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14. 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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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꼭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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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먹었네. 이제 남은 방법은... '그 방법'뿐인가.'
예진은 대놓고 분노를 표출하는 용을 바라보며 자조했다. 역시, 너무 마음이 급했던 것 같았다. 그 서큐버스 년이 유혹을 시도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오빠를 얻으려고 하지는 않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거대한 뇌전이 하늘에서 빗발치며 몇 번의 섬광이 모두의 시야를 가린 순간, 예진이 예고도 없이 도약했다.
그녀가 목표로 한 것은 놀아주는 느낌으로 상대하고 있던 세 명의 간부. 섬광 탓에 눈을 감고 있어 제대로 된 반응조차 하지 못한 세 사람은, 순식간에 그녀의 주먹과 발차기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렇게 방해되는 이들을 끝장낸 예진은, 허공에 <비행>마법을 통해 떠 있는 겨울 쪽으로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울은 그런 그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겨울은 <비행> 마법과 <점멸>을 섞어 가며 거리를 벌렸다.
거리만 좁히면 돼. 그럼 이길 수 있다.
분명 예진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겨울은 자주는 아니지만 오래토록 그녀를 봐왔고, 그 덕분에 예진의 생각과 행동패턴들을 완벽히 꿰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성가신 원거리 직업 유저들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대부분의 스텟을 투자해 만들어난 견고한 맷집, 그리고 치명적인 스킬들은 기가 막히게 피해내는 우월한 반응 속도를 믿으며 돌격한 후, 공격이 닿을 만한 거리가 되면그대로 끝장을 본다.
벗어나기 위해 이동기를 쓰면 곧바로 따라붙고, 맞딜을 시도하면 그대로 상대방을 분쇄해 버린다.
말 그대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었지만, 그런 예진의 플레이 스타일에 반한 사람들은 랭킹이 높은 낮든 수도 없이 많았다. 그 정도로 매력적인 운영 방식임과 동시에, 상위권 유저들에게도 통하는 전투 운영법이란 소리였다.
그러나 그 단순한 방식에 당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같은 식의 싸움이 반복된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대책을 마련하는 법. 현재 겨울은 그녀와의 전투를 위한 보험을 미리 잔뜩 들어 둔 상태였다.
겨울은 예진은 상대하기 위해, 각종 버프들을 동원해많은 종류의 스텟 중 마력 스텟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이동기 스킬 쿨타임 효과를 증폭하고, 딜량은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
다른 스텟이나 체력을 올려 주는 버프 스킬에 대한 투자가 거의 전무하기에,몸이 너무나도 약해 제대로 된 공격을 맞는 순간 빈사 상태가 되겠지만
‘그거야, 치명타만 안 맞으면 되는 일이지.’
이쪽도 반응 속도 하나는 자신 있었다. 그 반응 속도와 동체시력만으로 랭킹 3위권까지 찍은 사람이 바로 겨울이었다.
무엇보다, 겨울의 자신감의 근거는 단순한 반응 속도와 마력 스텟에 대한 믿음만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의 실수로 인한 피격을 대비한 버프와,미리 만들어 둔 수천 개의 얼음으로 이루어진 화살들이 바로 또다른 자신감의 근거들이었다.
겨울이 명령하자 얼음 화살들이 방향을 바꿔 예진의 신형을 겨누었다.
화살촉이 다른 유저들을 향하게 둔 것은 어디까지나 위협이었을 뿐. 실질적인 목표는 결국 그녀 한 명 뿐이었다.
시전자의 손짓에 따라, 수천 개의 푸른 화살비가 그녀에게 내리꽂혔다.
[칠십이예(七?二?)대력금강수(大力??手)]
불가(?家)의 상승절기(上??)이자돌이나 쇠 등은 물론이고, 대성(大成)할 시 미스릴이나 합금으로 이루어진 갑옷마저 간단히 부술 정도의 강령한 장법. 그녀의 손바닥이 소림사의 장법을 펼치며 허공에 충격파를 발산했다.
아무리 그 수가 많다고 해도 <아이스 볼트="">는 결국은 하급 마법. 하급 마법의 한계를 보이듯, 그녀가 가볍게 내지른 장법에 수백 개의 화살이 파괴되어 그 파편들이 허공에 흩날렸다.
부러지거나 튕겨나간 화살들 덕분에 촘촘하던 화살비 사이에 거대한 빈틈이 생겨났다. 그 틈으로 재빨리 몸을 통과시킨 예진은 다시금 이쪽으로 다시 달음박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화살들은 수도 없이 남아 있었다. 갈 곳을 잃은 채 방황하던 화살들은, 목표를 재지정하자 이내 전보다 빠른 속도로 예진을 따라붙기 시작했다.
[천상비(?上?)]
성가신 화살비의 추격에서 벗어나겠다는 듯, 보법을 통해 위로 솟구쳐오르는 예진. 그녀의 목적대로, 대부분의 <아이스 볼트="">가 방금 전까지 예진이 위치해 있던 바닥에 박히며 힘을 잃고 물로 녹아내렸다.
그러나 움직임을 견제하던 화살의 대부분이 사라졌는데도 예진은 다시 땅바닥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예진은 레벨 150대의 유저로서, 경공이 전설 속의 [능공허도(????)]의 경지에 다다른 존재.
원한다면, 보법을 통해 날아올라 상대방에게 공중전을 거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공중에선 결국 보법을 통해 제한적인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대방과는 달리, 이쪽은 <비행>을 통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공격을 하기 위해서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 예진에겐 공중전이란 자충수나 다름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공중전을 고집하겠다는 듯허공을 마치 발판처럼 딛으며 거리를 좁혀 오는 상대에게, 겨울은 비웃음을 날렸다.
공중전은 유명한 겨울 자신의 특기. 상대가 누구든, 어떤 직업이든 간에 공중전에선 우위를 점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함께 게임을 즐겼던 예진 역시 이를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공중전을 해보겠다며 이쪽으로 거리를 좁혀 오는 것은, ‘네자신있는 방식으로 너를 꺾어버리겠다’라는 노골적인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녀의 도발을 받아주기 위해겨울은 공중에 서서 캐스팅을 시작했다.
<중급 마법:="" 냉기="" 발톱(Polar="" Claw)=""/>
피격 시 이동 속도를 낮추는 냉기가 손끝에서 사출되었고,
<중급 마법:="" 지옥의="" 장벽(Wall="" of="" Hell)=""/>
지옥의 불꽃으로 이루어진 벽이 나타났으며,
<중급 마법:=""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
연쇄적인 감전으로 신체의 움직임을 멈춰 버리는 뇌전 수십 갈래가 허공을 수놓았다.
거리를 좁혀 오는 입장에서, 까다롭게 느껴질 법한 마법들이 수도 없이 발현되었다.
그러나, 이런 스킬들에 대한 예진의 대응 방식은 무식하면서도 효과적이기 짝이 없었다.
냉기로 이루어진 발톱은 투기를 모은 손으로 가뿐히 쳐냈고,
벽은 강화된 각력으로 뛰어넘어 최대한 속력을 유지했으며,
하늘을 수놓은 뇌전들은 그냥 몸으로 받아내며 무시했다.
그 다양한 스킬들의 연계들은 그녀의 굉장한 돌진의 속도를 늦추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완전히 저지하는 건 실패했다.
겨울이 또다른 마법을 위해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이미 예진은 그의 지척까지 도착해 있었다.
“딱 대!”
냅다 [천상비]를 통해 허공을 밟고 다시금 도약한 그녀가 목표물인 겨울에게 닿기 직전,
<점멸(blink)/>
겨울은 눈앞의 귀여운 수인 한 마리를 놀리듯, 전이 마법으로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점멸>로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최대 30m.
그 30m는, 예진이 마음만 먹으면 단 한 호흡 안에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에 불과했다.
“잡았다”
[향룡십팔장잠룡물용(????)]
왼손을 마치 용의 아귀처럼 손가락을 모아 갈퀴로 만들어서 내뻗는 그녀에게, 겨울은 상대방의 공격의 경로를 틀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마법을 시전했다.
<상급 마법:="" 중력장(gravitational="" field)=""/>
본래대로면 수십 미터 반경의 중력을 강화하는 마법이지만, 약간의 조작을 가해 작용점을 극히 작게 만들었다.
작용점이 작을수록 가해지는 힘은 늘어나는 법. 강화된 중력의 힘에 내밀었던 그녀의 왼손이 거칠게 튕겨나갔다.
그러나 기술[향룡십팔장잠룡물용(????)]에서의갈퀴 모양을 만든 왼손은 그저 페이크일 뿐, 실질적인 공격에 사용하는 것은 오른손이었다. 몸 뒤에 숨겨져 있던거대한 투기가 모여 붉은 빛을 내는 오른손이, <점멸>로 다시금 거리를 벌리려던용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피부가 접촉하려던 순간, 서로의투기와 마나 실드가 서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외부의 기운과 충격에 반응하여 자연스럽게 시전자를 보호하고 상대방을 밀어내는 마나 실드. 겨우겨우 상대방에게 접근한 예진 입장에서 성가시기 짝이 없는 마법이었다.
이런 성가신 방어마법들을 파훼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무지성 극딜로 실드를 깨부숴 버리거나, 파쇄격 같은실드 내부의 사용자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스킬로 상대방을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무식한 돌격을 좋아하는, 자칭 상여자 예진은당연하게도 두 가지 방법 중 전자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딜로 찍어누른다. 극성 s성향인 그녀에게 이보다 더 꼴리는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찍어 누른다니, 너무 야하지 않아?
실제로 그녀가 언젠가 했었던 말이었다.
“흡!”
그녀는 파이터 특유의 부족한 딜량을 채우기 위해, 거리를 벌리는 상대방의 뒤를 따라가며주먹을 모아 예의를 다한 공수의 자세를 취했다.
용족에게는 용언 마법이 있고 악마에겐 흑마법 스킬이 있듯이, 수인 역시 특별한 종족 스킬이 하나 존재했다.
수인들은 흔히, 초원에서 부족 사회를 형성하여 약육강식이란 규율을 내걸고 일생을 투쟁과 함께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부족 사회를 형성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전신(戰?)’들. 수인들은 전신이나 투신들을 섬기며 이들의 강력함을 숭배했다.
그렇게 숭배를 받은 전신 및 투신들은, 자신의 신자들 중 강인한 전사들에게 그들이 숭배하는 자신들의 힘을 일시적으로나마 빌릴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었다.
그 강력한 기술의 이름은 [투신강림]. 실제로 신이 강림하지는 않지만, 사용 시에 마치 진짜로 전쟁의 신이 강림한 것과 같은 위용을 보여줌으로서 붙여진 기술명이였다.
[투신강림]의 효과는 간단했다. 힘과 민첩을 늘린다. 힘과 민첩에 비례하여 데미지가 증가하는 파이터에겐, 사실상 딜을 몇 배나 늘려 주는 데미지 뻥튀기용 스킬이었다. 그리고 '딜찍누'를 사랑하는 예진에겐 딱 맞는 기술이었다.
[건어뢰신(??雪?),무옹퇴신(???). 타케미카즈치여, 현세의 벽을 넘어 이곳에 현현하라.]
간단한 기도문과 함께 전설 속 전신(戰?)의 투기가 예진의 온몸에서 솟구치며주변 수십 미터 반경까지 퍼져나갔다.
'대단하긴 하네.'
순간적으로, 정말로 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용족으로서의 프라이드, 우월감마저 순간적으로 지워 버릴 정도로 강력한, 소름끼치는 투기의 양과 순도는 참으로 놀라웠다.
그러나, 이 승부는 겨울의 승리였다. 예진 역시 이를 예감한 듯, 당황스런 눈빛으로 비틀거리며 마법진을 형성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비틀거림과 동시에, 주변을 가득 채우며 빛나던던 거대한 붉은 투기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술 [투신강림]의 사용에 실패한 것이었다.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머릿속에 선명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느낌이 드는 전언이 들려왔다.
[꺼져라. 최면순애, 하램순애를 주장하는 쓰레기 변태에게 내 힘을 빌려줄 생각은 없다!]
기본적으로 설정상 [투신강림]은 투신을 섬기는 수인들에게 신들이 힘을 직접 나눠주는 기술. 힘을 빌려주는 주체인 신이 그것을 거절한다면 성공을 할 수 잇을 리가 없었다.
"변태라니! 하램순애, 강간순애는 순애가 맞다고! 정통 순애파에게 그게 도대체 무슨 망발"
씩씩대며 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늘을 바라보고 역정을 내는 예진. 겨울은 그런 그녀를 보고 허허로이 웃으며 생각했다.
'역시 현실과 게임 속에서의 시스템은 약간씩 달라. 분명 <드래곤 하트="">의 효과도 실제 게임 내에서의 효과보다 훨씬 강력했지.'
저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웃기긴 했지만, 일단 싸움은 싸움이다. 승패는 확실히 가려야겠지. 일단 상의도 없이 날뛴 예진은 산 채로 냉동시켜서 머리를 좀 식힐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겨울은 그렇게 캐스팅하던 마법 스킬을 완성했다.
당장이라도 상대를 죽이라고 외쳐 대는 머릿속의 외침을 무시하며, 겨울은 최대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머리 좀 식히고, 나중에 대화 좀 하자. 알겠지?"
<용언 마법:="" 최초의="" 서리거인이미르의="" 숨결(Ymir’s="" breath)=""/>
<이미르의 숨결="">. 겨울이 스킬트리에 채용한채 10개가 안 되는 용언 마법 중가장 소모값이 큼과 동시에, 위력 역시 가장 강력한 마법이었다.
그날, 대한민국의 한 변두리 도시에는 높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빙산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