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새, 생각났어! 금은쌍검이라면, 성도 운해의 무기야! 본래 한 자루의 검이지만 두 자루로 분리할 수 있지. 각각 황급 상품으로 격이 떨어지긴 하지만……. 두 검의 거리가 삼백 장을 넘지 않는 한, 언제든 융합될 수 있었다고 들었어!”
“과연! 조여룡이 소도도의 등을 찌를 땐 금검과 융합하고, 진미아가 하복부를 찔렀을 땐 조여룡이 들고 있던 은검과 융합했던 거로군!”
생도들 사이에서 금은쌍검의 기원을 알아챈 사람이 나타났다.
“지급 신병? 하하, 훌륭하군!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 겐가! 정말로 도망갈 수 있을 줄 알았는가!”
소도도가 낮게 소리쳤다. 그의 두 눈은 핏발이 잔뜩 서 있었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저마다 역린이 존재한다.
소도도가 비록 건들거리고, 온 세상을 업신여기듯 가벼워 보여도 마음은 한결 같이 역린을 향해 있었다.
소엽, 그녀가 곧 소도도의 역린이었다.
비록 그가 모종의 이유로 소엽을 피해 다니고, 심지어 도망치기까지 했으나, 그녀가 약혼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소엽은 언젠가 반드시, 소도도의 아내가 될 터였다.
“진미아, 조여룡, 소도도와 잡담할 시간 없다. 곧 죽을 놈이라고!”
“질질 끌지 말고 지금 그를 죽여라!”
황기령과 막풍이 터벅터벅 걸어오며 일갈했다. 그들의 시선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싸늘하기만 했다.
“곱게 죽일 순 없지. 내게 한 짓의 열 배로 갚아 주마!”
조여룡이 은색 장검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소도도에게 다가갔다.
“네놈의 손목부터 부러뜨리고, 죽기 직전까지 고통을 선사해 주마! 소엽은 걱정하지 말거라. 이 몸이 잘 가지고 놀다가 다른 이에게 보내주지!”
소도도와 구 장의 거리를 두고, 조여룡은 음험하게 웃어 보였다.
은색 장검이 천천히 들어 올려지더니, 느리게 소도도를 찔러 들어갔다.
이때, 소도도가 먼저 움직여 한쪽 어깨를 내밀었다. 예리하게 빛나는 칼날이 어깨를 파고들며 비명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소도도는 거리가 좁혀지자 기다렸다는 듯 웃어 보였다.
“죽어라!”
소도도는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무기 삼아 조여룡의 이마와 맞부딪혔다.
쿠웅!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충돌하기라도 한 듯,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음 순간, 갈라진 수박처럼 조여룡의 머리가 터지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소도도의 이마도 무사하지 못했다. 금이 갔는지 그의 이마는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이 몸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역시나 대단해! 이 썩을 놈을 드디어 죽였다!”
눈앞이 아찔하고 은색 장검이 꽂힌 어깨에서 격통이 밀려왔다. 그러나 소도도는 통쾌하게 웃으며 날뛰었다.
“소도도, 죽고 싶은 게냐!”
“이 놈이! 조여룡을 죽이다니!”
남은 세 명이 눈을 부릅뜨며 분노를 터트렸다.
곧이어 그들은 맹렬한 기운과 함께 비틀거리는 소도도를 공격해 들어갔다.
“운 형제, 다, 다음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나, 나는 저들 모두에게, 죽음을 안겨주고 싶다네!”
소도도가 기력을 쥐어짜 말을 마치자, 그 순간 맹렬한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
후우우우……!
기세의 태풍이 순식간에 8번 무대에 휘몰아쳐 무대를 파괴하고, 붉은 장포를 입고 빈 검집을 둘러멘 운청휘가 날아들었다.
그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태풍은 몸집을 키워나가며 재해 수준에 이르렀다.
마침내 모든 무대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기세를 느낀 순간 공격을 멈추고 돌아보았는데,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운청휘를 발견하자마자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마, 말도 안 돼. 이렇게나 흉악한 기세라니……!”
***
소도도가 결전을 치룰 때.
운청휘의 두 눈이 가늘어지며 눈동자가 완전히 가려졌다.
소도도가 검에 찔린 순간 나서려 했으나, 소도도의 만류로 참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소도도가 두 번째로 검에 찔린 순간, 운청휘의 살기는 그의 온몸에 넘쳐 당장이라도 형상화할 지경이었으나, 소도도의 만류가 그를 막았다.
운청휘는 때가 올 순간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소도도는 목숨을 걸고 싸운 끝에 자신의 머리로 조여룡의 머리를 터지게 만든 후,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마침내, 기다리고 있던 때가 온 것이다.
하늘을 뒤덮는 검은 먹구름처럼 먹먹한 공포가 운청휘의 몸에서 휘몰아쳤다.
모든 무대가 그 기세의 영향으로 몸을 떨었다.
“마……, 말도 안 돼. 이런 기세가 세상에 존재한단 말인가!”
“과연, 기세만 그럴까?”
운청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으나, 어느새 영력화장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 채 장엄한 기를 분출하고 있었다.
“흥, 신병이 있으니, 그 기술 안 통해!”
진미아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금색 장검을 휘둘렀다.
황금빛의 찬란한 검기가 영력화장에 맞서 거센 폭풍을 일으켰다.
퍼억!
금빛 검기가 거대한 손바닥을 관통하며, 손바닥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구멍이 뚫렸어도 영력화장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면을 향해 매서운 손길을 휘둘렀다.
콰르릉……!
지면이 거세게 요동치며 생도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진미아, 황기령, 막풍이 있는 자리가 폭발의 중심지였다. 거대한 폭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먼지투성이가 된 세 사람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커억……!”
“푸……!”
막풍과 황기령이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진미아는 지급 신병의 보호를 받아 중상은 면했으나, 체내의 영력이 끊임없이 들끓어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내, 내가 잘못 본 건가? 운청휘가 이렇게나 강하다니?”
“한 방, 한 방이 소도도보다 강하다!”
“올해 대항전에 어찌 두 명의 괴물이 나온 건가. 소도도만 대단한 줄 알았는데, 운청휘가 더 대단하잖아!”
“운청휘의 실력이라면 상급 생도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겠어!”
주위에 있던 이들이 기겁을 하며 주춤거렸다.
진미아가 지급 신병으로 위력을 상쇄해내지 못했다면, 운청휘의 공격 한 번에 진미아를 비롯한 세 명은 싸늘한 주검이 되었을 터!
더욱이 위력을 상쇄했어도 막풍과 황기령이 충격을 못 이겨 피를 뿜어내지 않았던가.
“하하하, 대단하이, 운 형제. 저번도 역시 자네였구만……!”
소도도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피로 범벅이 된 얼굴은 흉측했으나, 그는 더없이 유쾌해 보였다.
“지켜보도록. 분노를 다스리기엔 턱없이 모자라겠지만.”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사실 소도도가 부탁하지 않았어도, 운청휘는 저들을 처참하게 죽일 생각이었다.
낭야산에서 도적을 토벌할 당시, 운청휘는 세 교관의 술수에 휘말려 죽을 뻔했다. 그때 소도도가 공휘에게 얼마나 열변을 토했던가!
“운 형제가 무사해서 다행이네. 만약 무슨 일이라도 있었다면 이 소도도가 성공학관에 판결을 내렸을 거네!”
판결이라니, 어느 세력이든 금기가 되는 단어였다. 그런데도 소도도는 운청휘를 위해, 공휘에게 ‘판결’을 언급하며 분노해 주었다.
그때부터, 운청휘는 소도도를 성이 다른 형제로서,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믿지 않아! 신병으로 네놈을 죽일 수 없다니, 절대 그럴 리 없어!”
진미아가 코웃음을 치며 금색 장검을 움켜쥐고 운청휘를 찔러 들어갔다.
금색 장검이 허공에서 춤출 때, 금빛 장룡의 모습이 보였다. 금색 장검이 지닌 위력 중 하나로, 무대 주변에 있던 이들은 숨조차 내쉴 수 없는 압력을 받았다.
지급 신병이 환화되어 나온 장룡의 위압감이, 실로 무시무시했다.
“우, 운청휘가 진미아의 저 검을 막아낼 수 있을까?”
“부, 불가능할 거야. 위압만으로도 숨을 쉴 수 없게 하는데 당해내는 게 가능하겠어?”
“보통 사람이 지급 신병을 들고 있었다면 보통의 무인 정도는 죽일 수 있어. 하지만 지금 신병을 들고 있는 사람은, 월경 6단계의 진미아잖아!”
막풍과 황기령의 얼굴에서 놀라움이 사그라들며, 곧 사악한 웃음이 떠올랐다.
“막 교관님, 교관님이라면 저 검을 얼마나 상대하실 수 있습니까?”
황기령이 돌연 막풍을 보며 물었다.
“장담할 수 없네. 아니, 받을 리가 없다고 해야겠군! 지급 신병은 위력만이 두려운 게 아닐세. 이 위압감도 지급 신병의 힘이지. 지금 노부만 해도 몸을 가누기 힘겹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공격을 피해낸다니, 터무니없다네! 저항도 불가능해! 양경 아래 무인 중 지급 신병을 저지할 자는 아무도 없을 걸세!”
그들이 사담을 나누는 사이, 진미아가 쥔 금색 장검은 운청휘와 일 장 거리를 두고 있었다.
운청휘가 검을 힐끗 보자마자 그의 손에 참천검의 검집이 나타났다.
그가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검집을 돌려 입구가 진미아를 향하게 했다.
그 광경을 본 이들이 잠시 눈을 끔벅이더니, 곧 포복절도하며 떠들어 댔다.
“하하하, 이 상황에서 운청휘가 웃기려 드는데? 빈 검집으로 지급 신병을 상대하겠다고?”
“하하하, 안 봐도 뻔해! 저 검집은 지급 신병에 파괴되겠지!”
“지급 신병이 어찌 평범한 검집에 당하겠어!”
여기저기서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미아마저도 입가에 비웃음을 내걸며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그 형편없는 검집을 부수고, 천한 목숨도 거둬 주마……!”
운청휘가 그저 가소로웠던 진미아는 그의 장단을 맞춰 주듯 금색 장검을 검집에 찔러 넣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머릿속에 산산이 조각 날 검집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다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운청휘가 쥐고 있는 검집은 조금도 부서서지 않았다.
진미아도 지급 신병을 꺼내려 하지 않은 채, 기이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만이 답을 알려 주겠다는 듯 천천히 흐르며…….
별안간 진미아가 신병을 쥔 손에서 힘을 풀었다.
그녀의 얼굴이 공포로 가득했다!
***
검집이 부서지지 않았을 때부터 모두 경악하고 있었지만, 진미아의 행동은 사람들의 넋을 완전히 빼놓았다.
그녀가 먼저 지급 신병을 놓다니? 무엇보다 그녀의 얼굴에 선연한 두려움을, 많은 생도들이 똑똑히 보았다!
모두가 눈을 떼지 못하는 와중에, 운청휘가 지급 신병을 흡수한 검집을 등에 메었다.
그 후, 운청휘는 성큼성큼 앞으로 향했다.
진미아는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며 뒷걸음질 쳤다.
“제…… 제발 살려 줘. 나, 나는 운해의 분부를 받았을 뿐이라고!”
다른 이들은 지금 진미아가 느끼는 공포를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금색 장검을 검집에 꽂는 순간, 검집이 뿜어내는 위압감을 느꼈다.
마치 하늘이 준엄한 시선을 보내듯, 검집의 위압감이 그녀의 온몸을 짓눌렀다.
아무리 지급 신병이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다고 하나, 참천검의 검집 앞에서는 9품 현령이 황제를 맞이한 것과 다름없었다.
운청휘는 묵묵히 그녀를 노려보았다.
진미아가 무슨 이유를 대든, 들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형제에게 손을 댔으니,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운청휘의 손에서 영력으로 이루어진 예리한 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곧바로, 영력의 칼은 허공을 가르며 진미아에게 날아들더니, 너무나도 간단하게 머리와 몸을 분리해 버렸다.