀석을 향해 검을 내려찍는다.
"뭣..!"
아이는 당황한 듯 급하게 보호막을 쳤지만, 역시 밤의 최강자라 불릴만한 능력답게 그런 것 따위 무시하며 엄청난 일격을 날렸다.
아이는 일격을 맞고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기다렸다!"
녀석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던 베린이, 곧바로 뒤로 이동해 공격을 꽂아 넣었다. 아니, 꽂아 넣으려던 순간 마석이 번쩍! 빛나더니 모두를 튕겨냈다.
그 순간 무릎을 꿇고 있던 트롤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흡수인가?"
"아씨! 내가 활약하려니깐 또 각성하냐."
디베르 산 전체의 마력이 한 군데로 쏠리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트롤들이 해골처럼 변하는 걸로 봐서는 마치 리비엔처럼 생명력까지 흡수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봤다. 이윽고 거대한 날개를 펼친 체 어른 형상이 된 녀석이, 하늘로 올라 우리를 내려다봤다. '신'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위용.
"하.. 찮은.. 인간들이... 감히...!"
"뭐래.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게."
".. 쿡... 죽어.. 라!"
마법사 답지 않게 나를 향해 돌격해 오는 녀석. 나는 이순간만을 기다렸다.
나는 가볍게 손을 뻗었다.
"무형 제어."
키잉-! 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향해 낙하하다가 이내 추락했다. 녀석의 뒤에 달린 날개는 힘없이 부스러졌고, 녀석의 몸 또한 점차 작아져 아이 같은 형태로 변했다.
"뭣... 뭐가 어떻게... 내 힘이..!"
"어떻게 하긴. 봉인이지."
[ 스킬 / 무형 제어. LV.1
설명 -
뛰어난 마력을 지닌 타고난 천재, 아미아 리진이 완성한 마법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제어할 수 있는 마법으로, 그의 앞에서 함부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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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
(쿨타임 60분)
자신에게 시전 시: 2분간 모든 스킬 및 능력치의 페널티를 무시합니다.
타인에게 시전 시: 20분간 마력을 봉인시킵니다.
직업 '조율자' 일시 쿨타임이 50% 감소하고, 버프 지속시간이 400% 증가합니다. ]
원래대로라면 마석에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마석과 트롤, 모두의 힘을 흡수했기에 녀석에게 사용했다.
실제로 마석은 힘을 많이 흡수 당한 듯 빛이 깜박깜박 거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어째서 인간 따위가 나를..!"
"그래. 나도 힘드니깐. 빨리 끝내자."
지금도 코피가 주룩주룩 흐르고 있다. 녀석의 마력 전부를 억제하기에는 역시 스킬의 레벨이 너무나도 낮기에.
나는 칼을 들고 녀석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
한 발자국.
"나, 날 죽이면 안 돼! 큰, 큰일이 날 거야! 진짜야!"
두 발자국.
"정말이야! 지, 진짜로 큰-"
푸슉-
들어주고 싶다만, 더 들어주다가 우리가 다 죽을 수 있다. 나의 칼이 녀석의 심장을 관통했다.
몬스터나 사람이었다면 피가 잔뜩 흘러야 정상이지만, 녀석의 몸은 하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 하얀 연기?
"잠깐..?"
"윤 씨! 도시가!"
순간 저 멀리에서 바라본 도시는 더 이상 인간의 도시 같지 않았다. 검고 붉게 물들은 도시. 마치 그곳은 악마의 도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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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 퀘스트 - 히든 / 뒤바뀐 진실이 진행됩니다. ]
- 스토리 퀘스트 히든 / 뒤바뀐 진실
두 개의 보석을 선택한 두 아이. 알려진 진실은 형은 하얀 보석을, 동생은 붉은 보석을 택했다고 알려집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일까요?
당신은 두 가지의 진실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고른 진실은 '진짜'가 될 것입니다.
- 1, 베리를 도와 도시를 지킨다. ( 디틴의 죽음? )
- 2, 베리를 도와 도시를 몰락시킨다. ( 디틴의 죽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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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석 근처에 숨어있던 본체를 찾아냈다. 자신을 '베리'라고 소개한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소연했다.
"도시에서 인간들의 왕이 된 형은 하얀 보석을 집어 왕이 됐다고 하지만, 순 거짓말이에요. 그때 저는 형을 막기 위해 햐얀 보석을 집었고, 형은 그런 저에게 보석을 빼앗으려다 돌에 넘어지면서 빨간 보석을 집었어요."
"하지만 너는 붉은 보석을 집어서 트롤들의 왕이 된 거 아니야?"
다윤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베리는 고개를 저었다.
"저의 형인 '디틴'은 자신이 햐얀 보석을 집었다고 생각하기 위해, 저의 이름을 가져간뒤. 저를 트롤들의 왕이 되도록 조작했어요. 붉은 보석은 진실을 뒤바꾸는 능력이 있거든요. 아까 용사님들이 잡았던 저의 분신은 모두 형이 만들어낸 허상이에요."
"그래서 너는 뭘 하고 싶은 거냐."
베리가 두 명이라... 누가 진실이고 거짓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눈앞에 있는 베리가 일부로 하얀 연기를 보여주어 우리를 속이고 있을지도.
야, 리비엔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 모르겠습니다. 저를 풀어주신다면 바로 알아낼-'
기각. 어디서 탈주각을 잡으려고.
"저는..."
눈앞에 베리는 자신에 손에 쥔 '새하얀 보석'을 만지작 거렸다.
"저는 저를 몬스터들의 왕이 되도록 조작하고, 저를 사냥감 취급한 형을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그래서 복수할 겁니다."
"복수가 도시의 파괴?"
"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형만 잡으면 되지 않아?"
".... 평상시에 저는 자아를 거의 잃어버린 체 실제로 트롤들의 왕인 것처럼 인식하며 살아가요. 그리고 용사님들이 트롤을 죽이면 마치 자식이 죽은 것처럼 분노하고 슬퍼합니다."
"....."
'저는 그걸 300년 넘게 반복했어요."
깊은 분노를 참듯이 말하는 베리의 말에는 한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저는 그것에 대한 복수를 해줄 겁니다. 제가 300년 동안 느꼈던 슬픔, 고통, 전부 느끼게 해줄 수는 없겠지만 제가 살아있는 한 최대한 느끼게 해줄 겁니다."
"네가 베리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거지? 애초에 네가 하얀 보석이라는 걸 가짜로 보여주는 거라면."
"... 제가 보여주지 않아도. 이미 나오지 않았나요?"
우리가 이렇게 대화하는 와중에도 도시는 붉게 물들어있었다. 청각,시각 강화를 통해 살펴보니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것도 믿을수 없다. 저것조차 가짜일 수 있으니깐.
베리는 나의 표정을 보고 예상한 듯 말을 내뱉었다.
"물론 저것만으로 믿어달라고 할 수는 없겠죠. 제 말에 따르면 붉은 보석에 소유자는 진실을 속일 수 있으니깐..."
"그래서?"
"용사님은 마왕을 잡으러 가겠지요."
"그래."
"이 일이 성공하다면 제가 가진 하얀 보석을 내 드리겠습니다."
"어?"
"전 복수만 하면 돼요. 보석 같은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필요 없었거든요. 원하신다면 계약서든 뭐든 전부 하겠습니다. 부디 절 믿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