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3. 마법 대전 (6)
* * *
술래잡기가 끝난 지 2일이 지났다.
본선 2라운드는 3일 후, 즉 내일 치러진다고 하니 단단히 준비 중이다.
본선은 뭐 하려나.
“흑흑… 용용이님이 죽은 것입니닷…!”
[안 죽었다.]
“거세를 당해 삶의 의지를 잃어...”
[안 잘렸다고.]
채림의 주위로 흑흑거리는 님님이와 으르르 거리는 용용이가 앉아있었다.
용용이는 원래라면 어지간해서 소환이 불가능한데 그날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님님이 수준으로 마력이 떨어졌다.
그 당시 날개가 잘린 걸로 봐서는 교수 때문인 거 같은데...
마법 교수 때문이냐고 묻자 용용이는 ‘별일 아니었다.’ 라며 말을 넘겼다.
다행히 잘린 날개는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차라리 잘 됐다. 너무 강한 힘은 술자의 상황을 더더욱 악화시키니 이 정도가 적당하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어?”
[그래. 그와 나는 단지 싸운 것뿐이다. 힘은 별개의 상황이니 너의 싸움이나 준비하는 게 좋을 거다.]
“음…”
그렇게 말해도 이미 준비는 다 했다.
본선 2라운드는 토너먼트 대전 방식.
드디어 마법 대전에 어울리는 경기가 찾아왔다.
방식은 간단하다.
1대1 대결로 진행되며 마법이든 무기든 어떠한 방식이든 간에 전력으로 맞부딪힌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피해는 모두 이전과 같이 기기가 부담할 것이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올라온 단 한 명이 우승!
승자가 정해진다.
“이길 수 있을까…”
“채림 술자님은 너무 자신감이 없는 것입니닷…! 우승은 무조건 가능한 것입니닷…!”
“...그래?”
“그런 것입니닷…!”
님님이는 내 머리 위에 올라타 말했다.
그래. 못 이길거 없지!
꼭 우승해서 당당하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자!
채림은 자신의 마력 제어기를 꽉 쥐었다.
“엘레나.”
“네. 아버지.”
에르다스 가문의 보물고.
그곳에 엘레나가 서있었다.
그런 그녀를 안내하듯 그의 아버지가 앞장서 문을 열었다.
끼기긱─
“최종 시험에 진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좋은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아니지.”
그는 새햐얀 막대에 붉은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든 체 고개를 돌렸다.
지팡이에서 새어 나오는 기운은 평소에 보던 지팡이와 본질적으로 달랐다.
“너는 에르다스 가문이다. 네가 좋은 성과를 보인 것은 에르다스 가문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
“받거라.”
텁.
엘레나는 지팡이를 받았다.
그저 들고 있는 것만으로 심장에 도는 여러 개의 서클이 더욱더 강렬히 회전했다.
“가서 에르다스의 힘을 보여주거라.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가문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녀가 지팡이를 잡듯 그 역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반드시 보여주거라.”
“...네. 반드시 보이겠습니다.”
‘불편해…’
그녀는 상반된 마음을 넣어둔 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응?”
“어째서 제힘을 발휘하지 않는 것입니까?”
아카데미의 기숙사 안.
청포도를 먹으며 누워있는 루인과 그런 루인을 보좌하는 비쉘이 물었다.
루인은 뭘 그런 걸 묻냐는 둥 포도알을 입에 넣었다.
“발휘해봤자 그 남자는 아빠도, 엄마도, 심지어 저 높은 신도 못 이겼는데 내가 어떻게?”
“...주인님께서 하사한 검은 단순한 검이 아닙니다.”
‘알아, 안다고.”
포도알은 입안을 마구 구르다 단물이 어느 정도 빠지자 와작 깨물었다.
“근데 처음부터 드러내면 재미없잖아. 원래 악당도 순진한 척, 친한 친구인척하다가 중요한 타이밍에 빵!”
“...”
“하고 나타난다고. 그러면 얼마나 재밌어?”
루인은 끅끅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비쉘은 한숨을 내쉬며 푸른색의 상자를 내밀었다.
“지금이 그 타이밍입니까?”
“정확히는 내일이지.”
달칵.
열린 상자에는 푸른색 연기를 내뿜는 검이 보였다.
루인은 검을 쥐고 이리저리 휘둘러 보았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를 가르듯 예리하게 움직였다.
“...언제 봐도 완벽한 검이야.”
「▲─ 」
“내일이 기대되네.”
마법 대전은 공식적으로 1년에 한번 씩 벌어진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시험이기에 구경이 불가능하지만, 한번 참가한 학생들은 토너먼트 무대를 관람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처음에 봤던 경기장에는 400명가량의 학생들이 득실 득실했다.
“...좀 떨리네.”
“후, 부전승이 되면 좋겠네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면 편하게 갈 텐데, 정보도 숨기고.”
채림은 선수 대기실 옆에 앉은 미르와 대화를 나눴다.
엘레나는 무슨 일인지 모이는 시간이 다 되기 일보 직전인데도 오지 않았다.
지각 한번 안 하던 그 엘레나가.
‘무슨 일 있나?’
“엘레나! 여깁니다!”
“...안녕.”
“안녕~”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엘레나가 도착했다.
기분이 안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어?”
“아, 아냐. 좀 떨려서.”
“너도? 나도 좀 떨리더라~ 400명이라고 해서 몇천 명이 아니니깐 별로 안 떨릴거라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깐 떨리더라고.”
“응…”
엘레나는 형식적인 대답만 계속 이어나갔다.
흠, 정말로 떨린가 보네.
그렇게 3분 정도 대화를 더 나눴을까, 드디어 안내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안녕~ 나 누군지 알지?
“무기술 교수님이네.”
워낙 개성 있는 목소리라 딱 듣자마자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시작할게. 룰은 간단해. 토너먼트 1대1 대결 방식으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이기면 돼. 참고로, 부전승 있는 거 알지?
그녀의 말에 네~ 하는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퍼진다.
웃음 소리가 안내말이 섞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1번부터 8번까지는 총 3번의 경기를, 9번, 10번은 1번의 경기를 치르면 결승이야.
─번호는 추첨을 통해서 뽑을게. 확률은 공정하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그 말을 끝으로 우리의 눈앞에 돌림판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나의 힘을 받아 힘차게 돌아가던 두 개의 바늘은 두 명의 이름을 가리켰다.
두 명의 이름은…
─첫 번째는 경기는…
“나, 나요?”
“...승부 군.”
─1학년의 한채림과 2학년의 베르 콘디!
“...”
“...”
─아핫! 다들 긴장했네.
하필이면 첫 번째라니…
부전승이 안된 것도 서러운데 첫 번째 경기로 뽑힐 줄은 몰랐다.
채림은 주변을 살폈다.
원형의 무대와 그 무대를 감싼 로프. 마안으로 보니 반 구 형태의 마력 보호막도 보인다.
보호막 너머에는 400명이 넘는 인원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우리의 중앙에는 작은 키의 교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선수 각자 위치로! ...가기 전에 서로 한마디씩?
한마디…?
채림은 콘디를 바라봤다. 갈색 머리에 황금 눈. 키는 나보다 조금 크고… 요상한 망치를 들고 있다.
얼굴은 조금 험상궂게 생겼네. 자세히 보니 일전에 지나 선배 옆에 있던 남자 같다.
“후회하기 전에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죽는다는 감각은 좋은 감각이 아니거든.”
“뭐래요. 그쪽이나 포기하시지.”
난 그렇게 말하곤 돌아섰다. 사실 조금 무서웠다.
─좋아 좋아~! 그럼 진짜 위치로!”
타박. 타박.
턱.
“시작부터 한방에 끝내는 것입니닷…!”
[알았다.]
“제 힘을 받으면 채림님이 마력 강화를 걸어주시고 용용이님이…”
[알았다고.]
님님이와 용용이가 내 주위를 돌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소환수의 소환에 콘디는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망치에 자신의 기운을 담았다.
쿠궁!
어느새 교수는 보호막 밖으로 벗어났다.
─그럼 3!
꺼내든 지팡이에 마력을 담는다.
─2!!
그에 맞춰 심장 부근에 위치한 서클을 강렬히 회전시켰다.
─1!!!
마지막으로 마법을 시전한다.
‘준비는 완벽해. 그럼 시작을…’
─시작.
“어라...?”
경기는 끝났다.
콘디는 자신의 상대를 보았다.
자신과 같은 A팀이었던 후배 여학생.
‘용사라지…’
콘디는 용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용사라는 것들은 제멋대로 날뛰고 또 마법 지식이 없는데도 단지 용사라는 이유만으로 아카데미에 들어온다.
아무리 마법 지식이 있어야 입학할 수 있는 A반이라고 하지만, 그녀에 관한 소문에 많이 들었다.
‘아카데미의 미친 여자.’
가끔씩 정신이 나가 패악을 부린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마법으로 난동을 부려 신식 건물 하나가 반파된 적도 있었고, 교수가 아니었다면 인명피해가 일어날 정도로 마법을 과다 사용한 적도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불만이 있는 학생들이 제법 많았지만 리엔 교수님이 그녀를 보호해주는 바람에 뭐라 할 수 없었다.
때문에 A팀에 들어갔을 당시, 지나 누님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그 뒤로 자기들끼리 교수를 잡았다고 하지만...
‘정신 나가서 잡으면 무슨 의미야.’
콘디는 자신의 망치를 잡았다.
오래전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곰신에게 받은 유물.
이 유물에 마력을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탁한 기운을 정화한다.
갑자기 나타난 소환수가 거슬리긴 해도 문제는 없다.
─3!
이미 저 여자의 능력은 알고 있다. 정신이 나가면 나갈수록 마력이 강해지는 능력.
─2!
그렇다면 정신을 나가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망치로 탁한 기운을 정화시켜 정신을 나가지 않게 한 후, 그 뒤에 마법을 쏟아붓는다.
마력이 없다면 소환수의 능력도 별 볼일 없겠지.
─1!!!
아무리 특별한 용사라고 해봤자 능력이 봉인 당하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할…
“어?”
“어…?”
“뭐야 저건.”
관객들이 의문을 가졌다. 그 의문은 마법을 받아내는 콘디 역시 마찬가지였다.
채림을 중심으로 이질적인 마력이 깃든다. 마력은 채림을 넘어 경기장을 잠식했고, 그것은 둘의 소환수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시작.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정을 머리에 얹은 용이 브레스를 쏟아냈다.
브레스는 그대로 콘디의 몸을 넘어 보호막을 강타했다.
“어라?”
경기장은 일순 적막이 돌았다.
용용이가 내뿜은 브레스는 콘디를 곧바로 탈락시켰고 보호막은 웅웅거리며 금방이라도 깨질 듯이 위태위태했다.
─...승자는 1학년 한채림!!
교수님의 말이 들려오자 그제야 정신차린 듯 관객들이 와아아아아! 거리며 함성을 질렀다.
고개를 돌려 교수님을 보니 교수님 역시 꽤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채림은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탄 용용이를 보았다.
분명 마력은 님님이와 비슷한 정도가 맞다. 그러나 나간 브레스는 결코 그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교수님과 맞서 싸울 때 사용한 브레스와 비슷하다.
현재 마력량과 정신 상태를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일.
「▲공유 」
「▼─ 」
어째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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