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중년인이 운청휘를 바라보며 흥얼거렸다.
“됐으니 이만 공격해라. 내가 공격하면 네놈은 고작 한 수도……. 윽! 이 자식, 감히……!”
중년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운청휘는 공격을 가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중년인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몇 장 떨어진 땅에 볼썽 사납게 처박혔다.
“퉤……!”
입가가 피투성이가 된 중년인이 침을 뱉었다. 뜻밖에도, 바닥에 떨어진 피에는 앞니가 섞여 있었다.
“아야야, 이 놈이! 네가 이 몸을 덮친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앞니까지 부러뜨리다니!”
꽥꽥 소리치던 중년인이 주먹을 불끈 쥐며 달려들었다. 수십 번의 강맹한 공격이 전부 운청휘에게 쏟아졌다.
“이놈! 다시는 사람을 함부로 덮치지 못하게 해 주마!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네놈의 옷을 죄다 벗겨서 극광성을 한 바퀴…… 아니, 세 바퀴를 돌게 해 주마!”
만약 진심으로 위협했다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
다만 그저 화만 냈을 뿐 살기를 드러내지 않았기에 운청휘도 살수를 쓸 생각은 없었다.
운청휘는 가볍게 영후백변신법을 펼쳐 중년인의 뒤로 이동해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퍼억!
중년인은 심한 통증을 느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순간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첫 일격은 기습적이었다 해도, 지금은 중년인과 맞서 가볍게 그를 꺾었다.
마치 어른과 아이의 대결처럼 간단히 승부의 결과가 났다.
“이 정도 실력으로 내 치아를 부러뜨리겠다고요?”
운청휘는 빙그레 웃으며 엎드려 있는 중년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그리고, 발가벗겨서 극광성 세 바퀴를 돌게 한다?”
비록 살기를 내뿜지 않았다곤 해도, 중년인이 자신을 위협한 것은 사실이었다.
선제로서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웠다.
중년인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운청휘는 손을 내밀어 그의 옷을 찢고, 찢고, 또다시 찢고…… 말릴 틈도 없이 속바지만 남겨 볼썽사나운 모습을 만들어 주었다.
“소협, 멈추시오!”
“소협, 제발 봐주시오……!”
“소협, 호 교관의 농이 지나쳤네. 그만하시게!”
“소협, 처, 첫 번째 시험은 합격했으니, 이제 두 번째 시험을 바로 시작합시다!”
다른 중년인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만약 운청휘가 속바지까지 벗겨 버렸다면, 그 ‘호 교관’은 평생 극광성에서 고개를 들고 살 수 없을 터였다.
운청휘는 호 교관에게 속바지 한 벌은 남겨 주었다.
앞으로 자주 볼 사이에 굳이 척을 질 필요는 없었으니까.
“이 개자식, 너 꼭 두 번째 시험 합격해라…… 그때 네놈을 죽이지 못하면 이 몸이 손에 장을 지지겠다!”
호 교관이 운청휘를 향해 이를 악물고 말했다.
허풍을 떨긴 했지만, 그는 내심 운청휘의 재주를 아까워하고 있었다.
성경 9단계의 무위로 월경 1단계인 자신을 쓰러트리다니, 사성 기재가 아닌가!
일성, 이성, 삼성 등으로 분류되어 구성까지 나뉘어 있는 경지, 그 중 사성 기재는 단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갖춘 자를 가리켰다.
운청휘는 성경 9단계의 무위로 월경 1단계인 호 교관을 쓰러트렸으니, 한 단계를 뛰어넘는 ‘일성 기재’인 셈이다.
천성대륙이든 선계든 절정의 기재는 무척 드문 존재이지만, 이 성공학관의 기재 반은 모든 사람이 사성 기재였다.
대부분은 일성, 소수의 사람이 이성이다. 삼성 기재는 기재 반에 존재하기가 힘들었다.
호 교관은 운청휘를 일성의 기재로 판단했지만, 어쩌면 그 이상의 기재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다섯 책임자는 운청휘를 밀실로 안내했다. 밀실 중앙에는 사람의 키만 한 크기의 수정구가 놓여 있었다. 수정구는 마치 야광주처럼 빛을 내며 투명하게 반짝였다.
“이것은 왕극주로서 보기 드문 진기한 보물일세. 비록 공격력은 없지만,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한 사람의 잠재력을 측정할 수 있지!”
왕극주를 소개한 호 교관이 가까이 다가가 두 손을 구슬 위에 얹었다.
그 순간, 왕극주에서 여섯 갈래의 주황빛이 뿜어져 나왔다.
“왕극주는 빨강, 주황, 노랑, 초록의 4가지 빛을 지녔다. 빛마다 성경, 월경, 양경 그리고 전설의 선천경으로 나뉘지. 보이느냐? 지금 왕극주가 내뿜는 이 빛은 내 무위가 월경 6단계라는 것을 뜻한다. 물론, 무위를 측정하는 건 왕극주의 기본 능력에 지나지 않아. 왕극주의 특별함은 한 사람의 천재성을 측정한다는 점이다!”
‘호 교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극주 위에 떠올랐던 여섯 개의 빛이 아홉 개로 늘어났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마지막 한 줄기가 나타나는 동시에, 빛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노란색의 빛 한 줄기가 서서히 다섯 갈래로 나뉘기 시작하다 이윽고 분열을 멈추었다.
“잘 보았는가? 왕극주의 결과에 따르면…… 나의 잠재력은 양경 5단계다!”
호 교관의 시선이 운청휘에게 향했다.
“이제, 왕극주 위에 두 손을 얹고……, 노란색 빛이 난다면 그게 몇 줄기든 자네는 두 번째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네. 게다가 성공학관 최정상에 있는 기재 반의 생도가 될 테지!”
그제야 운청휘는 기재 반의 교관들이 입학 조건을 불평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의 기이한 태도도 포함하여.
우선, 첫 시험에 합격하려면 적어도 초월 기재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두 번째 시험은 초월 기재 중에서도 잠재력이 최소 양경 단계인 사람을 가려낸다.
첫 번째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이도 드물 거니와 잠재력이 양경 단계인 사람은 더더욱 드물 수밖에.
기재 중의 기재를 가려내야 하는 교관들의 고충을 알만 했다.
마치 넉넉한 집안에서 아이 하나를 들이고 그 아이를 수려한 용모로 키우고자 한 것과 같았다.
일단, 백만 명의 청년 중 매우 준수한 이는 확률상 백 명에 못 미칠 정도로 준수한 이가 드물다. 그 백 명 중에서 빼어난 수려한 외모를 조건을 더한 다면 아마 열 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옥석을 가려가다 보면, 이 집안에서 요구하는 사람은 한 명도 키울 수가 없다.
이것이 기재 반의 선별 방식이었다.
그 때문에 기재 반은 모집 열흘째에도 한 명도 뽑지 못했고, 시험을 보러 온 이는 운청휘를 포함해 겨우 열여덟 명뿐이었다.
“만약 측정자의 잠재력이 선천경을 뛰어넘으면 어찌 됩니까?”
운청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건…….”
호 교관은 한동안 대답을 망설이다, 겨우 답을 내놓았다.
“설령 잠재력이 선천생령을 뛰어넘는 이가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가 만날 수 없다! 성공학관이 세워진 이래, 선천생령급의 잠재력을 지닌 이는 나타나지 않았으니. 아니, 천원왕조가 오백 년이 되었지만, 그동안에도 없었느니!”
호 교관의 설명을 들은 운청휘는 왕극주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천천히 두 손을 구슬 위에 올려놓았다.
구슬에서 흘러나온 신묘한 기운이 그의 두 손을 타고 천천히 몸속으로 들어왔다.
지켜보는 이들이 가만히 숨을 내쉰 순간, 왕극주에서 아홉 줄기의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역시 성경 9단계…….”
교관들의 눈가에 실망이 어렸다. 붉은색은 성경을 가리키며, 아홉 줄기인 것은 운청휘가 성경 9단계의 무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열여덟에 성경 9단계의 무위라, 이번 생…… 성장에 한계가 있겠어!”
“일반적으로 열여덟에 성경 9 단계라면, 생전에 월경 5단계까지 수련할 수 있는데…… 이미 쉽지 않겠군!”
“사성의 기재까지는 아닐 가능성이 크겠어…… 단계를 뛰어넘어 적을 격파할 능력이 있는데도 수련에는 천부적인 소질이 없구만.”
실망과 안타까움으로 점철된 밀실을 비추던 붉은빛이, 서서히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주황색으로 물든 빛은 한 줄기로 합쳐졌다가, 찬란하게 빛나며 노란빛을 띠었다.
“노, 노란빛!”
“하…… 하하하! 이 아이의 잠재력은…… 양경이다! 양경이 확실해! 드디어 우리가 제자 한 명 들이는구나!”
***
교관들은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그들은 운청휘가 이미 자신들의 제자가 된 것처럼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집중하시게! 빛이 또 늘어났어!”
누군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잠시 눈을 뗀 사이에 빛이 또 늘어났다. 한 줄기였던 빛이 어느새 여섯 줄기로 늘어나 넘실거리고 있었다.
“여섯 줄기라니……! 잠재력이 호 교관과 똑같지 않소!”
“하하하! 잠재력은 같지만, 운청휘는 사성의 기재요! 전투력에서는 호 교관을 넘어서겠소!”
“열여덟에 성경 9단계라서 폐물인 줄 알았건만…… 숨은 기재였다니!”
“아, 어서 보시오, 왕극주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소이다!”
다섯 명이 속삭이는 사이, 왕극주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폭주하듯 늘어나고 있었다.
밀실이 번쩍거리며 여섯 줄기의 빛이 순식간에 아홉 줄기로 늘어났다.
사방이 별안간 침묵에 휩싸였다.
다섯 명은 운청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들의 앞에 펼쳐진 아홉 줄기의 빛이 증명하는 이 잠재력은, 자신들을 이미 초월하고 있었다.
“왕극주가 아직도 멈추질 않소. 설마 운청휘의 잠재력이 서, 선천경은 아니겠지요?”
호 교관 옆에 있던 중년인이 더듬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특히 ‘선천경’을 언급할 때, 운청휘를 제외한 이들은 흥분과 떨림을 주체하지 못했다.
“우, 우리 성공학관뿐만 아니라 천원왕조 오백 년 이래 선천생령은 나타나지 않았소. 마, 만약 정말로 선천경의 잠재력이라면……!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는 것이오!”
“학관의 보상이 없어도 되오! 우, 우리는 이번 시험으로 미래의 선천생령을 알게 되었소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흥을 깨며 말했다.
“자네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닌가, 운청휘가 양경 9단계의 잠재력을 가진 게 이미 기적인데, 그에게 선천경의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다니…….”
어딘가 빈정거리는 어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왕극주가 발하는 빛의 색이 천천히 다른 색으로 물들어갔다.
초록빛이었다.
다섯 사람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흐름이 스쳐 갔다.
성경을 가리키는 붉은빛, 월경을 나타내는 주황빛, 양경을 뜻하는 노란빛.
그리고, 선천경을 말하는 초록빛!
선천생령.
운청휘의 잠재력은 선천생령이었다.
다섯 사람은 빛에 정신을 빼앗기기라도 한 듯 넋을 잃고 앞을 바라보았다. 특히 빈정거리던 이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근 오백 년간 나타난 적 없다는 선천생령이, 지금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