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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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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일어나서 밥먹어라."
또 귀찮은 소리가 들렸다.
내이름은 박현준, 적당히 공부하고 게임하고 애니보는 그저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애니를 보는게 평범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냥 친구 몇명있고 잘살고있는 고등학생이다.
애니를 보면서 느꼈다. 난 진짜로 소꿉친구라는 소재가 마음에든다.
그래서 항상 일어날때나,학교가서 잘때나,밥먹을때나,자기전이나 나에게 소꿉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나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나는 무조건 이렇게 말할거다.
"제발 소꿉친구를 만들어주세요!"
오늘도 항상 그래왔던대로 아침을 먹고 이 역겨운 학교라는 곳에 가고있다.
"야, 박현준!"
이 실실 웃으면서 아침으로 식빵1개를 먹고있는 놈은 내 제일친한친구 권태준이다.
사실 제일친한친구라 해도 그나마 친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애가 얘밖에 없지만 말이다.
"식빵 먹을래?"
"싫어"
"그래, 야 어제 '소꿉친구가 5등분' 봄?."
"당연히봤지. 미야즈키 단발 개이쁘더라."
"그치? 작가 이새끼가 제정신이면 여친이 5등분꼴 안나게 제일 인기많은애로 엔딩나게 해야해."
그렇다 이렇게 제일친한친구가 나에게 만들어진 이유는 바로 애니다.
그냥 씹덕끼리 모인거지만 그렇다고 내가 학교에서 미쳤다고 오타쿠 씹덕짓거리를 하진 않았다.
나는 내성적이라 인싸들처럼 여러명이랑 노는 스타일이 아니다.
어떻게 친해지게 된거냐면······
"반납이요."
"오 뭐야 너 이런거 읽어?"
"응? 왜?"
"아니 나도 이런거 좋아해서······근데 이런거 있는지 몰랐는데 어디에있어?"
"저기 800번 일본문학쪽에······."
"오~ 고맙다! 좋은정보 겟~ 근데 니이름은 뭐야? 난 3반 권태준!"
"난 박현준, 5반이야."
이렇게해서 그냥 서로 애니얘기하다보니 친해졌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처음 반에 왔을 때 주는 좆같은 종이, 제일 친한 친구 이름 적는거에 그나마 얘를 쓸 수 있다.
물론 3명이름 적는거라 쓸모없다만.
수업시간,쉬는시간 다 졸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여기학교는 중학교때보단 급식이 잘 나온다. 꽤 먹을만하다.
역시 같이먹을 사람이 없어서 태준이랑 같이먹는다. 혼자 먹을 순 없잖아?
"그래! 내가 이 학교를 다니는 이유지~ 더받아야겠다."
"작작쳐먹어라. 그러다 저놈처럼 돼지된다?"
"그럼 진짜로 씹덕처럼 보일려나? 우하핫"
오늘 급식은 돈까스로 맛있게 잘 나왔다. 태준이는 2조각 더 받아서 먹었다.
"야 나 화장실좀······."
"그렇게 쳐먹으니 배탈이나지."
"니애미~ 으악 시발 나오겠다!!"
친한친구랑은 항상 이게 일상 아닌가?
어쨌든 할 게 없어서 운동장에 나와봤다
"꺄하핫~! 넣었다!"
"채륜아!!! 멋지다!!!"
저기 저 남자애들 사이에서 축구하고 있는 크기가 눈에띄게 커다란애는 우리학교에서 제일 인기많고 예쁜 이채륜이다.
하필이면 저딴 인싸랑 같은반이 되서 계속 다른반애들이 쳐들어온다. 존나거슬린다.
툭!
"야, 현준아! 거기 공좀."
"자,"
와 미친 개좋은거 봤다, 채륜이가 공을 주우려고 숙였을때 속옷에 감싸여져있는 거기가 살짝 보였다. 이나라에선 나오기 힘든 거다.
와······저런애가 내 소꿉친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현준아, 뭐봐?"
"그냥, 아무것도."
"오······ 저기 이채륜? 이야 이쁘지? 거기다 크기도 진짜크고······ 저런애랑 남친인 새끼는 존나부럽다."
"넌 그래도 나처럼 내성적인건 아니여서 친구 많잖아."
"그래도 너처럼 씹덕얘기는 할 수 없거든? 미쳤다고 '벽력일섬!' 거리냐?"
"그건 인기있어서 괜찮을지도?"
"우하하핫!"
남은수업도 밥먹어서 그런지 졸려서 싹다 졸았다. 그냥 학교에서 하는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이제 드디어 이 감옥을 빠져나가고 집으로 간다. 아······ 드디어 천국으로 간다. 가서 밀린거나 빨리 봐야지
"우하핫! 그래 피규어살돈 모아봐야지 내일보자~"
"그래~"
애니를 보다보니 이채륜이랑 닮은애가 나온다.
눈깔괴물이랑 현실이랑 뭘 비교하나 싶겠지만, 긴 포니테일의 빨간머리와, 저 큰 가슴이 닮았다!
"아······ 아까 본거 개지렸지······."
나도 참 미쳤나보다. 나 이러다 언제 한 번 큰거하나 저질러서 잡혀가는거 아니냐?
그나저나, 시험이 2주남았는데 공부는 언제하지?
"에휴 모르겠다~ 그냥 애니나 마저 보자."
"현준아 밥먹어라~"
어느새 저녁먹을 시간이다.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가 똑같이 지나간다. 밥먹고,학교가고,집오고,애니보고,게임 일일미션 다 깨고,애니보고,자고······.
가끔씩 현타와서 '차에치여 뒤지고 여신을 만나고 소원으로 여신을 같이 이세계로 데려가서 돈벌며 여자랑 놀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렇다. 애니 좀 아는사람은 이게 뭔 내용인지 잘 알거다.
"······."
"졸리네 그냥 자자. 일찍자야 키가크지."
내가 지금 그나마 나에대해 칭찬을 할 수 있다면 키가 다른 또래애들보다 크다는 것 이다.
이것밖엔 없다. 난 지금까지 모쏠아다로 여자한테 접근한 적도, 여자애가 나한테 접근한 적도 없다.
그리고 항상 내가 자기전에 하는 행동이 있다. 그것은 바로, 베개밑에 '소꿉친구를 만들어 주세요!' 라는 구절이 적힌 종이를 놓고 잔다.
미친놈처럼 보이겠다만, 난 진짜로 소꿉친구가 가지고싶다.
얼마나 좋은가? 매일매일 여자애가 달려와서 가까이있고, 학교에서 부러움을 삼고, 언제 내 부모님과 친구 부모님이 같이 여행가서 서로 자게된다면······
어쨌든 이 미친짓거리를 중1때부터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하고있다. 물론, 소원이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소꿉친구에 대한 꿈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꾼 적 없다.
"······."
아······아침이다. 알람이 울리지 않은 것을 보니 일찍자서 일찍 일어났나 보다.
역시나 소꿉친구가 나오는 꿈 같은건 나오지 않았구나. 씻고 어제 올라온 애니나 한편 봐야지.
"읏쌰."
침대에서 일어나니 뭔가 몸이 묘하게 가벼운 느낌이 든다. 아니, 시야도 좀 약간 내려와 보이는 느낌도 있다.
"음..?"
그냥 자고일어난지 막 됐으니 기분탓일 거라고 생각했다.
화장실 거울에서 나의 모습을 볼 때까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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