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더 놀랄 것도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앞에서, 왕극주의 빛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초록의 빛 한 줄기가 두 줄기가 되고, 세 줄기, 네 줄기, 다섯 줄기…….
멈출 줄 모르고 갈라지던 빛은 마침내 다섯 명의 멍한 눈빛에 아홉 개의 줄기가 되어 떠올랐다.
시간이 멈춰 버린 듯, 호 교관을 비롯한 다섯 명은 석상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홉 줄기의 초록빛, 선천경 9단계의 잠재력.
기연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눈앞의 광경에, 그들의 심장이 힘차게 박동하며 정신을 일깨웠다.
“……드디어 끝난 겐가?”
“끝나지 않는다면…… 이 몸의 심장이 터져 버릴 것이오!”
“왜 아니겠나. 차라리 학관에서 주는 보상을 포기하고 말지, 이런 능력에 시험당하고 싶지 않소!”
“마, 만약…… 직접 보지 않았다면 왕극주가 초록빛을 내뿜는다는 건 절대 믿지 않았을 게요. 그것도 한 번에 아홉 줄기의 빛이라니!”
“아홉 줄기! 선천경 9단계가 아닌가!”
이 각이 흐르고 왕극주가 잠잠해졌다. 다섯 명은 기쁘고도 불온한 기운에 휩싸였다.
잠재력이 강한 것은 좋으나, 도를 지나치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지금의 상황 앞에서 그들의 담이 버텨낼 수 있는지였다.
“잠깐만……!”
“운청휘의 손이 아직도 왕극주 위에 있네!”
“설마…… 아직도 측정하고 있단 말인가?!”
별안간 왕극주에 떠올랐던 아홉 줄기 빛이 촛불처럼 훅 꺼져 버렸다.
누군가 반응하기도 전에, 다시금 새로운 빛이 커졌다.
찰칵!
빛의 색깔을 파악하려던 이들은 곧바로 일어나는 일을 목격하고 말았다.
기이한 소리와 함께, 왕극주에 무수한 실선이 그어지며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쾅!
왕극주는 마치 거대한 힘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듯 사방으로 조각조각 흩어져 내렸다.
침묵.
다섯 명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들의 목소리, 숨결, 생각마저 멎어 버린 가운데 왕극주의 잔재만이 바닥에 흩날렸다.
선천경의 잠재력은 과장된 것일까?
이미 오백 년간 나타나지 않았으니, 그저 기담이 아닌가?
그렇다, 분명 과장되었다.
선천경 1단계도 보지 못했는데, 9단계가 존재할 리 없다.
그렇다면…… 왕극주를 폭발시킨 운청휘의 잠재력 또한 과장된 것이란 말인가?
아니다. 아무것도 과장되지 않았다.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었을 뿐. 그러나 지금 석상처럼 굳어버린 이들이 받는 느낌은 현실의 감각이었다.
이들은 천일야화를 마주하고 있었다.
천일야화. 그것은 전설이자 신화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 그 전설의 목격자가 되었다.
“이렇게 쉽게 깨지는가?”
운청휘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시시하군.”
측정 당시, 운청휘는 신식을 써서 아무도 모르게 잠재력을 하락시켰다. 만 분의 1로 떨어트리지도 않았건만, 왕극주가 폭발하고 말았다.
운청휘는 돌아서서 호 교관을 비롯한 다섯 사람을 향해 물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겁니까. 두 번째 결과를 선포하십시오.”
잠시 멈추고, 운청휘가 또 물었다.
“물론, 통과가 아닙니까?”
“다…… 당연하지!”
“만약 자네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누구도 두 번째 시험을 통과할 수 없을 거네!”
“그렇지만…… 자, 자네 우리를 좀 기다려주시게. 우, 우리가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네!”
“나, 나는 심장이 견딜 수가 없어서, 언제 터질지도 모르니 좀 진정해야겠네!”
다섯 명은 모두 횡설수설하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측정 결과는 이미 그들의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었고, 그들은 눈앞의 현실을 이해하기도 벅찼다.
일 다경 후, 겨우 마음이 가라앉은 다섯 명이 일제히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들이 운청휘를 바라보는 눈빛은 절세의 보옥을 발견한 탐구자처럼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했다.
“호덕승, 그 무슨 눈빛인가, 설마 자네 운청휘를 제자로 받겠다는 건가?”
“흥, 싫다고 말하지 말게. 생각해 보자구, 우리의 무위가 운청위를 제자로 삼을 자격이 있겠는가 말일세!”
“우리는 말할 것도 없네. 원장께서도 운청휘를 제자로 받을 자격이 겨우 있는 거나 다름없어!”
“벌써 자포자기할 필요 없다네. 우리가 비록 운청휘를 제자로 거둘 자격은 없지만, 그는 아직 성장하지 못했네. 우리가 그를 지적한다면, 미래에 우리가 운청휘를 수련시켰다고…… 떠벌릴 수 있지 않겠는가!”
“하하하, 대단히 묘안일세! 호 교관, 운청휘의 첫 번째 측정은 자네가 담당했는데, 지금 그를 지적하는 건 내가 먼저…….”
중년인 한 명이 몸을 날리며 운청휘의 앞에 재빨리 도착했다.
“청휘, 자네 무슨 무공을 수련했나? 내 앞에서 시범을 보여주겠나. 부족한 점은 내가 친히 지적해 주겠다!”
중년인은 한껏 자애로운 표정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그는 어느새 운청휘의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다.
“…….”
말없이 그를 바라보던 운청휘가 운을 뗐다.
“십여 년 전, 큰 부상을 입었군요. 자칫 영해도 잃을 뻔했을 테고. 지금은 온 힘을 다해 싸운다면 수만 마리 개미에 물어 뜯기듯이 영해에 통증이 올 터. 이미 그때 영해를 다쳤으나, 독특한 부상이라 단시간에 발작을 일으키지 않을 뿐일 겁니다.”
운청휘가 말을 하면 할수록 상대는 더 놀랐다.
“어, 어떻게 알았지?”
운청휘를 지적하고 싶어 했던 중년인이 충격적인 얼굴로 말했다.
“그건 알 필요 없습니다. 한마디만 해 두겠습니다. ……치료하고 싶습니까?”
운청휘가 되물었다.
“자, 자네 정말 치료할 수 있는 건가?”
중년인의 눈에 절박한 빛이 어렸다.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때, 운청휘의 표정이 기이해졌다.
“허나, 내가 왜 도와야 합니까?”
중년인이 다급히 숨을 들이켜며 말했다.
“자네가 내 영해의 병을 고쳐 준다면, 조, 조건은 자네가 아무거나 말하게!”
“아무거나? 목을 베어 자결하라고 하면, 하시겠습니까?”
중년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운청휘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농담입니다. 이후, 나를 도울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당신의 신념을 위배하는 일은 아닐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 가지라고? 좋아! 내 능력 범위에서 할 수 있다면, 반드시 해주겠네!”
망설이던 중년인이 곧 승낙의 뜻을 내비쳤다.
“움직이지 마시오. 내가 무엇을 하든, 영력으로 저항하면 안 됩니다.”
중년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운청휘는 가볍게 경고를 하고, 손바닥을 다시 내려쳤다.
팡! 팡! 팡!
연거푸 일곱 번의 타격이 이어졌다.
천지혈, 옥천혈, 천수혈, 백옥혈 등 일곱 개의 혈도를 정확하게 때려냈다.
그 순간,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중년인이 검은 어혈을 왈칵 토했다.
그의 입에서 흰 연기가 스산하게 새어 나왔다.
“부상을 입었을 때 어혈이 영해로 들어갔습니다. 다년간 영력에서 양분을 얻어 맹독으로 변했을 터. 오늘을 기연으로 여겨도 좋습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3년 안에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쿨럭거리던 중년인은 다행스럽게 여기면서도, 기묘한 두려움을 느꼈다.
운청휘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검은 어혈을 토한 후, 중년인은 몸의 정기가 몇 배나 강건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력 또한 속박에서 풀려난 듯 활기를 띠었다.
지금의 그는 언제든지 전력을 다할 수 있었다.
중년인의 시선이 운청휘를 향했다.
“쓸데없는 말이지만, 이 냉준 더 이상 말하지 않겠네.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말하게나.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다네!”
중년인 냉준이 운청휘를 정중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하하, 청휘의 잠재력이 하늘을 찌를 뿐 아니라 의술까지 뛰어날 줄은 몰랐소!”
“한눈에 냉준의 증세를 알아차리고 단숨에 치료를 해 버리다니.”
또 한 명의 중년인이 걸어왔다.
그도 냉준과 마찬가지로 운청휘를 살갑게 대했다.
‘본제가 그저 의술이 뛰어나다? 참으로 눈치 없는 자로군!’
운청휘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고 눈빛으로 상대방을 응시하며 물었다.
“당신도 내게 할 말이 있습니까.”
“그렇네. 자네의 잠재력이 비록 하늘을 찌르고 의술도 뛰어나다지만, 수련에 있어서는 아직 성장하지 못했군. 좋은 스승의 지도가 필요할걸세!”
중년인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상대하기 귀찮았던 운청휘는 시선을 다른 세 명의 중년인에게 돌려 버렸다.
“당신들도 같은 생각입니까?”
“맞아!”
“물론이지!”
“그렇다네!”
세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그중 한 명은 운청휘에게 속바지마저 잃을 뻔한 호 교관이었다.
차라리 증명을 하고자 마음먹은 운청휘가 호 교관을 바라보았다.
“호 교관, 증세는 간단합니다. 비가 오면, 회해혈이 마치 불에 타는 듯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거의 한 달은 되었군요.”
“맞아!”
호 교관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자네의 의술이 정말 뛰어나군!”
“……그렇다고 해 둡시다. 그 증세는 병이 아니라 수련 방식의 문제입니다. 한 달 전, 오백 년 된 영약을 삼키지 않았습니까?”
운청휘가 호 교관을 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