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3화 〉 2. 익숙한 힘 (5) (133/318)

〈 133화 〉 2. 익숙한 힘 (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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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엥?”

허공을 허우적대는 팔과 다리.

정신없이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분명 날고 있다.

...마법은 안 썼는데?

‘제가 날려주고 있는 겁니닷…! 어서 배후를 치는 겁니닷…!’

“님님이?”

용용이는 마력 부족이라 비(?) 소환 상태고 님님이는 일부로 밖에다 두었는데 언제 온걸까.

나는 우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하핫! 제법 재밌어졌구나!”

후웅─

교수의 짧은 팔이 검집을 휘두른다. 그러자 파동이 일어나듯 육체가 밀려난다.

아까와 같은 공격.

‘두 번은 안 통하지.’

나는 무형의 날개를 이용해 빠르게 후위로 접근했다.

어느새 방패를 회수한 루인은 사슬 형태로 만들어 검집을 묶고, 밀려난 엘레나는 육체 강화를 통해 교수의 팔을 베어내려 들었다.

마지막으로 후위에서 공격하는 채림의 건틀릿 공격까지.

빈틈은 없다.

“어림도 없…?”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공격을 막아내려던 교수의 표정이 굳었다.

건틀릿에서 새어 나온 에메랄드빛의 꽃가루가 움직임을 저하시킨 것이다.

의도친 않았지만 이대로 간다면 채림 쪽의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그리고 그것은 감추고 있던 능력들을 꺼내기에 충분한 위협이었다.

카득!

“어?’

“...!”

“이걸…?”

투두둑…

어느새 모든 무기가 가루로 변했다. 한순간의 변화.

그것으로 싸움은 끝났다.

사슬이 묶고 있던 검집은 어느새 새파랗게 날이 선 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교수는 자신의 손에 들린 진검을 보았다.

아무리 지기 싫어도 이걸 꺼낼 생각을 하다니.

물론 그 과정에서 마법이나 반칙을 조금 사용한 것 같지만, 자신역시 육체의 전력을 사용하는 대신 진검을 꺼내버렸다.

‘나도 참. 아직도 여전하네.’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10점이다.”

수업은 종료됐다.

­

“너희 세명은 통과야. 나머지는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라고.”

깨어난 학생들은 수업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쉽군요… 좀 더 버텼다면 저도 포함됐을 텐데.”

미르는 자신의 백발을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꽤나 분전했지만 다시금 이어진 전투에서는 기절해 끼어들지 못했으니깐.

나는 미르에게 위로를 전해준 뒤 엘레나 쪽으로 다가갔다.

“마나선이 욱씬거려…”

엘레나는 지친 듯 그늘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었다.

교수의 파동을 견디기 위해 기존보다 훨씬 많은양의 마나를 동원했으니깐.

물론 교수가 정한 ‘한계치’를 넘어서는 마력량이었지만, 지기 싫다는 마음 때문인지 한계 이상으로 사용해 버리고 말았다.

“설마 나중에 뭐라 하지 않겠지?”

“교수 성격상 그러진 않을 거 같은데.”

나는 엘레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워낙 털털하고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이 강한 성격이니 굳이 따지진 않을 것 같다.

따질 거면 진작에 따졌겠지.

“제법이야 친구들. 마음에 드는걸.”

“...”

“...”

“왜 그래 사람 무안하게. 같이 싸울 떈 언제고.”

루인은 비쉘에 보좌를 받으며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확히는 나에게.

뭔가 찜찜하긴 하지만 루인의 도움이 컸으니까.

텁.

나와 루인의 손이 교차했다.

「▼▼─ 」 「▼─ 」

“큭...!”

“?”

루인은 맞잡은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왜 저러지.

“히, 힘이 되게 세네.”

“응? 나 별로 안 센데.”

기본 체력 스텟이 있긴 하지만 태생이 마법사이기에 ‘근력’자체는 강하지 않다.

동 레벨 때의 근력 직업보다 3~4배 정도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아, 아무튼 좋았다고.”

“어. 너도 제법 강하더라. 수고했어… 벌써 갔네.”

막 들이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왜 저런데.

채림은 루인의 이상 행동에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새 루인의 모습은 작은 점이 되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채림~ 인기가 많네?”

“...별로.”

나는 그와 맞잡은 손을 만지작거렸다.

「▼─ 」

느낌이 별로였다.

­

“리엔 교수님~”

“아, 무­”

텁.

작은 체형의 교수는 머리 하나 정도의 차이가 나는 리엔의 입을 막았다.

워낙 키 차이가 나서그런가 올린 손을 쭉 뻗어야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말하지 않기로 했죠?”

“...그러네요. 미안해요.”

“이번 학생들은 꽤나 재밌어요. 마음에 들 정도로.”

교수는 리엔의 집무실 소파에 몸을 던졌다.

리론 아카데미의 공동 대표인 리엔에게 일개 교수로서 조금 건방진 태도일 수 있지만 리엔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더 존중했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졌어요.”

“네?”

“졌다고요. A반 3명이 나를 이겼어요.”

리엔은 교수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눈앞에 교수의 시험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무기술로 이기는 시험.

그 과정에서 마나를 이용한 신체 강화 외에 어떠한 마법도 사용할 수 없으며, 오직 무기술로만이 교수를 이겨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누구도 교수를 이기지 못했다.

아니, 못했었다.

“...학생들이 그렇게 강했나요? 무기술 교수님이 질 정도로?”

“으음… 졌다고 표현하기는 애매하지만… 내 정신 상태가 약해진 거니. 네. 제가 진 거죠 뭐.”

“...봐주신 건가요?”

“봐줘요?”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어낸 선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다만 그 과정에서 반칙을 했든 어쨌든 나 역시 그것을 막기 위해 선을 넘어버렸으니깐.”

“흐음…”

“내가 더 악바리가 있었으면 될 일이죠. 허나 쉬운 길을 선택했고.”

텁.

그녀는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된 겁니다.”

“...이제 떠나실거에요?”

교수의 시험.

몇 년 전 아카데미를 세울 때 리엔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교수들이 필요했고, 눈앞의 교수를 발견해 영입했다.

고작 학교의 선생님 역할을 하기에는 비정상적으로 강한 강자.

그런 강자를 영입하려면 단순히 재화나 힘을 요구로 하면 안 됐다.

‘날 이기는 학생이 나올 때까지?’

‘흠… 재밌겠네. 그러면 제약을 좀 걸자고.’

단순히 흥미를 제공해 주는 것.

그렇게 그녀를 무기술의 교수로 채용했다. 그리고 5년 넘게 그녀를 이긴 학생은 나오지 않았다.

교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글쎄요… 이렇게 빨리 질 줄 몰랐는데. 난 100년은 이르다고 생각했거든요.”

“더 계시고 싶으면 더 계셔도 상관없어요.”

“...”

리엔은 몸을 낮춰 교수의 눈을 맞췄다.

“아카데미에는 선생님 같은 분이 필요하거든요.”

“...풋. 하핫!”

“...”

“끄끅…”

한참을 끅끅 웃던 교수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리엔 교수님은 어른인척할려는 게 너무 귀여워요.”

“...저도 어른이에요.”

“제 눈에는 꼬마 아가씨랍니다?”

누가 누구한테 하는 소리인지.

리엔은 속으로 말을 삼켰다.

으짜! 작은 교수는 소리 내며 일어났다.

“걱정 마요. 그만둘 생각 없으니깐. 아직 제대로 된 보석을 못 봤거든요.”

“다행이네요… 근데 교수님을 이긴 학생은 어떤 아이들인가요?”

“맞네! 그걸 물어보려고 왔어요.”

교수는 탁자에 두 명의 정보가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루인과 한채림.

다른 이들이 본다면 마법에 재능 있는 학생들 정도로 보이겠지만 그녀에 눈에는 달랐다.

본인이 직접 칼을 맞대면서 느꼈기에.

“얘들 뭐죠?”

­

김윤은 사냥터에 나섰다.

이미 한계 이상의 레벨을 올린 그에게 더 이상의 사냥은 의미가 없었다.

무의미 없는 학살일 뿐.

그러나 그 학살은 지금 필요로 했다.

스륵.

김윤의 검이 연푸른 기운을 감싸고 그 검은 괴수를 넓게 양단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무리나 페널티는 존재하지 않았다.

“...없는데.”

─있어. 잘 찾아봐.”

“없어.”

─찾아보라니깐.

김윤은 양단된 괴수의 시체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찾는 것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없잖아.”

─...기다려봐 분명 있었어.

“지금 나 엿 먹이는거야?”

─아! 기다려보라고!

문양 너머의 소리가 빽 질러졌다.

하여간 성격이…

─야! 내 성격이 뭐 어쨌다고!

“...생각 읽지 마라.”

─나도 읽기 싫거든! 읽어지는 걸 어떡…

“하페루아. 적당히 해.”

다시 시무룩해졌다. 이제 좀 조용하네.

하페루아의 우물쭈물한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온다.

─...너도 내 도움받고 있잖아. 그러니 좀 착하게 말해주면 덧나…?

“왜 이래 갑자기.”

─으으… 아, 아냐! 방금 말 취소! 잊어 멍청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페루아는 가끔씩 왔다 갔다 한다. 어떤 날은 평소 같다가 또 어떤날 은 이렇게 갈팡질팡한다.

차라리 이전처럼 매혹적인 말투가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이 상태가 되면 일을 진행하기 어려워지니깐.

우물쭈물 한 하페루아보단 매혹적인 하페루아가 더 냉정히 상황을 바라본다.

─김윤.

“왜.”

─찾았어.

그녀의 말과 함께 나 또한 느꼈다.

쿠─드득!!!

양단된 괴수들 사이로 거대한 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소 형상의 괴수 미노타우로스를 연상케 하는 몸에 거대한 대검을 쥐고 있었다.

“하… 찮은 인간이!”

꾸웅…!

콰가가가가가!!!

대검이 땅을 강타하자 대지가 뒤집히고 죽은 괴수들이 사방팔방으로 허공에 튀었다.

나는 검을 가볍게 휘둘러 검격의 여파에서 벗어났다.

“건방진!”

콰득!

땅을 후려치던 대검은 나를 향했다. 맞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 같지만 너무 느리다.

이걸 맞추려고 휘두르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나는 이동 스킬로 가볍게 피한 뒤 가볍게 내리그었다.

일격(一?).

거대한 괴수는 그대로 이등분되어 땅에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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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개 남은 건가?”

─응. 남은 건 다 주인이 있는것들이야.

괴수의 심장에 박혀있던 푸른색의 돌을 회수했다. 돌은 강렬한 빛을 내뿜다 기운을 전부 회수하자 평범한 돌로 변했다.

─서둘러야 해. 이 러다 무명이 다 회수하면 끝이야.

“그럼 너도 나서는게 어때?”

─...난 안돼. 보는 눈이 있어.

하페루아와 나는 1년전 부터 숨겨진 것들을 모으고 있다.

이 세계의 창조석과 나눠진 특이점의 조각들.

그것들을 모아야만이 관리자에게 대적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계약도 있고 함부로 발설할 수도 없는 일이라 둘만이 진행하고 있다.

“그 채림이라는 애도 끌어들어야겠네. 이대로 가면 부족할 테니까.”

─....그래야지.

“또 이상한 생각을…”

─안해.

문양은 화를 내듯 번쩍 빛이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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