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꿉친구에 미친놈-36화 (36/39)

〈 36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35

* * *

······피가 저리 흐르는 건 처음 봤다.

그녀의 팔은 물감에 물들여진 것처럼 시뻘겠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약······가져와야겠네······."

그녀의 팔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떨어지는 핏방울을 손바닥으로 받쳤다.

······저러면 안 되잖아.

나는 겨우 정신을 되찾았다.

"······야! 너 지금 뭐한···─"

나는 채륜이의 옷깃을 붙잡았다.

채륜이는 등을 홱 돌렸다.

······채륜이는 내 입술에 검지를 가져갔다.

"괜······찮으니까······."

······정말 상냥하게.

정말 차분하게.

아무렇지 않게.

그녀가 내게 뱉은 한 마디.

······어째서?

대체 왜?

이건 내 부주의다.

내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에.

······대체 니가 왜···?

나는 채륜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오······진짜···!"

나는 다친 팔을 붙잡아 세면대에 가져갔다.

나는 수도를 돌렸다.

"잠깐······ 아파······."

"아플 짓을 왜 해가지고···!"

나는 탄식하며 상처를 씻겨 줬다.

"······고양이 약 말고······ 내 약도 가져와야겠네······."

채륜이는 실실 웃었다.

가늘어진 그녀의 눈꼬리에 눈물이 글썽였다.

······나는 채륜이의 등을 감싸 안았다.

전완근에 힘을 줘 채륜이를 당겼다.

"······현준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아플까.

그렇게 깊이 박히고 찢겼는데.

내 걱정이나 하고.

나는 채륜이를 꼭 껴안았다.

"······좋아해······."

그녀는 아주 작게 내뱉었다.

정말 작게.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그에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야옹."

"······이 새끼가···!"

나는 옆에 올라온 고양이를 붙잡았다.

채륜이는 고양이를 홱 빼앗았다.

"얘도 동물이니까······ 약 바르러 가자."

채륜이는 고양이를 안고 걸어갔다.

상처에선 아직도 피가 흘러나왔다.

······쟤부터 발라야지.

"고양이 약이······."

채륜이는 서랍을 뒤졌다.

서랍에선 약품 여러 개가 나왔다.

나는 연고 하나를 집었다.

"줘 봐. 너부터 바르자."

"괜찮은데······."

나는 연고를 짜 상처에 발라줬다.

채륜이는 짧게 신음을 뱉었다.

나는 서랍에서 밴드를 꺼냈다.

큰 밴드로 상처를 모두 가렸다.

"······찾았다."

채륜이는 고양이 연고를 꺼냈다.

고양이의 앞발을 잡고 발라줬다.

"이제······됐겠지?"

채륜이와 눈이 맞았다.

채륜이는 흐믓하게 웃었다.

······왜 이렇게 변한걸까?

편하기야 하다만······

······너무 착하잖아.

······사랑스럽다.

정말 좋은데.

너무나 어색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채륜이는 내 볼을 꼬집었다.

"······나야 고맙지. 조심해라."

"야옹."

나는 신발을 갈아신고 나왔다.

채륜이는 고양이를 안고 손을 흔들었다.

────────────────

채륜이는 고양이와 놀아주고 있다.

소윤이는 다른 스트리머와 합방했다.

"저는 제로투 못춰요······."

"님이면 돈 쓸어담을 걸요? 한 달치 갑시다."

"저는자본주의의 노예로······."

그들은 의미 없는 잡담 중이었다.

고양이는 채륜이에게 달라붙었다.

"야옹."

"하지 마. 여기 다쳤어."

"먀아······."

채륜이는 상처에 달라붙은 고양이를 밀쳤다.

"······언니? 언제 다쳤어?"

"얘 씻기다······."

소윤이는 마이크를 끄고 말했다.

그녀는 소윤이에게 말하지 않았다.

고양이가 다친걸 알게 하긴 싫었다.

"왜 씻겨? 더러웠어?"

"어······좀······."

고양이는 채륜이의 검지를 살살 깨물었다.

"아니 그 사람 우결한놈 뺏었다는데요?"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뭔 생각으로 뺏은 거지? 논란될 텐데······."

"원래 뺏는 게 맛있는 법이죠."

소윤이는 손바닥으로 턱을 괴었다.

남성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ㅋㅋㅋㅋ ntr지리네'

'3P가나?'

'합방하자ㅋㅋ'

'하뉸님도 누구 뺏어보실?'

시청자들은 이 상황을 옹호했다.

"······저도 누구 뺏어볼까요?"

'님이 뺏길듯ㅋㅋ'

'뺏을게 없누ㄹㅇㅋㅋ'

소윤이는 싱글벙글 웃었다.

────────────────

"······여보세요."

나는 전화를 걸었다.

상담거리가 꽤 쌓였다.

얘도 잼민이지만······ 그래도 경험은 많아 보인다.

"무슨 일?"

누나는 쾌활한 목소리로 맞이했다.

"저······ 물어볼 게 있는데······ 연애는 어떻게 해요?"

나는 고심끝에 결국 입을 열었다.

이 말을 하기까지 몇 시간을 고민했나.

상쾌했다.

"······연애해?"

"그건 아니고······ 관심 있는 사람이 생겨서······."

누나는 뺨을 탁탁 쳤다.

"그럼 바로 고백해. 뭘 고민해?"

"그걸 몰라서······."

누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금 좀 바빠서······ 나 있는데로 올래?"

"아니, 전화로 하면 될 걸 왜···─"

"아잇··· 더 잘 설명해 줄 게!"

누나는 전화를 뚝 끊었다.

······막무가네네.

누나는 문자로 지도를 보여줬다.

······길이 익숙해 보이는······

······여기 그 카페 아냐?

나는 집 밖으로 나왔다.

"하아······ 주말에 뭔 지랄이야······."

나는 접이우산을 챙겨 갔다.

────────────────

"······맞네."

······확실했다.

저 간판.

이 한적한 분위기.

할로윈 인테리어.

······1년 전에 정윤이와 왔던 카페다.

······근데 여길 어떻게 아는 거지···?

나는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왔네! 안녕!"

누나는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자리엔 공책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역시나, 손님이 누나 말곤 없었다.

나는 누나의 자리에 앉았다.

"근데······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나는 두피를 긁적였다.

누나는 열심히 공부중이었다.

"······뭐라도 먹을래?"

누나는 지갑을 슬쩍 꺼냈다.

"네. 부르셨으면 지불을 해야죠."

나는 치즈 케이크를 주문했다.

잠시 후, 케이크 한 조각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여전히 빨리 나오네요."

"와봤어?"

누나는 고개를 들었다.

누나는 안경을 스윽 집어넣었다.

"네······ 정윤이랑······."

"오. 나도 정윤이가 소개해 줬는데."

"······네?"

······정윤이가?

······걔가 이런데를 왜 알려 줘···?

······어느새 친해진 거지?"

"예······ 뭐······ 어쨌든, 상담좀요."

나는 포크로 썬 조각을 입에 넣었다.

느끼한 치즈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감미로웠다.

"······관심 있는 상대가 생기면······ 어떻게 행동해요?"

나는 포크를 놓고 말했다.

"관심 있으면 호감을 쌓던지, 고백을 해."

누나는 단호하게 화답했다.

그녀는 공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럼······ 저를 좋아하는 상대가 생기면요···?"

나는 가장 핵심인 질문을 건넸다.

누나는 펜을 공책에 탁 놓았다.

"······그걸 알고 있네?"

"뭐······감으로······."

"넌 걔가 좋아?"

"······친하긴 해요."

······1년이지.

지금까지 거의 매일을 얘들이랑 놀았다.

동성인 친구는 거의 없지만······

나는 이 하렘에

만족 안 한다.

이리 좆같을진 몰랐지······

······사귄다면, 남은 1명은 어떻게 될까.

나는 무조건 상처준다는 생각에 발을 못내뎠다.

"상처주고 싶진 않지?"

"······네."

"그럼 사귀어야지."

"······못해요."

······못한다고.

무조건 하나는 상처받는 꼴이라고.

누나는 이마를 탁 쳤다.

"······그래그래. 인기남."

누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지만 시선은 내 인중을 향했다.

나는 케이크를 한입 물었다.

"······그럴 땐 사귀지를 마."

"······그게 뭔 소리에요?"

"호감을 분배해서 주라고. 평생 전우로 남게."

······뇌에 번개가 번쩍 쳤다.

그냥 계속 친하게 지내면 된다.

······욕구충족으로 달라붙어도.

참자. 그럼 괜찮다.

······바람피우는 거 같다.

"······가끔 선 넘을 거 같은데요?"

······만약.

서로 그 광경을 보게 된다면?

수위가 쎄지면?

······머리가 복잡해졌다.

"······니가 잘 대처해."

"그걸 어떻게······."

"가르쳐 줘?"

누나는 책상에 손을 짚었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지 않고 나를 쳐다봤다.

"······뭘요?"

"보여 줄게."

누나는 의자를 내 옆에 끌고 왔다.

누나는 내 옆에 바짝 붙었다.

"······뭐,뭐 해요?"

"걔들이 가끔 이럴 거야."

누나는 내 허벅지에 손을 가져갔다.

누나는 내 허벅지살을 꾸욱 주물렀다.

허벅지의 신경이 짜릿하게 반응했다.

"아······."

······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이것도 누나가 도와주는 거고······

······나쁘지 않았다.

누나는 악력을 수시로 바꿔가며 주물렀다.

"이럴 땐 말이야······."

누나는 내 손목을 붙잡았다.

내 손을 누나의 머리 위로 가져갔다.

"토닥여주든지······ 쓰다듬든지 하라고."

······배워갑니다.

······근데, 이게 선 넘는 거 아냐···?

"다음다음."

누나는 내 옆구리를 감싸 안았다.

힘껏 당겨 꾹 밀착했다.

"자,잠깐···?"

팔장에 몸이 꾹 눌리는 느낌······

몸이 안마되어 피로가 풀렸다.

누나는 굉장히 익숙했다.

강약조절 테크닉이 굉장했다.

"이럴 땐 어깨 잡고."

누나는 내 손을 자기 어깨에 가져갔다.

누나를 밀치는 동작에서 힘을 조절했다.

겉으론 싫어하지만 배려심 있는 자세. 잘 먹혔다.

"잘한다~ 다음!"

누나는 내 양 볼따귀에 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천천히 당겨 왔다······

"······잠깐잠깐, 이건 진짜 선 넘는 거!?"

나는 이게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누나는 내 눈앞까지 다가왔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