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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 미친놈-14화 (14/39)

〈 14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13

* * *

"오······ 분위기 있는데?"

다음 방으로 와보니, 이번엔 푸른 조명과 어울려져 음산한 분위기가 난다.

"이번에도 단서가 될만한 거!"

예민이는 이번에도 흩어져있는 물품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윤이는······ 인형의 옷을 벗기고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해서 나올리가······

"여기있다!"

"오? 뭔데!"

······인형의 옷을 벗기는 아이디어는 누가낸거야?

"여기, 인형 배에 문제 써있어."

"오······ 진짜네······."

1 3 A 7 9

11 13 B 17 19

1 8 8

2 4 8

3 2 6

4 4 C

A+B­C

"으음······."

"이번에도 숫자네요."

"A랑 B랑 C······."

······쉽네.

A랑 B는 홀수나열하면 바로 나온다.

"A는 5고 B는 15네."

"어······ 에···? 어째서···?"

얘는 전교회장 맞냐···?

······내가 고딩이라 빨리찾은건가.

"1 3 5 7 9 홀수잖아요."

"어······ 아···! 그러네!"

"오······ 제법이네."

잼민이한테 이런칭찬을 받을줄이야.

"그럼 이제 남은 건 C인데······ 이건 뭐지?"

"어······ 폰 비밀번호인가···?"

"어······ 알거같아요."

또다시 정윤이가 입을 열었다.

책만 읽어서 그런지, 이런 거 진짜 잘 푸나보네.

"이번에도 곱셈이요."

"음······ 곱셈?"

"1X8 8 2X4 8 이렇게 보세요."

"오······ 알겠다!"

"······은근 쉽네."

······이건 넌센스문제급도 아니잖아.

문제들이 다 너무 쉬운거 아냐?

"5+15­16이니 답은 4겠네요."

"근데······ 이 4로 뭘 하란거지···?"

"으음······ 아까처럼 상자를 또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다시 흩어진 물건들을 하나하나 다 살펴보았다.

그때, 드디어 예민이가 한 건 했다.

"이거이거! 찾은거같아!"

"어디어디?"

"음······ 술병···?"

"와인병으로 보이는데······."

와인병 밑에 종이가 붙어있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별 하나에 추억과=2

별 하나에 사랑과=A

별 하나에 쓸쓸함과=4

별 하나에 동경과=B

별 하나에 시와=C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1

AXBXC=?

이렇게 적혀있다.

······아무리 나라도, 딱 감으로 알 수 있다.

······존나 어렵다.

"어······ 잠깐만. 이거 뭐야···?"

"어······ 모르겠는데···?"

"이건 뭔 문제냐······."

그동안 문제가 쉽다 생각했더니.

그대로 뒤통수 세게 맞았다.

────────────────

"······진짜 모르겠다."

"저도 모르겠어요······."

"으음······ 힌트 없어?"

"힌트······ 쓸까···?"

"쓰,씁시다······."

다들 이 문제 하나 때문에 의욕이 풀 죽어버렸다.

예민이는 무전기를 들었다.

"힌트······ 쓸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이거, 별 하나 문제 한트좀 주세요······."

"······받침을 유의하세요."

"······."

······받침을 유의하라고···?

······뭔 개소리야.

"흐음······ 힌트를 들어도 모르겠는데요······."

"받침······ 받침······."

"······받침···?"

예민이가 뭘 알았다는 듯이, 병 아래에 붙은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저······ 뭔가 알아냈나요···?"

"으음······ 받침······ 받침 갯수 아냐···?"

······받침 갯수······

······얼추 들어보니, 진짜로 받침 갯수인 것 같다.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다.

별 하나에 추억과=2

별 하나에 사랑과=A

별 하나에 쓸쓸함과=4

별 하나에 동경과=B

별 하나에 시와=C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1

첫 번째 문장엔, 별과 억. 받침이 2개.

두 번째 문장엔, 별,랑 2개. A는 2

네번째 문장엔, 별,동,경 B는 3

다섯번째 문장엔, 별 하나 끝. C는 1

AXBXC는 6이다.

진짜 존나 어렵네······

"······누나, 찾았어?"

"받침 갯수 맞는 거같아!"

"그렇지? 근데 6인건 알았는데 어떻게 하지······."

"저······ 자물쇠 열었어요."

"······에?"

"······뭐라고?"

정윤이가 잠긴 문 쪽에서 손을 들고 말했다.

······열었다고···?

"어······ 문제 풀었는데, 뭘 풀어?"

"이거 자물쇠······"

"······진짜 풀었네···? 이럼 안 되는거 아냐···?"

"어······."

자물쇠에는, ?=?>?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우리가 구한건 6과 4.

대입해보면, 6=6>4로 딱 맞는다.

"혹시······ 비밀번호가 664야···?"

"어······ 응."

"그,그래도 풀었으니까! 우린 다 맞춘거라고!"

"근데······ 어떻게 자물쇠 푼거야···?"

"그냥 번호 돌려보면, 소리가 나는게 있어."

······대단하다 진짜.

문제를 푸는게 아니라, 자물쇠를 풀어댈 줄이야······

────────────────

"다 탈출했어요!"

"축하드립니다. 제한 시간 10초 남기고 다 푸셨네요."

"다행히다······."

자물쇠 미리 안땃으면, 늦을 뻔했다······

"여기, 탈출 상품입니다."

"와!"

안내원이 보상으로 과자 여러 개를 우리에게 주었다.

······돈 내고 받는거면, 병주고 약주고 아냐···?

······머리아프니까 생각은 그만하자.

────────────────

"헤헤······ 잔뜩 받았네."

"돈주고 한 건데, 주는게 맞나···?"

"뭐 어때. 비싸니까 받는거지."

"······비싼 거에요···?"

"응. 많이."

"어······ 저런게 왜요···?"

"손님 재방문도 어렵고······ 문제를 아니까 여러 번 갈 수 없어서?

······듣고보니 좀 미안한데.

"그래서, 다음은 어디갈거에요?"

"음······ 배고프지않아?"

"어······머리아파서 전 모르겠네요······."

마음대로 자물쇠 딴게 누군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됐네."

"배고프지? 그렇지?"

"아침 먹어서 잘은 모르겠다만······ 뭐 먹을거에요?"

"응! 뷔페!"

"오······."

······근데 돈은···?

······갑자기 진짜 미안해지는데.

"저······ 돈은요···?"

"내가 다 쏜다!"

"어······ 돈 많나보네요."

······나는 진짜 받기만하네.

"근데······ 어디 뷔페요···?"

"초밥뷔페! 괜찮지?"

"일식이면······ 전 괜찮아요. 정윤아 너는?"

"······상관없어."

"그럼, 지금 갈까요?"

"그래! 가자!"

그렇게 우리는, 피곤해진 머리를 밥생각으로 덮으며 식당으로 걸어갔다.

────────────────

"카드로요!"

"결제 완료됐습니다. 제한 시간은 2시간입니다."

"감사합니다!"

예민이는 카드를 건네며 결제를 했다.

"저······ 얼마에요···?"

"어······ 디저트값까지 합해서 3명 36000"

"······언젠가 꼭 갚겠습니다."

"갚을필요까진 없는데······."

우리는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식탁으로 갔다.

"얘들아 밥 받으러 가자!"

"뭐, 뷔페니까······ 정윤아 가자."

"······응."

────────────────

"어······ 너무 많이 받았나···?"

"······."

"······."

예민이는 음식이 접시 아래로 조금씩 흘릴 정도로, 많이 담았다.

나는 초밥이랑 샐러드를 받아왔고.

정윤이는 볶음밥이랑 돈까스를 적당히 받아왔다.

"하웁······ 맛있어···!"

"여기 초밥 괜찮네요······."

사실, 초밥 뷔페에 온건 처음인데······

뷔페인데도 불구하고 초밥 종류가 많아서 진짜 좋았다.

이런 데가 있었을 줄이야······

────────────────

"맛있네요 여기."

"그치? 그치? 내가 아는 진짜 좋은데라고!"

"꽤 먹을 만 하네요."

우리는 여러 번 더 받아서 배터지게 먹었다.

아이스크림까지 있고 진짜 다 맛있게 먹었다.

근데······

······계속해서 시선을 받는 것 같아서 너무 불편해···!

금발 미녀랑 백발 소녀를 두고 먹는데.

계속해서 사람들이 힐끔 날 쳐다본다.

······빨리 먹고 나가야지.

"근데······ 이 다음엔 뭐 해요···?"

"음······ 밥까지 먹고 끝낼려고 했는데······더 놀거야?"

"어······ 글쎄요···? 정윤아, 너는?"

"······오늘 진짜 재미있었어요."

정윤이는 이만 돌아갈려고 하는 듯 하다.

뭐······ 방탈출 하느라 채력을 너무 써버렸지.

"으쌰···! 으······ 배 터질 것 같아······ 이만 돌아갈까?"

"그러죠······ 저도 더이상 음료수도 안들어가요······."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밖으로 걸어나왔다.

────────────────

"으으······ 배불러······."

"그럼, 저흰 이만 가볼게요."

"그래······ 월요일날 학교에서 봐!"

"네, 감사합니다. 오늘 재미있었어요."

"헤헷······ 내가 재미있을 거라고 했지?"

정윤이와 나는 같이 집쪽으로 걸어갔다.

────────────────

"다행히, 선배가 놀리거나 하진 않았지?"

"······응."

엄청 붙어있다고 놀릴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같이 재밌게 놀았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같이 걸었다.

따스한 공기가 서로의 얼굴에 느껴졌다.

······그때, 정윤이가 고요함을 깨고 닫힌 입을 열었다.

"······서점가자."

"······응?"

"······안될까···?"

"안될 건 없는데······ 왜 누나가 가고 말하는 거야?"

"······같이 가면 놀릴 것 같아."

딱히 놀릴만한 성격은 아닌 거 같은데······

책 읽는다고 놀리는 것도 아니고.

"나야 상관 없긴하지······."

"그럼, 저기. 가자."

"어······ 응······."

우리는 상가 안의 서점으로 들어갔다.

"여긴 다른 데네?"

"응. 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싫어."

확실히, 여기는 규모가 좀 작긴 해도, 사람도 덩달아 적다.

우리는 책을 한 권씩 골라와 같이 앉아서 읽었다.

────────────────

사람이 적은 곳이라 우리는 마음 편히 읽을 수 있었다.

고요함이라는 장소가 있다면 이 곳일까.

"여기서 뭐해?"

"······?"

"······어떻게 왔어요···?"

······예민이가 우리가 있는 서점에 들어왔다.

······어떻게 알고 들어온거지?

"그냥······ 너희들이 상가에 들어가는 게보여서······."

"아······."

"······."

······정윤이는 꽤나 불편해 하는 모양이다.

"근데, 왜 나빼고 여기에 온거야?"

"어······ 그냥 누나는 책 싫어할 거 같아서······."

"난, 현준이가 가는데면 다 좋은데~"

"여,여기서 달라붙지 마세요···!"

"······."

예민이는 내 옆에 앉아서 내 팔을 잡았다.

······발육이 잘된 가슴이 내 팔에 닿는다.

"가,같이 있을 거면 책이라도 갖고와요······."

"음······ 알았어!"

잠시 후, 예민이는 만화책을 들고왔다.

"······만화책이에요···?"

"어······ 니 예상대로 난 책 싫어해······."

그럴 줄 알았다.

회장이란 애한테 본받을 게 없네.

우리는 다시 고요함 속으로 들어갔다.

────────────────

"역시 만화책은 재밌다구~"

"······."

예민이는 내 옆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여기가 사람이 없는데라 다행히지······

"저······ 그만좀 다가올래요···?"

"왜에~ 따뜻해서 좋은데~"

"······."

내 답변엔 정반대로 행동하여 좀 더 가까이 밀착해온다.

이러다 얼굴까지 닿겠다······

"우으······."

"······에?"

이번에는 정윤이가 내 옆에 밀착해온다.

······이건 뭔 상황인데.

······존나 좋잖아?

"아,아니······ 왜 다들 그렇게······."

"어머~ 정윤이가 꽤 추운가봐?"

"······그러는 당신도 꽤 추운가보네요."

"어머? 너는 그렇게 껴입고 그런 목적이 아닌 거 같은데~"

······점점 더 둘의 신경전이 거세진다.

서점이라 목소리를 안 높이는거지.

마음 만 먹으면 바로 싸울 기세로······

"······다 읽었어요. 그만 가죠."

"에? 벌써? 좀 더 있자~"

"그,그만···!"

"우으···!"

······내 팔이 압력에 의해 터질 것 같다.

특히 정윤이쪽이······

뭐이리 세게 잡는거야······

"사,사람들이 쳐다보잖아요···!"

"우으······ 어차피 별 상관 없잖아?"

"······사람도 적어요."

"하아······ 진짜로 나가요."

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상가 밖으로 재빨리 나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고다.

양 옆에 미인 둘이서 나를 사이에 두고 껴안다니.

내 평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근데 사람들 앞에서까지 이런 짓을 하기엔 좀······

"그럼, 진짜로 이만 돌아갈게요!"

"응. 잘 가! 월요일날 보자! 재미있었어!"

"네······."

"······."

드디어 집으로 돌아간다.

하아······ 오늘따라 더 피곤한 하루였어.

사점건만 아니였어도······

"······그만 떨어져줄래···?"

"······추워서 그래."

······나는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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