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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화 〉111화 융합(融合) (111/318)



〈 111화 〉111화 융합(融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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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를 모르네.”

깜깜한 어둠속.
붉은 안광을 가진 여자는 쓰러진 김윤을 만지작거렸다.
빛 하나 허용하지 않는 공간 속에는 오직 그녀의 눈과 뿔만이 그곳을 비추고 있었다.


“...”
“흐응~ 그래도 귀엽네.”

그녀는 김윤의 볼을 늘렸다 폈다를 반복하다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었다.

「▲맹약 」

그러자 김윤의 이마에는 보랏빛의 문양이 새겨졌다. 문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감추었다.


“뒷바라지하는 사람은 생각 안 하고 멋대로 날뛴 벌이야.”
“...”
“그러니  미워하면 안 돼?”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이내 어둠 공간은 무너져 내렸다.




-



“...?”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페널티를 입었다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찌릿─

“윽!”

갑작스럽게 이마에 통증이 느껴졌다.
...상처는 없는 거 같은데.

“윤씨.”
“어?”


나는 한 겨울 처럼 차가운 말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굉장한 불만을 가진 다윤의 얼굴이 보였다.

“...제가.”
“미안.”
“그러지 마요.”
“안 그러려고 했어.”
“거짓말.”
“진짜야.”
“그러면 왜  쓰러졌는데요.”
“......”


그러게.  또 쓰러졌을까.
페널티가 고작 쓰러진 거 이진 않을 텐데. 단순히 육체의 무리가 와서 쓰러진건가?


“그나저나 다들 잘하고 있지?”
“말 돌리는 거예요?”
“아니…”
“나 봐요.”


다윤은 나를 올려다봤다.
굉장히 뚱해있는 얼굴을 보니 너무 귀여웠다.


 끌어안고 싶은데... 이번에도 그러면 진짜 화내겠지.

“걱정되니깐. 하지─”


근데 그냥 해버렸다.

“진짜! 아아아악!!”
“미안해. 진짜로.“
“......미안하면 나  생각해 줘요. 걱정하지 않게.”
“응.”
“지랄을 하네.”

옆을 보니 말투가 굉장히 험해진 베린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소마는?”
“스승님은 네가 말한 대로 지구의 방벽을 세우고 있어. 그게 막아질진 모르겠지만.”

원작에서는 궁지에 몰린 야마가 지구의 방벽을 세우고 주인공에게 남은 힘을 전부 내어주며 죽는다.

하지만 이미 야마는 죽었기에 그것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다.


“막아질 거야. 바루나랑 수르야는 그렇게 강하진 않거든.”


원작에서의 그들의 공격은 실패한다. 그렇기에 최후에 인드라가 나서는 것이고,  시간 동안 주인공은 계속해서 성장하지만…

‘이미 성장은 다 되었겠지.’

콜트의 죽음의 신 계승은 끝이 났을 것이다.
아마도 두 신들이 오면 곧바로 공격하지─


[솟아나라.]


콰아아아아!!!

“...!”
“...엥?”
“뭐죠?”

갑작스러운 신의 언어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굉음이 일었다.
나와 다윤, 베린은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창문 너머로는 보랏빛의 수천, 수만의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이나 지났지?”
“3일이요.”
“3일…  때가 되긴 했네.”


신들이 온다.

물과 빛이 지상에 내려오기 시작했다.

-



“누가 먼저 할래?”


물의 신 바루나는 능력을 두른 체 지상을 내려다봤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야마의 기운이 느껴진다.

“제가 하죠. 당신은 상성이 안 맞잖아요?”
“나도 죽음 정도는 이길  있어! 게다가 저건 로카팔라도 아니고 그냥 애송이잖아?”
“그렇게 말한 애송이에 아그니가 죽었습니다.”

수르야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봤다.


“인드라님은 더 이상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실 겁니다.”
“망할 번개 놈… 자칫하면 명계에 그대로 휩쓸릴뻔했잖아. 왜 멋대로 야마를 죽이고 난리야.”
“다 뜻이 있으신 거겠지요. 삼신이 사라진 지금. 변화의 시간이 도래한 것입니다.”
“네~ 네~ 들어가기나 하세요~”

퉁명스럽게 말하는 바루나를 뒤로하고 수르야는 백색의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빛은 거세게 요동치며 수많은 우주의 빛이 한점으로 모여들었다.

[사라지십시오.]

투웅─

일점.
점에서 쏘아진 빛은 그대로 지구를 향해 낙하했다.

푸스스…


그리고 막혔다.

“엥?”
“...소마가 있었군요. 거처에 박혀있을  알았는데.”

지구의 하늘에는 노란빛의 장막이 드리워졌다. 빼곡히 둘러진 장막.
빛은 물 속성의 장막을 뚫을  없었다.

“제가 그 아이를 너무 무르게 봤나 봅니다.”
“소마… 쿠베라는 당연히  도와줄 테고… 번개 놈이 한  쏴주면 되지 않나?”

물 속성의 대척점에 서있는 속성은 대지와 번개다.
그중 번개는  속성에 아주 치명적인 상성을 가지고 있다.


“인드라님은 전면에 나설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수행을 하고 있기에…”
“수행이고 나발이고 한 발만 쏴주는  뭐가 어렵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참… 너도 대단하긴 하네.”

바루나를 혀를 차며 지구를 내려다봤다.
자신 역시 물 속성이라 소마의 방벽을 뚫기란 어렵다.
물론 단순한 힘의 차이는 이쪽이  수 위지만,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본신의 영혼을 절반 이상 끌어와야 한다.

현재의 바루나와 수르야는 본신의 3할 정도만 끌어온 상태다.

“아… 아그니처럼 죽기 싫은데. 네가 하는게 어때. 수르야. 딱 7할만 끌어오자.”
“전 물과 상성이 안 좋습니다.”
“에이 소마 별거 아니야. 그 꼬마가 다 산것처럼 행동해도 우리보다 3만년은 덜 수행했다고.”
“그래도 상대하기가 싫군요.”
“그럼… 음… 아!”

바루나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박수를 짝! 쳤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습니까?”
“아이라바타면 되겠네! 걔 지금 어딨어?”


번개의 신수. 아이라바타.
과거 한 은하 전체를 전류로 물들였던 괴수였지만 같은 속성인 인드라에 의해 생포되었다.

“인드라님께서 대리고 있으실텐데…”
“잠깐 빌려달라고 하면되지. 왜 그것도 안돼?”
“...가능 할것같군요.”

-


“...”
“어때요 스승님?”
“무리 없네. 역시 나를 배제한 덕에 쉬운 상대만 와서 수월해.”


베린의 물음에 소마는 긴장을 놓으며 자리에 풀석 앉았다.

이곳에는 야마의 힘을 계승한 계약자가 있다.
그렇기에 ‘죽음’에 극 상성을 지닌 수르야와 변수를 차단할 바루나 정도를 이곳으로 보낸것.
허나 소마가 이곳에 참전하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꼬여버렸다.


“쿠베라님도 너희를 도와주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 지금쯤 바유랑 싸우고 있겠지.”
“그래… 바유님이랑… 어?!”

장막을 적당히 조절하던 소마가 벌떡 일어났다.


“아! 바유님이 쿠베라님을 죽이러 갔을 거야!”
“응.”
“...지금 뭐가 심각한지 몰라서 그래? 쿠베라님과 바유님은 극상성이라고!”


바람과 대지.
하늘과 땅이라고 불리는  신들은 로카팔라 중에서도 꽤나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천외천인 인드라를 제외한다면 아무리 상성차이라도  둘을 이길 순 없다.

하지만 둘이 붙는다면 반드시 바유가 이긴다.
바람은 대지에 있어 극상성이다.

“걱정 마. 둘 다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깐.”
“?”
“바유는 인류의 적이 아니거든.”

인류의 편에선 마지막 신들 중 하나.
허나 확실한건 없다.

원작에서의 바유는 중립에 가깝다.
그는 처음에는 기존의 로카팔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인드라의 만행을 알고 그의 적이 된다.
그 만행이 걸리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요구됐으나, 지금은 사건들이 빨리빨리 진행되고 있으니...
그가 생각을 돌리기도 전에 모든 게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히 묶어두는 정도겠지.’


“근데 그쪽이 그걸 어떻게 알아.”
“비슈누를 만났거든.”
“...진짜?”
“응.”

나는 소마에게 비슈누를 만난 얘기를 짧게 해주었다.
그녀는 놀라는 것 같으면서도 크게 기겁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바유와 쿠베라의 대결에  놀란 느낌이다.


“별로 놀라지 않네.”
“아그니님을 죽였으니깐.”


소마는 백금색의 잔에 음료를 채워 마셨다.


“바유, 쿠베라님과 맞먹을 정도의 실력자인데 당연히 뒷배가 있었겠지.”
“비슈누에 대해 궁금한 건 없어?”
“딱히? 그래도 자리에 계신다니 인드라님이 폭주하는걸 그나마 막을 수 있겠네.”


비슈누는 따로 개입을  할 텐데.
생각을 고쳐주고 싶었지만 지금 굳이 초를 쳐서 의지를 떨어뜨릴 필요는 없겠지.


“그럼 그쪽은 비슈누님의 계약자야?”
“아니. 난 아그니.”
“...? 자기 신을 죽인거야?”


소마는 나의 발언에 어버버거렸다.
계약자에게 있어서 자신의 신이란 절대적인 존재다.
공격을 할 수도, 공격을 해서도 안되는 존재. 그런 존재지만...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펜던트 속에 잠든 녀석이 계약자라 가능한 일이었다.


“고향을 멸망시키려는데 죽여서라도 막아야지. 설령 그게 자신의 신이더라도.”
“...대단하네.”
“고마워.”
“칭찬 아닌─”


파득!


그 순간 지구를 뒤덮던 소마의 장막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그 너머로 백색의 전기를 두른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윤씨!”
“보고 있어.”
“인드라님…?”
“아니.”


저건 인드라가 아니다.


“아이라바타.”


코끼리의 형상을 한 괴수.
로카팔라와 맞먹을 정도의 능력을 지닌 번개의 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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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아이라바타가 나타났습니다.
“...보고 있다.”

콜트는 브리트라의 거체 위에 탑승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소행성과 맞먹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괴수.

녀석이 앞발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지구 전체에 낙뢰가 떨어졌다.
브리트라는 그것에 저항하듯 자신의 거체를 더욱더 키웠다.


-놈은 오래전에 인드라에게 잡혔기에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른 신들이 온다는게 문제지.”

약화된 아이라바타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수르야는 아니다. ‘아직’ 완벽한 상태가 아니기에.

“게릭.”
-왕이시여.  코끼리의 모가지를 따오면 되겠습니까?
“가서 그놈한테─”
“이미 왔다.”


검은 머리를 가진 남자와 백금발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상하게 기분 나쁘게 생겼네.

분명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인데 왜 이리 기분이 나쁠까.

“나를 엿 먹이던걸 생각하면 한대 때려주고 싶지만.”

김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허공에서 백색의 칼을 꺼냈다.


“지금은 뒤로 미루지.”
“...뭘 어떻게 하겠단 거지.”
“‘융합(融合) 기술’. 뭔지 알지?”
“...너, 역시 밖에서 온건가.”
“알면 준비해. 속성은  / 어둠 - 물. 어둠쪽이 좀더 높아.”
“......”


궁금한게 많지만. 지금은 저것부터 어떻게 해야겠지.

김윤의 검에 적화(赤火)의 기운이 올라온다. 그것에 맞춰 짙은 어둠이 그 주위를 감싸 위력을 증폭시킨다.
마지막으로 노란빛이 도는 물이 기술의 부하를 억제한다.


원작의 인드라와의 최종전에 사용되던 속성의 융합.
그것이 이곳에 벌어지고 있다.

한참 동안 기술을 갈무리하던 김윤은 마침내 눈을 뜨고 하늘 너머를 바라본다.

“이격(二擊).”

세계는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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