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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두 개 달린 용족이 되었다-50화 (50/59)

〈 50화 〉 21. 취조

* * *

말 그대로 한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짙은 어둠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두든 검은색밖에 보이지 않는 방 한가운데에 각뿔 모양의 전등 하나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

마치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연상시키는 둥근 조명 아래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 주변에서 느껴지는 짙은 마나의 향기. 정신을 살짝 집중하니 마나로 이루어진 선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상태로 눈에 마나를 두르면...’

눈에 세밀한 기운이 모이는 게 느껴졌다. 마치 렌즈를 끼는 것 같은 불쾌한 감각에 눈을 몇 번 깜빡이고 나니, 마나에 담긴 정보가 읽히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무슨 마법이 저 주변에 펼쳐져 있는지, 혹은 인챈트되어 있는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는 소리였다.

심지어 이 능력에는 제한도 없는 건지, 상대가 캐스팅 중인 마법 스킬이나 마법 함정까지도 간파해낼 수 있었다.

‘<불규칙 맥박(irregular="" pulse)="">에, <제한명령(restrict)>인가? 거기에 마법들을 해제하려 시도하면 <자폭>이라...내가 모르는 사이나름 실력있는 마법사 인재를 영입했나?’

앞선 두 마법은 마법사 제압용으로 대중적으로 채용되는 스킬인 만큼 습득 조건을 충족하려면 단순한 스킬 포인트만으론 불가능하다. 직접 마탑에 찾아가 책장을 뒤지거나, 특정 던전을 클리어한 후 낮은 확률로 나오는 스킬북을 습득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희귀 스킬들이었다.

저 두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마법사라면 나름 그런 정보에 빠삭한 엘리트일 게 분명하고, 당연히 자신의 마법의 흔적을 지워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특히 일종의 트랩이나 다름없는 <자폭>마법은.

그러나 지금 내 눈­ 그러니까 내 스스로가 마력시(?力?)라고 이름지은 이 능력에는 그런 노력조차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저번에 <세뇌>를 간파한 이후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능력이었는데, 이렇게나 사기였을 줄이야. 아마 짐작하건데 이 사기적인 능력은 동화율이 오른 덕에 생겨난 것일 터.

며칠 전부터 고민한 일이었지만, 되도록 동화율은 올리고 싶지 않았다. 마법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동화율이 올라갔고, 동화율의 퍼센테이지가 조금씩 올라갈 때마다 내가 내가 아니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서 직접 나서면 간단히 해결될 저 남자를 제압하는 일도, 예진이와 예림이에게 맡긴 것이다. 물론 생각보다 수준 이하라 예진이 혼자서 간단히 압도했다고 들었지만.

그러나 이런 사기적인 능력을 제공하다니, 어쩌면 이대로 동화율을 올리고 나 역시 성장을 연속한다면...

‘그 1등을 초월할 수 있지 않을까?’

녀석의 종족은 평범한 인간이다. 평범한 인간 종족은 동화율을 올려도 평소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들었었다. 종족 특성도 전무한 만큼 특별한 보상도 없다고 했었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드래곤 종족, 마법사로서의 동화율을 올려 마력시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깨닫게 된다면? 나와 1위 사이의 격차는 순식간에 줄어들 게 뻔했다.

게임이 출시되고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그 탈인간급 유저를, 내 손으로 끌어내린다?

그리고, 세계 1위 랭커가 되어 모두의 위에군림한다?

모든 종족을 초월하는 위대한 드래곤들의 피를 받은 후예로서, 이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겨울 씨. 혹시 뭔가 문제가 있나요?

“아...”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더라.

머리가 멍했다. 마치 방금 전까지 술이라도 마셔서 필름이 끊긴 느낌.

머리를 짚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말 그대로 한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짙은 어둠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두든 검은색밖에 보이지 않는 방 한가운데에 각뿔 모양의 전등 하나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

마치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연상시키는 둥근 조명 아래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아, 심문을 시작해야지.

나는 스스로 ‘마력시’라고 이름지은 능력을 통해 심문방 안을 둘러보며 태평히 생각했다.

‘<불규칙 맥박(irregular="" pulse)="">에, <제한명령(restrict)>인가? 거기에 마법들을 해제하려 시도하면 <자폭>이라...내가 모르는 사이나름 실력있는 마법사 인재를 영입했나?’

***********

심문은 일사천리로 끝날 '예정'이었다. 자수정 광산을 대가로 받았으니, 확실히 이번 일은 해결하고 갈 생각이었거든.

나는 마법사들이 괴로워하는 고문 방식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희귀한 스킬북을 찾기 위해 뒤지다가, 흥미롭게 읽었던 마탑의 책 중 하나에는 어떤 방식으로 마법사들을 고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삽화가 너무 잔인해서 얼마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장 끔찍한 고문이 적혀 있다길래 호기심에 펼쳐 본 ‘마지막 장’의 내용은 알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캐릭터를 그 책에 적힌 방법으로 괴롭혀봐야 모니터 뒤의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리가 없으니 쓸모없는 정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데에 도움이 될 줄이야. 사람 인생은 살다보면 역시 모르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그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지.그 책의 내용이 뭔지 알아?”

“...”

심문 도중에 늘 그랬듯, 남자는 내 친절한 질문에도 침묵을 유지했다. 사실 질문에 대한 답을 남자가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마탑의 모든 책을 외우고 있는 미친 변태가 아닌 이상 모르는 게 당연했으니.

그랬기에 나는 대답을 듣는 걸 포기하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정부에서 유저들의 도움을 받아 만든 저급한 마력 구속구와 디버프 마법에 제압당한 남자와는 비교가 불허한 정순하고도 압도적인 용량의 마나량이었다.

“이 정도면 네 마나량의 열 배는 되려나.”

나는 내 몸에서 뽑아낸 마나를 모아, 둥글게 뭉쳤다.

“<판타지아 온라인="">의 세계는 게임 내에선 적용되진 않았지만, 쓸모없는 지식이 적힌 책이나 벽화들이 많았어. 그리고 그 중에는 ‘금서’로 지정된 것들도 존재했지.”

내가 이 타이밍에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남자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기회야. 네가 무언가 속셈이 있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어. 말해.”

“...퉤.”

지칠 대로 지쳐 제대로 조준은 못 했는지, 그의 더러운 침은 내 소매에 닿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 대답은 되었다.

이쯤 되면 누구나 유추할 수 있듯, 마법사에 대한 고문법이 적힌 그 책은 당연히 금서였다. 애초에 마법사들만 존재하는 마탑에 마법사를 고문하는 법이라니. 금서로 지정된 게 아니라 아예 불태워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 끔찍한 금서 마지막 장에 나와 있는 고문법은 바로, ‘폐인 만들기’였다.

준비물은 상대 마나의 총량의 열 배에 가까운 마나. 원래대로라면 십수 명의 마법사들이 모여야 간신히 진행 가능한 방식이었지만, 나는 마나 하나는 넘쳐나는 드래곤님이셨다.

물론 고문 방법의 이름이 '폐인 만들기'라고 해서 실제로 사지를 자르거나 하는 단순한 방식은 아니었다.그런 고문법은 앞선 페이지들에 수두룩했으니.

“숨 참아. 쇼크사하기 싫으면. 물론 쇼크로 심정지가 와도 바깥의 의사와 사제들이 살려내겠지만. 아, 아니면 이쪽이 편하려나.”

손짓 몇 번 만에 정신력을 강화시켜 주는 버프 계열 마법들이 그의 정신을 또렷하게 일깨웠다. 이걸로 그가 쇼크사하거나, 기절해서 고통에 쉽사리 해방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제서야 안심한 나는 뽑아낸 마나를 구슬처럼 뭉쳐, 그의 입 안으로 흘려넣었다.

내 몸에서 나온 마나인 만큼, 그 푸른 기운이 그의 몸 속 어디쯤에 있는지 상세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신경이 이어진 내 몸 일부가 그에게 잡아먹힌 것처럼.

인간의 내부에 이리저리 닿는 마나와 감각을 공유하는 일은 굉장히 역겨운 느낌이었기 때문에, 나는 빠르게 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내가 손을 몇 번 까닥이자, 마나로 이루어진 구슬은 마법사의 생명과도 같은 심장부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안을 넘나드는 피와, 마나 로드라고 불리는 제 2의 신경망을 장악했다.

이제부터 해야 할 짓은 간단했다.

녀석의 몸을 스며든 마나로 마구 뒤흔들고, 불태울 것이다.

입을 끝까지 안 연다면, 평생 마나를 못 느끼는 몸으로 만들어주마.

심장과 심장을 타고 흐르는 모든 혈관들이 불타는 것과 같은 고통은 덤이었다.

물론, 마나를 못 느끼는 cctv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겐 남자가 그저 '발작'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마나를 느끼는 유저들이라도 cctv너머로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

물론 그들이 이 심문실로 쳐들어오는 동안 모든 일은 끝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가 하는 행위는 '심문'이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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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어딘가, 그날도 우리에겐 평범한 출근길이었다. 하얀 가운을 챙겨입고, 명찰이 잘 달렸는지 체크한다.

언제나와 같은 일상적인 나날이었다.

­꺄아아아악!

동료 연구원의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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