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81화 드레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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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게! 내 작품을 많이 기다렸을 텐데!"
테라딘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곧바로 헤파이스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헤파이스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우리를 반겼다. 자신의 작품을 꼭 보여주고 싶은듯한 모습.
"다 완성된 건가요?"
"그럼! 이만한 장비들을, 이 정도 능력을 담아 만든 건 이 행성에 나밖에 없을 거야!"
나는 헤파이스의 옆에 놓인 반짝반짝한 장비들을 바라봤다.
하나같이 괴물 같은 스펙들의 장비.
[신성 그라티아 갑주 (레전드리**)
설명 -
신성한 대륙, 홀리에린의 절대적인 초월자.
그라티아의 영혼석을 빚어 만든 갑주입니다.
신성의 힘을 담은 이 갑주는 모든 공격을 방어할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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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250(-200)
방어력 : 900
체력 : 9000
신성 수치 : 150
요구 스텟 : 직업 요구 스텟 250 이상
특수 효과 : '악' 성향 몬스터에게 모든 피해 80% 감소, 피격 시 '전장의 수호' 발동.
패시브 : 신성력 100% 상승, 모든 스텟 20증가, 체력 30% 상승.
액티브 - 신성 보호 : 30초간 신성 공격을 제외한 모든 공격을 막아냅니다. (쿨타임 15분)]
그중 하나만 보자면 무려 80%까지 피해를 경감 시키는 효과.
이 정도면 아무리 같은 효과가 중첩되면 될수록 효과가 감소하는 곱연산이라도, 웬만한 몬스터들의 공격은 전부 막을 수 있다.
또한.
[장비 스킬 - 전장의 수호
전투가 지속될 시 모든 능력치가 5%씩 상승합니다. 최대 6중첩.]
전투가 계속 될수록 능력치가 계속 상승하는 능력.
웬만한 유니크 특성급의 능력이 장비 하나에 달려있는 셈이다.
심지어 이게 다가 아니다.
[액티브 - 신성 보호 : 30초간 신성 공격을 제외한 모든 공격을 막아냅니다.]
거의 30초간 무적 상태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절대 무적기 신성 보호.
이전 시즌에 내가 10위권 길드를 잡게 해준 주역이 될만한 장비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그라티아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 길드는 그것을 얻기 위해 길드의 모든 자금을 끌어모아 만들었었다.
인원도, 능력도, 장비도 딸렸던 우리가 이 아이템 하나만으로 승리한 비법은 돌려쓰기였다. 한 명이 들어가서 30초간 쓸어버리고 오면, 다른 한 명이 입고 들어가서 쓸어버리는 전략.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길드전은 이겨있었다.
당시 신성력을 갖춘 장비나 직업이 많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물론 대처법이 나오고 난 뒤에는 탈탈 털렸다.
"갑자기 생각하니까 슬프네."
투구나 각반의 능력치는 갑주와 비슷한 정도.
스킬은 신발이나 갑주만 좋은거고 나머지는 별 볼일 없다.나는 장비를 하나둘씩 착용했다.
"흐음...."
다 착용하고 나니 하얀 빛의 중세 기사 같은 외형이지만…
츠츳-
레빗의 둔갑으로 장비의 외형을 투명하게 바꾸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변신했다.
* 세트 효과
*투구 / *갑주 / *각반 / *신발 / *장검 / 반지 / 견장
신성 수치 1000 증가 (현재 500 증가)
체력 20000 증가 (현재 10000 증가)
모든 스텟 100 증가 (현재 50 증가) ]
아쉽게도 반지랑 견장은 제작으로 만들 수 없다.
오직 그라티아를 잡아야지만 확률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나쁘진 않네."
"나쁜 게 아니라, 정말 좋은 거야!"
"네~"
툴툴거리는 헤파이스 한테는 미안하지만 이 정도 장비에 놀랄 시기가 지나긴 했다.
훨씬 더 놀라운 것들을 최근 자주 만나 왔으니까.
"음... 좋긴 한데.."
베린은 같이 제작된 유니크 단검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청빛 단검을 쥐었다.
분명 제작을 맡긴 유니크 장비들은 좋긴 하지만 히든 퀘스트로 얻은 장비에 비할 바는 아니다.
같은 수준의 장비를 받은 다윤도 마찬가지.
"두 가지다 쓰죠. 그래도 열심히 제작해 주셨는데."
청린에게 받은 검은 다윤의 능력에 최적화 되었기에 오히려 다른 걸 쓰는 건 손해다.
지금 다윤이 사용하는 검은 웬만한 레전드리 2성급 아래보다는 쓸만하니깐.
물론 다윤이 써야지 그정도 수준까지 올라간다.
"제껀 없나요?"
"니께 왜 있어. 너 합류하기 이전에 주문한 건데."
콜트는 그럴 줄 알았지 하는 표정으로 구시렁거리며 문을 열고 나갔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베린은 두 자루의 단검을 허리에 넣은 체 나에게 물었다.
내가 한 달 동안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진행이 정체 되었으니까. 빨리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겠지.
"다음 목적지는..."
"드레구아. 마왕의 성이었던 곳이지."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열린 문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온다. 분홍빛의 꽃잎들이 주위로 흩날리고 그 가운데, 하얀색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작은 몸체 하나가 눈에 띈다.
"이랑?"
"오랜만이야. 김윤."
이랑이 그곳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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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놈을 동료로 넣었다고?"
"크윽... 괴물.."
"응."
밖으로 나간 콜트는 깨어난 이랑을 보고 덤볐다.
그리고 패배.
아무래도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랑에게는 상대도 안 된 모양이다.
애초에 안에서 별다른 소리도 안 들릴 만큼 빠르게 제압 당했겠지.
콜트는 지금 의자처럼 엎드린 체 이랑을 받치고 있다.
"능력은 쓸만한데... 굳이 이런 놈 받을 이유가 있어?"
"능력만 쓸만하면 돼. 행동의 제약을 걸어뒀으니깐. 허튼짓은 못할 거야."
이랑은 막대 같은 걸 손에 쥔 체 고개를 까딱했다.
그러자 콜트는 풀린 균형을 맞춰 다시 엎드렸다.
"방금은?"
"그건 너를 건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예상 못했네."
처음에는 당연히 실력차가 나기에 공격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랑은 강하니깐.
하지만 뭔가 이상하긴 하다.
지금의 콜트는 4성급의 직업, 특성을 가지고 있고,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위치에 올라있다.
이 정도면 전 시즌 웬만한 랭킹 10위권 안에는 들 정도.
그것 때문에 이랑이 깨어나면 따로 추가 계약을 걸 생각이었다. 혹여나 이랑을 공격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니깐.
그런데 손 하나 쓰지 못하고 당했다라...
"흐음~ 재밌네. 재밌어.."
"뭐?"
"아냐, 아냐."
이랑은 쿡쿡 웃으며 벌떡 일어났다. 나는 이랑을 빤히 보았다.
뭐랄까... 이전과 다르게 훨씬 더 기력이 안정되어 있다.
특별히 강해졌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지만 뭔가 감추고 있는 느낌. 게다가 이전보다 정신상태도 훨씬 더 고결해졌다.
"이랑."
"응?"
"너, 도대체 어디 갔다가 온 거야?"
도대체 뭘 하다 온 거지?
[ 이름 : 이랑 / LV.310
특성 : 영물 (유니크), 신성의 불꽃 (레전드리***), ■■ (레전드리****), 간파 (레전드리*)
직업 : ■■ (히든 / 레전드리****)
스텟 : 차원 21, 게임 64 / 체력 210, 마력 331, 민첩 197
무기 연마 : 해당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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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들의 성 드레구아.
세상의 모든 악(惡)을 품은 존재가 땅에 모습을 드러내니, 그것이 재앙의 시작이었다.
그 존재가 첫발을 내디디니 세상에 악행이 생겨났고, 다른 발을 내디디니 세상은 검게 물들었다.
세상을 모두 집어삼킬 정도로 악은 강했다.
그것에 대항하듯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이방인이 악의 존재를 물리치니, 그것이 용사라는 존재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어디 갔다 온 건데."
마왕의 성이었던 성, 드레구아 근처로 온 우리는 악마들을 사냥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 짙은 어둠의 하급 악마 LV.190
HP : 9,540,020
설명 - 더욱더 짙은 어둠으로 물든 하급 악마입니다.
강한 흑마법을 사용하니 가끔씩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피가 1억이었던 로메니안과 비교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번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저 정도 체력이면 우리와 동레벨 때의 유저들이 1시간을 때려야 간신히 잡는 정도니깐.
물론 이렇게 레전드리 특성으로 무장하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키아아아악!!!"
"미친 여우...!"
"살려줘!!"
파스스스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전진하고 있다. 공격을 하는 건 오직 이랑뿐.
심지어 이랑도 주위에 여우불만 몇 개 생성했을 뿐, 건들지도 않고 있다.
그런데도 그 주위를 떠도는 여우불에 하급 악마들이 견디지도 못하고 바스러지는 중이다.
"난 다른 게임을 하다 왔어."
"어?"
다른 게임?
이랑은 성 내부로 진입하면 진입할수록 악마들이 몰려들자, 여우불의 숫자를 늘린 뒤 말을 이었다.
"발전이 덜된 종족들을 키워 싸우는 게임이었는데… 한 종족이 모두를 통일하자 이리로 돌아와졌어."
"게임..."
이랑이 어떻게 게임에 대해 알아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말은 월드 어드벤처를 모두 다 클리어하면 지구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다는 소리인가?
"흐음..."
초월자가 되기 위해서는 차원을 넘어야 한다.
그렇다는 얘기는 게임을 클리어하고, 자력으로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 정도가 돼야 한다는 소리인데….
무형검으로 가끔씩 보이는 중급 악마를 잡던 다윤이, 깜짝 놀란 듯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 잠깐만요! 다른 게임이요?"
"응. 너네 용사들이 나의 행성으로 넘어와 게임을 하는 것처럼. 나도 다른 곳에 갔다 왔어."
"세상에..."
"물론 이곳은 게임이 아니라 진짜 나의 세상이지만. 게다가 그곳과 달리 이곳은 세계를 파괴하려는 진짜 악당이 있잖아?"
이곳이 게임인 걸 알지만 진짜 본인의 세상처럼 느낀다라…
어쩌면 우리 또한 똑같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게임이 지구에서도 일어나고 있을지도.
"야! 여기 뭔가 있는데?"
여우불에 영향이 받지않는 외각에서 신나게 사냥중이던 베린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불러모았다.
그곳에서 붉고 보랏빛으로 물들은 특이한 4개의 거대한 문이 있었다.
베린은 신난듯 말했다.
"혹시 이거 엄청난 보물이 숨겨진곳이 아닐까?"
"이건..."
"이건 4악마의 문이야. 마왕의 성을 지키는 4명의 최상위 악마들이 있는 곳이지."
통합서버가 열리기 이전, 마왕은 드레구아에 살고있었다.
하지만 통합서버가 열린뒤 마왕은 그곳으로 이동했고, 주인을 잃은성은 통합서버로 향하는 문이 되어 4명의 최상위 악마들이 지키는 곳이 되었다.
문제는 이 4명의 악마들은 항상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버마다 다른 최상위 악마들이 나오기 떼문이다.
그렇기에 강한 악마들이 포진 되어있는 서버는 다른 서버들보다 통합 서버 진출이 늦어지곤 했다.
내 설명을 들은 베린이 으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무슨 악마들이 있는데?"
"그건 모른다고 방금 말했잖아. 베린아..."
다윤이 핀잔을 줬지만 베린은 무슨 소리 하냐며 나를 쳐다봤다.
"아니, 그동안 악마들이 많이 찾아왔잖아! 그러면 알 수 있지."
"아...!"
"맞아. 나를 찾아온 악마들이 있기 때문에 다 알 수 있어."
다윤은 이해가 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베린은 의기양양한 듯 어깨가 올라갔다.
...고작 이런 거 가지고?
우리가 대화를 나누던 사이 문을 살피던 이랑은 나를 돌아봤다.
"몇 명은 알 거 같은데... 그래서 뭐가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