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자룡 꼬시기(1)
* * *
"관우, 장비"
내 짧은 부름에 두 거구가 대답했다.
"예 형님!"
자기 이름에 대답을 하는 걸 보니 여긴 삼국지 시대가 맞는 것 같다. 일단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잠들어 있었지?"
그러자 관우라고 추정되는 인물이 앞으로 와 대답한다.
"형님께선 황건적 무리와 싸우던 도중 화살을 맞은 말이 날뛰어 낙마하였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 잠들어 있었지?"
"예, 대략 이틀이 좀 안될 것입니다."
갑자기 두통이 몰려온다. 이상한 기억들이 내 머리에 들어온다. 아마 이 몸에 주인, 유비의 기억 일 것이다.
"크흑!"
그러자 관우가 걱정하는 얼굴로 묻는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날뛰던 기억들을 정리한 후 대답했다.
"난 괜찮으니 괜한 걱정은 아우는 하지 말라."
"예! 형님."
그나저나 아직 황건적의 난이 진압 되지 않았단 건 아직 동탁이 낙양을 먹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유비의 마지막 기억이 장보와의 전투인 것을 보면 황건적의 난이 거의 진압 될 때 즈음인가....
'난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유비처럼 떠돌다가 촉 건국까지 존버를 타기엔 내가 견디질 못해.'
일단 내가 아는 무장들을 등용하면서 세력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그럼 일단 조자룡부터 시작해볼까?'
그렇게 생각하고 관우에게 명령했다.
"관우 사람을 풀어 원소가 어디 있는지 찾도록 하여라! 내 원소에게 볼일이 있다."
관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답한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예! 명 받들겠습니다!"
'일단 조운이 목표지만....... 원소를 우리쪽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유비의 음흉한 표정을 본 장비는 왠지 모를 오한을 느낀다.
'형님께서 저런 미소도 할 줄 알았단 말인가....'
그 후 몇 일간 요양을 핑계로 양성에 머물렀고, 주준은 남은 다른 황건적 일당들을 처리하러 떠났다. 그리고 얼마 안가 관우는 원소군에 관한 정보들을 가지고 왔다.
"형님! 원본초의 군대는 낙양을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업성 근처인걸로 확인됩니다!"
"그래? 하진 대장군 무리는 같이 있던가?"
"하진 대장군과 그의 무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건 절호의 찬스군. 아직은 원소를 잘 꼬시면 조조도 데려올 수 있어.'
"그래? 그럼 지금 당장 원소에게로 향하도록 하지! 준비를 서둘러라!"
그후 얼마 안가 우리는 원소의 군대로 향했다.
원소군으로 향하는 도중 전방에 정찰을 나간 병사 둘이 달려와서 보고를 올렸다.
"주군! 전방 삼십 리 안에 대략 3000천에 황건적들을 확인 하였습니다!"
난 고민에 빠졌다.
'싸워야 할까 아님 돌아가야 할까?'
이내 생각을 접고 옆에 있는 관우와 장비에게 물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병력이 대략 어느 정도지?"
장비가 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 관우가 입을 열었다.
"주준 장군께서 주신 군사까지 합쳐서 대략 1400정도입니다!"
'우리는 훈련된 정예병 1400 저들은 훈련되지 않은 오합지졸 도적무리이다... 약 2배 차이 이지만 이정도 차이라면 할만하군'
"이길 수 있겠나?"
마음을 잡았지만 굳이 물어보았다. 그러자 장비가 큰소리로 말했다.
"당연합니다 형님! 우리가 지는 거 봤수?"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다 바로 그 만인지적이라는 장수가 하나도 아닌 둘이나 있는데, 그것도 그게 관우와 장비인데 뭐가 두렵겠는가?
난 큰소리로 외친다.
"우리군은 지금부터 앞에 있는 황건적을 쓸어버릴 것이다!!! 모두 준비는 되었는가?"
그러자 벼락과 같은 함성이 들린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두근거린다. 다시 외친다.
"모두 돌격!!!!!"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병사들이 뛰어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분명 첫 전투인데 내 머리에 들어온 유비의 기억들 때문인지 긴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들뜬 것같은 기분이다. 나의 첫전투가 지금 시작된다.
관우와 장비가 상기된 얼굴로 선봉으로 나선다. 언월도와 사모를 강하게 쥐고 달린다. 나도 뒤쳐지지않게 말을 재촉했다.
눈 앞에 황건적이 보인다. 지금 난 어떤 얼굴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만드는 감정들이 벅차오른다. 감정들을 억제하지 못하고 외친다.
"용맹한 나의 군사들이여 우리에겐 패배란 없다!!! 모두 돌겨어어어억!!!!!"
적군과 아군이 부딪쳤다. 병장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눈 앞에 적들을 난 베고 또 벤다. 주위에는 아군과 적군에 고통에 찬 비명 그리고 병장기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고, 땅바닥에는 끔찍한 모습을 한 시체들이 나뒹군다.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지만 유비의 몸뚱아리는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잊고 있었다. 전쟁에 참여 한다는 건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다. 그것도 그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확실한 죽음 선사하는 것. 잊었다 전쟁이 익숙한 건 내가 아니라 유비라는 것을, 난 단지 그의 몸을 빌려 그가 전쟁할 때의 감각을 그대로 느끼고 있는 것 뿐 이라는 걸. 잠시 내가 유비라고 착각 한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이런 광경에는 익숙해져야 한다. 내가 유비로 살기로 결정했으니...
전투가 시작 된지 1시간즈음 되었을까 관우와 장비가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을 보았다. 나는 전투를 끝내기 위해 외쳤다.
"우리가 적장에 목을 베었다!!!! 항복하는 자들은 살려줄 것이다!!! 하지만 도망가거나 저항하는 자들은 목을 칠 것이다!!!"
적들은 그 말을 듣고 사기가 크게 떨어진 것인지 하나, 둘씩 무기들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난 나의 첫 전투를 승리로 끝 마쳤다.
"아군이 승리 하였노라!!!!!!!!"
그리곤 검을 하늘 위로 치켜들며 외쳤다.
첫 전투를 승리로 마친 나는 조금은 불편했던 속을 다스릴 수 있었다. 불편했던 속이 조금 편해지자 서서히 평정 심을 되찾았다. 그리고 천천히 부상병들과 그 옆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둘러 보았다. 여전히 역했다. 수백의 시체를 보는 것은 딱히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들의 시체를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 내가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으니 그들의 죽음 내가 확인해야만 했다. 애도 하지는 않겠다. 후회도 하지 않겠다. 그것은 나를 위해 죽은 이들을 모욕하는 짓이니. 나는 그들의 죽음 안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여봐라 여기 아군의 시체를 수습하려 화장하고 적들의 시체에서는 쓸만한 것들을 가지고 오거라. 무엇 하나라도 빼먹는 자는 엄하게 다스릴 줄 알거라.”
그렇게 선언한 나는 다시 발걸음을 군막으로 옮겼다. 군막 안에는 자신들의 상처를 치료 하고 있던 관우와 장비가 상체의 치료를 멈추고 나를 맞이 했다.
“형님 이번엔 사상자가 꽤나 나왔습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신중하게 싸워야겠습니다.”
“거 2째 형님의 말이 맞소 요번에 사상자가 얼추 100은 나왔소. 그래도 잡은 포로가 그 수를 넘기니 다행이지 그러지 못했다면 큰 손해였을 거요.”
그 둘의 말이 끝나자 나는 바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들의 말에 동조 하였다.
“두 아우의 말이 맞다 요번에는 조금 급하게 전투를 진행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신중하게 하도록하지.”
그리고 그 말을 지켜야 할 순간은 얼마 안가 나타났다.
“그럼 이번에는 사상자가 안 나오게 최선을 다하지. 나를 위해 목숨을 걸어주는 저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형님의 말이 옳습니다.”
관우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 모습에 나는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래 너희가 있으니 든든하구나.”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전투 명령을 내렸다.
“전군 3부대로 나누어 적의 중심과 좌익 우익을 친다 돌격!”
나는 이세계에서 다시 태어났다. 삼국지의 영웅 중 한 명인 유비로 말이다. 그러니 그런 김에 이 세계에서 큰 뜻을 하나 이루고 가야하지 않겠나. 그러니 이 세상에서 최선을 다해 발버둥 쳐주마. 어떤 시련이 막아서도 말이야.
"항복하는 자는 살려주겠다! 그러니 이만 투항하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