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7)

소꿉친구가 이렇게 클 리 없어!

1.

-얘, 들었니? 이번에 원이 세계 랭킹 1위로 올랐다고 온 동네가 떠들썩하더라. 아휴, 원이네 엄마 아빠는 아주 좋겠어. 하나 있는 아들이 그렇게 효도를 하니……. 얘 너도 원이 좀 보고 배워봐!

“엄마…… 제발 그만…….”

-원이 걔는 애가 어쩜 어릴 때부터 참 착하고 순하고 그러더니. 커서는 이렇게 큰 인물도 되고 말이야…….

서연은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잔소리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알겠어요. 저 이제 퇴근해서 집 왔어요. 좀 쉴게요.”

삶은 무척이나 지루하고 따분하다. 특별할 게 없었던 서연의 인생은 더더욱 그랬다.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순탄하게 자란 그녀는 제법 괜찮은 성적으로 그럭저럭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는 데 성공했고, 대학생일 적엔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에만 집중한 덕에 또래보다 빠르게 제법 괜찮은 기업에 취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소꿉친구인 이원은 달랐다. 그는 어려서부터 골프 선수를 준비한다며 학교에도 잘 출석하지 않았었고, 28살이 된 지금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유명한 골프 스타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와 달리, 서연의 삶은 좋게 말하면 평범했고, 나쁘게 말하면 보잘것없었다.

어려서부터 옆집에 살며 함께 자라다시피한 두 사람이었으니, 서연의 엄마가 자연스럽게 원과 그녀를 비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때로는 서연도 지칠 때가 있는 법이었다.

“하아…… 그놈의 이원, 이원.”

걔가 대단한 건 맞지만 엄마 딸도 못한 건 없다고. 서연이 그렇게 생각하며 마른세수를 했다. 기껏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는데, 피곤이 몰려왔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하기만 한 그녀가 남몰래 은밀한 취미를 갖게 된 이유 말이다.

sxxyxx2 #수갑 #안대 #성인용품후기

신상 털수갑. 호피 무늬가 너무 귀여워서 사봤다. 보들보들해서 아프지 않고 좋다. 언젠가 써봐야지.

서연이 토독토독 제 휴대폰 액정을 두들기며 옆에 놓인 수갑을 한 번 힐긋거렸다. 방금 막 택배 포장을 뜯어 주변에는 박스가 널브러져 있었다.

서연은 택배 박스들을 멀찍이 치우고, 수갑과 안대만 예쁘게 모아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러고는 방금 작성한 글에 첨부한 뒤 SNS에 업로드를 했다.

‘어디 보자, 필터도 잘 들어갔고…….’

서연이 사진을 올리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좋아요와 함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이 비슷한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남자들의 댓글이었다.

그랬다. 서연은 이런 걸 좋아했다. 구속구, 안대, 수갑 따위의 것들을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심도 있는 SM플레이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딱 이 정도가 좋았다.

몸을 결박당한 채 조금 강압적으로 섹스 당하는 것. 아, 물론 상대방이 잘생겨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하지만 어디 가서 이런 취향을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이건 어디까지나 서연의 섹스 판타지에 불과한 것이었다.

여중 여고 여대에 이어 여초 회사에 취업한 그녀는 제대로 된 연애 경험조차 없었다. 남사친이라고는 옆집 살던 이원밖에 없었고, 그 말은 즉, 당연히 섹스해본 적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 그녀가 혹 남자친구를 사귄다 한들, 이런 취향을 털어놓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름 K유교걸이라고.’

남자친구가 생겨도 절대 말 못 하지.

이 예쁜 아이들이 언젠가 제 몸을 결박해줄 날이 과연 오기나 할까? 서연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잠깐 사이 달린 수십 개의 댓글들을 훑었다.

‘사람들은 모르겠지.’

이렇게 수갑과 안대 그리고 밧줄 등을 사 모으는 자신이 현실에서는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디 그뿐일까? 남자 경험이라고는 한 번도 없는 처녀라는 것까지.

서연은 수많은 성인용품들로 가득한 제 SNS 피드를 살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차 주임, 오전에 이 프로 이슈 터진 거 확인했어요?”

“네, 팀장님! 지금 선수 측에 일정 변동 있는지 확인 중입니다.”

빌어먹을 이원은 서연의 공적인 영역까지도 끈덕지게 들러붙었다. 지난밤 엄마에게 잔뜩 비교를 당한 탓에 서연은 평소보다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속을 알 리가 없는 팀장은 매섭게 소리쳤다.

“아니, 그걸 아직도 확인 중이면 어떡합니까? 당장 4시에 우리 애들이랑 인터뷰 있잖아요.”

“죄송합니다, 그게 매니지 쪽에서도 선수와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서연이 최대한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 사람들은 서연과 원이 친분 있는 사이라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다. 원에게도 네가 곧 인터뷰할 회사가 우리 회사야,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괜히 골치 아파질까 봐 언급하지 않았고, 원에게는 자존심이 상해서 말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가히 최고의 선택이었다.

특히나 그 망할 놈이 사고를 대판 친 지금은 말이다.

“돌아버리겠네, 도대체 뭐 이딴 놈이 다 있어?”

기어코 팀장의 입에서는 험한 말이 쏟아졌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지.

[골프의 황제 이원. PGA 챔피언십 앞두고 무단 잠수 논란!]

[7월에는 갤러리에게 손가락 욕설, 8월에는 무단 잠수. 9월에는 과연?]

가까스로 따온 세계적인 골프 스타, 이원의 인터뷰와 화보 촬영이 무산되게 생겼으니까. 그것도 선수의 일방적인 잠수 때문에!

서연 또한 당황스러웠다. 그녀가 어려서부터 봐 왔던 원이었으니,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어서였다.

‘얘는 갑자기 늦게 사춘기가 왔나, 왜 이래?’

사춘기도 제때 오는 게 복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뒤늦게 나이 먹고 사고 치는 원의 꼴을 보니 스케일이 말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펑크 난 일정에 사무실에는 원을 흉보는 목소리가 하나둘 들려왔다. 이 녀석이 친 사고 하나로 팀원 대부분이 야근을 하게 생겼으니까.

이런 식으로 계약을 위반하게 되면 위약금만 해도 어마어마할 텐데. 서연은 작고 소박한 제 월급과 비교하며 컴퓨터 화면에 띄워진 이원의 프로필을 스크롤해서 조금 내렸다.

그러자 나타난 뉴스란에는 그에 대한 비난과 칭송이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었다.

[한국인 최초 PGA 랭킹 1위! 전 세계가 열광하는 이원의 드라이버 샷]

[랭킹은 세계 1위, 하지만 매너는 세계 꼴찌]

[이원의 천재적인 퍼팅, U.S.오픈 우승 거머쥐는 데 성공!]

[흥분한 이원, 페어웨이 안착 실패하자 갤러리 향해 손가락 욕설 논란]

서연은 묘한 기분으로 뉴스들을 훑었다. 그래도 나름 어려서부터 가까이 지낸 친구였는데, 일면식도 없는 기자들이 그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게 썩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가 잘못한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니 그런데 갤러리한테 욕한 건 상대가 먼저 이상한 소리로 스윙 방해해서 그런 거잖아!’

물론 원이 잘못 대응한 건 맞지만, 억울할 만큼 과장 된 몇몇 기사를 보며 속이 상하기도 했다.

‘에휴, 됐다.’

아서라 아서. 누가 누굴 동정해. 일개 월급쟁이가, 세계적인 골프 스타님을…….

사실 여느 친구 관계가 그러하듯, 서연과 원 또한 어른이 되면서부터 연락의 빈도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서연이 은근하게 그를 피했다는 말이 맞았다.

누군가는 추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서연은 언제나 주목받는 원을 바라보는 게 괴로웠다. 자신이 너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굳이 먼저 연락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정이 바쁜 원과 연락이 뜸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나저나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이런 대형 사고를 친 거야.’

정말 단순한 사춘기라도 온 건지… 서연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이내 다시금 업무로 돌아갔다.

뭐가 됐든 자신은 저 인간이 싸지른 똥을 치우기 위해 한시라도 바삐 움직여야 하는 일개미였다.

* * *

퇴근길의 버스는 한산했다. 시간이 벌써 밤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오늘 원이 일으킨 무단 펑크로 인해 서연 또한 야근을 피하지 못했다. 아주 잘나신 골프 스타님께 야근도 선물 받고, 영광이 따로 없었다. 서연은 짜증스럽게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잠시 눈을 붙였다.

온 세상이 골프의 황제라 부르는 이원, 그는 결국 이번 화보 촬영과 인터뷰 장소에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예전부터 장난스럽고 가벼워 보인다는 느낌은 받았어도 이렇게 철없이 군 적은 없었는데.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뉴스를 확인하니 그가 무단으로 펑크 낸 일정은 서연의 회사뿐만이 아닌 듯했다.

‘자기가 무슨 할리우드 망나니라도 되는 줄 아나.’

순탄하고 잔잔하기 그지없는 서연의 삶과 달리, 그의 삶은 참 요란스러웠다.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 바로 옆집에 살던 사이였는데, 새삼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은 너무나 달랐다. 마치 아예 다른 세상, 다른 차원처럼.

서연은 자신과 정반대의 인생을 사는 듯한 그의 행동에 조금의 공감대조차 형성하지 못한 채 덜컹이는 버스 의자에서 피로감을 덜고 있었다.

평범하게 출근을 해서, 평범하게 일을 하고. 또 평범하게 퇴근을 하고. 이렇게 집에 들어가면 다시 잠을 청하고 내일 다시 출근을 하는, 순탄하면서도 쳇바퀴 같은 일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삶. 이게 서연의 삶이었다.

서연은 언제까지나 이런 평화가 지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인생은 항상 이런 식으로 지루하면서도 평화로웠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그렇게 대담하게 성인용품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 평온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말이다.

sdfesdfa 안녕하세요. SNS 피드 보고 연락드립니다.

서연이 버스에서 내리기 무섭게 휴대폰이 진동했다. 액정을 확인하니 성의 없이 아무거나 입력한 듯한 아이디로부터 웬 메시지가 와 있었다. 서연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짧게 혀를 찼다.

‘에이씨, 뭐야.’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또 이런 메시지네.

성인용품 관련된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한 후로 남자들에게서 온 비슷한 메시지는 셀 수조차 없이 많았다.

‘보나 마나 뻔하지.’

그저 한번 자고 싶어서 찝쩍대는 놈들.

그녀는 읽지도 않고 메시지를 휴지통에 넣을 생각이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계정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서연은 결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제 현실에 담을 생각 따위 없었다.

SNS는 그저 도피처 같은 곳일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메시지를 휴지통에 넣으려는 그 순간. 채팅창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정체불명의 발신인이 보낸 사진이라니. 당황한 서연이 혹 음란물이라도 담겨져 있을까 봐 놀라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걱정과 달리 도착한 사진은 연예인이라도 되는 듯한, 아주 조각 같은 남자의 몸 사진이었다.

‘이게 뭐지?’

당황한 서연은 메시지를 삭제하려던 것도 잊고 사진을 클릭했다. 탄탄하게 짜여진 근육과 빼곡히 박힌 식스팩.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사진에서 얼핏 보이는 남자의 하관 또한 그가 제법 곱상하게 생긴 사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서연이 사진을 뚫어져라 확대해 보고 있는데, 상대에게서 한 통의 메시지가 더 도착했다.

sdfesdfa 저랑 취향이 너무 똑같으셔서 그런데 혹시 만나보실 생각 없을까요? 보시다시피 몸 좋고 얼굴도 문제없어요. 화보 촬영 같은 거 제의도 많이 받아봤습니다.

서연은 그 메시지를 보며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뭐라는 거야. 참내, 도용일 줄 어떻게 알고.’

하지만 그런 그녀의 속내를 꿰뚫기라도 한 듯, 남자는 자신의 SNS 아이디가 적힌 종이를 들고 다시 한번 사진을 보냈다.

sdfesdfa 사진은 정말 본인 맞습니다. 아, 좆도 문제없어요. 실좆도 소추도 아닙니다. 인증 원하시면 가능해요.

미친놈인가? 인증 원하면 가능하다니? 뭐를? 좆을? 자기 좆을 나한테 인증샷 찍어 보내겠다고?

서연이 얼빠진 얼굴로 눈만 끔뻑거렸다. 메시지를 삭제해야겠다던 생각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진 지 오래였다.

sdfesdfa 저보다 괜찮은 남자 찾기 어려우실 겁니다. 외에 다른 것도 원하시면 인증 가능하니 말씀만 주세요.

지금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건 라는 아이디를 쓰는 저 남자인데, 이상하게 서연은 자신이 죄를 지은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하지만 가장 이상한 건, 이런 변태 같은 메시지를 삭제하지 못하고 자꾸만 사진을 확대하는 자신이었다.

‘이거 진짜 본인인가?’

아니, 몸이 무슨 연예인 저리가라인데? 그래, 이건 자연스러운 호기심이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아, 아니 멋진 몸을 가진 남자가 메시지를 보내는데, 어느 여자가 외면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건 음, 대충 내가 이상한 변태가 아니라는 말이다. 서연이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 액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던 중, 휴대폰이 또다시 진동했다.

sdfesdfa 만나는 게 부담스러우시면 폰섹 같은 것도 괜찮습니다. 저 말 좆같이 잘하거든요. 그쪽 천박한 말 들으면서 보지 젖는 타입 맞죠?

순간 남자의 메시지를 읽자마자 서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일면식도 없는 남자가 제 보지를 논하는 메시지를 보내다니.

괘씸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아랫배가 조여드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남자의 말대로 보지라도 젖는 것처럼.

‘미쳤어, 완전 미쳤다고.’

이런 미친놈이 보내는 메시지는 더 볼 것도 없이 삭제해야 맞는 건데…….

‘하지만 그냥 미친놈도 아니고, 잘생긴 미친놈이라면… 조금 찍어 먹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서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갈등에 휩싸였다. 그러는 중에도 남자는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sdfesdfa 제 좆 안 궁금해요? 저 몸 좋잖아요. 궁금해할 거 같은데. 그러니까 지금 대화방 나가지도 않고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거 아니에요?

남자는 독심술이라도 하는 건지, 서연의 정곡을 콕 찔렀다. 그러고는 타이트한 드로어즈를 입은 사진 한 장을 추가로 더 보내왔다.

남자의 말대로 그는 소추도 실좆도 아니었다. 드로어즈 속 실루엣만 봤을 뿐인데도 서연의 팔뚝만 한 것이 왼쪽으로 불룩 솟아올라 있었다.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마른침을 삼켰다.

궁금했다. 저 드로어즈를 살짝 밑으로 내리면 어떻게 생긴 것이 저를 반겨줄지.

‘이건 그냥 호기심이야. 호기심. 성적 호기심.’

그래, 나 남자 좆 실제로 본 적 없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정말로 그냥 그래서 호기심에…….

하지만 선뜻 궁금하다고 답장하기에는 28년간 한국에서 유교걸로 자라온 사상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모르는 남자 좆 사진이나 받는 건 좀 아니잖아!’

생각해봐, 이런 데서 이런 사진이나 보내고 있는 놈이 정상이겠냐고!

‘아니지, 고추 좀 보는데 정상이고 나발이고가 뭐가 중요해? 미남인지 안 미남인지가 중요하지!’

게다가 쟤가 먼저 봐 달라고 보낸 거잖아! 그럼 어? 이건 정당방위라고! 사람 궁금하게 만들었으니 책임지는 게 당연하지!

‘안 돼, 서연아. 엄마 생각을 해 봐.’

딸이 이런 데서 애먼 놈 고추나 보고 있는 걸 알면…… 엄마가 얼마나 슬퍼하시겠어!

서연은 입 안 여린 살까지 씹어가며 노력했으나, 남자는 가뿐히 그런 그녀의 노력을 짓밟았다.

추가로 보내온 한 장의 사진과 함께.

sdfesdfa 왜 답장 안 해요? 맞잖아, 당신. 더러운 말 들으면서 박히고 싶잖아.

사진 속에는 드로어즈 윗부분으로 살짝 삐져나온 남자의 귀두가 담겨 있었다. 당연하게도 선단에는 희뿌연 정액을 머금은 채로.

sdfesdfa 난 그쪽 묶어놓고 씹질 존나 하고 싶은데.

남자의 메시지를 확인한 서연은 황급히 휴대폰을 잠글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로 그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될 것만 같아서.

그래서 그녀는 휴대폰을 가방 깊숙한 곳에 욱여넣었다. 하지만 남자와의 대화방을 삭제하지는 못했다.

* * *

“으응…… 흣, 아……!”

이불 속에 몸을 파묻은 서연은, 잘게 진동하고 있는 성인용품을 도톰한 제 음순 사이로 밀어 넣으며 몸을 이리저리 꼬아댔다.

진동하는 기구가 클리토리스를 자극할 때마다 눈앞에는 섬광이 번뜩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하으으…… 읏!”

절정에 다다를 것 같을 때마다 떠오르는 남자의 메시지.

-난 그쪽 묶어놓고 씹질 존나 하고 싶은데.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그저 SNS를 통해 대화도 아닌 일방적인 메시지만 보낸 남자의 말이 자꾸만 서연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눈을 감으면 남자의 몸과 두툼했던 드로어즈 앞섶이 떠올랐고, 조각을 깎은 듯한 그의 몸도 계속해서 아른거렸다.

‘그런 몸으로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날 괴롭힌다면…….’

서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와의 관계를 상상하고 있었다. 상상 속의 그녀는 수갑이 채워진 채 울며불며 남자의 좆을 받아내고 있었다.

울퉁불퉁 핏줄이 불거진 징그러운 자지가 촉촉하게 젖은 질구를 강압적으로 꿰뚫고 쉴 새 없이 추삽질해줄 것만 같았다. 그만해 달라는 제 외침에도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더욱 난폭하게 허리를 쳐올릴 것이었다. 어디 그뿐일까, 뽀얀 엉덩이를 후려치며 힘없이 흔들리는 살진 가슴을 콱 움켜쥐기까지 할 것 같았다.

“으응, 흣!”

서연은 남자가 보냈던 사진을 떠올리며 결국 절정을 맞고 말았다. 선홍빛을 띠는 구멍은 좆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이 오물대며 투명한 물을 줄줄 흘려댔다.

서연 또한 클리토리스 자위로는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은 흥분감을 느끼며 질구 주변을 더듬거렸다. 그러자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가 손쉽게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으…….”

하지만 고작 손가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서연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얼 원하고 있는지.

아쉬운 대로 제 손가락으로 바쁘게 구멍을 들쑤셔 보았지만, 꽉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놀리는 것처럼 흥분만 고취시키는 애달픈 쾌락에 취한 서연은 결국 본능에 휩쓸려 남자에게 답신을 보내고 말았다.

sxxyxx2 박아주세요.

물론 자위를 끝마치자마자 곧바로 후회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 * *

“아아악! 진짜 미쳤어. 미쳤다고, 차서연!”

주말이었음에도 서연은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침대만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얼마 전 자신이 남자에게 보냈던 메시지 때문에 아직도 자괴감에 휩싸여 있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어떻게 누군지도 모르는 저런 이상한 남자한테 박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냐고!! 뒤늦게 유교걸의 양심이 서연을 괴롭게 만들었다.

그런데 더 열 받는 건 남자의 반응이었다.

박고 싶다며 멋대로 제 사진을 보내댈 땐 언제고, 막상 박아달라니 읽기만 하고 답장 하나 없는 것이었다.

“아악, 신경 쓰여!”

한참 몸부림치던 서연은 이내 체념한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냐, 그래. 차라리 잘됐어.’

괜히 답장이라도 왔어 봐. 그럼 오히려 난감했을 거야!

서연이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려 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에게 답장이 올까 싶어 자꾸만 휴대폰을 확인하는 그녀였다.

그런 서연의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는 걸까.

이틀 가까이 말이 없던 남자에게서 드디어 답장이 도착했다.

sdfesdfa 미안해요, 일 때문에 답장이 늦었어요.

진동이 울리기 무섭게 서연은 곧장 제 휴대폰을 확인했다. 남자에게 온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녀의 표정은 자신도 모르게 밝아져 있었다.

sdfesdfa 혹시 내 몸 보면서 자위했어요? 그런데 고작 그 정도 사진으로 자위가 되나?

sdfesdfa 아, 그냥 자지 한 번 보여달라고 하지. 그럼 보여줬을 텐데.

남자는 서연이 자신을 떠올리며 자위했다는 것까지 귀신같이 짚어냈다. 덕분에 그녀는 괜히 제가 감시라도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sdfesdfa 지금이라도 보내줄까요? 내 좆 궁금하지 않아요? 나는 그쪽 보지 궁금한데.

애당초 서연의 의사는 크게 상관없었던 건지, 아니면 서연이 자신의 좆을 원한다는 걸 확신한 건지. 남자에게서 머지않아 사진이 도착했다.

단순히 몸과 드로어즈 사진에 불과했던 이전과는 달리 정말로 빳빳하게 발기한 검붉은 살덩이의 사진이었다.

서연은 숨을 헉 들이마시고는 한참이나 그가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

“어, 엄청 크잖아…….”

야동 배우를 제외하면 난생처음 보는 성인 남자의 좆에 서연은 입만 벙긋거렸다.

기둥에는 우둘투둘한 핏줄이 잔뜩 튀어나와 있었고, 삽머리 같은 귀두는 피가 쏠린 건지 무척 단단해 보였다.

이런 게 제 구멍을 마구잡이로 박아댈 것이라고 생각하니 서연은 흥분감에 다리가 꼬였다. 손은 어느새 음부 위를 더듬거리고 있었다.

서연이 제게 반응해줬다는 것이 기쁜 건지, 남자는 아예 동영상까지 보내왔다.

긴장감을 억누르며 클릭한 동영상 속에는, 커다란 남자의 손이 좆기둥을 움켜쥐고 느리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영상의 끝자락에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도 들려왔다.

-같이 자위할래요? 나는 그쪽 박는 상상하면서 딸칠 테니까 너는 나한테 박히는 상상 하면서 보지 쑤셔봐.

흥분한 건지 남자의 목소리 끝이 살짝 갈라져 있었다. 뭉툭한 귀두 또한 희뿌연 정액들이 제법 많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서연은 마치 최면에 걸리기라도 한 듯이 남자의 말대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지를 벌리고, 그 안에 숨어 있던 도톰한 살점을 살짝 짓이겼다.

영상 속의 남자 또한 다급하게 제 것을 움켜쥐고 흔들기 바빴다. 흥분감에 꿈틀대는 근육들 또한 색스러웠다.

저렇게 단단하고 뜨거운 살덩이가 제 보지를 쑤시고 싶어 한다니, 오물대던 구멍이 아찔하게 조여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더 이 행위를 이어 나갔을까. 사정없이 문질러지던 클리토리스로부터 전율이 일었다. 서연은 빠르게 절정을 맞이했다.

그리고 쾌락의 끝자락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며 제정신을 되찾는 순간.

‘진짜 미쳤어……!’

서연은 또다시 자기혐오에 빠져들었다. 일면식도 없는 남자와 폰섹을 한 자신이 한심하고 수치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런 서연과 달리 남자는 죄책감도 없는 건지, 한 번 더 메시지를 보내왔다.

sdfesdfa 어때요, 제 좆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서연은 고개를 마구 도리질하며 남자와의 대화방에서 나오려 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남자가 한 통의 메시지를 더 보냈다.

sdfesdfa 도망가지 말고 말해주셨으면 좋겠는데. 딸감으로 제 좆 사진까지 바쳤잖아요.

그에 서연은 저도 모르게 발끈하여 답신을 보냈다.

sxxyxx2 누가 도망갔다고 그래요? 게다가 멋대로 그런 흉한 사진 보낸 게 누군데.

sdfesdfa 이제야 답장해 주셨네. 그래서 제 자지 어때요? 보면서 자위했어요?

sxxyxx2 자위는 무슨. 됐고 차단할게요.

할 거 다 해놓고 차단이라니.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다.

어디 그뿐일까? 만약 정말 차단할 거였다면 답장이고 뭐고 할 필요도 없이 진즉 하면 됐지. 쓸데없이 사족은 왜 붙인단 말인가.

서연은 스스로의 추함에 한 번 더 자책했다.

‘차단할게요가 뭐야 대체.’

무슨 선전포고냐고.

sdfesdfa ㅋㅋㅋ 에이, 차단 안 할 거잖아요. 부담스럽게 안 굴게요. 저랑 조금만 더 놀아주세요.

남자 또한 그녀가 자신을 차단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린 듯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건, 차단하겠다는 자신의 선고에도 태연하게 맞받아치며 답장을 보내온 그에게 안도하는 자신이었다.

sdfesdfa 혹시 몇 살인지 물어봐도 돼요? 아, 저는 28살이에요.

그러다 도착한 남자의 메시지에 서연은 묘한 반가움을 느꼈다. 마침 그녀와 동갑인 덕이었다.

sxxyxx2 뭐야, 동갑이네

서연이 그렇게 대답하자 남자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반가움을 표했다.

sdfesdfa 오, 어쩐지 피드 보는데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거 같더라니까요. 나이부터 동갑이네. 그럴 줄 알았어.

그 말에 서연은 일부러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럼에도 남자는 기죽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sdfesdfa 근데 혹시 어느 동네 사는지 물어봐도 돼요?

아까부터 은근슬쩍 호구조사를 하려 드는 그가 수상할 법도 한데, 눈치가 둔한 편인 서연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sdfesdfa 아, 참고로 저는 이수역 쪽 살아요.

그리고 확인한 남자의 메시지에 서연은 신기함을 숨기지 못했다. 동갑인 데다가 사는 곳까지 서연의 원룸 근처였다. 이 정도 되니 서연도 근거 없는 내적 친밀감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연은 일면식도 없는 그에게 선뜻 제가 사는 동네를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짧게 멀지 않은 곳에 산다고만 답장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남자 또한 의외로 더 캐묻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서연은 그에 대한 신뢰가 아주 미세하게 쌓였다.

공감대가 있어서 그런 건지, 남자는 더욱 수월하게 서연과 대화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온 사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척 평범한 대화였다.

그렇게 서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남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sdfesdfa 아 그럼 너는 회사 때문에 자취하는 거구나

sxxyxx2 그러는 너는? 회사 안 다니면 무슨 일 하는데?

sdfesdfa ㅋㅋ 그냥 일

sxxyxx2 무슨 일?

sdfesdfa 음, 프리랜서 비슷한 거……?

프리랜서면 프리랜서인 거지, 비슷한 거는 또 뭐란 말인가. 서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남자가 제 신상 정보를 세세하게 캐묻지 않았듯, 서연 또한 그에 대한 걸 캐묻지는 않았다.

사는 곳이 가까워서 그런지 나름 적절한 대화 주제도 있었고, 서연은 적당히 선을 지킬 줄 아는 남자가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몸이 좋아서 그런가?’

그래, 아마 이 이유도 크게 한몫하는 거겠지. 사진으로 봤을 땐 몸도 좋고 꽤 괜찮게 생긴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자, 남자는 아까의 저속한 말을 뱉어대던 사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무척이나 정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서연은 어느새 경계심을 풀고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음담패설도 오갔지만, 저녁은 뭐 먹을 거냐는 둥의 일상적인 대화가 대다수였다.

홀로 타지에서 생활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외로움이 쌓였던 걸까. 서연은 자정이 넘은 시간이 되어서야 자신이 그와 제법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sxxyxx2 나 이제 잘 거야, 내일 출근해야 해.

sdfesdfa ㅇㅋㅇㅋ 그래 잘자 내일 일어나면 연락하고

남자는 자연스럽게 내일의 연락까지 유도해냈다. 서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괜히 시큰둥하게 답장했다.

sxxyxx2 생각해볼게.

sdfesdfa ㅋㅋ 연락할 거면서.

sxxyxx2 ㅡㅡ

sdfesdfa 장난이야ㅋㅋㅋ 얼른 자.

그렇게 대화를 마친 서연은 기분이 싱숭생숭해졌다. 일면식도 없는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건 제법 즐거웠지만, 그의 몸을 보고 자위한 자신이 파렴치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뒤늦게 현타마저 몰려왔다.

‘으, 차서연.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이랑 뭐 하는 거야.’

서연이 그렇게 스스로를 탓하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렇게 남자가 궁했던 것도 아니면서…….’

막상 홀로 남아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있으니, SNS에서 만난 남자에게 경계심을 푼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에휴, 그래. 이상한 놈일 수도 있는 건데 조심하자.’

내일부터는 그냥 연락하지 말아야지. 자칭 K유교걸 서연은 정말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 * *

하지만 어디 인생이 제 뜻대로 쉽게 되던가?

sdfesdfa 점심 먹었어?

sxxyxx2 응, 텐동 먹었다 ㅋㅋ 너는?

sdfesdfa 오, 맛있는 거 먹었네 ㅋㅋ 나는 그냥 집에서 혼자 라면

sxxyxx2 아놔, 이 시간에 집에 있는 네가 진정한 승리자다 ㄱ-

짧게 메시지에 답장한 서연이 다시금 자괴감에 빠졌다. 도대체 왜! 왜 작심삼일도 아니고 작심 열두 시간이란 말인가.

‘서연아, 너 많이 외로웠니? 아니면 이렇게까지 몸빠 얼빠야?’

그녀가 스스로를 탓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아무리 제 자신을 탓해 보아도, 행동에 큰 변화는 없었다.

남자는 무척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해냈고, 서연은 보란 듯이 남자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차 주임, 점심시간 끝나는 대로 그때 펑크 난 이 프로 화보랑 인터뷰 다시 일정 체크 좀 해줄 수 있어요?”

그렇게 자괴감에 빠져 있던 서연의 귓가로 매서운 팀장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그녀는 황급히 휴대폰을 내려놓고 곧바로 찾아보겠다는 대답을 했다.

‘에휴, 아주 잘나신 세계적인 골프 스타님 덕분에 나 같은 일개미만 죽어 나가고…….’

이렇게 백날 천날 다시 연락해 본다 한들, 어디 연락이 닿냐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 개인 번호로 그에게 연락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잘나가는 소꿉친구에게 모처럼 연락해서 하는 말이 고작 업무적인 부탁? 와, 상상만 해도 정말 최악이네.

서연은 차마 입 밖으로 뱉지 못할 말들을 속으로 삭이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sdfesdfa 일 화이팅 해라 ㅋㅋㅋ 난 좀 쉰다

짧은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대화창에 보기 좋은 남자의 몸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sdfesdfa 그리고 이건 선물. 그렇다고 회사에서 딸치지는 말고.

sxxyxx2 ㅡㅡ 뭐래 아니거든

sdfesdfa 아니긴 무슨 발정 나서 박아달라 할 땐 언제고…….

sxxyxx2 ㄷㅊㄷㅊㄷㅊㄷㅊ 제발 닥쳐 닥쳐 차단하기 전에 닥쳐!!

sdfesdf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망함에 얼굴이 울긋불긋해진 와중에도 서연은 은근슬쩍 남자가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 혹여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주변을 살피는 철저함도 잊지 않았다.

슬며시 남자가 보낸 사진을 확대하자 오늘도 잘 짜여진 근육들이 서연을 맞이했다.

‘확실히 미남이 좋긴 좋구나…….’

갑자기 기운이 확 나는 기분이네.

갈대 같은 스스로를 탓하면서도 서연은 연예인 같은 남자의 몸에 홀린 듯 미소를 지었다.

지난밤, 두 번 다시 절대로 그와 연락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와 동일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음흉한 낯이었다.

그 사실을 서연 또한 자각했다. 그러고는 다시금 무의미한 자괴감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진짜 미쳤다고!’

하지만 역시 가장 원망스러운 건, 미쳤다고 되뇌면서도 남자의 탄탄한 몸 사진을 확대하고 있는 서연 자신이었다.

그렇게 헤벌쭉해하는 서연의 귓가로 청천벽력 같은 팀장의 말이 떨어졌다.

“차 주임, 아까 부탁한 이 프로 인터뷰 일정 확인됐죠?”

이 프로, 이 프로. 그놈의 빌어먹을 이 프로. 엄마에게서 매일같이 원과 비교당하던 것도 짜증 나는데, 이젠 회사에서마저 이놈 얘기를 들어야 했다. 서연은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며 대답했다.

“네, 팀장님. 설마 또 선수 측에 무슨 문제라도…….”

개자식아, 제발 사고 좀 그만 쳐라. 그런 서연의 마음을 알아준 건지, 다행히 추가적인 사고는 없었다. 다만 더 큰 문제가 서연을 찾아왔을 뿐.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이번 기회에 차 주임도 현장 한 번 가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그동안 현장 갈 기회가 너무 없었잖아요. 언제까지 매니지랑 연락만 주고받는 선에서 업무 볼 수도 없으니까.”

팀장의 말에 서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현장? 갑자기 나더러? 아니, 그래. 이쪽 업계에서 일을 시작한 후로, 현장에 나가는 건 각오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런 슈퍼스타와 작업하는 현장이라니. 커리어에 득이 됐으면 됐지 실이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라면…….

‘현장 나가면 이원, 이 새끼 마주쳐야 하잖아!’

어릴 적 친구는 잘나가는 슈퍼스타님이고. 나는 그런 슈퍼스타님을 인터뷰하는 회사의 말단 사원.

와, 정말 최악이었다.

잘나가는 원을 탓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피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서연은 말 그대로 말단 사원, 일개미였다. 거절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었다. 서연은 차마 뱉지 못할 말을 삼키며 표정을 숨기고 긍정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현장 나갈 준비 저도 진행하겠습니다.”

* * *

서연은 피곤한 몸을 끌고 힘겹게 집에 도착했다. 얼굴 본 지 꽤 됐다 싶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원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더라.’

올봄에 본가 갔다가 잠깐 봤었지 참.

추하다, 추해. 친구가 잘나가면 그냥 마음 편히 축하해 주면 되는걸.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못났냐.

서연이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하지만 역시 자꾸만 그와 저를 비교하려 드는 엄마 탓에 지치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늘도 엄마에게는 문자가 한 통 남겨져 있었다.

엄마 : 요즘 원이 무슨 일 있다니? 안 좋은 뉴스가 많이 보이네……. 친구 좋다는 게 뭐니. 그럴 때 응원도 좀 해주고 그래라. 응?

이원이 좁아터진 지방 도시의 자랑 같은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지긋지긋했다. 누가 보면 원이 제 엄마 아들이고 제가 옆집 딸인 줄 알 것 같았다. 서연은 섭섭함에 일부러 답장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엎어둔 휴대폰에 문자가 한 통 더 도착했다. 신경질적으로 액정을 확인하니, 엄마가 아니었다.

sdfesdfa 뭐하냐, 퇴근했어?

울적해서 그런 건지 서연은 저도 모르게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없는 힘을 끌어모아 그에게 짧은 회신을 보냈다.

‘에휴, 그래. SNS에서 만났든 이상한 놈이든 알 게 뭐냐.’

어차피 연애할 것도 아니고. 연락 좀 주고받는 건데, 이게 뭐 범죄도 아니잖아. 바깥에서 시원하게 사고치고 다니는 누구보다야 남한테 피해도 안 주는 내가 훨씬 낫지.

서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점점 이름도 모르는 의문의 사내와 음담패설을 나누는 자신에 대해 관대하게 굴기 시작했다.

sxxyxx2 이제 퇴근해서 집 왔어 ㅋㅋ ㅠㅠ 넘 피곤하다.

sdfesdfa 고생했네. 선물 줄까?

애당초 서연의 대답은 중요치 않았는지, 남자는 이번에도 서연에게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몸 사진을 보내왔다. 바위를 깎은 듯 단단해 보이는 근육들이 서연의 휴대폰 액정을 꽉 채웠다.

sdfesdfa 아쉽다. 너만 오케이 하면 고생하고 온 보상으로 내 좆 원 없이 박아줄 텐데.

sxxyxx2 뭐래

sdfesdfa 왜, 싫어? 너 묶어놓고 뒤에서 씹질하면 진짜 존나 야할 거 같단 말이야. 나중에 꼭 박게 해줘. 어차피 너도 이런 거 좋아하잖아.

갑작스럽게 들어온 그의 음담패설에 서연이 잠시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말마따나 서연은 남자의 이런 저질스러운 대화에 곧잘 흥분하곤 했다. 당장 지금만 해도 아래가 축축해졌으니 더 말할 것도 없는 기정사실이었다.

sdfesdfa 말 나온 김에 주말에 만날래?

sxxyxx2 싫어 ㅋㅋ 절대

sdfesdfa 와 칼답 너무하네;

sxxyxx2 네가 누군 줄 알고 만나 위험하게

sdfesdfa 어차피 너도 지금 파트너 없잖아. 하고 싶지 않아? 천박한 말 들으면서 수갑 채워진 채 다리 벌리고 좆질 당하는 거. 그 꼴로 박히면서 울어댈 거 생각하면 진짜 꼴려, 너.

남자는 채팅을 이어 나가다 말고 잠시 멈추었다. 서연 또한 그가 보낸 내용을 보며 흥분감을 죽이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이대로라면 정말 그의 의도대로 다리라도 벌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얘는 내가 이런 쪽으로 파트너 좀 구해서 만나본 사람인 줄 아나 보네.’

그러다 그가 보낸 내용을 다시 확인하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만약 이 남자가 지인의 지인 정도만 됐어도, 그 정도의 신원 보증만 가능했어도 서연은 고민할 것 없이 그를 만났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쪽으로 굶주린 서연이라 한들, 일면식도 없는 이를 만나 다리를 벌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 아니다. 오히려 지인의 지인이라면…….

‘더 안 되겠네.’

내 취향이 여기저기 소문날 거 아니야. 그것도 그거대로 불안해.

생각이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 나갔다. 그러다 결국 서연은 한숨을 푹 내쉬며 체념했다. 이런 자신의 취향을 정상적인 경로로 발현시킨다는 건 역시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 생각에 빠져 있던 서연의 휴대폰이 한 번 더 진동했다. 그녀가 액정을 확인하자, 남자가 추가로 보내온 웬 사진 한 장이 보였다.

사진을 확대하니 검붉은 살덩이를 콱 움켜쥐고 있는 남자의 커다란 손이 가장 먼저 눈에 담겼다.

sdfesdfa 알겠어, 부담스러우면 만나자고 안 할게.

sdfesdfa 대신 너 생각하면서 딸치는 건 하게 해줘.

핏줄이 흉흉하게 선 좆기둥에 입맛을 다시던 것도 잠시, 불현듯 든 생각에 서연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그런데 얘는 대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내 얼굴을 알기를 해, 아니면 몸을 알기를 해?

역시, 생각하면 할수록 수상한 놈이었다. 잘생기고 몸이 좋은 건 부정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정상인은 절대 아니었다.

sdfesdfa 근데 너 자지 빠는 거 좋아하냐?

sdfesdfa 너한테 내 거 물리면 ㅈㄴ 꼴릴 거 같은데 ㅋㅋ 묶어놓고 입에 박아대고 싶다. 너 입에 싸도 돼?

남자는 흥분한 건지 점점 대화의 수위를 높여갔다. 하지만 남자가 보내는 이런 메시지에 아래가 움찔대는 자신 또한 정상이 아니라고, 서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다소 격한 플레이를 원하는 듯한 남자의 말을 보며, 서연은 있지도 않을 그와의 섹스를 상상했다.

상상 속 서연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묶여 있었다. 그런 꼴로 일면식도 없는 남자의 거무튀튀한 좆을 개처럼 빨고 있었다. 좆물이 줄줄 흐르는 자지가 목구멍을 찌르며 거칠게 들락거릴 거라 생각하니 서연의 구멍에서는 일순 뜨거운 애액이 흘러내렸다. 그런 제 꼴이 꼭 발정 난 암캐 같다며 조소하는 남자의 모습도 상상됐다.

그랬다. 서연은 빌어먹게도 이런 것에 흥분했다.

사춘기에는 이런 자신의 취향이 잘못된 것인 줄 알고, 부모님께 죄스러운 마음도 컸었다. 하지만 지금의 서연은 이런 자신을 받아들인 지 오래였다.

‘어차피 SNS에서 만난 사람인데 뭐.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서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와 음란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자신에게 자책하던 마음을 죽였다. 편하게 즐기면 될 일이었다. 이런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자위 좀 하는 것쯤이야, 위험할 것도 없었으니까.

그런 서연의 속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에게서 메시지가 더 도착했다.

sdfesdfa 혼자 딸치기 싫으니까, 너도 보지 벌려봐.

그러다 그 메시지를 본 서연은 잠시 멈칫했다. 설마 내 사진도 보내라는 건가? 그건 찝찝한데.

그런 서연의 속을 읽기라도 한 건지 남자가 한 마디 덧붙였다.

sdfesdfa 사진 안 보내도 돼. 그냥 하기만 해.

sdfesdfa 젖었어?

그에 안도한 서연이 짧게 대답했다.

sxxyxx2 응

sdfesdfa 착하네, 보지도 잘 젖고.

역시 서연은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은 천박한 말을 들으며 흥분하는 사람이라는 걸.

남자는 서연에게 한 차례 더 자신의 좆 사진을 보내왔다. 흉흉하게 고개를 치켜든 성기는 아까보다 더욱 부풀어 있었다. 곧 터지기 직전의 시한폭탄처럼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저렇게 큰 게 제 안에 들어올 수나 있을까? 서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붉은빛이 도는 선단을 살짝 입에 물면 어떤 맛이 날지. 그러다 축축해진 구멍 속을 두툼한 자지가 꿰뚫고 들어오면 어떤 쾌락을 선사해 줄지.

경험이 없는 서연은 온통 궁금한 것투성이였다.

그래서였을까. 서연은 조금 더 선을 넘어보기로 했다.

찰칵, 짧은 셔터음 소리가 들렸고 대화방에는 뽀얀 음순 사이로 발딱 선 서연의 보지 사진이 나타났다.

사진을 확인한 남자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

sdfesdfa 미친

sxxyxx2 왜? 별로야?

sdfesdfa 아니, 쌀 뻔했어.

sdfesdfa 진짜 박고 싶게 생겼네. 근데 너 원래도 아무한테나 보지 사진 보내고 그런 거 아니지?

sxxyxx2 뭐라는 거야 ㅡㅡ

sdfesdfa 진짜 절대 그러지 마라. 제발, 나한테만 보내.

연달아 오는 남자의 메시지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질투라도 하는 건지 뭔지, 왜 제게만 사진을 보내라는 걸까 조금 의문스러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마냥 이 상황이 즐거운 서연이었다.

그래, 이 정도까진 괜찮겠지. 얼굴이 나온 것도 아니었으니까. 서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와 행위를 이어 나갔다.

이 순간만큼은 바깥의 스트레스가 모두 잊혀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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