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 3. 마법 대전 (1)
* * *
게임, 월드 어드벤처에는 수많은 직업과 다양한 산업이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역과 제작이다.
세계가 통합된 뒤로 산업의 영향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용사들이 모험을 포기하고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통합 서버의 몬스터들은 일반적인 능력으로는 절대 뚫고 나갈 수 없었고, 더 이상 무한적인 부활이 되지 않는 상황이 그들의 모험심을 저하시킨 것이다.
“그러니깐… 왜 5대가 와야 할 게 3대만 왔냐니깐?”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 새끼. 일 똑바로 안 하지?”
푸른색의 지평선이 시원하게 비추는 곳.
가죽옷을 입은 남자가 그보다 아랫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을 윽박질렀다.
그에 아랫사람은 겁을 먹듯 두 팔을 위로 올렸다.
이들은 용사다.
아니, 이제는 이름만 남은 장사꾼 이었다.
“하… 마탑년들이 또 지랄하겠네. 또 재고 안 들어왔다고 난리 칠 텐데.”
“...그 다른 무역 길드한테 좀 빌리면─”
“말이!”
남자의 손이 올라가자 머리를 감싼 두 팔이 더욱더 올라갔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지금 다른 애들 끌어들이면 마탑이 우리랑 거래를 할거 같냐. 어떻게 따놓은 독점 거래인데.”
“그, 그러면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후우…”
남자는 골머리를 굴렸다.
1년 전, 게임은 현실이 되었고 더 이상 ‘용사’라는 타이틀 유지할 수 가 없었다.
고작 레어, 에픽 정도의 직업과 특성으로는 더이상 괴수를 잡는 건 불가능했고 장비도 시원찮았기에.
남자는 무역을 통해 저 높디높은 랭커 길드들의 무역 상인이 되어 콩고물이라도 받아먹고 있었다.
능력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당하고 뒤통수 맞는 상황에서 무려, 4대 길드인 마탑과 인연을 맺은건 큰 행운이 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이 터졌으니…
“다, 다른 왕국을 좀 더 쪼아볼까요? 근처에 왕국들이 많으니 몇 개 협박 좀 하면…”
“...왕국?”
“네. 요즘 따라 새로이 생기는 왕국이 엄청 많거든요. 고, 고원의 설산 왕국이나 아델리나 왕국 같은 게 몇 개 있는데…”
“으음…”
무역의 물자 공급은 마탑을 통해 이행되는 일이었다.
마탑의 무력으로 물자 생산지를 반강제로 점령하고 그 생산된 물자를 다시 마탑으로 보내는 것.
본인들은 힘이 없지만 마탑의 힘을 빌리면 가능했다.
“...다른 길드는? 주인 없는 거 확실해?”
“제가 확인했을 때는 없었습니다. NPC만 있는 왕국이었어요.”
“...기다려봐. 생각 좀 해보고.”
어차피 방법은 없다.
이대로 가면 마탑이 우리를 질책하고 죄를 물으려 들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손발이 죄다 묶이고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자유가 사라진 체 그들의 노예처럼 변하겠지.
그럴 순 없다.
남자는 허공에서 조금의 빛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칠흑색의 마법 구슬을 꺼냈다.
마력을 조금 주입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엘리스님.”
남자는 자신의 계획을 마탑의 행동대장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몰랐다.
그것이 어떤 거대한 사건으로 연결될지.
“채림?”
“응?”
마법 수업 시간.
오래간만에 리엔 교수님의 수업이다.
원래는 일주일에 2번 정도는 항상 들었는데 교수님의 개인적인 일정이 생긴 탓에 2주간 수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새 좀 바쁜가 보네.”
“아… 용사 일이 좀 있어서.”
채림은 아카데미의 학생이지만 본분은 마왕을 저지하는 용사다.
때문에 엔도라시에 위치한 용사 정보소에 신분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고, 정보 등록과 함께 요상한 기기도 받았다.
하얀색에 푸른색의 마력이 새어 나오는 기기.
마력이 흘러나오는 게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보나 무언가를 찾아보는 데는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하니 가지고는 있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리엔이 들어왔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엄청 반가웠다.
“오랜만이네요.다들 반갑습니다.”
리엔은 학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들고 있던 붉은 지팡이 바닥에 내려놓듯 떨궜다.
그러자 어느새 원형의 경기장처럼 생긴 공간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이번 학기의 마지막 시험은 ‘마법 대전’입니다.”
툭.
지팡이가 한 번 더 바닥을 치자 이번에는 새하얀 방으로 이동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탁자 위의 종이와 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뭐지?”
원래 이런 식으로 통보도 안하고 진행하나?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종이를 집어 들었다. 종이를 집어들자 리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시험은 모든 반이 참여하는 시험입니다. 1학년 A반에 소속된 한채림양은 100포인트를 가지고 대결에 참여합니다.
“포인트?”
그렇게 말한 사이 어느새 내 머리 위에는 100이라는 숫자가 띄워졌다.
만져지진 않네.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총 1000포인트를 모아야 합니다. 포인트는 마법 사용 시 차감됩니다.
─포인트가 0이 되면 탈락하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으음…”
─상대를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 시 해당 상대가 가지고 있는 모든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안전장치가 걸려있으니 손속에 제한을 두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참여자는 총 457명입니다. 총 50명이 남을 때까지 진행하며 50명 이하일 시 상위 점수를 가진 30명이 본선에 진출합니다.
이상입니다. 다들 건투를 빕니다.
뚝.
나는 종이를 휙휙 돌렸다.
이게 끝?
“설명이 더 필요할 거 같은데…”
나는 마력을 좀 사용해 종이의 숨겨진 내용을 찾으려 들었다.
[점수가 2점 차감됩니다.]
[남은 점수 98점.]
“어? 이거 좀 봤다고?”
고작 관찰 마법을 썼는데 2점이 까였다.
그렇다는 소리는 전투 마법은 엄청난 점수를 소모한다는 것이다.
‘마법을 쓰면 안 되겠네.’
인원수가 457명인걸 보면 1학년 말고도 2,3학년들이 참여했다는 소리.
점수가 어떻게 배분됐을지 모르겠지만 나를 기준으로 잡으면 총합은 45700점.
이론상 45명이 본선에 진출한다는 소리. 제한인 50명과 숫자가 비슷했다.
나는 아공간에 두었던 푸른색의 건틀릿을 꺼냈다. 그리고 님님이의 소환과 마력을 통한 신체 강화, 마지막으로 비전 마법을 캐스팅하니 무려 50점이 날아갔다.
[남은 점수 47점.]
“후…”
“전투인 것입니까…!”
“응. 적이 나오면 도와줘.”
“알겠습니닷…!”
나는 탁자 앞에 있는 문을 열었다.
끼익…
“숲?”
시야에 들어선 것은 마력이 가득 찬 푸른색의 숲이었다.
평범한 B반의 학생.
그는 마법을 난사하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속 마법을 쓴 남자가 그를 찍어누르려 들었다.
“으악! 살려주세요!!”
“안 죽어. 아니, 죽긴 하는데 실제로 죽는 건 아니야.”
“살려…”
“하 거참.”
꽤나 큰 키를 가진 남자는 자신의 마법검을 길게 늘어트려 도망가는 학생을 베어냈다.
촤악!
쿠당탕!
[자신보다 학년이 낮습니다. 획득 점수가 하락합니다.]
[자신보다 마법 수준이 낮습니다. 획득 점수가 하락합니다.]
[46포인트를 강탈했습니다.]
“거 도망 잘 가네. 괜히 포인트만 낭비했잖아.”
“흠 거긴 다 정리했어?”
“어. 요즘 애들은 너무 약아빠졌단 말이지.”
큰 키를 가진 남자의 말에 그보다 작은 남자가 큭큭 웃었다.
이미 두 차례의 마법 대전을 겪은 3학년 학생들. 그들에게 신입생은 돌아다니는 점수에 불과했다.
1년에 1번.
예고 없이 치뤄지는 마법 대전.
실상 마법 대전이라기에는 마법 외적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학년이 높을수록, 마법 수준이 높을수록 처음 지급되는 포인트가 적어진다.
강하고 정보를 많이 가진만큼 페널티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때문에 마법보다는 무기술 같은 점수를 소모하지 않는 능력을 사용해야 본선에 쉽게 진출할 수 있다.
“이번에 우승 상품은 뭘까? 마도서? 돈?”
마법 대전은 단순히 시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기서 우승한다면 마성이라 불리는 교수가 만들어낸 특별한 장비나 마도구를 지급하니깐.
거의 나라의 국보와 맞먹는 수준급의 장비들.
반드시 우승 해야 한다.
“그전에… 저기 하나 더 온다.”
그들의 시선에 하얀 빛의 기운을 두른 여학생이 다가오고 있었다.
“쯧. 점수 별로 없겠는데.”
“그러게. 후딱 잡고 딴 데서 공사 치자고.”
저렇게 마력을 온몸에 두르며 남발하다니.
딱 봐도 얼마 지나지 않아 0점으로 변할 것이다.
그녀의 청안이 그들을 보고 놀란 듯 커지자 마법검과 거대한 메이스가 그녀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적 이군요.”
짧게 중얼거린 그녀는 백색의 창을 꺼내들어 그들을 향했다.
치기어린 모습에 그들은 피식 웃으며 더욱더 땅을 박찼다.
거리가 가까워 지자 그녀의 모습이 더욱더 선명히 보였다.
“근데 쟤 좀 예쁜데? 탈락시키기 전에 잠깐…”
“교수한테 죽을 일 있냐.”
“누가 뭐 한데? 그냥 친해지겠다는… 커어어어억!!!”
백색의 창은 새하얀 기운을 휘감으며 그 둘을 꿰뚫었다.
‘용격(??).’
드래곤의 핏줄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일반적인 마법과는 구조 자체가 다르기에 점수가 까이지 않는다. 위력도 정상.
이런 마법 대전은 그녀에게 있어서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자신보다 학년이 높습니다. 획득 점수가 상승합니다.]
[자신보다 마법 수준이 낮습니다. 획득 점수가 하락합니다.]
[176포인트를 강탈했습니다.]
[210포인트를 강탈했습니다.]
[남은 점수 726점.]
“금방 모으겠네요.”
그녀는 마법처럼 사라진 두 명의 자리를 힐끔 바라보다 그대로 자리를 떴다.
“호에에엥…”
마력 숲.
어질어질한 숲.
“마력이 너무 많은 것이와요…”
그렇다.
마력이 너무 많은 채림은 정신이 나가버렸다.
“정신 차리시는 겁니닷…!”
“니니니님이…”
“전 니니니님이가 아닌 것입니닷…!”
“우으에에에엥?”
처음부터 이런건 아니었다.
초반에는 다른 학생들을 잡아가며 적당히 유지시키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강한 사람을 만났고, 무리하게 마력을 빨아들이다 보니 이렇게 됐다.
사람!
사람을 상대할 때는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
“마법 술!”
[점수가 1점 차감됩니다.]
[남은 점수 415점.]
마법을 발현한다.
거대한 마법진은 숲의 하늘을 뒤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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