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꿉친구에 미친놈-2화 (2/39)

〈 2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1

* * *

시발.

돌겠네.

어쩌다 이지랄이 났을까······

한번 어제까지의 일들을 돌이켜보자······

분명 나는 매일매일을 항상 똑같은 하루로 살아왔다.

일어나서 밥먹고 학교가고 집오고 애니보고 밥먹고 애니보고 자고······

아니 항상 이렇게 살아왔는데 왜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는거야 시발

설마 어제 채륜이의 가슴을 본 죄로 이렇게 된걸까? 신이 나를 이렇게 만든걸까?

"······."

아니, 혹시 난 지금 죽어서 이세계로 온거 아냐?

갑자기 내가 심장마비가 와서 고통없이 순식간에 죽었다면, 나는 지금 마치 애니 전생유직처럼 아기가 되어서 이세계에 온걸지도 모른다!

"······."

지랄하네 시발. 애초에 여긴 우리집이잖아. 구조도 똑같다고······

잠깐, 일단 폰부터 확인해보자! 혹시 전세계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지도 모른다고!

"······?"

잠만, 내폰이 왜이래? 아니 왜이리 구려? 켜지는 속도부터 디자인까지 존나 무슨 내가 아빠한테 소리지르고 지랄해서 처음으로 얻었던 폰마냥······

개시발.

와 시발 미치겠다.

폰이 켜지는 순간, 내가 어떤 숫자를 보았다.

2014년도······

여긴 과거다.

여긴 2014년으로 내가 원래 살던 2021년보다 7년 과거이다.

그래서 내 몸이 이렇게 초등학생시절의 몸처럼 작아졌나보다.

내 폰도, 내가 난생 처음으로 쓴 폰 옛날폰이라 성능이 구리다.

내 몸엔 아직 거기에 털도 안 난 상태다······

"하······ 시발."

내 폰에 저장되어있던 아주 소중한 보물자료들도 다 날아갔다······ 하긴, 이나이때의 내가 그런거를 뭘 알겠냐.

어쨌든 난 반드시 다시 돌아 갈 방법을 생각해내야한다.

"아!"

갑자기 순간 머리속이 새하얘지면서 생각이 났다!

나는 곧장 내 침대의 베개 밑을 들춰보았다.

역시 내 예상대로 '소꿉친구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구절이 적힌 종이가 놓여져 있다.

난 분명 이짓거리를 중학교때부터 시작했다. 근데 이게 왜 내가 초등학생시절인 지금 베개밑에 놓여져있나?

답은 하나다.

"소원을 이따구로 쳐들어주면 어떡해 시발년아!!!!!!"

귀머거리를 어떻게 쳐먹었으면, 소꿉친구를 만들어 달랬지, 시발 소꿉친구를 내가 다시 만들 수 있게 해달랬냐?

아니, 잠만······

진짜로 내가 그냥 이 과거에서 친한 여자애를 만들고 다시 고등학생시절로 돌아가게 된다면······?

"······."

"드디어 됐다 시발!!!!"

지금 이순간, 내 평생의 소원이 이루어진거나 마찬가지다.

그냥 내가 여기에서 친한 여자애를 만들고, 쭉쭉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면 자연스럽게 소꿉친구가 만들어지는거다!

와······ 진짜로 이루어지는구나.

내가 이 미친 짓거리를 그동안 6년동안 쳐하면서 현타가 얼마나 왔는데, 진짜 꿈마저 안나와서 그만두려고 했었다고.

근데 생각해보니까, 친한 여자애를 어떻게 만들지?

연예인들도 몰라서 여자애들 관심사에 맞춰 이야기 할 수도 없고······

아니, 애초에 나는 여자애들한테 관심도 없고 여자랑 이야기도 잘 안 한 아싸새끼다. 무슨배짱으로 여자애들이랑 대화를 하겠냐?

내가 여자들한테 관심있는건 오직 크기. 심지어 크다해도 난 그 여자를 잡을 능력도,자신감도 없다.

"조졌네······."

그나마 내가 희망을 가질건, 학교에서 만날 다른 여자애들도 초등학생이란 점이다.

이렇게말하니까 존나 로리콘같네······

뭐어때, 나도 지금 쇼타인데······

"현준아! 밥먹어라~"

응? 벌써 밥먹을 시간인가? 잠만, 거울보고 놀라고 생각하느라 씻지도 못했는데?

그래, 일단 밥부터 쳐먹자.

과거의 엄마는 정말 변한게 없는 것 같다.

요리실력이 달라진것도 아니고, 애니처럼 뭐 이쁜것도 아니고, 과거나 미래나······ 아니 현재인가?

빨리먹고, 씻고 학교로가자.

"······."

외롭다.

보통 이 위치에서 태준이가 식빵1개를 물면서 튀어나오는데, 차소리도 안들리고, 걷는소리도 안들리고, 고요하다.

내가 중학교 시절에 친구가 정말 1명도 없던 학기가 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터벅,터벅,터벅

발걸음소리가 들린다.

터벅,터벅,터벅,터벅

점점 더 빨라진다. 뭐지? 누가 뛰어오나?

터벅!,터벅!,터벅!,터벅!

"으아악! 비키세요!!"

"뭐야 시발?"

쿵!

아 시발 존나 아프네.

어떤년이 대가리로 내 명치를 존나쌔게 박았다.

뭔가 데자뷰가 느껴지는데······분명 이런 시츄에이션을 애니에서 본거같다.

애니에서 본장면이고 나발이고, 그냥 나한테 이런일도 쳐일어나네. 진짜 더럽게아프다.

목소리는 초딩이였는데······ 누구지?

어, 잠만······

얘 분명 어디서 본거같은데? 빨간머리가 특히 걔랑······

"으······ 아프잖아요! 왜 거기에 서있어요?"

시발 이 목소리톤, 지가 뛰다가 나한테 쳐박은걸 내탓하는 이 더러운성격, 그리고 빨간머리······

얘 이채륜이다······고등학생의 그 존나크고 이쁜 이채륜······

"아니 왜 내탓을해? 니가 달려오다가 나한테 박은거잖아."

"으······ 야, 박현준! 니가 알아서 피해야지!"

시발 니애미한테 그렇게 배웠냐?

순간 이말을 뱉을려다가 그냥 마음속으로 뱉었다.

내 정신상태는 고딩인데, 얘는 그저 잼민이 초딩이다. 진짜 말하는거 존나 개념없네.

근데 얘 왜 내이름 알고있냐?

······맞다 얘 나랑 이때 같은반이였지? 난 왜 몰랐냐······

"어휴, 그래그래 미안하다~ 근데 너 왜 뛰어? 학교갈때까지 얼마 안걸릴텐데······."

"뭔소리야? 우리 지각까지 3분남았어!"

"······어?"

아, 까맣게 잊고있었다. 아니 초딩때를 내가 어떻게 기억하냐고······

우리 초등학교는 8시30분까지 등교다. 난 초등학교면 대충 9시까지로 생각했는데?

"조졌다, 일단 빨리 뛰자!"

채륜이랑 같이 존나게 뛰어서 어찌어찌 교문 통과는 했다.

학교가는길을 몰라서 일단 생각나는대로 걷고있었는데, 다행이 채륜이랑 만나서 채륜이만 쫒아가니 학교로 도착했다.

덕분에 초등학교길도 다시 떠오른거 같다.

"헉, 헉, 진짜 큰일날뻔했다······."

"헉, 헉, 어후······ 그래, 채륜아 진짜 고맙다."

"응? 내가 뭘했다고?"

"너아니였으면, 하아······ 하아······나 지각했을거야······가는길에 만나서 다행이야."

"어······? 그래······뭘! 헤헷!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아 근데 진짜 죽을거같아······ 가서 물마시고싶다."

"그래 빨리 들어가자."

나 방금 좀 멋졌나? 라노벨에서 이런 구절을 봤었다.

여자한테 마음껏 칭찬해라. 그러면 언젠가 알아서 벗고 달려들테니······

얘가 초딩이라서 먹히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명 채륜이랑 여기서 친해진다면, 나중에 엄청 크고 예쁜 소꿉친구가 되는것은 확정이다!

심지어 지금은 같은반! 반드시 한동안 남들의 시선이 느껴지던간에, 초등학교국룰 '저새끼 여자랑논다!'라는 소리가 쳐들려도······

다 무시하고 무조건 채륜이랑 친해지는거다. 그럼 나를 놀리던 새끼들도 나중엔 하나같이 다들 입다물고 부러움에 삼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겠지······

벌써 얼굴에 웃음기가 돈다.

"뭐가좋다고 그렇게 실실웃어?"

"응? 아,아니 그냥······ 하하."

수업시간이다.

초등학교과정이라 그런지 하나같이 다 볼필요도없는 허접한 교육들이다.

당연하지만, 어렵지 않네. 시험볼때 올100맞아서 인싸가 될 수도 있을 거같다.

······와이 종소리 존나그립네.

쉬는시간이다. 일단 이 얼마 없는 쉬는시간에, 나는 무조건 여자애들이랑만 놀면서 소꿉친구를 만들어 내야한다!

물론 여자애들의 품질도 당연히 중요하니 봐줄 필요가 있다.

얼마나 몸매와 얼굴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 알아내야한다······

존나 미친놈같네.

잠깐만,

여자랑 어떻게 대화하지?

시발 미치겠다.

아침에 생각하다 밥먹어야해서 끊겼지······

아 그냥 밥 먹지말고 계속 생각할걸······

보아하니 여자애들은 여자애들끼리, 남자애들은 남자애들끼리 놀고있다.

여자애들은 뭐하면서 노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대화같다. 연예인 얘기려나?

남자애들은 팽이랑 유희왕 카드가지고 놀고있다. 난 초딩때 없어서 같이 못놀았지······

갑자기 존나 슬퍼지네.

아진짜 어떡하지? 생각하자······ 생각해······!난 초딩때 애들이랑 뭐했냐······!

······그냥 엎드려서 쳐 자느라 친구도 없었구나······

"······?"

저기에서 뭔가 음침한 오라가 발산되는듯하다.

아무래도 친구없는 아싸같은데, 나같은애도 있구나······

······쟤 여자인데······?

······이건 기회다! 솔직히 지금 나한텐, 여자랑 대화할 능력도,얼굴도 없다! 저런 아싸여자라면 나랑도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거다!

몸매와 얼굴이 나중에 얼마나 이뻐질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진짜로 난 답없어서 이채륜이랑은 등하교때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최선의 방법으론 친구없는 아싸 여자애들이랑 친해져서 소꿉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이뻐질지,커질지도 따지지않고 일단 아무나 만들어보자.

"저기······ 뭐해?"

"어······? 그냥······ 책······ 읽고있어······"

보아하니 소설이구나. 내가 읽는 라노벨은 아니지만, 어쨌든 일본인이 쓴 일본문학 소설이다.

······얘 잘하면 내취향에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오······ 너도 책 좋아해? 나도 책 좋아하는데! 근데 너 이름이 뭐야?"

"······이름? 아······ 나 조용해서, 다들 내 이름도 모를테지······ 난 신정윤······."

"난 박현준, 이따가 점심시간에 도서관가서 책읽을래?"

"어······ 괜찮네······ 그래, 가자."

와······ 미친 내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오래 여자랑 대화해본적은 처음이다.

이 아이는 신정윤, 책을 좋아하고, 나같이 내성적이라 책만 읽어서 친구가 없는듯하다.

물론 내가보는책은 그렇고 그런책이라 학교에선 못 읽고 그냥 엎드려서 자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일단 채륜이는 너무 인싸스타일이라 저 무리에 끼어들어서 대화하기엔 어렵고, 지금은 정윤이한테만 다가가서 친해지자!

그럼 언젠가 중학생,고등학생이 되면 항상 붙어다니면서 서로 집에도 놀러가겠지!

그리고 얘 얼굴도 나름 나쁘지않다. 앞머리가 좀 길어 눈이 가려져있지만, 그래도 큰 눈이 살짝 보이는게 꽤 이쁘고 매력적이다.

아직 초딩인 애한테 몸매를 따지긴 너무 이르고······

아······ 이젠 베개밑에 '정윤이 가슴 커다랗게 해주세요!'란 구절을 쓴 종이를 놓고 자게생겼네.

아니, 그렇게 해야겠다. 그리고 정윤이도 나와 같은 관심사가 되면 권태준처럼 훨씬 더 많이 대화할 수 있는 소재도 늘어나겠지?

많이 친해져서 집에도 들락날락 할 수 있게되면, 애니도 좀 보여줘야겠다.

"아하핫! 점심시간 존나 기대되네! 도서관에서 계속 정윤이 옆에서 기대고 있어야지!"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