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9화 〉 5. 각자의 계획 (1) (149/318)

〈 149화 〉 5. 각자의 계획 (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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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보인다.

검신이 유려하게 허공을 가르고, 검의 주인은 물 흐르듯이 자신의 검을 움직인다.

흐르듯 베인 허공은 그대로 쪼개지듯 갈라진다.

그 모습은 위대하다.

아니, 위대한 것을 넘어선 무언가.

그의 검술은 그러했다.

검의 신(?)이 있다면 아마 그를 닮았거나 그 자체가 신의 존재일 것이다.

“아…”

검술은 이뤄지지 않을 꿈처럼 내게로 다가왔고.

「▼검술 」

파삭.

「─」

꿈처럼 다시 사라졌다.

­

“...”

익숙한 천장.

리나는 눈을 떴다.

눈에 보이는 건 새햐얀 천장과 익숙한 느낌의 따사한 조명. 그리고…

“...아.”

“깨어났구나.”

나를 패배시킨 남자의 모습.

그래.

나 진 거구나.

“여긴 저승이야. 넌 죽었어.”

“재미없어요.”

“......”

쏘아진 비수에 큰 상처를 입은듯한 김윤.

그런 그를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후후...”

“?”

“후련하네요.”

리나는 자신의 손등을 이마 위로 올리려고 했다. 턱. 이미 선객이 있는 이마.

그녀는 개의치 않고 그 위에 손등을 올렸다.

후련하다.

지난 몇 년간 수백 번의 전투를 하고 수십 명의 사람들과 칼을 맞대었다.

그 과정에서 제법 흥미로운 결투도 몇 번 있었지만 이 남자만큼은 아니었다.

아니, 김윤만큼은 아니었다.

나를 패배시킨 남자.

김윤의 실력은 진짜였다.

스승님이 쓰지 말라고 한 힘까지 사용했지만 김윤을 조금 몰아붙였을 뿐, 큰 상처를 입히지도 못했다.

아니, 이 남자가 과연 전력을 다했는지도 의문이었다.

“나, 진 거죠?”

마지막 공격이 통했는지 안 통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보면 당연히 통하지 않았겠지.

내 생각을 읽은 듯 김윤은 이마에서 손을 땐 체 머리 위에 놓인 용찰검을 보여주었다.

남색의 검신과 손잡이 중앙에 짙은 청색의 드래곤 하트가 박힌 것 외에 아무런 장식이 없던 검이었지만, 지금은 마치 살아 움직일 듯이 꽤나 멋들어지게 변화해 있었다.

“통하긴 했지. 이게 그 증거고.”

리나의 공격은 정말 통하긴 했다. ‘검술’과 용의 힘의 결합된 능력은 용찰검의 진정한 힘을 끌어올렸고 그 결과로 대전장이 박살 났으니깐.

만일 김윤이 몰려드는 사람의 시선을 막지 않았다면 왕국은 갑작스러운 폭발에 술렁술렁했을 거다.

“다만 상대가 나니깐, 어쩔 수 없었던 거지.”

“...마지막 말만 아니었으면 멋있었을 텐데 말이죠.”

리나는 몸을 일으켰다.

이전보다 몸이 가볍다. 마치 몸에 담아둔 거대한 무언가가 빠져나간 느낌.

처음에는 기분만 후련하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몸까지 후련하니 기분이 묘했다.

‘더 이상 싸울 수 있을까?’

“은퇴… 는 생각 못 했는데. 설마 이게 부탁인가요?”

“아니. 은퇴라니.”

김윤은 무슨 소리냐며 자신의 손에 용찰검을 쥐여주었다.

「▼▼─ 」

더불어 정말 조금만 남아 티도 안 날 정도의 힘과 함께.

“대전은 계속해라. 왕국은 계속 유지하게 해줄 테니.”

“...전 그만큼의 능력이 더 이상 없는데요.”

리나의 능력.

웬만한 신과 악마와도 합을 나눌 수 있었던 리나는 ‘제법 강한 강자’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상태면 100명씩 상대할 수도 없고 매번 전력으로 맞부딪칠 수도 없다.

언젠가는 반드시 싸움에서 패배할 거다.

그게 4일 뒤가 될 수도 있다.

김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너의 능력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받은 힘만 있는 게 아니야.”

“...”

“중요한건 네가 익힌 검술과 그걸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숙련도지.”

아무리 능력이 안 좋다 한들 그것을 활용할 머리와 실력만 있다면 충분히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전처럼 압도적인 경기력을 내진 못해도 생사결에 가까운 치열한 전투는 할 수 있으니깐.

그리고 그것은 리나가 바라던 일이었다.

“...그래요. 한번 열심히 해보죠!”

으짜!

리나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몸은 공허해졌지만 오히려 앞으로의 일이 기대 됐다.

사라진 힘을 대신해 새로운 무언가를 가득 채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옆을 보니 벌써 떠나려는 김윤이 보였다.

“올해 대전식은 그대로 진행하나요? 지금은 힘이 좀. 아니, 많이 부족한 거 같은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당신이 날 이겼으니까요.”

김윤은 리나를 이겼다.

원래대로라면 리나와 결혼을 해야 하지만 김윤은 결혼을 원치 않았다.

결혼을 대신해 김윤의 부탁을 반강제성으로 들어주긴 했으나, 만일 지금이라도 김윤이 결혼을 원한다면 망설임 없이 수락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묻는 것도 웃긴데 왜 결혼을 안 하려는 거예요?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어.”

“아… 하?”

너무나도 확고한 그의 말에 살짝 삐걱거렸지만 그래도 수긍은 했다.

그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그래…

“...그래요! 그쪽 말대로 그대로 대전식 해서 지면 확 결혼해버리죠.”

“맘대로 해.”

“......”

저 무심한 태도를 보니 진짜 뒤통수를 한대 치고 싶었다.

“이번엔 내 쪽에서 묻고 싶은데.”

“뭘… 요?”

그가 고개를 돌려 리나를 바라봤다.

“넌 왜 자신을 이기는 사람과 결혼을 하려는 거지?”

­

“흠… 그렇단 말이지...”

나는 대화를 끝으로 성 밖으로 나왔다.

츠즛.

중세식 정장 차림의 집사의 모습이 풀리고 원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레빗과 공유되는 능력 중 하나인 ‘둔갑술’이다.

“이상하지 않아? 하페루아?”

─뭐가?

“아니, 그렇잖아.”

쥐어 쥔 지팡이가 빛을 내고 어디론가 몸이 이동된다.

발밑을 가득 메운 마법진은 이동되는 와중에도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이유가 ‘자신을 이긴 자에겐 그럴 자격이 있어서’ 라니.”

얼마나 자기만족과 강함에 취해 있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관리자가 그러한 ‘설정’을 따로 부여했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지.’

마치 하페루아가 서큐버스의 조상격으로 바뀌어 버린 것처럼 말이다.

─난 또 뭐라고.

내 생각과 말을 읽은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년은 제대로 된 게임은 운영하는 년이 아니거든. 제멋대로 설정을 넣어놓고 그것에 희희낙락 하는 거야. 그러고 초월자랑 유저들이 빨아주니깐 좋다고 나대는…

둑이 터져 나오듯 하페루아는 열심히 관리자를 씹었다.

1년 동안 꾸준히 들어오긴 했지만 꼭 관리자 얘기만 나오면 말이 험해진다.

─아무튼, 한번 찾아볼까? 진짜 그렇게 했는지.

“맘대로.”

하페루아가 특이점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는 사이, 나는 지팡이의 마력을 흘려가며 이동 좌표를 조정했다.

어드벤처 행성 어느 곳이듯 좌표만 입력하면 이동할 수 있는 마법.

[고위 마법, 월드 비전을 사용합니다.]

[좌표 이동 2229,3390,77981.]

[이동이 완료되었습니다. ­ 예상위치 : 엔도라시.]

파앗.

“도착~”

어느새 내 몸은 리론 아카데미 쪽에 도착해 있었다.

지금쯤 결승전이 진행하고 있을 텐데~

─…

“왜? 뭐 찾았어?”

문양 너머, 하페루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런 설정 부여한 적이 없는데?

“...진짜?”

─응.

그럼 진짜로 그렇게 생각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경기장으로 향했다.

­

대망의 결승!

채림은 무대에 오르기 전 상태를 점검했다.

“결승입니닷…!”

[문제없을 거다.]

“후… 좋아좋아.”

님님이와 용용이도 문제없고 장비들도 충분하다. 위급할 시 마력 제어기를 조절해 언제든 필요 이상의 능력도 사용할 준비도 마쳤다.

마지막으로…

“흠… 아! 교수님!”

붕붕! 채림은 경기장 관객석에 앉아있는 김윤에게 손을 마구 흔들었다.

김윤은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대망의 결승전! 선수 입자아아아앙!

무기술 교수의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함성 소리도 울려 퍼진다.

어느새 무대에는 두 명의 선수가 올라와 있었다.

검은색 단발머리에 아카데미 교복을 입은 채림.

그리고 여전히 짙은 색의 로브를 두른 ‘카인’이 무대를 차지했다.

카인은 남청색의 머리카락과 자주색을 닮은 눈을 띄고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 리엔 교수님! 이번 상품은 뭐죠?

“이번 상품은…”

대망의 1등 상품.

경기장의 모든 이들이 무기술 교수 였에 서있던 리엔에게 쏠렸다.

마법 대전의 1등만이 얻을 수 있는 최종 보상.

모두가 원하고 기대하는 마도구였다.

리엔은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드문 웃음을 보이더니 손을 휘저어 작은 상자를 꺼냈다.

달칵.

“이것입니다.”

“오…”

“뭐야 저게?”

“글쎄? 비싼 반지인가?”

“내가 볼 땐 마석 같기도…”

리엔의 손에 들린 것은 붉은색이 눈에 띄는 작은 보석이었다

“제 마력과 리진 교수님의 조율로 안정화된 마석이죠. 어마어마한 마력이 있습니다. 음… 대충 상급 마석 10000개쯤 되는 양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건.”

‘나한텐 그다지 안 좋은 거 같은데….’

채림은 그렇게 생각했다.

저 정도로 엄청난 양의 마력이라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력 제어기가 제 효능을 발휘하지 못할 테니깐.

채림의 생각을 읽은 듯 리엔이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줬다.

“걱정 마세요. 마성에 오른 마법사 두 명이 제작한 물건이라 마석의 힘의 1% 정도만 사용 가능하답니다. 그 이상은 제어, 보안 마법이 걸려있어 사용이 불가하고요.”

“오오…”

“안정성의 문제는 이미 테스트를 갖춘 상태입니다. 억지로 제어를 풀고 사용하는 것은 두 명의 마성을 뛰어넘지 않는 이상 불가능…”

리엔의 추가 설명이 이어지고 다들 엄청난 보상에 놀란 듯 그녀의 설명에 집중했다.

채림은 눈앞의 카인을 보았다.

‘...반응이 없네?’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

대결을 준비하는 건가?

─자! 설명은 끝나고 진짜 시작 준비!

척. 척.

─3!!!

이전처럼 한방에 끝내면 좋겠지만 아마도 그러진 못하겠지.

─2!!!!

소문은 어느 정도 들었다. B 팀에서 무기술 교수님을 몰아붙였다고.

─1!!!!!

물론 나도 그러긴 했는데 그래도 난 정신 나간 상태였으니깐 상대는 더 강한…

─시작?

시작 멘트를 끝으로 브레스를 쏘려던 용용이와 님님이가 사라졌다.

“어라?”

[특성, 투기장이 발동합니다.]

[대상 ­ 유저, 한채림.]

[투기장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30% 저하되고, 이동속도가 90% 저하됩니다.]

“일도(一?).”

채림의 어깨에 피가 솟구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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