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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화 〉110화 희생 (110/318)



〈 110화 〉110화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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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어?”
“네.”

소마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에 걸 맞춰 자신의 주위로 거대한 기력이 솟구친다.
소마는 달의 신이지만 동시에 음료의 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의 속성은 물의 신인 바루나와 비슷하다.

치이이이익─

“으읏!”

소마는 원반 형태의 액체를 하늘 높이 펼쳤다. 다가오는 운석을 최대한 막아보려는 시도.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석은 계속해서 아래로 추락했다.

촤자작─!


그사이 베린은 화염의 고리에서 튀어나오는 마수들을 양단했다.
평소에 베린이었다면  고리에 접근하는 것만으로 온몸이 타들어갔을 테지만, 소마의 성흔을 얻은 베린에게는 그저 뜨거운 정도에 불과했다.


“후우… 반신(半神)으로는 무리려나…”

아그니의 운석을 막기 위해 본신의 영혼에 절반을 끌어왔다.
그러나 이 미친 아그니님은  짓을 쳐 했는지 느껴지는 기력이 매우 거대했다.

‘거의 8할 정도는 이곳에 투자하신 것 같은데… 그러면 거처가 위험해지지 않나?’

과거 브리트라를 비롯한 대 괴수를 소탕할 시절에는 영혼의 절반만큼은 반드시 거처에 두었다.
누군가 습격한다면 반드시 그것을 막을 정도의 힘은 남아있어야 하니깐.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괴수의 대부분은 이미 소탕당했고 그들을 상대할 자들은 오직 다른 로카팔라들 뿐이다.



“...진짜.”


소마는 영혼을 더욱 끌어왔다. 본신의 9할.
이 정도가 최대 수치다.

그 이상을 끌어온다면 거처 자체의 문제가 발생하기에.
소마의 옷이 더욱 화려하게 변했고, 얇은 손목에 걸린 8개의 염주가 찰랑거렸다.

드드득─!!


그녀가 손을 뻗자 낙하하는 운석의 속도가 잠시 늦춰졌다.
하지만 그 정도뿐. 더 이상 소마가  수 있는  없었다.


“하하… 여기서 죽을 건 생각 안 했는데…”

죽음이 머지않았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미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룬지 오래고, 삶이 지겨워 여러 군데를 떠돌아다녔다.
내가 이뤄낸 것이 아까워 계속 살아갔지만 이제는 그것을 대신할 녀석까지 생겼다.

그거면 된 거다.

“이제…”
“스승님!”

베린은 소마의 이상행동에 눈치챈 듯 급하게 다가왔다.

파싯-!
소마의 육신이 운석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아직 영혼까지 닿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겠지.


저 어린 제자에게 앞으로의 미래를...

“그만 두세─”

파앙!


“...응?”
“...어?”


둘은 어벙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순식간에 사라진 운석.

언제 운석이 내렸나는  하늘을 맑게 개었고, 지구를 불태울 듯이 솟구치던 적화는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불’이라는 것 자체가 소멸한 듯이.

“소멸…?”
“스승님? 스승님이 하신 건가요?”
“아니…”

분명 아그니님의 운석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닿을 위기였다.
스스로 멈추신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이상하다.
아무리 능력을 거둔다 한들 이 정도로 사라지진 않는다.
분명 흔적이나 여파가 어느 정도 남아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렸으니까.

[소마.]
[...? 수르야님?]
[긴급 상황이야. 당장 별자리의 회의장으로 와.]

갑작스러운 연락.
소마는 당황하면서도 금세 정신을 차렸다. 회의라니.
그간 나를 배제하면서 알게 모르고 의견을 무시했던 신들이 누군데.


그나마 수르야나 아먀가 소마를 어느 정도 도와주긴 했으나, 수르야 역시 인드라 추종자일 뿐 직접적으로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

[싫어요. 어차피 가봤자  의견은─]
[아그니가 소멸했어.]
[...네? 그, 그 육신이 아니라 본신이요?!]
[그래.]


정말. 정말로 소멸했단 말인가?
그 위대한 로카팔라가?

[당장 와. 이건 부탁이 아니고 명령이야.]
[...]
[참고로 인드라님께서 안 오는 신들은 직접 찢어놓겠다고 했으니 죽고 싶으면  와도 돼.]
[...가겠습니다.]

뚝.

“......”
“스승님?”
“잠깐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무슨 일이…”
“별일 아니야.”

별 일이지만 별 일이 아니어야 한다.

-

[오랜만이군. 소마. 1000년전 이후로 처음인거 같은데...]

별자리의 회의장.
오직 8개의 별의 대화를 위해 성운을 깎아 만들어낸 장소다.
이제 7개의 별이겠지만.

소마는 자리에 앉으며 주위를 살폈다.
긴 테이블 왼쪽에는 바루나, 수르야 순으로 앉아있었고, 오른쪽에는 바유, 야마가 앉아있었다.

‘쿠베라님은 안 계시네...? 늦으시는 건가?’


소마는 마지막으로 정중앙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인드라님.]

로카팔라의 왕이자 현 우주의 최강의 존재라고 알려진 신(神).
청색의 전류를 두른 그의 청안이 소마를 노려봤다.


[얘기는 들었겠지.]
[네… 아그니님이 영멸하셨다고...]

다른 하위급 신들이나 하수인도 아닌 8개의 별이 저물었다.
이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그러게 적당히 나댔어야지. 안그래 소마?]
[아, 하하… 네.]
[멍청하게 본신은 왜 끌어다 써? 전쟁 때는  잊은 건가?]

바루나는 물방울을 만지작거리며 큭큭 웃었다.
자신의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아그니가 소멸했당했지만 오히려 그녀는 그 사실이 즐거운듯 했다.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맨날 아줌마니 뭐니─]
[그래서 죽인건 아니겠지.]


인드라는 감정 없는 눈으로 바루나를 쳐다봤다.
순간 회의장에 분위기가 싸해지자 바루나는 큼큼 거리며 손을 저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소멸은 안 시키지. 내가 미쳤다고 그러겠어?]
[적화의 등원이 있던 자리에 물 속성의 기운이 감지 되었다. 그리고 물 속성을 가지고 있는 신은 둘뿐이다.]
[......]
[뭐, 말도 안되는 소리야! 맨날 회의안오고 니 뒷바라지 해주니깐 내가 호구─]

콰직─!

바루나의 육체가 허공에서 쏘아진 전격으로 인해 산산조각 났다.
회의장에는 적막만이 맴돌았다.

수르야는  사태를 수습하듯 말했다.

[큼. 다들 진정하세요. 인드라님. 바루나 역시 의심 받는걸 싫어해서 저지른 일이니 용서를 해주심이...]
[당연히 죽일 생각은 없다. 적당히 지옥에 유폐시킬 생각… 아니, 그건 나중에 해야겠지.]

인드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시선이 탁자 위 푸른빛의 행성에 향해 있었다.

[지금부터 수르야와 바루나는 지구를 멸망시켜라.]
[행성의 멸망 말인가요?]
[그래.]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바루나를 데리고 출발하죠. 아, 야마 당신. 지옥의 문을 열어주시겠어요?]
[어?]

가만히 사태를 관망하던 야마는 깜짝 놀라 황급히 문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그, 그래.]

야마는 머쓱하게 감사를 받으며 골머리를 감쌌다.

‘...일이 꼬였네. 콜트 녀석이 버틸 수 있으려나.’


[그리고. 바유.]
[그래. 내가 쿠베라를 맡지.]
[녀석이 분명 개입을 할 거다. 너는 쿠베라의 발을 묶어놔라.]
[알겠다.]


바유 역시 머지않아 바람처럼 사라졌다.


텅 빈 공간에 남은 것은  셋뿐이었다. 인드라는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적막이 돌자 야마와 소마는 서로 눈치를 보며 눈 신호를 주고받았다.


‘그, 그래서 저희는 뭘 하는걸까요.’
‘내가 알아? 뭐가 됐든 인드라가 까라면 까야지.’
‘...혹시 우리를─’

[너희는.]
[...]
[기회를 주지.]


탁.
인드라는 탁자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지구가 아닌  개의 성운이 드러났다.


야마의 거처인 명계와,
소마의 거처인 다색의 강가.

두 성운 위로 푸른색의 전격의 검이 떠올랐다. 검은 성운의 하늘을 가득 매웠다.


[살 수 있는 기회를.]
[저는 중립...]
[더 이상의 중립은 없다.]


인드라의 선언에 소마의 눈빛이 흔들렸다.
사실 이미 선을 넘어오긴 했다. 계약자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지구 멸망을 막아냈으니깐.

[게다가 이제 중립도 아니지 않은가.]
[...그건.]


식은땀이 흐른다.
아그니를 막기 위해 본신의 대부분을 육신에 전이시켰다. 지금의 성운은 누가 살짝 치기만 해도 곧장 무너질 것이다.


거처에 돌려놨어야 했는데 정신없이 회의에 참석한다고 벌인 실수였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목숨을 위협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이미 빠져나갈 구멍은 모두 막혀있다. 본신의 힘을 끌어올 수 있을지언정 돌려보낼 수는 없다.

...차라리 내가 죽음으로서 야마님이라도…


[벌써 이럴 줄 몰랐는데.]

툭.
야마의 손이 소마를 가볍게 밀었다. 그러나 그 힘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어느새 뒤쪽에 펼쳐진 검은 차원문은 소마를 집어삼켰다.

[가라.]
[야마님!]
[가서 녀석에게 안부ㄹ─]

파드드득!


전격에 휩싸이는 야마를 뒤로하고 소마는 자신의 거처로 이동되었다.
야마의 거처는 머지않아 파괴되었다.




-


“뭐야 왜 그러고 있어.”

지구로 돌아온  곧바로 다음 작전을 세우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국의 모든 마수를 처리하고 차를 마시고 있는 이랑.
고양이의 모습으로 굴러다니는 레빗.
그리고…

“스승님이 이상해.”
“스승?”

베린은 이불을 둘러싼 누군가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불 사이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나 때문에… 야마님이..”
“...소마?”

휙.

손똡을 물어뜯던 백금발의 여자가 나를 올려다봤다.
한층 충혈된 눈. 얼마나 울었는지 눈 주위가 퉁퉁 불었다.


“누구… 아.”
“괜찮아?”
“당신이었어.”

여자는 벌떡 일어났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이불이 거치대를 잃고 흘러내렸고 그것은 곧 레빗을 덮었다.

“냐!”
“당신이 아그니님을 죽인 거지?”
“...복수하러 온건가.”
“아니… 아니… 아니야. 나는…왜 슬퍼하고 있는거지. 이상하잖아. 야마님이 왜 나를? 어째서?”
“...”

정신이 나갔군.
원래 소마가 이런 성격이진 않을 텐데…
예정된 미래가 꼬이면서 변한 건가.


아니면 베린을 만나서?


“정신 차려.”
“그…”
“인드라가 야마를 죽인 건가?”
“...어. 그래. 아마님이 나를 살리는게 이득이라 생각했을거야. 어차피 그곳에서 한명은 반드시 죽었을테니까. 그런데 어째─”
“야마는 널 위해서 죽은  아니야.”
“...뭐?”

[ 해당 코드의 사용이 일시적으로 제한됩니다. ]


나는 소마를 마주 보았다. 그러고는 허공에 하나의 화면을 띄워주었다.
화면 속에는 전보다 훨씬 강한 힘을 체감하고 있는 콜트가 보였다.

“야마가 죽은 이유는 자신을 대신할 후계자가 있었기 때문이야.”
“...”
“네가 베린을 두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맞아. 그랬지.”


소마는 주먹을 꾹 말아 쥐다, 이내 고개를 들었다.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해야겠지. 너희들의 세계가 멸망하지 않도록 도와줄게. 그게 야마님의 원하는 바이실 테니깐.”
“좋아. 그러면 우선...”

예상치도 못한 새로운 전력. 나를 그녀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특이점을 과도하게 사용했다.
그래도 페널티는 없으─


[ 해당 게임의 관리자가 당신을 노려봅니다! ]


[ 과도한 사용에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

“어, 어라?”

이제와서? 라는 생각이 무섭게  시야는 암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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