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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화 〉 7. 선택의 결과 (6) (165/318)

〈 165화 〉 7. 선택의 결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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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나를 덮은 건 단순히 출입을 막는 장막이 아니다.

왕국에 사는 수만, 수십만의 영혼을 담을 ‘그릇.’

그것을 온전히 운용할만한 마력과 격은 오보로스의 힘으로 감당하고, 그것을 실행시킬 열쇠는 같은 원념을 지닌 수백의 강자들을 제물로 바친다.

때문에 이들이 필요했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대전식에 참가한 도전자들.’

서로가 다른 생각과 사고를 가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같은 목표를 지니고 있다.

‘리나와 결혼하는 것.’

그것이 왕국이 되었든,

물질적인 것이 되었든,

리나 그 자체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반드시 리나와 결혼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단 하나의 목표를 지닌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아델리나를 목표로 잡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열쇠는 준비되었고, 그릇 역시 문제가 없다.’

수백의 원념이 담긴 열쇠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그릇’에 놓인 수만의 제물들 역시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이미 다른 분을 섬기기로 한 이상, 한번 시작되면 그 방향을 돌릴 수 없다.

제물 의식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건 아스텔과 카인. 단 둘뿐.

에볼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으니 아스텔만 제압하면 제물에게서 비롯된 힘을 온전히 인도할 수 있는 것이다.

계획은 완벽하다.

“이제 시작이다. 아스텔.”

스윽. 카일이 손을 뻗는다.

어둠으로 가득 찬 장막이 색을 드러내듯 검게 물든다. 어둠은 왕국의 모든 이들에게 표식을 지정했다.

갑작스레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표식을 본 사람들을 의문을 느꼈다.

“멈추십시오.”

“이미 늦었어.”

아스텔의 호박색의 머리카락이 검게 물들며 어둠이 쏟아지지만 이미 늦었다.

아까의 기습으로 아스텔에게서 계획을 실행시킬 수 있는 열쇠를 강탈했고, 에볼은 ‘부활’의 후유증으로 움직일 수 있을만한 상태가 아니다.

드득!

두 번째, ‘암실’의 영혼을 소모시킨다.

파직.

“지금.”

“...!”

콰가가가가가가─!!!

창공에서 쏘아진 보랏빛의 전류가 카인을 꿰뚫는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카인은 몸을 비틀어 어깨를 내주는 것으로 공격을 흘린다.

공격의 주체는 누군지 알고 있다.

“...카린.”

마탑의 수장이자 주요 ‘제물’ 대상자.

‘어디 갔나 했더니 기습을 노리고 있었군.’

“자마격뇌(???).”

파드드드득!

보랏빛의 번개가 어둠을 밝히고 창공을 메운다.

5성급에 달하는 특성과 마성에 오른 그녀의 마력은 어지간한 신을 능가할 정도로 두텁고 거대했다.

보랏빛의 번개가 이윽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낙뢰한다.

카인은 어둠을 둘러 공격을 막아내다 아쉬운 소리를 내뱉으며 대전장에서 벗어났다.

카인이 사라지자 아스텔에게 걸어두었던 투기장은 자연스레 해제되었다.

순간적으로 신성을 회복한 아스텔과 지상을 내려다보던 카린의 시선이 마주친다.

서로가 알고 있다.

이들은 결코 동료가 될 수 없는 것이.

분명 하나의 적을 격파하면 언제든 등에 칼을 꽂으리라.

그럼에도 그 둘은 우선순위를 하나로 정했다.

“...불신자를 동료로 두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우웅.

카린의 몸에 거대한 신성이 깃든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군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이참에 오보로스님을 따를 생각이 없습니까?”

“아니.”

카린이 밝은 휘광과 보랏빛 전류를 두르며 카인을 향해 날아갔다.

“저 녀석도, 너도, 그 망할 신도 용서 안 할 거야.”

신성을 담은 번개가 카인의 뒤를 쫓았다.

어느새 카린이 사라진 대전장에 홀로 남은 아스텔은 옅게 미소지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누님.”

“...”

“누님!”

“...?”

로즈는 눈을 떴다.

분명 대전을 보다 기절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망할 카인 새끼가 보인다.

그 뒤로는…

“...”

“어때? 아름답지?”

찬바람이 불어오는 밤 하늘.

그 아래로는 불타오르는 아델리나가 보였다.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아마도 전부...

“...미친 새끼.”

“누님은 말이 너무 험해서 탈이야. 입만 다물고 있으면 딱 내 스타일인데.”

“거지 같은 새끼.”

로즈가 욕을 뱉든 말든 카인의 시선은 여전히 아래를 향했다.

여긴 아마도 트라비아 호텔의 옥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카인이 왜 여기 있고 난 왜 또 여기 있을까.

“다들 어떻게 됐지?”

“아… 뭐 리나나 카린이나 이런 애들?”

“...”

카인이 웃는다.

불안해진다. 설마 다 죽었을까 봐 두려웠다.

그런 자신의 표정을 본 듯 카인이 쿡쿡거리며 웃었다.

“걱정 마. 안 죽었어.”

“...진짜?”

“진짜야 누님. 망할 것이 뭔 짓을 부렸는지 실행이 안 되고 있거든.”

암실의 제물의 ‘소모’가 지체되고 있다.

아무래도 앨리스를 죽이지 않고 가둔 게 문제였겠지.

흑마법사인 만큼 좋고 신선한 제물로 이용하려고 일부로 그런 식으로 가둔 게 독이 될 줄은 몰랐지만. 상관은 없다.

의식이 시작되고 표식이 모두에게 새겨진 만큼 시간의 지체만 있을 뿐이다.

이대로 1시간만 있어도 모든 영혼이 그릇의 제물로 바쳐질 거다.

“카이이이이이인!!!”

“지겹게도 오네.”

콰아아앙!!

지축을 가르는 번개 소리와 함께 휘광을 두른 카린이 내려왔다.

호텔 건물이 무너지고 파편들이 아래로 낙하했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아니, 다칠 사람이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카린?”

“...생성.”

꽈드득!

카린을 중심으로 허공에 거대한 영역이 생성된다.

그녀가 직접 마법을 통해 만든 마법 공간으로 카인의 특성인 투기장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녀의 마력이 카인의 뒤쪽에 있던 로즈를 끌어올려 했으나 푸르스름한 어둠에 의해 막혀 튕겨져 나갔다.

카인은 자신에게 무차별적으로 마법을 난사하는 그녀를 막지 못하고 뒤로 몸을 빼었다.

“당신이 강한 건 알겠는데…”

[특성, 투기장이 발동합니다.]

[특성, 투기장은 현재 비정상적으로 강화되어 있습니다.]

[숨겨진 특성, 1회성 스킬 봉인이 발동됩니다.]

[고위 마법, 초영역(???)이 봉인됩니다.]

[스킬 충돌로 적용되지 않았던 디버프가 유저, 카린에게 적용됩니다.]

“읏!”

초영역으로 투기장을 무력화 시키던 카린의 육체가 급속도로 약화된다.

나름 준비해둔 수가 너무나도 쉽게 파훼당했다.

“설마 이게 다야?”

“그럴 리가.”

파각.

상공에 깔린 투기장의 영역이 준동한다.

주위의 마력이 파도처럼 이리저리 휩쓸리고 주변을 지나던 공기는 불안정하게 뒤틀렸다.

마성은 마법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대의 경지.

마성에 오른 마법사는 조금, 아주 조금이나마 자연의 법칙조차 뒤틀 수 있다.

파득! 강대한 마력에 카인이 설치한 영역이 비틀린다.

카인은 감탄했다.

과연 저게 인간으로서 가능한 경지인가.

아무리 아스텔의 신성의 보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대폭 감소된 상황인데 저 정도라니.

지금의 카인은 무슨 수를 써도 그녀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재밌구나. 재밌어.”

“어…?”

방금 전까지 말이다.

왕국 전체를 덮은 막이 일렁이고,

강대한 마력을 펼치던 카린은 기다란 묵빛의 창에 꿰뚫려 아래로 추락한다.

“카린! 큭!”

구세주가 나타나길 기다린 로즈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발에 밟힌다.

세상은 수천 개의 묵빛의 창이 산발해 제물들을 꿰뚫는다.

‘...무리했지만 이 정도는 약과지.’

‘소모’가 온전히 되지 않은 상태로 일을 진행하긴 했지만 한번 시작된 이상 녀석들이 나를 막을 방법은 더 이상 없다.

창이 쏟아지는 곳에는 두 개의 거대한 어둠의 눈이 아델리나를 관조했다.

‘시초’를 목도한 카인은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발아래에 깔린 로즈를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하지 마!”

“누님. 잘 봐둬.”

“하지 말라고 개자식아!!”

“이 세계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그리고 나는, 인간의 틀을 벗어던지고 신의 영역에 오른다.

­

“무슨…”

아스텔마저 떠난 대전장.

암실에서 빠져나온 리나는 대전장의 바닥을 굴렀다.

무려 한 나라의 공주가 땅의 흙과 모래를 잔뜩 뒤집어쓴 꼴이 되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델리나를 덮은 어두운 장막.

왕국 곳곳에서 피어난 연기와 불꽃.

귀에 선명하게 들려오는 주민들의 비명소리까지.

이제껏 그 어떠한 침략도 허용하지 않았던 아델리나 왕국이 멸망에 길에 들어서고 있다.

“아, 안돼. 이건… 있을 수 없어.”

분명 이럴 리가 없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리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대전장을 걸었다.

과거 같은 힘이 없는 리나는 한없이 무력했다.

그래, 과거였다면.

과거였다면 저 가증스러운 암막을 검으로 걷어내고 빛을 불러왔을텐데.

세계의 법칙조차 벨 수있던 그녀가 고작 강자를 베는 정도로 떨어졌다.

그렇게 어지럽게 걷던 그녀는 대전장 한구석을 구르고 있는 용찰검을 보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용찰검을 잡았다.

한 손에 들어온 용찰검은 원통한 듯 울음을 터트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나약해진지 모르겠다.

아마도 상대의 정신을 뒤흔드는 그 흑마법이 가득한 공간에 있었기 때문이라.

리나는 나약한 마음가짐을 바로잡았다.

자신의 단짝과도 같은 용찰검을 쥐니 힘이 들어차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좋아 이대로 가서 놈을…”

뚝.

한 발자국을 내밀자 온몸이 경직되듯 멈추었다.

방금까지 생긴 자신감이 그저 한밤중에 일어난 꿈이라는 듯이 다시 온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한다.

꿈틀.

장막이 일렁이고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어둠을 가진 두개의 눈이 이곳을 내려다본다.

“아, 아아아…”

무력.

무력했다.

압도적인 존재 앞에선 인간이란 그러했으리라.

아무리 산을 베고, 수백, 수천의 마물을 죽일 힘이 있어도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그녀의 손에 들린 용찰검이 파르르 떤다.

그리고 용안(?)이 상대를 파악한다.

만일 저것의 본체가 되는 신이 온다면 아무리 힘을 잃기 전의 그녀라도 이기지 못하리라.

그런 사실까지 알게 되자 리나는 용찰검의 눈이 원망스러웠다.

뭘 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존재.

아무리 자신이 수백, 수천 번을 도전해도 닿지 못할 것 같은 존재.

그런 존재는 그녀의 인생에서 단둘 밖에 없었다.

하나는 그녀의 스승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마주한 김유…ㄴ?

“어?”

거대한 두 눈이 관조하는 이곳.

그녀의 시선에 들어선 것은 여전히 하품을 내쉬며 대전장 관객석에 앉아있는 김윤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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