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68화 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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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푸른빛의 검격이 하페루아를 뚫고 마왕성을 휩쓸었다. 운석이 떨어져도 멀쩡하다고 알려진 마왕성.
푸른빛과 보랏빛의 파도가 서로를 휩쓸고 천지가 뒤흔들렸다. 근처의 모든 생명체들은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듯 소멸하기를 반복했다.
이윽고 마왕성은 그대로 두 쪽으로 갈라져 무너져 내렸다.
뭉게구름이 사라진 자리에는 두 명의 실루엣이 보였다.
[흐응.... 역시 이레귤러야. 살짝 아쉬운 건.]
"커억...."
[너무 일찍 왔어. 그 정도로는 아빠의 3번째 목숨까지도 못 간다고.]
멀쩡하다 못해 더욱더 강한 기운을 내뿜는 하페루아와 달리, 무명의 몸은 성한데 하나 없이 잔뜩 구멍이 뚫린 체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페루아는 날개를 접고 천천히 다가와 무명의 턱을 휘어잡았다.
[레벨은 더 올리고 왔어야지. 창조세계의 힘 만으로 이곳의 능력을 넘을 수 있을 줄 알았어?]
"..... 닥쳐라."
[역시 재밌어.]
그녀는 웃으면서 다른 손을 들어올리자 무명의 몸 상태가 전부 회복됐다.
갑작스러운 치료에 무명은 당황한 듯 그녀를 올려다봤다.
"무슨 짓이냐."
"재미없잖아. 이대로 쓰러지면."
그녀는 어느새 무기도 신체 강화도 전부 해제한 상태였다. 아무것도 대비를 안한 그녀의 모습은 검을 한번 휘두르면 바로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레귤러는 기회가 한 번뿐이니깐. 이대로 실패하면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이야기지. 그 사이 너의 세계가 멸망할지 모르고 말이야."
"...호의인가?"
"맞아, 호의. 이건 김윤에 대한 호의기도하지. 다음에 만나면 잘 좀 대해주라고."
"생각해 보지."
무명을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칼을 들어 그대로 하페루아의 목을 베어냈다.
힘없이 쓰러지는 연약한 육체.
마왕의 성 드레구아의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면 마왕이 살고 있는 통합 서버로 향할 수 있다. 원래는 최상급 악마가 지키고 있었지만 하페루아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으니깐.
"... 그 녀석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지?"
그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악마라고 알려진 하페루아가 남을 위해 목숨까지 던져주면서 져준다라…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무명은 하페루아의 시신을 내려다본 뒤 포탈로 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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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반지라..."
이게 나왔다는 소리는 영상 속의 로미가 악령들과의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소리다.
단순히 로메니안이 된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소리.
[ 로미의 붉은 반지 (레전드리*)
설명 -
로미가 누군가에게 받은 항마(抗魔) 마법이 걸린 반지입니다.
특수한 보석의 일부로 만든 이것은 자그마한 진실을 뒤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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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180
마법 방어력 : 1000
요구 스텟 : 직업 전용 스텟 300
특수 효과 : 작은 진실을 뒤바꿉니다. ( 1/1 )
*사용한 진실을 되돌리기 전까지 횟수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패시브 : 마법 방어력 60% 상승, 체력 30% 상승. ]
진실을 뒤바꾸는 능력.
설마 디틴의 보석으로 만든 건가?
"뭐야? 레전드리 반지?"
어느새 다가온 베린이 반지를 탐냈다. 특수한 능력을 제하더라도 웬만하면 안 나오는 수치인 마법 방어력이 걸려있다.
마법사를 상대하기 가장 최적화가 되어있는 장비. 참고로 마법뿐만 아니라 검격, 에테르, 마력 기타 등등의 모든 기(氣)에 관련된 모든 수치에 방어가 된다.
"악령이 드롭한 건데 퀘스트 관련 아이템이야."
".... 나 주면 안 돼?"
"안돼."
베린은 치.. 거리면서 터덜터덜 드랍템을 수거하러 갔다. 이건 중요한 일에 쓰일 것 같으니깐.
게다가 이렇게 좋은 수치면 내가 껴도 웬만한 그라티아 장비와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장비다.
마법 방어력은 극악이라고 할 정도로 매물이 없는 걸로 유명했으니깐.
'디틴의 보석이라...'
그러면 영상 속 하얀 머리의 남자는 디틴인가?
디틴이 한 선과 비슷한 악행 중 하나일 거고, 로미와 줄리의 죽음은 계획된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야 좀 뭔가 풀리는 거 같네."
"네?"
"슬슬 윤곽이 잡힐 거 같아서. 잘했어. 너 아니었으면 또 한참 돌아갈뻔했네."
"후후... 이 정도는 기본이죠!"
[ 스토리 퀘스트의 진행 방향 변경되었습니다. ]
- 스토리 퀘스트? / 뒤바뀐?
로미와 줄리는 성자의 도움을 받아 망령 지대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배회하는 악령들을 그들을 손쉽게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악령들에게 영멸당할 위기에 처한 로미는 성자에게 받은 무언가를 사용해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로 인해 둘은 영원히 이별했지만 말입니다.
정확한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악령들의 조각난 기억 파편을 모아야 합니다.
* 파티 퀘스트 진행시 진행 수치를 공유합니다.
- 악령들의 조각난 기억 파편 (0/5000)
"?"
괴랄한 퀘스트가 등장했네. 악령을 잡아 나오는 템을 모으는 수집 퀘스트.
게다가 5000개라니. 너무하는 거 아니야?
"5000개면 금방 하죠!"
다윤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물론 3초만 있어도 이 일대의 모든 악령들을 전부 쓸어버릴 수 있는 우리라면 별일 아니긴 하다만.
"리젠 속도가 감당이 안 될 거 같은데, 애초에 드롭 확률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고."
"벌써 200개나 구했는걸요?"
"어?"
나는 퀘스트 진행창을 봤다. 놀랍게도 진짜 200개 이상 채워져있었다.
- 악령들의 조각난 기억 파편 (223/5000)
"어떻게?"
다윤은 슬쩍 뒤를 바라봤다. 다윤의 시선에는 공중에서 엄청난 탄환을 내뿜는 콜트가 보였다.
악령들은 리젠 되자마자 곧바로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악령들이 불쌍한 처지네."
"푸흣..."
"왜?"
다윤은 쿡쿡 거리면서 웃더니 말했다.
"윤 씨도 그런 감상을 할 줄 아시네요?"
"난 뭐, 기계인 줄 아나."
나도 마냥 아무 감정 없이 몬스터들을 죽이는 건 아니다. 더 이상 단순한 게임 세계가 아니라는 걸 안 시점에서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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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무서운 콜트가 파편들을 최대한 모으는 사이. 우리는 잠시 저택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냐앙...."
레빗은 시무룩해진 체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아마도 무명에게 한방에 당해 날아간 게 자존심이 상한 게 아닐까?
"난 언제 쌔지지..."
베린역시 시무룩한 체 침대에 누웠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능력의 차이가 어느 정도 비슷했던 초반과 달리, 레전드리 3성급 이상의 특성을 지닌 우리와 차이가 많이 나니깐.
물론 지금도 특성과 직업의 단계에 비해 훨씬 강하긴 하다만, 기껏해야 레전드리에 발을 걸칠 듯 말 듯 한 정도.
"너 정도면 제법 강해. 유저들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걸?"
"...그래봤자. 어차피 나중 가면 다 밀릴 거잖아."
"그건 네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 이전에 평범한 마법사였던 유저도 5위안에 들었었고, 특성, 직업 모두 유니크 이하였던 유저도 50위안에 들은 사례도 있었어. 중요한 건 특성이나 직업의 단계가 아니라 얼마나 그걸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야. 아무리 좋은 능력이라도 활용 못하면 의미 없지."
"......"
"나 또한 예전에 일반 직업에 레어 특성이었어. 랭킹은 낮았지만 웬만한 길드전은 죄다 이겼는걸. 대미지 면에서는 웬만한 상위 랭킹 유저와도 그렇게 밀리진 않았거든. 그걸로 랭킹 10위권 내 길드전 이겼었는데."
"진짜요?"
얘기를 듣던 다윤이 놀란 듯 말했다. 다윤은 당시 최고의 길드 중 하나였던 '하늘' 길드의 길드원 이었으니깐.
"응. 그때 길드전이 한창 치열하게 일어날 때라서. 캬... 그때가 좋았는데. 인원수, 특성, 직업 모든 게 차이가 나서 바위에 계란치기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마지막에 이겼지. 그것 때문에 전쟁이 엄청 걸리긴 했지만."
다윤과 잠시 옛날 얘기에 빠졌다. 길드와 여러 가지 사냥 그리고 상업에 관련된 얘기들.
한참 대화를 나누다, 묵묵히 있던 베린이 주먹을 꽉 쥐더니 벌떡 일어났다.
"역시 더 사냥하러 가야겠어. 두고 봐 엄청 강해질 테니깐."
"방금까지 엄청 사냥하다 오지 않았어?"
"네 말대로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난 더 강해질 거야."
베린은 그림자를 통해 빠르게 자택을 벗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떠올랐다.
[ 파티원 베린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귀엽네요. 최근에 베린이 시무룩해져있었는데, 잘 다독여 주신 거 같아요."
"현실을 마주하기 전까지 최대한 강해지는 게 좋긴 하지."
내가 빼먹은 이야기가 있다. 내가 길드전을 진행한 모든 길드에는 3성급 특성, 직업은 없었다.
있더라도 완성형이 아닌 성장 중인 상태.
완성형의 3성급 이상은 무슨 수를 써도 그보다 낮은 등급은 이길수가 없다.
일부로 져주지 않는 이상.
"그래도 저렇게 열심히 하면 조금 비빌 수 있지 않을까요? 콜트씨와도 어느 정도 대등하게 싸웠잖아요."
"아니, 절대 못 비벼. 그건 단순히 그림자의 특수성 이니깐."
쉐도우의 그림자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기에 가능했던 일. 게다가 콜트가 스킬을 제대로 쓰자마자 상대도 되지 않았다.
직업까지 4성급을 얻은 콜트와는 더더욱 상대도 안될 것이다.
"그렇군요... 어느 정도 상대정도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이 그런 법이지."
단계를 뛰어넘을 방법은 두 가지다. 더 높은 단계의 직업을 얻거나, 아니면 그걸 모두 상회할만한 아이템을 얻거나.
"문제는 그런 아이템은 굉장히 한정되어 있고 구하기도 어렵지. 이런 것처럼."
내 손에 들려있던 그라티아이 장검이 반짝거렸다. 무려 장비가 3성급이다. 이만한 장비는 이전 시즌에도 흔히 볼 수 없었던 장비.
이거 하나만 들고 있어도 조건만 없다면 1레벨로 강해진 붉은 늑대 정도는 잡을 수 있다.
"예전에는 현질로 골드를 바꿔서 이런 템을 살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지."
"윤 씨가 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예요?"
"내가 좀 많긴 하지!"
나만 한 돈을 가진 사람은 없을 테니깐. 괜히 랭킹 1등의 특성이 아니다. 시무룩해진 레빗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둔 다윤이 물었다.
"그런데 이제 뭐 하죠? 우리도 사냥 나갈까요?"
"우리는 로그아웃을 할 거야."
"네?"
슬슬 한번 바깥의 상황을 알아볼 때가 됐다. 시간이 꽤나 지났으니깐. 그리고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이랑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