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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2화 〉 10. 이루어질 수 없는 (3) (182/318)

〈 182화 〉 10. 이루어질 수 없는 (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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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 아니 이그네아 네가 왜….?”

수인화를 아직까지도 유지하고 있던 네메린느는 혼란한 표정으로 이그네아와 김윤을 휙휙 돌아봤다.

네메린느가 아는 이그네아는 승부를 굉장히 중시하는 녀석이다.

항상 이그네아와 게임하면 승패가 어찌 됐든 매판이 마지막 판인 것마냥 집중을 유지했고,

사소한 것이라도 이득볼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서서 원하는 것을 챙기는 성격이었다.

물론 아리아에게는 조금 관대하긴 했지만.

아마도 아리아가 천년도 안될 무렵에 많이 챙겨준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아리아와 전혀 상관없는 이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결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메린느.]

그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슥 돌린다.

이그네아의 시야가 닿은 곳에는 꼬치를 입에 왕창 물고 있던 고양이 수인이 보였다.

[...그리고 스틸. 다 왔구나.]

“뭐야? 우리가 올 걸 알고 있었어?”

[응. 워낙 시끄러워서 말이지.]

으짜~ 이그네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명의 정령왕 중에 가장 키가 큰 정령왕답게, 네메린느보다 머리 한 개 하고도 반개보다 더 컸다.

[못 본 사이에 취향이 많이 바뀌었구나?]

“...닥쳐.”

[...네 계약자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마음에 안들거든!”

이건 단순히 패배의 여파일 뿐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벗고 싶은 마음뿐이다.

...라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전하군.’

이그네아는 피식 웃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벗을 수 있으면서 계약자의 뜻을 맞춰준다.

그게 네메린느 스스로가 세운 ‘기준’이다.

네메린느가 제멋대로긴 해도 자기가 스스로 정한 기준은 철저히 지킨다.

그랬기에 ‘가족’인 네메린느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녀석이라면 나의 비밀을 알아차려도 막을 수 없을테니까.

자신이 세운 기준을 깨지 않기 위해.

[보상을 줄 시간이군.]

“음.”

그리고 그런 상황을 김윤은 묵묵히 지켜보다 백색의 검을 내밀었다.

“이거 참 다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고 싶나 보네.”

[...]

김윤의 장난 섞인 말에 이그네아의 표정이 살짝 움찔했다.

말에 진의를 파악하는 눈빛.

그러나 아무런 속셈이 안 보이는 그의 눈에 이그네아는 시선을 떼었다.

[6번째 정령왕을 맞이하려 하는가?]

“어.”

[정령왕이 늘면 늘수록 우리의 존재는 더욱 흐려진다. 우리를 구성하던 격(?)은 힘이 나누어 질 것이고, 우리를 정의하던 기준은.]

씨익.

[...힘을 잃겠지.]

그날이 온다면 더 이상의 제약은 무의미할 거다.

더불어 그녀와 나를 가로막던 벽도.

“...”

[헌데, 정령왕을 만들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벌써 두 명의 정령왕의 압도적으로 찍어누르고 동의를 받아낸 인간.

세피드의 말대로 굉장한 녀석들이긴 하다.

‘굳이 정령왕 따위를 만들어서 이득볼 것이 없는 자들.’

정령왕의 이름을 격하시켜야 하는 그로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자의 속셈은 대체 무엇일까?

“이유라…”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뭐?]

그는 정말로 모른다는 듯 그리 말했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끝끝내 대답을 찾아낸 듯 입을 열었다.

“굳이 따지자면 변수를 차단할 용도라고 해야 하나? 그게 아니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강박증일지도 모르지.”

시스템 위에 있는 적과 싸우기 위해.

위를 깨트리고 그 위로 올라가기 위해.

나는 조금이라도 더 강해질 필요성이 있다.

“동의나 해줘.”

[...나, 불의 정령왕이자 정원의 주인, ‘이그네아’는 6번째 정령왕 ‘히아트’의 빛의 진화에 동의한다.]

화륵.

그의 심장에서 뽑혀 나온 불꽃의 마력이 찬란한 빛에 스며든다.

「▼▼정── 」

슬슬 윤곽을 드러낸 힘.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

“윤씨!”

잠시 ‘정원’의 휴식처에 쉬게 된 나는 안겨오는 다윤을 마주했다.

아까는 동의를 먼저 받는 게 우선이라 다윤과 이랑이 자연스레 빠져 주었지만, 상황이 정리되고 회포를 나눌 수 있었다.

“수고했어.”

“헤헤… 뭘요. 저흰 별로 한 게 없는걸요.”

다윤은 김윤의 품에 안긴 채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년간 ‘벽’을 넘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다.

자신의 직업인 월광검사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수련했다.

그 과정에서 검의 극의에 달한 고수를 만나 그녀의 가르침을 받았고, 하산한 뒤에도 불가능을 베기 위해 검을 잡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그렇게 노력하며 다시 시작된 첫 임무였건만…

‘그저 찾다가 끝나다니.’

윤 씨와 레빗은 정령왕들과 치열한 승부를 벌여서 이겼는데 우리는 그저 술래잡기나 한 셈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안기니 기분은 좋지만.

“그런데… 그 악마랑 채림이는 어디 갔어요? 같이 다닌다 하지 않았나요?”

“아, 하페루아는 안왔고 채림은…”

바람의 정령과의 계약을…

「▼▼정── 」

치직.

「▼정령─ 」

“?”

“냥?”

“?!”

[뭐… 야?]

모두가 느낀 이변.

그것은 북쪽에서 시작된 거대한 번개의 영향이었다.

번개는 반대편의 정원에서도 보일 정도의 거대한 스파크가 천지를 준동했다.

얼마나 심한 여파였는지 네메린느는 수인화도 푼체 제힘을 최대로 발현했다.

어느새 바위의 형태를 띤 스틸은 레빗의 머리 위에서 중얼거렸다.

[...아리아가 없다. 뭔 일이 생긴 게 분명하군.]

[설마… 죽은 건가?]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네메린느의 말에 스틸은 턱짓하듯 몸을 조금 움직였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오들오들 떨고 있던 아리아의 위령(?)을 가진 미야가 보였다.

[저것이 있으니 ‘물의 정령왕’은 죽지 않았다. 다만...]

스틸은 침음했다.

[아리아 자체는… 확신할 수 없군.]

[...말도 안 돼. 설마 정령왕 이름이…]

[...서둘러 가야겠다. 계약자, 당장 ‘바다’로 가야 한다!]

“냥?”

레빗은 머리 위에 스틸을 슥 보더니 이내 나를 보았다.

여러 명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나는 하늘 전체에 물든 스파크를 보았다.

“일났네.”

­

좌표만 안다면 어디는 이동 가능한 월드 비전을 통해 빠르게 가고 싶지만, 아쉽게도 월드비전은 분리도시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좌표를 정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네메린느의 바람과 각종 장비 및 직업의 특수능력을 이용해 빠르게 ‘바다’로 이동했다.

수많은 실력자들이 다수 모인 터라 이동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크읏…!”

[으윽…]

콰지지지지지직─!!!

강렬한 번개가 북쪽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

번개는 북쪽뿐만 아니라 동쪽, 서쪽까지 서서히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화륵.

“...내가 하기에는 효율이 안 나. 상성도 안 맞고, 무엇보다 저기 느껴지는 마력의 밀도가 너무 높아.”

이랑은 분홍빛의 불꽃을 휘감으며 눈앞에 번개에 손을 대었다.

강렬한 번개는 파지직─ 거리며 이랑의 손을 태우려 들었으나 살짝 따끔거리는 정도로 충격을 완화했다.

[난 못한다.]

[...난 상성이 맞지만 지금 몸 상태가 말이 아니군.]

네메린느와 스틸은 그리 말했다.

저 둘은 정령왕이라는 행성에서 손꼽히는 초월자지만 문제는 저 안에 있는 것은 단순히 ‘정령왕’만이 아니다.

게다가 정령왕의 이름이 많이 흐려진 터라 지금 저 둘은 우리를 만나기 전보다 훨씬 약해진 상태다.

‘...물에 정령왕에 외부 차원의 초월자, 게다가… 특이점까지 쓰고 있네.’

전처럼 2번 정보창을 키지 않는 이상, 나조차도 저 중심부로 들어가면 좋은 꼴을 보지 못하리라.

“내가 해보겠다냐!”

우웅─!

스틸과 계약한 레빗은 번개와 물, 모두에게 상성이 뛰어난 대지의 힘을 극대화했다.

팔을 쭉 뒤로 뺀 레빗은 소닉붐을 일으키듯 번개 장막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아아아아아앙!!!

한순간 모두의 눈에 섬광이 들어서고 거대한 폭발에 의한 충격에 스틸과 네메린느는 저 멀리로 날아갔다.

머리가 산발이 된 네메린느는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옆에 날아온 스틸에게 말했다.

[...저런 거랑 싸운 거야?]

[패배는 당연한 일이었다...]

두 패배자가 그리 말하는 동안…

“냥?”

파직.

번개는 멀쩡했다.

정확히는 영역을 확장하던 번개의 속도가 늦어지긴 했지만 먹혀든 공격은 전체의 10%도 안됐다.

“...삼지창이 문제네요.”

다윤은 월광의 검을 뽑아들었다.

[ 네르토르의 삼지창 (레전드리***)

설명 ­

물과 벼락의 신, 네르토르의 힘이 담긴 삼지창입니다.

상반된 속성을 가진 무구는 어떠한 상성도 무로 돌릴 것입니다.

­

능력치­

패시브 : 모든 상성 무시.]

초월자, 네르토르의 삼지창은 모든 상성을 무시한다.

지금 그것에 주인은 채림이니…

채림에겐 상성이든 뭐든 그냥 강한 공격에 불과하다.

“할수 있겠어?”

“물론이죠.”

뚜벅.

“이런날을 위해 그간 수련했으니까.”

다윤은 월광의 검을 두 손으로 잡고 눈을 감는다.

그녀의 손에 월광의 빛이 스며들고 낮과 밤이 반전(反?) 한다.

어느새 북쪽의 밤하늘에는 노란빛의 보름달이 뜬다. 밤하늘 메운 보름달은 주인을 맞이하듯 월광의 빛으로 밤을 밝힌다.

“후우…”

최강을 동경한 월광의 검술이 하늘을 베기 위해 검을 든다.

월광의 검신은 어느새 태산처럼 거대해진다.

마침내, 월광은 최강에 맞닿는다.

월광식(月光?)

칠월(七月) ─ 절뢰검(雪?)

피잇.

하나의 선이 밤하늘의 영역을 잠식하려 드는 전류의 흐름을 가로지른다.

그 선은 불규칙한 흐름을 가로질러 전류의 흐름을 두 방향으로 나누었다.

[...?]

그것을 지켜보던 네메린느는 눈앞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온 세상을 태울 듯이 타들어가던 번개가 마치 공간이 분절되듯 두 갈래로 쪼개진다.

어느새 선이 지나간 자리는 하나의 길이 되었다.

“가죠.”

그녀는 싱긋 웃으며 앞장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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