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70화 잊고 싶은 기억 (70/318)



〈 70화 〉70화 잊고 싶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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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흠...."
"오랜만에 먹으니까 엄청 좋다아~!"


나는 다윤의 집에 왔다.
왜 상황이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갑자기 여기로 끌려왔는데…


...정작 아연이만 불편함이 없는 모양이지만.

"그래서, 둘이 같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어.... 같은 동네에 사시는지 몰랐네..."
"운명이네 운명! 이렇게 게임에 갇혔는데! 운명이네! 운명...."
"...너 취했어."

아연이는 맥주캔을 손에 든  손을 절레절레 휘저었다. 맥주는 사방으로 길을 잃고 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맥주가 산처럼 쌓인지 오래다. 우리는 별로 안 마셨는데 혼자서 막 달리더니 금방 취해버렸다.


"나~  취했거든! 그래서 뭐 말하던 차례 였더라?"
"..."
"아! 운명이네 운명! 사는 동네도 같고, 정말 운...."

쿵!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박더니 잠에 들었다. 주사가  있네. 다행히 난동 부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다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죄송해요. 멋대로 데리고 와서."
"아냐. 나도 오랜만에 마시고 싶었으니깐."
"잠시만요. 얘만 좀 방에 두고 올게요."
"못 건들 텐데?"

게임 속으로 들어가면 몸이 시스템의 보호를 받으니깐. 그러자 다윤은 아연을 양팔로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직 시간이 안돼서 그냥 자고 있는 상태  거예요. 체류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들어갈 테니까. 지금은 건들 수 있어요."
"그래?"


잠들면 바로 갈 줄 알았는데, 직접 결정하지 않으면 딱히 강제로 보내진 않는 모양이다.
이런 면에선 무작정 게임에 보내지 않으니.


기준을 모르겠네.

"도와줄까?"
"아, 아니에요! 거기 계세요."

너무 끙끙거리길래 말한 건데 어쩐지 다윤은 급하게 거절했다.
다윤은 끙끙거리며 아연을 침대에 던져두고 돌아와 바닥에 풀석 앉았다. 그러더니 산처럼 쌓인 맥주를 보았다.

"이거... 돈 주고는 사 온 거겠죠?"
"괜찮아. 내가 계산했으니깐."
"그러면 다행..... 윤 씨가 계산을 했어요?!"
"응."


마트 주인이 자고 있었지만, 편의점 알바를 했기 때문에 그냥 내가 포스기를 찍고  왔다.
다행히 크게 다른 부분은 없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다윤은 머리를 턱 집더니 다른 한 손으로 맥주를 집어 술을 마시고 탁 내려놓았다.

"이게 진짜... 얼마예요? 제가 반 낼게요."
"됐어. 나도 먹었는데 뭘."
"아니, 그래도 윤 씨 혼자서 내는 건..."
"너한테 도움받은  있으니깐. 그 값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쓸데도 딱히 없다. 다윤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보더니 끅끅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너도 취했냐?"
"아, 아뇨.  씨는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도움은 제가 더 많이 받았죠.  씨 덕분에 히든 직업도 얻고, 저랑 같이 계속 퀘스트도 진행해 주시고, 좋은 사람들 하고 같이 다닐 수도 있게 됬죠."
"글쎄..."
"?"


다윤이가 없었으면 최강자를 얻을 수도 없었다.

나도 몰랐던 루트. 다윤을 처음 영입하면서  가능성을 봤고, 다윤이 히든 직업을 얻은 것도 완전한 우연이다.

몰랐지만, 몰랐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서로 좋은 것을 얻은 셈이 되었으니깐.
또한 히든 루트 또한 다윤의 서포팅이 없었다면 굉장히 힘들어졌을 것이다.


"네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거야."
“......”

다윤은 한참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이내 맥주캔을 만지작 거렸다.

"...그 말 되게 로맨틱하네요. 게임 속 여자들이  씨한테 꼬이는 이유를  거 같아요."
"푸흡-!"

아, 순간적으로 맥주를 뿜어버렸다.
나는 다윤이 건네주는 휴지를 받아 바닥을 닦았다.


"...그 홍린 걔 하나밖에 없었는데 무슨, 그리고 걔는 서큐버-"
"어머? 제가 로루닌에 있을 때 많이 목격했는데. 윤 씨를 사모하는 모임도 있었는데. 리라씨도 그중 하나였고요."
"...뭔 그딴 모임이 다 있지."


뒤틀린 이세계의 모임인가?
내 상상을 벗어나는 것 같다.


"아무튼, 서로 서로 도와 줬으니까 돈은 제가 반 낼게요."
"됐어, 정 그러면 다음에 한번 네가 사든가."
"이런 식으로 다음 약속까지 잡으시네요."


....또 그렇게 됐나?
다윤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후후... 좋아요. 다음에 보면 한번 제가 사죠."
"그래..."
"그나저나 어떻게 아연이를 보고 제가 사촌 언니인걸 알았어요?"
"그냥 느낌이 비슷했거든."


얼굴이 그렇게 똑같은 건 아니었지만, 그냥 느껴지는 모습이 비슷했다.
윤 씨라고 말하는 순간 뭔가 겹쳐 보이기도 했고.


"난 처음에 넌 줄 알았는데, 사촌 동생이더라고."
"네에? 이름도 다르고 얼굴도 다른데."
"커스터마이징 이라도 한  알았지."

그게 이번 시즌에는 안된다는 건 커뮤니티 글을 보고 알아챘지만. 그러면 그 하늘 길드 부길마는 특성 같은 걸로 바꾼 건가?

"그러고 보니 최근 하늘 길드가 치고 올라오고 있어. 한 1년쯤 더 지나면 마주할  같은데..."
"아....."
"혹시 예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줄 수 있어? 얘기하기 힘들면 말 안 해도 돼."


그래야 어떻게 대처할지 정해야 하니깐.

물론 우리가 안 멈추고 계속 간다면 마주할 일은 없겠지만, 만약의 상황이라는 게 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다윤은 먹던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 후 새 맥주를 땄다.


칙-


".....원래 안 말하려 했는데.  씨라서 말해주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중요했나?"
"으... 좀 진지해질 순 없어요? 진지한 얘기 하는데."
"난 진지해."


아무튼 진지하다. 궁서체다.


다윤은 깐 맥주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예전에 어떤 남자한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은 하늘 길드 길드원이었는데, 당시 초보였던 저는 도움을 받고 그걸로 친해져서 길드원이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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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주목! 이번에 새로 들어온 길드원이야. 특성은 더블 스킬에 직업은 엘리 멘... 뭐라 그랬더라?"

작은 키에 장밋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는 30명 남짓한 길드원들 앞에서 말을 하고 있었다.


"엘리멘탈 매지션이요."
"그래. 마법사 중에서는 제법 괜찮은 직업이지. 유니크 직업이라고?"
"네. 그.... 레벨이 낮아서 도움이 될까... 요?"


다윤은 어쩐지 자신 없는 태도로 손에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자신의 앞에 있는 대부분은 이미 150레벨이상인데 본인은 이제  70레벨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옆에 있는 어린 체형의 부길드장은 250레벨이나 찍은 사람이었다.


"풋... 걱정 마. 레벨 같은  중요한 게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중요한 거니깐. 레벨 높고 성장치 낮은 100명보다, 레벨 낮고 성장치 높은 10명이 훨씬 나으니깐."


부길드장은 다윤의 허리를 팡팡 치며 말했다.

"난 하늘 길드의 부길마 로즈야. 김민수가 그렇게 괜찮다고 데려온 거니깐 열심히 해야 돼?"
"...네!"


다윤은 지팡이를 꽉 쥐며 힘차게 대답했다.
참고로 그때 당시 다윤의 나이는 16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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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아, 시간 돼?"
"아, 네네!"


다윤이 들어온 지 5달째, 하늘 길드는 최상위 보스 몬스터 중 하나인 제라드를 잡으러 왔다.


통합 서버의 문지기 이자. 초월의 악마.


무려 레벨이 250레벨이나 되는 보스였으나, 수많은 길드원들이 힘을 합쳐 싸우니 금방 토벌되었다.
길드원들은 캠프파이어를 하며 마을에서 사 온 바비큐 같은 걸 구워 먹고 있었다.



타닥... 타닥...


로즈는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먹고 있던 다윤에게 다가갔다.

"어때? 길드 생활은 할만해?"
"네, 재미있어요. 길드원들 분들도 너무 착하고."
"그래? 다행이네. 너무 어려서 못 친해질까 봐 걱정했는데."


타닥... 타닥…

바비큐를 구우는 불이 소리를 내며 타올랐고,  중앙에는 어디선가 가지고 왔는지 모를 기타를 치며 다들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김민수가 없네. 연락도 없고."
"...!"
"너랑 친하잖아. 혹시 뭐라 딱히 말  했어? 이번 레이드도 빠지고 말이야."


흠칫!

어두워서 잘 안 보였지만 다윤의 어깨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로즈는 그것을 보더니 고기가 꽂힌 꼬치 하나를 물며 물었다.

"왜? 추워? 냉기 저항 스킬 하나사줄까?"
"아! 아니에요.... 그냥..."
"...?"


그날 로즈가 다윤의 상태를 보고 캐물었다면, 그래서 대처가 됐다면 그랬다면... 달라졌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로즈에게는 일이 있었다. 거의 방치하다시피 바빠진 길드장을 대신해 수많은 길드원들을 통솔하고 있었으니깐.
하나하나 신경 써주기도 벅찼겠지.


"그러고 보니 김민수랑 언제부터 만난 거야? 둘이 나이 차이 꽤 나는 걸로 아는데."
"네? 아니에요!! 만나다뇨!"
"에? 아니야? 길드원 대부분이 사귀는  알고 있는데. 물론 나는 반대지만. 내가 유교사상이 가득해서 그런지 몰라도 미자랑 성인은 좀..."


다윤은 로즈의 마지막 말에 작게 안심하듯 중얼거렸다.

"...다행이네요."
"응?"
"아, 아무튼 사귀는 거 절대 아니에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처음에 길드를 들어올 때 김민수의 추천을 받고 들어왔으며, 그 뒤에도 같이 다니며 여러 가지 도움을 주는 걸 목격했으니깐.


딱히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그럼 썸? 썸이면  기다리면서 사귀는 걸 추천할게. 이런 말 하면 민수한테 미안하지만 네가 좀 아까워서."
"아니라니깐요..."


로즈는 기죽은 다윤을 물끄러미 보더니 장난스럽게 헤드락 걸듯이 어깨동무를 했다.


"뭐, 그럼 말은  편하게 해. 우리 길드에  편하게  사람이 없으니 나라도 그 역할을 해주는 수밖에."
"켁? 아, 아뇨.. 저보다 나이 많은데 어떻게..."
"나 지금 나이 많다고 놀리는 거야?"
"아, 아뇨! 죄송합니다..."

횡설수설하며 당황하는 다윤을 본 로즈는 쿡쿡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은 푸른빛의 별들이 모래처럼 잔뜩 퍼져있었다.

"그냥 편하게 해. 야, 너 이렇게 부르란 소리가 아니고 호칭은 언니라고 하고. 말은 편하게 하라고."
"아... 알았어요. 아니, 알았어. 언니."
"잘 하네 뭐. 귀여워 가지고."

로즈는 다윤의 볼을 꼬집었다. 낮에 있었던 일은 다윤을 힘들게 했지만, 로즈의 말에 게임에 대해 조금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 남자 말고 로즈 언니를 먼저 만났더라면.
그래서 사이가 틀어지지만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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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흑...."
"....."
"푸하아....."
"잠들었네."


얘기를 마저 들으면 좋겠다만, 다윤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다윤은 나보다 레벨이 낮아서 체류시간이 훨씬 적으니깐.

“흐음…”

로즈라는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 단순히 다윤을 싫어 하는 줄만 알았는데, 들어보니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 남자가 원인인 거 같은데..."


그 남자의 얘기를 꺼내기 싫은 건지. 술을 먹어도 로즈라는 부길마 얘기만 할 뿐, 김민수라는 사람의 얘기는 하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하네."


대충 어떤 상황인지   같다. 하지만 내가 관여할 그게 될까?
나는 그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데.

"쩝, 가야지 뭐."

슬슬 게임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집으로 가서 자기 전에 커뮤니티만 한 번 더 확인-


"가지 마요..."
"...?"

가려던 순간  발목을 누군가 붙잡았다. 다윤은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 마.... 나 힘드니깐... 좀 있어줘요."
"다윤아?"
".....가지..."

아직 시간이 다 된  아니었나?
거의 반쯤 잠든 모습. 살짝 눈물이 맺혀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다윤의 집에 있던 담요를 하나 덮어준 뒤, 옆에 앉아 다윤이 게임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다 집에 나섰다.

"후... 정신없네."

머리 아프다. 빨리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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