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69화 또다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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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츠츠츳-!
"으엌...."
[ 금일 활동 시간은 12시간입니다. ]
[ 남은 시간 11시간 59분 57초... ]
로그아웃을 이미 3~4번이나 했지만, 여전히 이 속 울렁거림은 익숙지 않았다.
콜트와 베린이 열심히 퀘스트 템을 모으러 간 동안 다윤과 나는 로그아웃을 했다.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활동 시간이 12시간으로 늘어났네."
레벨이 이번에 많이 오르긴 했으니깐. 만렙을 찍기만 한다면 퀘스트를 다 깨지 않아도 24시간 이곳에 머무를 수도 있는 건가?
거실은 티비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외에 소리는...
끼익-
"여전히 주무시고 계시네."
역시 아직도 그곳에서 나오는 건 무리이신가.
...싶었는데 내 눈앞에 있는 티비의 내용이 이상했다.
-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인해 모두가 잠든 기이한 상황...
- 게임, 월드 어드벤처의 정체는?
"어라?"
뉴스가 나오고 있다. 무려 월드 어드벤처의 내용을 담은.
뭔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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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월드 어드벤처에서 보낸 날은 대략 4개월 정도. 지구와 월드 어드벤처의 시간 비율은 1:10이다.
즉 지구는 12일 정도밖에 안 지난 셈.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깨어났다가 잠들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는 모양이다.
월드 어드벤처 공식 사이트는 평균 5분 정도마다 글이 하나씩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조회수 또한 만 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그중 가장 화제의 글 하나는....
[ 디딘 베리 보석 부순 애 누구냐? / 작성자: 로즈
2025 / 10 / 06 / 12:36
나 하늘 길드 길드장인데 누가 디틴베리 보석이랑 트롤 지역 보석 박살내놨어. 여기 있다면 댓글 좀 써줘라. 부탁할게.
좋아요 567개 / 싫어요 20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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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키킥이 : 그거 나임 ㅅㄱ.
ㄴ SSS급 헌터 : 내가 얘 서버에서 봤는데 아직도 늑대 못잡고 있다.
v지존v : 엥? 벌써 트롤 지역까지 갔다고? 개쩌네.
10원만 줘 : 하늘길드 망하지 않음?
ㄴ 로즈 : 내가 다시 세웠어.
ㄴ 외안데 : 길드장은 어디가고 부길마가 길드를 세움?
ㄴ 로즈 : 잠수탔는데 어떡하냐.
ㄴ 안나나 : 헐, 로즈님 ㅜㅜ 저 팬이에요!
리얼무명 : 그건 모르겠군. 내가 지나갔을때는 멀쩡했다만.
ㄴ 일리 : 이새끼는 커뮤니티에 사냐? 볼때마다 있네.
ㄴ SSS급 헌터 : 짭아 그만해. 추하다.
ㄴ v지존v : 그래도 쟤라도 있어야 커뮤니티 활성화 되지 요즘 다 겜하러 가자너. ㅋㅋ
갱안오면미드달림 : 하늘 길드 망해라.
ㄴ 로즈 : ****]
"개판이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게 참 보기 좋다. 그나저나 이 글을 쓴 하늘 길드의 부길마. 글의 내용을 볼 때 내 얘기인 거 같은데....
왠지 훗날 한번 만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든다.
더군다나 다윤과 하늘 길드 간에 안 좋은 일이 있는 거 같으니깐.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했다. 그중 가장 놀라운 점은 첫날부터 12일이 지날 동안 계속 잠을 잔 사람의 몸의 상태가 똑같다는 점이다.
마치, 시간이 그대로 멈춘 것처럼.
물론 건들 수 없기 때문에 다치거나 죽은사람도 없다. 깨어난 후에 사고를 당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의학계는 깨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티비에서는 계속해서 얘기가 나오지만 생방송은 아니다. 깨어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니깐. 미리 찍어둔 영상을 계속 트는 것이다.
그래봤자. 제대로 된 현상은 파악하지 못하겠지. 왠지 이건 단순히 과학적인 문제로 해결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임 세계... 무명을 한 번 더 만나야 할 거 같은데."
이레귤러니 창조세계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반드시 들어야 뭔가가 풀릴 것 같다.
삐빅- 삐삐비 -
"어?"
집의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올 사람은 하나밖에 없는데?
삐릭-! 삐리리~
현관문이 열리고 누군가 집안에 들어왔다.
"어휴... 자전거 학교에 없었으면 힘들 뻔.... 오빠?"
"김지윤? 뭐야? 깨어났네?"
내가 학교에 들렀다가 못 데리고 온 여동생이 집으로 돌아왔다.
한 손에 내 옷을 든 체.
"뭐야. 오빠 옷인 거 같았는데 진짜였나 보네."
"어. 내꺼야. 내놔."
"옷은 왜 두고 갔어?"
나는 피식 웃으면서 옷을 받았다.
"남들 다 자리에서 곤히 자는데 누구는 바닥에 퍼질러져서 자니깐 그러지."
"...닥쳐."
"아주 고마운 줄 모르네 목이 나갈 거 신경 써주고 갔구만."
"신경 써 줄 거면 나도 집으로 대려다 주지 그랬어."
"못 옮기는데 어떡하냐. 무거워서 못 옮겨."
"....."
김지윤은 신경질 내며 나를 지나쳐 아빠가 자는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
"아빠는 계속 자네. 엄마는?"
"두 분 다 주무셔. 엄마는 침대에서."
"하.. 다행이다…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갑자기 수능이 여기서 나온다고? 물론 김지윤은 매번 모의고사를 볼때마다 1~2등급을 게속 유지하니깐.
그렇다고 해도 너무 뜬금 없는데?
"세상이 이 난리인데 수능이 무슨 상관이야."
"세상이 망해도 수능은 중요하거든? 오빠는 망쳐서 신경 안 쓰겠지만."
"...뼈 때리지 마라. 그리고 나는 망친 게 아니라 일부로 대충 본 거야."
"그렇겠지. 오빠가 그토록 많이 하던 게임이 강제적으로 다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좋겠네."
"......"
물론 좋긴 하지만 마냥 좋기만 한건 아니다. 활동 시간이 늘어났을 뿐 게임에 갇힌 건 여전하니깐.
김지윤은 욕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몸을 씻은 후 머리를 탈탈 말리며 나왔다.
"그래서 오빠는 어디까지 깼어?"
"망령 지대."
커뮤니티 글들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는데 입을 쩍 벌리더니 머리를 말리던 수건을 떨궜다.
"아니, 마, 망령 지대까지 갔다고? 레벨이 몇인데?!"
"173인가? 175인가. 그럴걸?"
"말도 안 돼! 나는 아직 고블린도 못 깼는데..."
이제 다들 슬라임 정도는 쉽게 통과하지만, 여전히 그 이상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버거울 것이다.
커뮤니티 글들을 보면 대부분은 아직 디틴베리까지 오지도 못했으니깐.
"나도 좀 도와주면 안 돼?"
".... 서버가 다를 수도 있는데?"
"마, 맞을 수도 있잖아!"
15세 이하의 어린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월드 어드벤처를 하고 있다는 게 나의 가설.
그렇다면 수많은 서버로 나누어져 있다는 가설 또한 맞을까?
"너, 테라딘에 있지."
"응. 거기서 퀘스트 깨고 있어."
"거기 공작은 있어?"
"응? 어어. 그 회색 머리 남자? 그 사람한테 메인 퀘스트 받았는데."
회색 머리.... 에덴 공작이 살아있는 걸 보니 서버가 다른 모양이다. 난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돼. 그럼 서버가 달라."
"어? 어떻게 알아?"
"내 서버에선 그 회색 머리 공작은 이미 죽었거든."
"그래? 치... 아쉽네 버스 좀 타려고 했는데."
"....."
이렇게 들으니깐 뭔가 감정이 미묘하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는 에덴 공작이 죽는 장면이 선명하니깐.
이렇게 다른 평행 세계에서 멀쩡히 살아있다는 걸 알면 이랑은 어떤 반응일까.
"그래도 친구들하고 같이 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좀 힘들긴 해."
"...친구들?"
"응, 내 친구들하고 같이 만났어. 그러고 보니 서버가 다른데 운 좋게 다 만났네. 거의 한 두 명 빼고 다 만난 거 같은데."
서버의 총 인원수를 생각해 보면 내가 아는 사람이 같은 서버에 있을 확률이 극악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 이 게임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다하고 있으니깐.
그런데 어째서 아는 사람들만 만난 거지?
게다가 아까 봤던 커뮤니티 글과 다윤에게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하늘 길드의 대부분 인원은 나와 같은 서버에 있다.
확률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상황.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따로 묶어서 서버를 나눈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생각한 가설이 맞기는 하다만 문제는 나다. 나는 지금껏 이전에 직접적으로 알던 사람을 같은 서버에서 보지 못했으니깐.
심지어 무명 또한 나와 같은 서버에 있다.
"아... 머리 터질 것 같아."
"왜? 그보다 나 꿀팁 좀 줘. 나도 빨리 깨고 거기서 좀 나오고 싶어."
"...그래도 좀 재밌지 않냐?"
"난 그런 게임 별로야. 빨리 끝내고 수능 준비해야 돼."
"수능이 오기 전까지 사람들이 다 안 깨어날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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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시간 7시간 39분 17초... ]
김지윤에게 앞으로 있을 중요한 정보와 각종 히든 직업에 대한 루트를 설명해 주고 집을 나왔다.
그 정도면 알아서 잘 해내겠지.
예전에는 거리에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3~4명 정도는 지나다니고 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내가 이랑에게서 봤던 시스템의 보호.
[ 해당 유저는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
내가 현실, 즉 지구에서 봤던 문구. 육체가 지구에 있고 영혼이 월드 어드벤처에 있기에 무방비 상태의 육체는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랑은 그 반대에 상황에 놓여 있다. 이랑의 육체는 월드 어드벤처에 있고, 영혼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시스템의 보호 메시지가 월드 어드벤처에 있는 이랑에게 뜬것을 보면 이랑의 영혼은 확실히 다른 곳 에 있을 것이다.
"아마도 지구이지 않을까... 해서 오긴 했는데.."
문제는 지구에 있다 해도 찾을 방법이 없네. 깃발 쟁탈전과 같은 투명화 상태라면 찾을 수도 없고, 우리가 월드 어드벤처에 가상의 육체를 가지고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찾을 수 없다.
"흐음..."
그 순간 거리를 돌아다니던 나를 향해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익숙한 모습의 20살 초반의 여자.
"어? 김윤 씨?"
"최아연 씨?"
"와! 반가워요! 그때 보고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아, 반갑습니다. 또 보네요."
아니, 여기서 이 사람을 만나네. 내가 2번째로 로그아웃을 했을 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
...근데 처음 만났던 장소와 제법 거리가 있는 곳인데 어떻게 만났지?
여자는 내 의문을 풀어주듯 말했다.
"저희 집이 근처에 있는데, 윤 씨도 이 근처에 사시나 봐요?"
"....? 네네."
뭐지 이 위화감은?
어디서 수없이 많이 본듯한 장면인데.
"전에는 고블린도 잡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디틴베리에 첫 입성했거든요! 엄청 빠르죠?"
"어... 그러네요."
"...감흥이 없으신데 혹시 어디까지 가셨어요?"
"망령 지대요."
"네에에에에? 마, 망령 지대요?"
"네."
눈앞에 최아연은 놀란 듯 뒤로 주춤했다. 지금 망령 지대를 입성한 사람은 모든 서버를 통 들어도 우리밖에 없을 테니깐.
그보다 아까부터 심각하게 뭔가를 느끼고 있다. 설마 설마했는데...
"혹시... 김다윤이라고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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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시간 3시간 29분 57초... ]
"오래 안 있던 거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다윤은 집에서 컴퓨터를 끼고 뭔가를 잔뜩 찾아보고 있었다. 최대한 많은 정보 같은 걸 찾아보라는 김윤의 말이 있었기에.
"마법 방어력과 마법 공격력의 상관관계와 계산식... 이런 것도 알아야 하나?"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어차피 딱히 할게 없는 시간이기고 하고.
오래전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니깐.
"재미있게...."
......
재미있던 적은 있었지. 길드 때문에 재미있고, 또 길드 때문에 재미를 잃었지만.
다윤은 기억을 떨쳐내듯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으... 정신 차리자. 그나저나 아연이는 왜 안 오지?"
다윤과 같이 살고 있는 사촌동생인 최아연. 원래는 다윤 혼자 자취를 하지만 이모의 부탁으로 같이 자취를 하고 있다.
물론 돈은 반반씩 내니 절약되고 좋긴 하지만.
다윤이 한참 동안 정보를 찾아보던 중 자고 있던 아연이가 깨어났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 좀 하고 싶었는데 마트에서 먹을것좀 사 온다고 하더니 30분째 안 오고 있다.
"설마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뉴스나 인터넷 글들을 보면 큰 범죄나 사고는 안 일어난다고 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일어나면 그 보호인지 뭔지를 못 받으니깐. 다윤은 안되겠다 싶어 컴퓨터를 끄고 나가려던 순간.
-징~
문자 메시지가 날라왔다.
-잠깐 마트 쪽으로 와바! -아연이-
"너무 많이 사서 오래 걸린 건가?"
다윤은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옷을 입고 마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트 쪽을 보니 손을 붕붕 흔드는 아연이와...
"신기하다. 오빠랑 다윤 언니랑, 어떻게 이렇게 만나지?"
"나도 헷갈린다. 가설이 점점 뒤틀리고 있어."
아연이와 함께 서있는 의문의 남자. 아니, 늘 보아오던 익숙한 얼굴이...
"... 어? 유, 윤 씨????"
"안녕, 다윤아. 정보는 많이 찾아봤고?"
게임 속 항상 같이 다니던 김윤이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