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14
* * *
"다녀왔어."
"벌써 돌아왔니?"
"벌써는 뭔 벌써야······ 몇시간이 지났는데."
"밥은 먹었어?"
"응. 먹었어."
나는 피곤한 몸을 거느리며 침대에 풀썩 누웠다.
"왠지 오늘따라 훨씬 더 피곤하다고······."
평소에 밖에 안나가서 그런가······
서점에서 양 옆에 쌍으로 착 달라붙어서 그런지 몸이 뻐근하다.
위잉··· 위잉···
"······또 뭐야···?"
하아······ 귀찮다.
움직이기도 싫은데.
보나마나 누나가 보낸거 아니냐. 잘 돌아갔냐고.
"읏쌰···!"
······?
······한소윤 문자다.
또 문제 물어보기만 해봐라.
보니까 알람이 20개나 와있다.
얼마나 급하길래······
"오빠! 오빠! 지금 어때? 둘이서 싸우진 않냐고!! 왜 답을 안해?"
······
······우리가 하도 걱정됐나 보네.
이걸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까······
"별일 없어. 재밌게 놀다가 다 돌아갔다."
위잉··· 위잉···
"진짜 별일 없는거지? 진짜지?"
"없어. 진짜."
위잉··· 위잉···
······이번엔 전화다.
하아······ 애가 뭐이리 관심이 많아. 그냥 놀고 왔다는데.
"여보세요···─"
"오빠! 진짜 별일 없어?"
"아, 없다고! 없다는데 왜 그래?"
"······없는거 맞지···?"
"응. 끊는다."
"······정윤이는 회장이 서점까지 찾아갔다는데?"
"······뭐?"
······시발.
······소윤이가 먼저 정윤이한테 물어보고 나한테 온거야···?
하아······ 둘은 언제 또 전번을 공유한 거야······
"······정윤이한테 들었어···?"
"······응. 서로 껴안았다고······."
"······껴안은 것 까진 아니고······."
어휴······ 정윤이 얘는 그걸 왜 말해서······
괜히 오해만 받게 생겼네.
"그냥 그런일도 있는 거지. 아무문제 없으니까 신경 꺼."
"······알았어. 월요일에 봐."
뚝─
······근데, 존나 좋았지?
양 옆에 쌍으로 미녀 둘이서 달라붙을 줄이야.
심지어, 아무리 6학년이라 해도 그 정도 발육은······
극락이 따로없네.
"아오······ 피곤해······그냥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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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만 몰아서 보다가 주말이 다갔다.
"하아······또 이 지긋지긋한 학교······."
초등학교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학교는 학교다. 좆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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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잘 잤어?"
"으응······."
이젠 일상이 됐다.
항상 학교갈 때면 이 골목에서 만나는 신정윤.
이제 나름대로 친분이 엄청 쌓인 기분이다.
고딩때는 전혀 상상도 못했 던 그림이지.
"······있잖아. 너 소윤이한테 그건 왜 말한 거야···?"
"어······ 뭔 말?"
얘 이거 모른 척 하네.
"······서점 일."
"어······ 어떻게 안거야···?"
"소윤이가 말해주더만. 걱정된다고."
"······."
정윤이가 미안하다는 듯이 몸을 배배 꼬며 얼굴을 붉힌다.
"아,아니······ 계속 물어보면서 이상한 행동이라도 말해달라니까······."
"하아······ 진짜 걘 답이 없네."
후배란 애가 소심한 선배한테 계속 물어봐서 답이나 얻어내고.
하아······ 그냥 좀 놀러간게 뭐 어때서.
"안녕······하세요······."
"······."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골목에서 소윤이가 튀어나왔다.
"저······ 진짜 괜찮으세요···?"
"아니, 진짜 괜찮다니까? 재밌게 논 거야. 이상한 생각 하지마."
"헤헷, 그렇다면야······."
"······."
다행히 안심하고 넘어가는 눈치였다.
······껴안은건 여전히 이상하게 보는 것 같지만······
······
······어색해···!
왜 이리 어색하지···?
소윤이도 평소와는 다르게 입을 꾹 닫고있다.
이 공기도 멈춘듯한 고요함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튀어왔다.
"으,으왓! 비켜비켜!"
"으아악!"
쾅!
"으으······ 또 뭐야······."
"아으······ 아파라······."
"괘,괜찮아요!?"
아오 씨발······
이 향긋한 샴푸향기를 맡아보니 분명히 이채륜이다.
처음 만났을 때엔 이렇게 만났었지······
······추억돋네. 2주밖에 안지났는데도.
"왜,왜 뛰어와서 박는거야!"
"니가 안피해서 그런 거야!"
"언니······ 왜 뛰어온거야···?"
"느,늦은거 아니야?"
"딱히 늦은건 아닌데······."
"······시계가 늦은건가?"
잠깐······ 나 아프다고······
정신은 고딩인데도 불구하고.
머리에 정통으로 맞아서 더럽게 아프다.
잼민이라도 머리에 박으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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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점심때에 봐요."
"응. 이따보자."
"아직도 아파······."
"남자가 그런걸로 엄살은."
"너 그거 위험한 발언이야!"
"하아? 더 패주랴?"
"자,잠깐. 아냐아냐. 미안."
잼민이한테 주먹으로 쎄게 맞아도 안아픈데.
이상하게 얘가 패는건 아프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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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존나 크네······."
"새꺄! 일어나! 밥먹을 시간이라고!"
퍽!
"아야! 작작좀 때려라······."
"잠꼬대 잘 들었다~"
"······뭔 잠꼬대."
"가슴 만지는 꿈 꾸니까 그리 좋아?"
"······으아악!"
"······밥이나 먹으러 가자."
"으,으응······."
정윤이가 와서 우리를 중재시킨다.
한동안 대선배 때문에 얀데레가 잠들었나 싶었는데.
또 전의 눈빛이 돌아왔다······
그래도 이 정도면 뭐.
많이 나아졌지.
전에 자기만 바라보라고 할 때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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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 맛있다."
"그리 맛있는진 모르겠지만······ 배만 채우면 그만이죠."
"안녕 얘들아! 여기에 앉아도 돼?"
"어······ 네. 그러세요."
"······에?"
"어어······."
"······."
······괜히 수락했나···?
맛있게 먹고있던 소윤이와 채륜이가 한 순간에 표정이 싸늘해졌다.
······엄청 시끄러웠던 분위기가 시간이 멈춘 듯 겨울이 되었다.
평화로운 일상 같았는데······
"어머? 전교회장이라고 무서워 할 거 없는데······."
"딱히 무섭진 않아요······."
소윤이가 침묵을 깨고 대답했다.
"그럼, 왜 이렇게 조용할까?"
"으으······."
"우리 셋이선 같이 놀러도 나갔는데~"
"으,으왓!?"
예민이가 또 나한테 달라붙었다.
······주변 반응이······
······다들 눈을 화등장만하게 뜨고 쳐다보고있다.
······존나 좋은데, 이런 사람 있는데선 좀······
"저,적당히좀 해요···!"
"에? 싫은거야?"
"사람도 있는데······."
"알았어 알았어."
······채륜이랑 소윤이는 몸이 굳었고.
정윤이는 내 시선을 계속 회피하려한다.
다 좋은데 제발 이 누나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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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너희들은 이런 도서관에 있는 거야?"
"네······ 딱히 놀 데가 없으니까요······."
1주전까지만 해도 많이 왔었는데.
요즘엔 워낙 일이 좀 많아서 못왔다.
뭔가 오랜만에 오는 느낌이다.
"으음······ 음냐······."
······또 채륜이는 자고있다.
여전히 정윤이는 내 시선을 회피하고 있고.
소윤이는 계속 힐끔힐끔 보고있다.
······계속 나한테 달라붙는 이 누나를······
"으음······ 이런 글많은건 재미없는데."
"알았으니까 여기선 좀 떨어져요······."
"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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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따보자~"
"예······."
드디어 돌아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소윤이와 채륜이 둘이서 엄청 달려든다.
"이 미친 새끼야! 스킨십도 적당히 해야지!"
"뭔 스킨십이야! 뭐 사귀는 줄 알아?"
"오빠, 이번엔 좀 심했다구요······."
"······."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나.
단둘이 있을 때만 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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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빨리! 집가자!"
"으으······ 알았다고······."
"빨리 가자."
"······너는 또 왜···?"
이번엔 조용히 있던 정윤이까지 와서 빨리가자고 재촉한다.
단체로 애들이 왜이러는거야?
"왜,왜 이렇게 급해?"
"빨리 안가면 그 미친년이 온다고!!"
회장이랑 만나기 싫은거구나.
······이해해.
"현준아! 같이 가자~"
"우으······."
"······."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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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아! 바로 집 갈거야?"
"네······그래야죠······."
"그럼 나랑 이따 편의점에···─."
"야! 박현준! 피방가자!"
"······뭐?"
채륜이가 그동안 닫고있던 입을 열며 내뱉었다.
······피방?
······자주 가는 편이였지.
"어······ 너희들 피방도 가니?"
"이 언니가 좀 많이가긴 해요······."
"회장님도 같이 가죠!"
"으음······ 나도 게임 하긴 하는데······."
······채륜이가 참다참다 내뱉은 것 같다.
이 누나를 좀 떼어낼려고 그런 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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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갸악!"
"거기서 들어가면 어떡해요!"
······채륜이와 예민이쪽이 엄청 시끄럽다.
서로 뭐하냐고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CS좀 건들지 마요!"
"니가 다른라인으로 가라고!"
그때, 소윤이가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오빠······ 저 둘 왜저래요···?"
"어······ 서로 몰입하나봐."
채륜이는 알고있었는데.
쟤까지 저럴줄은 몰랐다······
진짜 의외인데.
저렇게까지 몰입해서 할 줄은······
"으아악! 언니가 똥싸서 졌잖아요!"
"왜 내 탓이야? 포지션이나 잘 잡던가!"
"그,그만 싸워······ 어차피 게임이잖아?"
"이겨야 게임이거든?"
"그럴거면 차라리 둘이서 1대1이나 해요!"
"······그럴까?"
······?
"1대1 떠!!"
"지면 빵 사와라?"
"······."
채륜이가 이젠 반말까지 꺼낸다.
서로 완전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돌변한다.
"······우린 어쩔까요···?"
"······정윤아. 3인큐 들어와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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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핫! 자! 이걸로 21대 17!"
"1판 더 해!"
"어차피 못 뒤집어요~ 빨리 가서 콜라나 4개 사오세요!"
저녁이 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했다.
특히 저 둘은 엄청 열정적으로······
"저······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에요······."
"에···? 벌써?"
"으으······ 내일 또 떠!"
"그러죠 뭐~ 대선배가 후배한테 쳐발리네요?"
"아오···!"
"하아······."
······이번에 알아낸 사실이 있다.
전교회장에 누나처럼 행동해도, 어차피 잼민이는 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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