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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7화 (17/430)

제17화

영약원의 중심부에 다가갈수록 운청휘의 코를 찌르는 냄새가 있었다.

영물의 몸에서 나는 냄새다. 다만 이상한 것은, 그의 신식이 영물의 존재를 찾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같은 선제라면 몰라도, 하늘 아래 선제의 신식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소가주. 이제 점심을 들 시간입니다. 돌아가서 식사를 들고 오후에 다시 오심이 어떠신지요?”

운청휘의 뒤에서 운호가 물었다.

“괜찮습니다. 시장하지 않습니다.”

운청휘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소가주께서는 그럴지 몰라도, 저는 식사를 해야 한단 말입니다!”

운호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시장하거든 먼저 돌아가시오.”

운청휘는 운호의 말투가 변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듯 그대로 걸었다.

“소가주, 이게 무슨 사서 하는 고생입니까…….”

운호는 한숨을 내쉬며 담담한 살기를 뿜어냈다.

“이런 말이 있지요, 주제에 맞지 않는 보물을 지니면 화를 입는다고. 영물 같은 귀한 것을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욕심도 실력이 있어야 부리는 거지요.”

“오호,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이지?”

운청휘는 차가워진 눈으로 운호를 돌아봤다.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소가주께 영약원을 떠나시라 권하는 겁니다. 어떤 것은 소가주가 탐낼 자격이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운호는 음습한 얼굴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지금, 협박하는 건가?”

운청휘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허허허. 협박이라……. 소가주가 그리 생각한다니 못할 것도 없지요.”

말을 내뱉으며 운호가 운청휘를 향해 다가갔다.

“제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소가주께서 저절로 나가기 싫으시다면 이 몸이 직접 해드리지요!”

“영약원은 운씨세가의 것. 기껏해야 이곳을 지키는 개가 감히 나를 여기서 내쫓는다고 하였느냐?”

운청휘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말투 또한 험악해졌다.

그 말에, 운호는 화를 내기는커녕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사람이면 어떻고, 개면 어떻단 말이냐! 그래, 오늘 그 개한테 호되게 물려 봐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호가 달려들었다. 이때 그와 운청휘의 거리는 겨우 일 장에 불과했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운호의 공격이 운청휘에 몸에 닿았다.

그 짧은 순간, 운청휘는 몸을 돌려 운호의 공격을 흘려버리고는 그의 등을 잡아챘다.

펑!

운호의 반응도 못지않게 빨랐다. 그대로 몸을 돌리며 일장을 날리고는 운청휘의 손을 맞받아쳤다. 그 반동으로, 운호의 몸은 십여 장 가까이 날아갔다.

“의외이신가? 성경 7단계인 운양청도 소가주의 상대가 되지 못했는데, 이제는 이 키우던 개도 잡지 못하니 말이야.”

약재 밭에 착지한 운호가 비아냥거렸다.

“고작 성경 8단계에 놀라야 하는가? 설마, 정말로 잡지 못한다고 생각했느냐?”

운청휘는 시답지 않다는 듯 피식 웃으며 운호를 향해 붕산권을 내질렀다.

그는 진짜로 운호가 시답지 않았다. 성경 9단계였던 대장로도 자신의 상대가 안 됐는데 운호 따위야 말할 것도 없었다.

“하하하. 소가주, 말재주가 보통이 아니시오. 임씨세가에서 어제 사람을 보내 이렇게 전하더군. 소가주의 무위는 성경 7단계 정도인데 전투력이 보통 성경 7단계보다 높다고. 그러나! 이 몸은 견실한 성경 8단계라 이 말씀이오!”

운호는 냉소를 지으며 똑같이 운청휘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쿵!

두 주먹이 부딪치며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이 울렸고 그와 함께 충돌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수십 장을 밀려 나간 운호는 몸도 가누지 못하고 땅에 처박혔다.

“쿨럭쿨럭!”

그는 연신 피를 토해내며 겨우 일어섰다.

“어떻게……?”

운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와 운청휘는 정직하게 주먹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주먹 한 번에 자신이 수십 장을 밀려난 것이다.

“정녕 성경 7단계가 맞소이까?”

운호는 믿기 힘들다는 듯 숨을 들이켜며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당치도 않는 소리!”

운청휘는 말과 함께 영후백변신법을 펼쳤다.

“성경 5단계의 경지면, 널 상대하기 충분하다!”

빠르게 운호의 앞으로 다가간 운청휘가 손을 뻗어 그를 들어 올렸다.

“운씨세가의 은혜를 잊고, 임씨세가와 결탁해? 심지어 본제에게까지 발톱을 드러내느냐!”

운호는 운청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살기를 느끼며 황급히 목숨을 구걸했다.

“소가주님. 살려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아! 제, 제가 임씨세가의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운호는 운청휘가 말이 없자 그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급히 말을 이었다.

“임, 임비화가 소가주님께 결투를 신청한 목적은 영약원뿐만이 아닙니다. 그들은 영약원 안에 있는 영물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이번 결투를 위해 임씨세가는 만단의 준비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승리를 위해 왕급하품의 법보(法寶)도 동원되었고요!”

왕급법보?

운청휘에게도 뜻밖이었다.

선계에서는 굴러다니는 쇳덩이도 왕급 이상이라지만, 천성대륙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무리 하품의 왕급법보라 해도 임씨세가의 오은철 광산과 운씨세가의 영약원을 팔아야 가격을 치를 수 있었다.

“그리고 소가주님은 제가 왜 배신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여전히 말이 없는 운청휘를 힐끔거리며, 운호가 주저하더니 말을 이었다.

“소가주님의 말이 옳습니다. 운씨세가는 제게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제가 다시 태어나도, 운씨세가에 충성을 바치겠지요. 다만, 지금의 운씨세가는 몰락하고 있습니다. 임씨세가에서는 이미…….”

“……!”

운청휘가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한 줄기의 살기가 그의 뒤에서 쏘아져 왔고, 그가 급히 몸을 피하자마자 공격이 운호의 몸에 적중하며 그대로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야옹.”

다음 순간, 한 마리의 영물이 갑자기 운청휘의 앞에서 나타났다.

고양이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영물의 몸은 은백색의 털로 덮여 있었다.

성인의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크기에, 얼핏 보기에는 새끼 고양이와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영물에게서 풍겨 나오는 신성하고 깨끗한 기운과 네 발의 발가락이 모두 한 개씩이라는 것이다.

크기와 달리 꽤 무게가 나가는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묵직한 느낌을 주는 녀석의 눈에는 짙은 원한이 담겨 있었다.

“너였군.”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놀랄 것 같지 않던 운청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신식이 통하지 않는다 했더니 너였구나!”

운청휘는 이제 알겠다는 듯 머리를 끄덕이며 적수라도 만난 것처럼 눈앞의 영물에서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야오오오옹…….”

녀석은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사람의 말을 할 수 없으니 그냥 화를 못 이겨 되는대로 울어대는 것 같았다.

“흥! 본제의 탓이라는 거냐? 잊지 말거라. 공간의 통로에서 본제를 먼저 공격한 건 너다!”

영물의 울음소리를 알아들었는지, 운청휘는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눈앞의 이 영물은 운청휘가 천성대륙으로 돌아올 때 공간의 통로에서 상대한 혼돈 영수였다.

또 다른 이름은 혼돈지령. 말 그대로 태초의 혼돈에서 태어난 생명체였다.

선계에서도 이미 멸종해 전설로만 내려오는 혼돈지령.

도철 괴수와 마찬가지로 혼돈지령도 탐식을 통해 진화하며, 생명체를 흡수할 수 없는 도철 괴수와 달리 혼돈지령은 세상 만물의 흡수가 가능했다.

공기부터 시작해 오행의 기운, 법칙의 기운은 물론이고 하늘과 땅, 일월성신(日月星辰)도 탐식할 수 있는 것이다.

“웨에에에옹…….”

녀석이 으르렁거리며 운청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속도가 너무도 빨라, 운청휘도 겨우 궤적을 맞추는 것이 고작이었다.

혼돈 영수 앞에서 방심할 수 없기에, 운청휘는 즉시 영후백변신법을 펼쳐 육 장 허공 위로 뛰어올랐다.

슉!

혼돈 영수가 입으로 돌을 쏘아냈다. 운호의 머리를 뚫어 버린 그 수법이었다.

“붕산권!”

허공을 가르고 날아오는 돌덩이를, 운청휘는 그저 중권으로 받아낼 뿐 피할 도리가 없었다.

굉음과 함께 돌덩이가 부서지고, 중권을 내지른 운청휘의 손에서도 핏물이 흘러내렸다.

고통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운청휘는 반동으로 더 높은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혼돈 영수와 대면한 뒤로, 운청휘의 머릿속은 단 하나의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다.

‘피해야 한다!’

일전에 상대했을 때도 참천신검의 힘으로 겨우 격퇴한 혼돈 영수였다.

참천신검은 고사하고 손에 익은 무기도 없는 지금,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영후백변신법을 극치로 끌어 올린 운청휘는 허공을 평지처럼 밟으며 달리고 또 달렸다.

“야옹야옹!”

달아나는 운청휘를 바라보는 혼돈 영수의 총기 가득한 눈에 비웃음이 걸렸다.

슈슈슉…….

다시 몇 개의 돌덩이가 혼돈 영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운청휘가 급하게 몸을 틀었다. 쏘아진 돌덩이들이 그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몸을 튼 탓에 운청휘의 걸음이 어지러워졌다. 그의 몸이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운청휘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허공이라면 도망칠 가능성이 있지만, 지면이라면 혼돈 영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저도 모르게 공간의 통로에서 벌인 일전을 떠올리는 운청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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